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2)
64.
백발의 남자가 계속한다.
"이건 공포야!
세상은 점점 많은 가능성을 버리고 스스로 단순해지고 있어!
세상은 [아날로그]를 버리고,
[디지털]을 선택한 때부터,
미쳐버리기 시작한거야!
마치 . . . 마치 . . .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들까지 정해진 위치에 떨어지게 하려는 미친 짓이랑 같은 거야!
지금 생물들의 멸종도,
모두 [시스템] 때문이야.
네시, 거대한 바다뱀, 빅풋, 유니콘, 용, 불사조, 키메라!
이게 모두 환상의 동물들인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저 옛날 동서양의 신화들에,
모두 유니콘과 용과 불사조가 있을까?
이집트 사막에 놓여있는 스핑크스가,
그저 상상의 동물일 것 같나?
환상의 동물들이 아냐.
모두 시스템에 의해 단종된거야.
그리고선,
시스템이 가르치는 대로,
이건 모두 환상일 뿐이야,
라고 믿어버리게 된거라고!
[프로그램] 규명을 위한,
[시스템]의 작업이야.
세상이 단순해져야,
[프로그램] 파악도 쉬워지거든.
인간도 마찬가지야 . . .
인간의 사고라는 것도 단일화되고 있어.
[시스템]은,
모두의 머리에 똑같은 걸 심어주고는,
모두들 그게 자신의 생각인지,
착각하게 만들고 있어.
[인풋]에 맞는,
[아웃풋]만 생각해내는,
단순한 사고를 교육하고 있는 거야.
머리 속은,
숫자계산으로만 요란하고,
자기생각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어.
저기 저 친구 보이나?"
남자가 가리키는 곳에는,
이지적인 안경을 쓰고,
심각한 얼굴로 신문을 보는,
환자가 앉아있다.
"저 친구의 전생은,
이별에 있지 않아.
다른 별의 사람이야!"
병준의 표정이 당황스러워진다.
"그래!
외계인이지!
저 친구가 살았던 별의 이름이 그 뭐더라 . . .
. . . 그래!
[EAST-COW]별이랬어.
[이스트카우]별에서,
최후까지 생존한 종이,
도대체 몇 종류인지 아나?
인간과 소 뿐이었어!
정말 단순한 구조지?
유일한 먹이 공급자인 소가 있고,
또 유일한 소비자인 인간 뿐이었어!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곧 이어서 [이스트카우]의 [시스템]은,
[프로그램]을 완성시켰어!
그리고 그 별은,
[미스티끄]가 됐어!
하나의 의식체!
완전한 [프로그램]!
의지를 가지고 살아움직이는 우주!"
남자의 눈빛이,
엇박자로 멍해지며,
말을 멈춘다.
잠시의 정적 뒤,
" . . . 였었지 . . .
네가 이 별로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 . .
. . . 하지만,
네가 돌아왔어!
이제,
[미스티끄]도 네 앞에서는,
불완전할 뿐이야!!!"
남자가 말을 마치자,
더욱 큰 정적이,
휴게실 전체를 내려 덮친다.
휴게실 안의,
모든 환자들이,
백발의 남자를 바라보며 서있다.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친다.
곧 환자들 모두가 병준과 남자를 향해,
박수를 보낸다.
어지러운 박수소리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는 굳은 표정으로,
병준이 서있다.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병준을 바라보며,
남자가 다시 말한다.
"기억하나?
저 먼 옛날,
그곳에서,
네가 무엇을 보았는지?
너는 우주의 끝을 보았어!
너는 아무도 모르는 이 세상의 실체를 본 거야!!
[시스템]도,
[미스티끄]도,
네가 본 걸 탐내고 있어!"
"웃기지마!
난 그런 거 몰라!"
"아니 . . .
'그'가 너의 기억을 돌려놓을 거야."
"'그'가 누구야!"
"닥터!
그는 인간이 아니야!
그는,
네가 숨기고 싶은 하나하나까지,
네 머리 속에서 모두 긁어낼 거야!
그에게 지지마!
네 자신을 지켜!
환상에 빠지지마!"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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