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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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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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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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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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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갑옷에 남아있는 흔적은 인간의 무기가 아니었다. 마족도 아니었다. 짐승의 발톱과도 같은 무언가였다.


"이 숲에 있었다던 그 늑대일까요."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명하던 그 늑대가 이리 사람을 해쳤다고?"

"그건 오래전입니다. 제국이 세워지기 이전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제국이 세워진 후 자신을 모시는 사람이 적어지다보니 난폭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 늑대 마물은 크기도 엄청 컸다고 했는데 이건 그 정도 크기는 아닌 듯 했다.


"그 늑대 마물에게 일족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일단 제국군과 연합군이 이곳에 들어온 적이 있는 것은 확실하군요. 이들의 시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국도, 연합도 이곳에 신경을 안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발레노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바닥을 내리쳤다.


"이들이 실종부대일 가능성도 있겠군."

"실종부대요?"

"그래. 제국군이나 연합군에는 군사행동을 하다 사라진 부대들이 꽤 있다네. 대부분 탈영으로 판단하고 처리했지만 그 흔적이 아예 사라진 부대들도 있었지."

"그런 부대들이란 말씀입니까?"

"그게 제일 말이 되지 않겠나? 이 숲은 헤메이기 딱 좋은 구조이기도하고."


어쩌다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부대가 마물에 의해 전멸당한건가. 흠.... 마왕군에도 그런 부대들이 있었고, 몇몇은 겨우 찾아내기도 했었지. 하지만 이 정도 상태가 되기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건....


"그리고 여기 부대, 어디서 봤던 문양이다 싶었는데 이건 오래전 멸문한 가문인 호에스펠트 가문의 문장이야."

"호에스펠트라면....."

"아주 오래전, 갑작스러운 영주일가의 실종으로 인해 그 대가 끊겨 망한 가문이지. 무엇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군대도 영주일가의 실종을 수색하다 같이 사라진 것으로 유명하고."

"하지만 그들은 제국 남부에 위치한 가문입니다. 왜 여기에 있을까요?"

"모르지."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그들의 시체로 보이는 것이 여기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걸보니 더 불안해지는군. 아무래도 이 숲엔 더 큰 것이 있는 모양이야."

"저희만으로 되겠습니까?"

"난 자네들을 믿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되면 내가 미끼라도 될테니 자네들은 피하게나. 알겠나?"

"하지만....."

"다 늙어버린 나보다야 자네들이 제국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나? 무엇보다 이 일은 내가 자네들을 끌어들인 것과 다름없으니 그리 하는 것이 맞는걸세."


발레노스는 그리 말하고서 주변을 더 살폈다. 이런 오래된 시체까지 나왔지만 주변 풍경은 별다를 것 없는 보통의 숲과 똑같았다. 단지 더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시체들은 대충 묻어주고 가도록하지.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할 순 없으니까."

"예."


기사들과 난 챙겨온 짐에서 삽 같은것을 꺼내어 들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 시체들을 묻었다. 한 명 한 명 따로 묻어줄 순 없었고, 그저 큰 구덩이를 파서 그곳에 시체들을 모았을 뿐이지만 말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편히 잠들 수 있겠지. 대체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란지에르와 클로에. 그 아이들도 어디로 숲에 들어온지는 모르는 상태다. 기억도 하지 못하고, 그 부분은 무언가 희뿌연게 가리는 듯 하다고 했었다. 혹시 그 아이들도 이들과 같은 것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


"왜 그러나, 조슈아?"

"아닙니다... 그저....."


나는 그 점을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 애들의 상황을 전했다가 어떤 꼴을 겪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발레노스를 못 믿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적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성정을 잘 아는 나로선 지금 상황에서 인간들 중엔 가장 믿을만한 것이 바로 그다.


'하지만, 밝혔다가 나의 정체까지 드러났다간....'


난 대외적으론 그냥 은퇴한 모험가 궁수다. 아이들의 정체에 대해 짐작한 바를 말하기가 쉬운 위치가 아니었다. 그 정도는 견습 마법사는 되야 말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그 아이들의 안전도 보장할 순 없고 말이지.'


미지의 현상을 조사하는 마법사들의 광기는 엄청난 것이다. 어떤 핑계를 붙여 아이들을 괴롭힐 지 알 수 없었다. 발레노스가 막아준다고 해도 분명 한계는 있을터. 지금은 그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일단은... 그렐에게는 전달해둬야겠군.'


지금 마법으로 메세지 같은 것을 보냈다간 발레노스가 눈치챌 수 있으니 조금 거리를 둬야겠군. 어휴, 역시 귀찮다니깐.


"전 앞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괜찮겠나? 혼자서 말이야."

"전 궁수입니다. 이런 일은 자주했었습니다."

"조심하게. 우리들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적당히 핑계를 대고 일행들과 떨어진 나는 그렐과 통신을 시도해보았다.


"그렐, 들려?"

[어라... 조슈아인가요. 어디 계신거죠? 굉장한 잡음이.....]

"역시나인가."

[마력이 짙은 곳에라도 간건가요?]

"그 숲의 심부로 가고 있어."

[...그곳에서 무슨일이 있는겁니까?]

"아직까진 아무일도 없다."


난 그렐에게 대충 상황 설명을 했다. 그렐은 잠시 말이 없더니 이후 굉장히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장 나오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 장소, 아무래도 좋은 느낌은 들지 않아요.]

"지금 내가 빠져나갈 순 없어."

[그래... 병사들의 오래된 시체라.... 조슈아가 말한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요. 문제는, 무엇이 왜곡 현상을 일으켰느냐죠.]

"....그래, 문제는 그거지."

[기사들한테도 후퇴가 좋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이.....]


그렇게 통신하고 있는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급히 통신을 끊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뒤에서 나온 것은 작은 사슴이었다. 짐승조차 없다고 여겼는데, 그래도 가끔 돌아다니는 모양이었다.


"젠장, 놀랐군."


사슴정도는 사는건가. 숲 자체가 으스스한데, 동물들은 딱히 그런걸 가리는건 아닌 모양이었다. 여기에 살 수가 있나.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좀 별로인데.


'마왕의 체면이 서지 않는구만.'


비록 은퇴한 마왕이라도, 그래도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이들 중 하나인데 이런 꼴인게 조금 우스워졌다.


"여기도 시체가 있군."


이번엔 물이 좀 고여있는 곳에 있는 시체였다. 시체가 오랫동안 담겨있었던 물은 완전히 썩어 독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고, 시체는 오래된 제국양식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이건 병사는 아니네."


병사들의 갑옷을 입은게 아닌, 귀족들이나 입을법한 고급옷처럼 보였다. 다만, 이것 역시 오래되어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숲에 이렇게 사람들이 드나든 적이 있었다는건가? 하지만 그렇다면 마을사람들이 모를리가 있을까?'


물론 현재의 마을은 완전히 작아져버린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과거엔 많은 모험가들과 용병들이 모여있는 마을로 상당히 번성했던 곳이다. 분명 숲에 대한 탐색 같은것도 이루어졌을법한데..... 던전 주변만 탐색하고 안한건가, 정말로?


'이대로 숲 심부에 도착해도 되는걸까?'


무언가 안좋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기사들과 발레노스를 뒤로하고 먼저 돌아가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과거의 적들이라고는 하나 그 정도까지 악감정이 쌓인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슈아.]

"아, 그렐."

[그 숲, 늑대 마물이 있었다고 그랬나요?]

"그래. 실버 팽 같은 애들 말고 거대한, 신으로 추앙받았던 마물이 있다고 했었어."

[......그렇군요.]

"왜 그래?"

[아닙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해서....]


그렐은 약간 고통스러운 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왜 그러는거야? 뭔 일인데?


[그 숲은....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이런 것을 보면, 숲 자체에 무언가 걸려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마력이 전혀 없는걸?


[마력이 아닙니다... 좀 더 오래된 힘이겠지요. 조심해야합니다. '신'이라고 불렸던 마물이라면 그 힘도 강력할겁니다.]

"지금까지 조용했잖아. 죽은거 아냐?"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랬다면 숲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겁니다. 그대로라는 것 자체가 그 마물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내가 정말로 터를 잘못 잡았나. 그냥 조용한 마을인줄 알았더니 정말 별게 다 나오네. 사실 마물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신이라 불렸을 정도의 힘을 지녔고, 또 그만한 지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마물의 범주가 아니다.


'신수라 불러야 마땅하겠지.'


고대 신앙의 신수라, 그것만큼 귀찮은 것이 있을까. 그나마 지성이 남아있으면 대화라도 가능하겠지만, 숲의 상태를 봤을때 딱히 원만한 대화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군.'


이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걱정만 사게 되리라. 시체 추가 발견에 대한 보고만 하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 시체.... 뭐 가져갈게 있나? 음?


'반지로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반지는 꽤나 깨끗했다.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미스릴 같은 판타지 금속...이 아니겠지? 그런건 보통 무구로 만들지 이런 반지로 만들지는 않을텐데.


'신기한 문양이네'


눈동자가 그려졌다고할까, 꽤나 신기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왔는가."


사람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오니 발레노스와 그렉이 심각하게 무언가를 토론하고 있었다. 그들은 돌아온 나를 발견하고 나를 향해 물었다.


"자네, 뭔가 발견한게 있나?"

"이 반지와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숲 전체에 시체들이 조금씩 퍼져있는것 같습니다."

"시체들의 신원을 알 수는 없고."

"그렇겠지요. 저도 이 반지 하나 빼곤 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썩어 백골이 된 지 오래인 시체들에게서 다른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제가 발견한 시체엔 다른 상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죽어있더군요. 게다가 병사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이 반지로 봤을때 귀족이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직위를 가진 사람이었을거다."

"제국의 귀족이었을까요?"

"그건 모르겠는데. 이 반지 자체는 그리 보기 드문건 아니지만...."

"아, 그건 제가 압니다. 동맹의 반지군요."

"동맹?"


동맹이란 몇몇 자치도시를 중심으로 한 상인들의 조직이었다. 정식 명칭은 자유교역동맹이었나? 아무튼 그런 거였는데....


"동맹의 사람이 여기까지 왔다는겐가?"

"뭐, 연합의 병사도 발견했지 않습니까? 동맹의 상인들은 전 대륙에 퍼져있으니 이상할게 없지 않을까요?"

"근데 내가 아는 동맹의 문장과는 다른데."

"그건 당연합니다. 이건 동맹이 예전에 쓰던 겁니다. 지금은 잘 안쓰이지요."

"그렇군."


발레노스는 반지를 내려놓고 중얼거렸다.


"이만한 실종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조사를 안한건가?"

"시체가 더 있었습니까?"

"자네가 정찰하러 나간 뒤 기사들이 주변을 수색하면서 더 발견했네."

"숫자가 꽤 많았나보군요."

"적어도 무시할만한 그런 숫자는 아니었네."


발레노스는 시체들의 숫자, 그들이 입고 있던 옷 등을 설명해주었다. 흠, 확실히 전부 이 근처에서 실종된 거면 그냥 놔둘만한 숫자는 아닌데.


"한 곳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그럴 수 있을겁니다."


난 그런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한 곳에서 일어난게 아니라고?"

"저들이 모두 이 근처에서 실종된 것이 아니고, 무언가의 작용으로 인해 이곳으로 온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 부근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까."

".....그렇군."

"그렇다면, 대체 어떤 작용이 있었던건가?"

"마법밖에 없지요. 마법사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


"크르르르르......"


아,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이 괴롭고 괴로운 어둠 속에 대체 누가 찾아왔단 말인가.


[시엔.]


누구지? 누가 부르는거지? 어디선가 들어본, 정말로 그리운 목소리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


[나가보자. 계속 여기에만 있으면 재미없잖아.]


나가? 아니, 난 나갈 수 없다. 그럴 수 없어.


[계속 여기 있을거야? 나가서 세상을 보자. 그러면 너도 훨씬 즐거울거야.]


넌 대체... 누구지? 누가 나를 부르는거지? 대체 난.....


"그르르르.."


숲의 가장 안쪽, 무너진 동굴 속에서 검은 빛의 늑대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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