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OR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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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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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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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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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HONOR CLUB




DUMMY

# 뉴 페이스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회장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구회장이 그동안 수고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구회장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러는 건 아니라는 걸 여러분들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정회장은 잠시 말을 끊고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 명씩 자세히 쳐다보았다.


-구양순 회장과 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던 클럽입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클럽에 모인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아져 이제는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된다고 해도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클럽을 운영해 오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가 왜 없었겠습니까? 오히려 지금의 위기는 웃어 넘길 정도로 더 큰 시련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위기를 결국에는 다 이겨냈고 앞으로도 이겨낼 겁니다.


클럽을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이미 특수부에서 클럽의 존재를 파악했고 몇몇 회원님들의 정보가 그 쪽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구진호 회장에게 들으셨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구회장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더 시간을 끌다가는 아예 클럽 자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여 정회장의 말에 동조했다.


-우리 클럽의 회원님들은 그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함께 모으고 봉사해 왔습니다. 그동안 이 나라에 전쟁의 위기가 얼마나 많이 있었습니까? 게다가 경제가 완전히 파탄날 정도의 위기도 있었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클럽의 회원님들이 가장 먼저 앞에 나가 위기에 맞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행동을 보며 이 클럽을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클럽의 존재를 모르고 있겠지만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주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고 숙명이었기 때문입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정회장의 말에 크게 환호하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오직 한 사람, 정우그룹의 박찬영 회장을 제외하고는.


-정회장,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언제 이 나라를 위해 봉사했다고 하세요, 하하하. 전 그냥 입에 풀 칠이나 하려고 했을 뿐인걸요. 하하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박회장을 보며 수근대기 시작했다.


-박회장님,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박회장님이 누구보다 이 나라를 위해 애쓰고 수고하신 걸 여기 모이신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하하. 미국 애들이 북한에 선제 공격을 하려고 할 때도 제일 먼저 미 의회에 쫒아가 상원이며 하원이며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을 만나 직접 설득하신 분이, 바로 박회장님이 아니십니까? 하하하.


북한의 핵 실험이 정도를 넘어선 무렵 미국은 북한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정계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미국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미 정계에 연줄이 있던 박회장은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반대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만약 미국의 선제 타격이 있었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거야..., 그런 일이 있으면 여기 모이신 분들, 모두 손해가 막심하지 않겠습니까? 기껏 유럽에서 볼 차는 애들 가슴에 회사 로고 크게 그려 넣고 이제 주식 좀 팔아보려고 하고 있는 데, 여기서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쟁이 나면 다 죽는 거 아니겠어요? 그 돈이 다 얼마입니까? 전쟁이 나더라도 내가 투자한 돈은 다 뽑아낸 다음에 나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박회장! 아니, 우리를 무슨 돈만 밝히는 천박한 장사치로 보는 겁니까!


여기저기서 박회장의 말에 반발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돈만 밝히지는 않지요. 세상에 좋은 것이, 돈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하하하.


정우그룹은 유럽의 명문 축구 클럽의 스폰서였다. 유럽인들에게 축구는 신앙과도 같은 신성한 것 이었다. 정우그룹이 축구 클럽을 지원하고 나서 정우그룹의 주가는 배 이상 올랐다.


박회장의 비수와도 같은 날카로운 독백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자자, 아무튼 이 나라를 위해 HONOR CLUB이 꼭 필요하다는 데에는 다들 다른 이견이 없으실 걸로 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을 이곳으로 모신 이유는 구회장의 신변에 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 지, 그걸 듣고 싶어서 여러분들을 모신 겁니다.


정회장은 회의실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규칙대로, 클럽에 위기가 왔으니 관리인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강남의 대형교회를 이끌고 있는 권수혁 목사였다.


-권목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위기가 올 때 대응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규칙이 아닙니까? 그러니 규칙대로, 구회장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권목사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도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며 구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데에 뜻을 함께 했다.


애당초 그들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은 요식 행위에 불과할 뿐이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도 이미 구회장이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역시 구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구회장이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각자의 상념에 빠져 있었다.


-구회장에게 어떤 죄목을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까?


마치 자신이 검사라도 되는 것처럼 정회장은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개인적인 비리로 하시죠. 호란까지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까요.


박회장의 의견에 다른 사람들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은 제가 책임지고 자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릴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정회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들여보내세요.


회의실 문이 열리고 회의실로 걸어 들어온 사람은 바로 강기호였다. 강기호는 자연스럽게 정회장 옆으로 다가와 섰다.


-제 밑에서 일하는 강기호 지부장입니다.


강기호는 허리를 굽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사람은 호란 그룹의 강이사가 아닙니까?


강기호를 알아 본 권목사는 정회장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정회장 옆에 서 있는 사람은 호란그룹의 강기호 이사였다.


-하하하. 권목사님 아직도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맞습니다. 얼마 전까지 호란그룹에 있던 강기호 이사입니다.


-얼마 전까지요?


-네. 이 친구하고 구회장이 조금 다투는 바람에, 지금은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의 호란 그룹은 거의 이 친구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지금의 호란 그룹이 있기까지 제일 공이 많은 사람을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이 친구를 꼽을 겁니다. 그만큼 유능한 친구입니다.


사람들은 호란그룹의 강기호 이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HONOR CLUB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회원들을 밖에서 보면 그들이 마치 한 회사가 아닌가 하고 착각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건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클럽의 회원들은 각자 상대방의 회사에 기업 스파이를 심기 일쑤였고 때로는 약점을 찾아내 협박을 하기도 했다. 비단 클럽 밖의 경쟁 기업들에게만 가혹하게 대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란 그룹과 경쟁하는 기업은 클럽 안에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구회장이 물러나고 나면 클럽은 새 관리인이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클럽 관리인의 자리가 공석이었던 적은 클럽이 생긴 후로 한 번도 없었습니다. 클럽의 관리를 한시도 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약식이긴 하지만, 여기 있는 이 친구를 클럽의 새 관리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제 마음을 여러분에게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클럽의 관리인은 막강한 힘과 책임을 가진다. 클럽의 관리인은 통상 전임 관리인이 추천을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클럽의 창업주가 선임할 수 있었다. HONOR CLUB의 창업주는 구양순과 정태일 이었다. 구양순이 모든 사업에서 손을 뗀 지금, 관리인을 선임할 권리는 철저하게 정회장의 몫이었다.


-클럽의 창업주이신 정회장님이 벌써 마음에 두고 계시다면 저희로서는 따를 수 밖에 없지요. 정회장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딱히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클럽의 규칙을 적용시켜 보아도 정회장의 발언이 문제 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들 저를 믿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럼 구회장의 신변이 정리되는 대로 신임 관리인의 선임을 클럽 통신망을 통해 공표하겠습니다.


강기호는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회의실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강기호를 바라보는 정회장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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