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게임 엔딩을 보지못해 이세계에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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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21 22:41
최근연재일 :
2022.06.19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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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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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DUMMY

거리를 관통하며 지나간 강력한 충격파에 때마침 근처에 있던 다른 사이클롭스가 두 사람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그곳에 자신의 동족이 쓰러져있는 모습을 본 사이클롭스는 거대한 방망이를 쥐고서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강하다는 사이클롭스라도 오기노 마나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라스트 퀘스트'의 게임에서는 오기노 마나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의 조작에 영향을 받기에 사이클롭스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적처럼 느껴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후우.."


그녀가 작게 숨을 들이마쉬고 빠르게 사이클롭스를 지나치자 그 거대한 육체는 순식간에 크고작은 상처들로 도배되었다.


"크어억-"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 한쪽 무릎을 굽히고서 간신히 쓰러지는 것을 면한 사이클롭스를 돌아보며 오기노 마나는 다시 한 번 레이피어를 겨누었다.


"자, 잠깐만..!!"


또 다시 눈앞의 사이클롭스의 의식을 잃게 만드려는 마나의 자세를 보며 타케루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분명 이곳에 있는 사이클롭스들은 아인족을 납치한 인간들에게 가담하긴 했지만 그건 무언가로부터 자신들의 마을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유가 어떻든 사이클롭스들이 했던 짓이 정당화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타케루는 가능하다면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타케루..? 거기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잖아..!"


"미안해,마나. 하지만 이 사이클롭스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뿐일지도 몰라."


"이용당하다니.. 사이클롭스가..? 누구한테..?"


"그걸 지금부터 알아내고 싶어. 그러니까 여기서는 내게 맡겨주지 않을래..?"


사이클롭스에게 공격받아 엉망이 되어버린 모습으로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하는 그를 마나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주저앉은 사이클롭스를 향해 겨누고 있던 레이피어를 거둔 마나는 혹여나 타케루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곁에 있어주었다.


"이봐!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지? 네 동족은 죽은 게 아니라 기절한 것 뿐이니까 화내지 말고 잠시 이야기 좀 하자."


"인간.. 나를 죽여라.. 너희 더러운 인간과 하고싶은 이야기.. 없다.."


어째서인지 지금 막 이 자리에 나타난 사이클롭스는 인간을 경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타케루는 그가 인간을 경멸하는 이유가 분명 거래를 제안한 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천천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건 네 대답에 따라 다르지. 가능하다면 너희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녀석이랑 대화를 하고 싶은데."


"..지위.. 그런 거 없다.. 모두 평등하다.."


"그런가, 그런가. 그럼 말하지. 너희 사이클롭스들은 분명 마을을 지키고 싶어서 누군가와 거래를 했다고 했지? 우리도 너희 사이클롭스 종족에게 거래를 제안할게. 물론 선택은 너희들 몫이야."


이세계의 사이클롭스는 무서워 보이는 거대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본래는 싸움을 싫어하는 평화로운 종족이었다.


먼저 자신들을 공격해오지 않는 이상 절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사이클롭스가 타케루의 이야기에 망설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들 역시 아인들을 노예로 거래하는 이곳을 지키는 일같은 건 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너희에게 바라는 조건은 두 가지야. 하나는 너희들에게 먼저 거래를 제안한 자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 둘째로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소속이 되는 것. 이 두 가지를 약속한다면 국가에서 너희 마을의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약속할게."


"자,잠깐.. 타케루..! 그게 무슨 소리야..!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의견도 묻지 않고 그렇게 멋대로..!"


마나의 말대로 지금 타케루가 제시한 조건은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어떤 장로와도 이야기되지 않은 조건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당당히 거래를 제안하는 이유는 강한 확신이 있어서였다.


"걱정하지 마,마나. 마침 이곳에는 다섯 장로 중 두 명의 장로가 와있는 상태야. 사정을 잘 이야기해서 그 둘을 설득시키면 남은 세 장로 중에서 앞으로 한 명만 더 긍정적으로 받아줘도 거래는 성사 될 거야."


이미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규율에 대해서도 전부 꿰고있는 타케루가 강하게 확신하듯 말하자 마나는 차마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조건은 엘든 포레스트 국가에게 있어서도 절대 손해보는 거래가 아니야. 사이클롭스 종족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삼으면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든든한 전력이 늘어나는 셈이니까."


타케루가 제시한 조건에 한참을 망설이던 사이클롭스는 결국 그 거래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알겠다.. 거래.. 받아들인다.. 하지만 확실한 대답이 필요하다.. 인간.. 우리 사이클롭스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장로들과 만나기를 희망한다.."


자신이 설득을 시키기도 전에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사이클롭스의 부탁에 타케루는 마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무거운 한숨을 내쉰 그녀는 마지못해 납치당한 아인들을 탈출시켰던 길로 타케루를 안내했다.


사이클롭스가 이곳 지하로 내려오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은 확실히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지고 통로도 굉장히 넓었다.


벽에 걸려있는 횃불에 의지해서 묵묵히 길을 따라 걷던 그 때였다. 벽면으로 길게 뻗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불처럼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타케루는 통로 한 가운데 때마침 호무라가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아, 호무라! 마침 잘 왔어. 여기 이 사이클롭스 종족이랑 잠깐 이야기를 나눠주지 않을래? 엘든 포레스트 국가와 거래를.."


열심히 사정을 설명하던 그의 머리 위로 한 줄기 불꽃이 스치더니 곧 뒤를 따라오던 사이클롭스가 힘없이 지면위로 쓰러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피던 타케루는 머리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사이클롭스의 시체를 보며 굳어버렸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인족을 납치한 인간들에게 가담한 녀석들의 이야기 따위는 들을 가치도 없어."


그 때 그들이 벗어난 노예시장에서 들려오는 사이클롭스들의 포효에 타케루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불바다가 되어버린 그곳을 탈출하려는 사이클롭스들은 호무라가 불러낸 용암골렘에게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이클롭스가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이 통로였지만 용암골렘이 이 통로의 앞을 막고 선 것이었다.


마치 눈앞의 생명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괴물처럼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이클롭스들을 일격에 때려죽이는 용암골렘.


그렇다고 서둘러 노예시장을 벗어나지 않으면 이미 번질대로 번져버린 뜨거운 불꽃에 삼켜져 뼈도 남지 않고 불타죽는 운명이 그들을 기다릴 뿐이었다.


"기다려, 호무라..!! 저 녀석들은 원해서 이런 일을 했던 게.."


"코바시가와 타케루! 네가 우리 아인들을 구하는데 협력해 준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으마! 하지만 우리 엘든 포레스트 국가에 지나친 간섭은 삼가해줬으면 해. 동족을 건드린 녀석은 그게 누구라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게 내 대답이다."


그렇게 호무라가 떠나가고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전)노예시장의 삭막한 경치를 바라보며 타케루는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마나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싶은 마음에 용기내어 말을 꺼냈다.


"타케루는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그래, 맞아.. 난 분명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야.."


힘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마을을 지키고 싶어서 더러운 일을 해야만 했던 사이클롭스들이 학살을 당하는 동안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잘못한 걸까.. 사이클롭스를 데려오지 말고 호무라에게 내가 먼저 설득을 했다면.."


더 나아가 사이클롭스들이 죽게 된 이유가 자신때문인 것처럼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 그의 손을 마나는 조심스럽게 잡아주며 말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까 결과가 꼭 좋지 않아도 최선을 다한 타케루가 스스로를 자책할 이유는 없어."


지키고자 했던 것을 지켜내지 못했음에도 열심히 노력했다고 마나는 격려를 해주었다.


오기노 마나는 강했다.

타인의 약한 면을 덮어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그는 그런 마나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그녀가 지금의 모습 그대로 행복해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한다. 지금처럼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절대 그녀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타케루는 한 명도 남지않고 용암골렘에게 사냥을 당한 사이클롭스들의 시체를 보며 확신했다.


"마나.. 괜찮다면 내게 검술을 가르쳐줘."


"갑자기 검술은 왜..?"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검을 다루는 법을 익힌다면 지금의 무력한 자신보다는 조금 더 지키고 싶은 것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궁극적으로는 오기노 마나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함이지만 그 외에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어.. 그게.. 마나 네가 그랬잖아..! 몸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는 건 그만해줬으면 한다고.. 그래서 나도 조금은 그.. 검술같은 무예를 배워두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진짜 이유를 마나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또 무리하려고 한다며 그녀가 검술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타케루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그런 이유라면 당연히 가르쳐 줄게!"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고 싶다는 목적이 크게 와닿았는지 마나는 활짝 웃으며 그의 부탁을 너무나 쉽게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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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뢰와 업적의 차이 22.06.19 40 0 10쪽
29 움직이기 시작한 이교도 22.06.18 15 0 9쪽
28 그 주인공의 일상은 아픔뿐이었다 22.06.17 20 0 9쪽
27 마침내 두 사람은 그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게되었다 22.06.16 19 0 10쪽
26 그 주인공도 히로인도 결국은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22.06.15 25 0 9쪽
» 그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22.06.14 18 0 10쪽
2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22.06.13 19 0 9쪽
23 작전 개시 22.06.12 19 0 9쪽
22 그 주인공은 처음으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22.06.12 17 0 9쪽
21 결성! 아인 구출 동맹! 22.06.11 20 1 9쪽
20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두 장로와 마주치다 22.06.11 19 1 9쪽
19 그 용감했던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22.06.10 33 0 9쪽
18 예상치 못했던 이교도의 접촉 22.06.09 21 0 9쪽
17 마녀의 싸움은 이세계에 재앙을 부른다 22.06.08 20 0 9쪽
16 그 주인공은 변해버린 히로인의 모습에 굳어버렸다 22.06.07 23 0 9쪽
15 그 여왕은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멸망시켰다 22.06.06 23 0 9쪽
1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서 타락했다 22.06.05 27 2 9쪽
13 히로인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위해서 다짐한다 22.06.04 36 2 10쪽
12 가끔은 주인공도 엑스트라에게 격려를 받는다 22.06.03 32 0 9쪽
11 마녀의 각인을 가진 마물을 쓰러뜨리다! +2 22.06.02 51 2 9쪽
10 마녀의 각인이 새겨진 마물 22.06.01 54 1 9쪽
9 죽음을 되돌리기 위한 댓가 22.05.31 28 1 10쪽
8 틀어진 계획과 복잡한 관계 22.05.30 29 1 9쪽
7 이 주인공은 히로인의 눈물을 보고 말았다 22.05.29 45 0 10쪽
6 이 여왕은 개미를 죽일 때도 대포를 쏩니다 22.05.28 45 1 9쪽
5 거부할 수 없는 협박 22.05.27 51 3 10쪽
4 여왕을 알현하다 22.05.26 103 10 10쪽
3 그 에로게임 속 현실은 게임보다 훨씬 잔인했다 22.05.25 70 13 10쪽
2 그 에로게임의 여주인공은 너무도 상냥했다 22.05.22 97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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