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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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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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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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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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카엘 (1)

DUMMY

영화 촬영이 들어가기도 전에 한국에도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유명한 감독인 박정찬이 찍는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도전정신 투철한 영화 ‘과거시’ 박정찬 감독의 갑분 미국행? 이번에도 성공하나?

-영화 ‘과거시’ 제작하고 사라졌던 박정찬 감독의 미국행, 돈을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박정찬 감독의 ‘과거시’ 시리즈 ‘현재시’, ‘미래시’는 미루고 타지에서 새로운 영화를 찍는다!


누군가는 비난하고 논란을 만든다.

그리고 어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더 궁금하지 않았다.


-똘찬 감독 그렇게 안 봤는데 지 고향으로 튄 거임? 개 에반데;

⌎-아, ‘중국’했다ㅋㅋㅋㅋ 어케 돈 좀 벌었다고 바로 튀네 ㄹㅇ 양심 뒤진 듯

⌎⌎-혹시 모르지 않을까요? 새로운 작품 때문에 간 걸 수도 있잖아요···?

⌎⌎⌎-응, 돈 더 많이 주는 곳이 있는데 왜 여기에 남음? 님 같음 안 가겠음? ㅋㅋ


-근데 갑자기 왜 미국이야? 고향인 건 아는데, 저 감독 시민권 따지 않았나?

-현재시, 미래시 낸다면서 왜 딴 거 찍고 난리? 응~ 저거 안 봐~ 얼른 담 시리즈나 ‘줘’


애초에 박정찬은 한국인이었지만, 동시에 미국인이었지 않나.

무의식에 그가 여기는 돈을 벌기위해 온 것이며 언젠가 돌아갈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들에게 감독의 소식보단 다른 큰 사건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헐! 방금 걔네 스캔들 터진 거 봄? 어케 둘이 사귀는데 아무도 모름? 개 에반데?

-으, 더러워; 쟤네 그러면 카메라 앞에서 불륜 저지른 거? 우웩··· 토 쏠림 ㄹㅇ

-불륜 드라마는 폐지해라 진짜 내가 로맨스 드라마 보면서 불륜 남녀를 봐야 하냐?


그들에겐 더 재밌고 흥미로운 사실들이 쏟아졌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감독의 이야기는 금방 잠재워질 하나의 흥밋거리일 뿐이었다.

화제도 되지 않을 만큼 미약한 기사는 금방 묻힌다.


“뭐 봐요?”

“···궁금증 해소?”

“정은 가끔 이상한 사람 같다니까요.”


웃으며 한글로 가득한 기사를 뒤로가기 눌러 화면에서 지워버렸다.

역시 아직은 원래의 꿈에 닿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라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잘 되었을 온정의 인생은 나로 인해 바뀌었다.

온정의가 한국에 가서 잘 될 거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노력해야지. 계속, 계속···.”


지금 내가 연기를 하고 살아가는 것만큼 원했던 건 또 없었으니까.

열심히 준비해야만 했다.

부족해 보이지 않게 온정의에게 돌려줄 인생이 또, 내게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미카엘, 촬영 준비 끝났어요. 크로마키에서도 연기 잘할 수 있겠죠?”

“네! 잘할 수 있어요!”


초록색 크로마키로 가득한 스튜디오.

수많은 카메라와 날 찍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의 중심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탠바이!”


언제나 연기를 시작하는 이 순간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려온다.

잘할 수 있을까.


“액션!”


언제나 그렇듯이 몸에 힘을 풀고 눈을 다시 느리게 뜨자 내 앞은 하얀빛이 가득한 곳이 보였다.

나의 신전, 내 집, 익숙한 동료가 가득하지만, 나의 형제가 없는 이곳.

이곳은 천국이라 불려오고 있는 내겐 또 다른 이름의 지옥이었다.



*



그날도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름다운 신전, 빛으로 가득한 하얗고 금빛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천사들의 고향.


“미카엘이시여, 제 말을 들어주세요···.”


자신들을 찾는 나약한 인간들의 애원이 귓가에 들려온다.

기도하며 애타게 찾는 구원과 희망은 우리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은 내일 살아갈 희망을 원했고 목표가 필요했다.


천사는 그런 존재였다.

드러내지 않아도 되며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떠돌고 기댈 곳이 없을 때 기대는 그런 작은 존재였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지?”


그는 말이 없었다.

아름다움이 가득해야 할 곳에 어둠을 몰고 나타난 남자를 향해 눈매를 좁혔다.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보는 그 눈을 마주 보며 미카엘이 말한다.


“그렇게까지 총애받아왔으면서 만족하지 못하고 신이 되려 한다니···.”

“···미카엘.”

“지금 그런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건 결국 전쟁하겠다는 건가?”


그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으나 그의 아름다웠던 금발의 머리카락이 검게 물든다.

어린 청년으로 보이며 12장의 날개 끝이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빛을 지닌 자라며 칭하던 아름다움을 담은 눈이 어리석고 영광에 도취해 악한 마음을 먹은 자의 눈으로 바뀌었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바뀌어야만 했을까.

그는 어떤 반역을 저질렀으며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혀로 내뱉었기에 그렇게 바뀐 것인가.


“루시퍼.”


···나의 형제여.


“아직도 돌아올 생각이 없는가.”


그동안 세월이 지난 탓인지 지옥 불에 타버려 볼품없는 그의 날개는 더욱 까맣게 보였다.

금발의 아름다웠던 머리칼은 검게 물들어 원래의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아름다웠던 것은 흉악하게 바뀌어버렸다고 한들 그가 천사였음을 부정할 순 없었다.


“신께서는 네가 아직 돌아오길 기다리신다. 세치 혀로 비록 그리되었으나, 신께서는 네 죄를 덮기로 하셨다.”


말을 하지 않는 그는 그때와 같았다.

그렇다면 아직 그 오만하고 교만한 첫 타락 천사가 된 루시퍼는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네가 그랬지.”


그때의 죄를 여전히 모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죄는 누구보다 컸고 신께서는 이미 용서하셨으니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북녘 끝 신들의 모임이 있는 산 위에 좌정하리라고.”


루시퍼는 단 한 번도 짓지 않았던 표정을 지으며 그 미카엘의 말을 이어 답했다.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질 것이다.”


오만한 눈빛이 미카엘의 아름다운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는 신이 되길 원했다.

그리하여 신이 인간을 만드는 것에도 반대했다.

나약하고 불안정한 것들을 만드는 것이 싫었다.


언제까지고 신의 발아래에서 고개만 끄덕일 순 없었다.

날개가 위계인 곳에서 루시퍼는 12장의 날개를 가진 자이며 빛을 지닌 자였기에.

그런 그가 당연히 신이 되고자 마음을 먹는 것은 당연한 시련이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구나.”


그런 그를 보는 미카엘의 메마른 눈빛이 루시퍼에게 닿는다.

다시 한번 검을 들고 저울을 들고서 루시퍼를 향해 바라본다.


“···어리석게도.”


언제나 그렇듯이 또다시 검을 쥐고 그에게 걸어간다.

끝나지 않은 싸움에 끝을 언젠가는 내야만 했다.


“신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네 검에 쓰러진 내 동료들의 불타는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사탄을 없애야만 한다.

하지만 신은 루시퍼가 다시 돌아오시길 원하시며 인간들 역시 사탄이 없어지길 바란다.


“사탄을 처단하는 너 역시도 악마와 다르지 않다. 미카엘.”

“루시퍼, 여전히 어리석은 말만 하는구나.”


여유로운 얼굴로 아직도 속삭이는 인간들의 애원과 절망 섞인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은 마치 정말 사탄의 얼굴과도 같았다.


“내가 그리 반대했던 인간들을 처단하는 네 임무라니. 그것참 신께서 나 하나도 부족했던 것인가?”

“더는 신을 모욕하는 말을 하지 말도록.”


단호한 미카엘과 달리 웃음기가 섞인 얼굴로 그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 모습에서 루시퍼의 옛날 굳어있고 말을 아끼며 충직한 종이었던 때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넌 나를 베었고 날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천국의 종이 싫다는 내게 지옥의 지배자가 되는 기회를 주었지.”


미카엘의 날카로운 칼끝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검을 쥔 미카엘을 차마 검을 휘둘러 그를 다시 지옥으로 떨어뜨려야만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왜지?

왜 이번엔 그를 떨어뜨리지 못하는 건가?


“사탄을 처단하는 널 칭송하는 자들을 봐라. 미카엘.”


넌 나 하나로 모자라 저 많은 인간을 죽여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신의 종으로 살기로 했기에 네게 내려진 시련이라는 것을.


“···무엇이 어리석은 것인지 알게 되는 것은 멀지 않을 것이다.”


형제를 베고 신이 사랑한 인간을 처단하며 단 날개 두 장으로 종으로 군대를 이끈다.

신의 뜻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 지금의 순간을 이해하리라고.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형제를 베기 위해 검을 들었으나 긋지 못했다.

되려 여유롭게 뒤를 돌아가는 루시퍼를 보며 저울을 뒤로 숨겼다.


-“신이시여···. 제 마음을 짓밟은 자를 죽였습니다. 부디 저를 위해 용서를 내려주세요.”


다시금 들려오는 어리석은 자들의 죄악을 고백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신이 이런 자들을 곁에 두시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미카엘은 루시퍼와 같은 생각을 담았다.


-“매일, 매일··· 헌금을 내고 기도했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오늘은 제가 한 사람을 때렸습니다. 신이라면 용서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아멘.”

-“저 쌍X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죽게 해주세요. 저딴 쓰레기가 살지 않게···.”


쉬지 않고 매일 같이 기도하고 죄를 고백하는 자들에게서 어떻게 희망을 보셨을까.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끝없는 기도에 무능력하게 눈을 감았다.



*



적막이 이어진다.

말이 없는 촬영장에 조용히 눈을 느리게 뜨는 정의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되게 잘하네.”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도 정의는 무언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며 감독에게 걸어간다.

그리고 감독은 그가 무슨 말을 할 거라는 걸 아는 사람처럼 웃었다.


사람들은 감독의 사인만 기다리며 서 있었고 감독의 앞에 선 정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건지 알겠어요?”

“···네.”


미묘한 웃음을 짓던 감독은 조용한 분위기를 깨며 입을 뗐다.


“NG.”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둘만 분위기가 달랐다.


“다시 찍도록 하겠습니다.”


온정의와 감독 박정찬만 분주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해는 안 되지만, 감독과 배우가 그러겠다는데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시.”


1번.


“다시 한번만 더 가겠습니다.”


10번.


“다시, 가겠습니다.”


20번의 도전에도 온정의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고, 감독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NG 속에 결국 박정찬 감독의 말이 이어졌다.


“···나중에 따로 추가 촬영하겠습니다. 다음 배우 모셔와.”


온정의는 조용히 카메라 앞을 벗어나 구석진 곳을 찾아 앉았다.

잘 안되는 연기에 머리를 쥐어박으며 막혀버린 연기에 한숨을 내쉰다.


작은 몸으로 웅크리자 정말 작아진 온정의를 보며 걸어오는 메튜는 대충 옆을 털어 앉았다.


“···오셨어요?”

“그럼. 내가 누군데.”


말없이 온정의는 고개를 숙였다.

미카엘로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미카엘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분명 자신은 미카엘이어야만 하는 것이 맞는데도.


그건 배우로서 실격이었다.


“리딩 때랑 실전은 다르지?”


메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메튜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에 손을 투박하게 얹었다.


“근데 내가 보기엔 너 되게 잘했어. NG라고 생각 못할 만큼.”


메튜의 말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후련한 얼굴로 떠난 메튜를 잡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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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4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6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5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7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18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1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39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5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4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5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5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0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0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4 15 12쪽
» 18. 미카엘 (1) +1 22.05.31 161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4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7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1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6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5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5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7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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