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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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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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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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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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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숲의 중심부라해서 크게 다를것이 있을까. 어차피 숲은 숲이다. 단지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숲이라 그런지 길이 매우 험했다. 거기에 중간 거점을 버려진 마을 근처에 설치하고 폐허들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다보니 금방 어두워졌다.


'식량같은거야 문제될게 없지만.... 다들 좀 긴장한것 같네.'


기사들은 가벼운 차림새였다. 숲 속에서 활동하기에 매우 제한적이게 된다는 이유로 다들 가벼운 갑옷 차림이었다. 몇몇 이들은 아예 가죽 옷차림으로 기동성을 중시한 것이 보였다.


"이 거점에선 자네와 자네가 남아서 중계를 해주게. 괜찮겠나?"


그렉은 상당히 지위가 있는 편인지 기사가 추가되었음에도 기사들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었다. 발레노스가 그들보다 높은 신분이긴하지만 그는 기사가 아니다. 지휘관은 여전히 그렉인 것이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휘관인 그렉의 지시에 따라 인원 배분을 마친 기사들은 빠르게 야영준비에 나섰다. 난 식량을 먼저 체크하고 주변에 혹시 잡을만한 동물이 있는지 살폈다.


'작은 짐승들도 많이 없군. 확실히 숲 자체가 너무 고요해.'


해가 떠있음에도 어둑어둑한 숲에서는 많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던전이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숲 자체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 했다.


'쯧, 좀 더 깊게 살폈어야했나.'


던전의 일을 해결한 뒤 다 해결했다고 생각하여 그냥 숲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이 컸다. 무엇보다 던전에서 얻은 것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자네도 여긴 처음인가?"


발레노스가 주변 정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적당히 끓인 수프 한 그릇을 건네며 물었다. 물론 이곳까진 온 적은 있었다. 마을 폐허가 있는 곳까진 다 살펴봤었으니까. 물론 이 앞에 펼쳐진 숲은 안가봤다.


"여기까진 왔었습니다. 과거의 사냥꾼들도 여기까진 대피소를 설치해놓고 활동했던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이 앞으로는 안가봤습니다."


그나마 여기는 앞에 보이는 숲 지역보단 밝은 편이고, 버려진 폐허라지만 그렇게 을씨년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한때 자주와서 정비한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앞으로는 뭐가 있는지 모르는건가."

"일단 마물의 기척은 없었습니다."

"주변을 좀 둘러봤었지?"

"예."


발레노스는 수프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나를 향해 다른 이야기를 건넸다.


"자네는 젊은거 같은데 모험가를 얼마나 했나?"

"한 10년은 한 것 같습니다."

"10년? 생각보다는 길군."

"좀 어렸을 때부터 모험가를 했었습니다."

"그래? 하긴, 나도 그랬었지."


용사의 축복은 어떤 자격을 가진 자에게 어떤 식으로 부여되는지 알려진 것이 없었다. 단지 용사가 될 만한 아이들을 교회가 미리 키우기도 하는데, 발레노스는 그렇게 선택된 용사는 아니었다. 모험가로 먼저 생활하던 중 선택된 케이스다.


"용사로 선택되고 나선 많은 모험을 했지만, 아무래도 모험가로서 모험하는 것과는 많은 것이 다르더군."

"그렇습니까?"

"일개 모험가에겐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지. 하지만 용사는 달라. 용사는 엄청난 지원을 받으니까 말이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교회나 인간측에서 보면 용사는 마왕과 마족에게 맞서는 비장의 패이다. 당연히 빠르게, 그리고 철저하게 성장시켜야만 했다.


"이런 마을에 있는걸보니 자네는 은퇴한 것 같더군. 맞지?"

"모험가로 사는건 질려서 말입니다."

"질릴리가 있나. 아무래도 무언가 다른 경험을 한 모양이지."


음... 날 마음이 꺾인 모험가로 보는건가? 뭐, 그런 이들이 흔하긴하지. 동료나 연인 등을 잃고 마음이 꺾여 모험가를 그만두는 경우는 많다. 오히려 남는 사람들이 드물다. 목숨을 건 직업인 것이다.


"이 마을은 지낼만하던가?"

"좋은 마을이죠. 조용하고 말이지요."

"그래, 좋은 마을이더군. 내 고향 마을 같았어."

"고향...마을입니까?"

"이젠 더 이상 없네. 전쟁 중에 불타버렸으니까."


마족이 불태운건가? 그럼 내가 할말이 없는데.

그런데 발레노스의 대답은 달랐다.


"마족이 불태웠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아. 일진일퇴를 반복하던 교회의 원정군이 마족이 자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 불질러버렸지."

"......."

"아이러니하지 않나? 인간을 지키겠다는 목적으로 결성된 교회의 성스러운 원정군이 오히려 인간 마을을 태웠다는 것이. 마을을 버리지 못하겠다는 마을사람들을 죽여가면서까지 교회는 그 마을을 불태웠어."


발레노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잔을 들어 술을 들이켰지만 기사들이 준비해온 고급 와인인 것에 헛웃음을 삼켰다.


"이런, 이럴 땐 차라리 금방 거하게 취할 수 있는 도수만 높은 싸구려 술이 제일인데 말이야. 이런 고급 와인으론 취기가 올라오지 않는군."

"....교회를 원망하십니까?"

"그때.... 나는 다른 곳에 잠시 파견나가 있었네. 돌아와서 원정군이 벌인 참사를 보고 크게 화가 났었지. 그 책임을 물으려 했지만.... 알고 있나? 당시 원정군에는 책임자가 없었다는 것을."


음? 교회가 일으킨거니 교회가 책임을 지는게 아니었어?


"교회가 일으켰다고는 하나 그 원정군 안에는 한 몫 크게 잡으려는 용병들이나 기사들, 귀족들 등등이 모여 각자의 세력을 이루고 있었네. 그 안에.... 책임자는 없었어. 모두들 책임을 부인하더군. 끝내는 교회마저도."


정말로 그런 짓까지 한건가? 마족 측에서도 전방의 마을들을 적의 보급을 끊기 위해 불사르고 도망친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을을 비우고나서 행한 것이었다.


"강제로라도 주민들을 다 옮기고나서 했어야했지. 하지만 그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을 죽이면서까지 그리 했네. 약탈과 다를바 없는 행동이었어. 하지만 책임자가 없었던 원정군은 결국 유야무야 이 일을 덮어버렸지."

"그런데도....."

"그런데도 왜 용사로써 끝까지 싸움에 참가했냐고 물어보는건가? 당연하지 않나. 나는 어찌되었건 용사였네. 내 의무와 책무..... 그걸 나는 행해야했어. 마을사람들에 대한 속죄를 위해서도."


그렇군. 오히려 그렇게 생각한건가. 자신이 마족을 물리치지 못해 생긴 일이니, 마족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죄를 갚겠다고. 신기한 사고방식이네. 하지만... 그게 용사인건가?


"어차피 이젠 지나간 옛 일이 되어버렸지. 그 마을도 타고 남은 재만 버려진지 오래고... 가끔 찾아가긴 하지만 말이야."

"......."

"자네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지키게나.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용사로써 수많은 이들을 구해왔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자신의 곁에 있던 이들은 구해내지 못한건가.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겁니까?"

"음?"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말입니다."


발레노스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래. 어차피 내 손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말이야. 용사니 뭐니해도 결국 내가 구할 수 있는 건 내 눈앞에 있는 이들 뿐이었네. 그리고 여기... 왠지 신경이 쓰이더군."

"......그렇습니까?"

"그 때 느껴졌던 마력이... 낯익었으니까. 무언가 그리우면서 동시에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종류였어."


당연히 그건 내 마력이었으니까. 선대 용사인 발레노스는 그걸 더 민감하게 느꼈으리라. 익숙한 것은 당연하고, 투지까지 불러일으켰다는 걸 봐선 그는 확실히 용사였던 자다. 마왕의 마력에 그렇게 반응하는 자는, 용기를 상징하고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사의 특성이니까.


"난 이제 더 이상 용사가 아니지만, 그래도 구할 수 있는 이들은 구해야하지 않겠나."

"그러나 이 숲은 수백년간 던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던 숲입니다."

"그렇기에 더 조심해야하네. 수백년간 축적된 마력이 어떤 일을 일으킬지 모르니까."

"물론 그런 일도 있긴합니다만....."


평소 아무것도 없던 곳에 마력이 쌓이고 쌓여 갑자기 마물이 폭주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곳도 종종 있다. 마족의 땅이건, 대륙 내부의 땅이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도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고 마력이 너무 모여있다 싶으면 흩어놓는다.


"이곳은 전선에서 이제 멀어진 곳이라고 우리가 너무 신경을 안 쓴거지. 숲 자체에 마력은 많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나, 오히려 그래서 중심부가 의심이 가는군."


발레노스의 말대로, 원래 숲 같은 곳엔 마력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져있는 것이 맞다. 모든 생물에겐 마력이 조금씩 깃들어있고, 그런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은 마력이 흐르는 '마력의 강' 같은 것이다.


"내 걱정이 그냥 걱정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바라긴 하네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을에는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네도 노력해주게. 내가 볼 때 자네는 꽤 실력이 출중한 모험가 같으니까 말일세."

"전 그저 평범한, 1차 클래스만 익히고 은퇴하는 모험가입니다."

"글쎄... 내가 볼 때 자네는 더 뛰어난 실력자 같은데 말이야."


쳇, 쓸데없이 감만 좋아가지고는. 이 녀석이 계속 곁에 있으면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기 더욱 힘들긴 할텐데.... 만약 조가 나누어지거나 그러면 발레노스와는 최대한 거리를 둬야겠어.


그렇게 날이 저물어갔고, 기사들은 식사를 마치고 불침번으로 경계를 세우고 나서 잠에 들었다. 난 불침번에서 제외되었다. 사전 정찰조로서 고생할 예정이니 불침번은 맡기지 않겠다나 뭐라나. 젠장, 궁수라고 정찰병으로 계속 써먹네.


-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난 나는 아직 불침번을 서고 있는 기사를 향해 잠시 주변을 다시 둘러보겠다는 말을 하고서 야영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그렐을 향해 통신을 했다.


"그렐."

[오? 이런... 조슈아군요. 무슨 일입니까, 이렇게 아침 일찍?]


아침이라기엔 아직 제대로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지만, 그렐도 나도 그렇게 잠이 많지 않았기에 이 시간이면 이미 일어나서 활동하는 시간이었다.


"뭔가 정보는 얻었어?"

[결사단에 대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단지 청마법에 관해선 정보를 얻었는데, 최근 제국의 마탑 12인 위원회에 청마법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마법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런데 그 행방을 알 수 없다는군요.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제출한 건지도 모른다더군요.]


마탑 놈들, 그런거 하나 파악 못하나?


[그래서 더 조사해본 결과, 연구 보고서에 적힌 이름을 비롯한 해당 마법사에 대한 정보가 모두 위장된 거짓 정보였습니다. 이름도 가명이고, 적혀있던 소속도 거짓이었습니다.]

"누가 그런걸 보낸거야, 대체? 뭔 의미로?"

[마탑도 그걸 파악중이랍니다. 제가 볼 땐 결사단이 보낸것 같진 않습니다. 결사단은 비밀조직인데다 자신들의 연구 성과 같은걸 함부로 마탑 같은데 공개할리가 없으니까요.]

"그렇겠지."


세상에 그런 바보가 어디있을까.


[무엇보다 고대 마법을 복구하려고 하는 마탑 측에서도 청마법은 위험도가 너무 크다며 꺼리는 추세입니다. 그럴바에야 백마법이나 흑마법의 잊힌 주문을 복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대세지요.]


그럼 마탑에 등록된 마법사들 중 청마법을 굳이 연구하려고 하는 괴짜는 없나? 그건 아닐텐데. 마법사들은 약간 정신나간 면이 있어 언제 어떤 미친놈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일단 마탑에서 알 수 있던 것은 이것이 다입니다. 이것조차도 기밀이라 제국 내부에선 아무것도 모르더군요.]

"그래?"

[근데... 어디 계시는겁니까?]

"숲 속이다."

[거길 다시 가셨습니까?]

"나라고 좋아서 온 건 아니야."


난 그렐에게 내가 숲 속으로 들어온 경위를 간단히 설명했다. 그렐은 발레노스의 지적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고대 신앙을 얕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고대 신으로 모셔지던 마물들은 그 격이 다른 놈들입니다. 따로 그냥 '신수'라 불리는 놈들도 있었을 정도로요. 조심하십시오.]

"....이젠 없겠지. 사람들조차 신앙을 잊을 정도로 오래된 신이라고."

[혹시 모릅니다.]


그렐은 몇번이고 조심할 것을 부탁했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주변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서둘러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야영지로 향했는데, 야영지는 뭔가 분주해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그렉에게 다가가서 묻자 그렉은 어딜 다녀온 것이냐고 묻지도 않고 서둘러 대답했다.


"기사 한 명이 실종되었네. 밤새 어디로 간건지 알 수가 없어. 지금 당장 찾아야하네."


이런, 생각보다 더 큰일이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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