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무당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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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호옷
작품등록일 :
2022.05.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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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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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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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무당견습생(1)

DUMMY

똑똑,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신발장으로 가서 현관문을 열었다.

김영하였다.

컨디션이 좋은지 얼굴에는 싱글벙글이 한가득이었다.

손에는 두툼한 편지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 비밀 얘기 안 해 줄 거야?”


뜨다만 눈을 비비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참, 봐도 봐도 신기하네. 대체 어떻게 했길래 내 컨디션이 이렇게 날아갈 것 같냐, 이 말이야! 암기력이 3배는 올라갔고, 자고 일어나면 하나도 안 졸린 거 있지? 막혔던 문제도 술술 잘 풀리고!”


“다행입니다. 그 정도면 시험에 합격하실 수 있겠죠? 시험 전에 딱 하고 감이 오지 않습니까?”


“그래! 이번엔 100%야! 그리고 이거... 기분이 업 돼서 조금 더 넣었어.”


예스!


“아... 받아도 될려나 모르겠네요...”


“사양하지 말고 받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내 방에 자주 놀러 와.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먹고 싶은 것도.”


“아...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오히려 내가 감사하지.”


방문을 닫고 나는 봉투를 조심스레 열었다.

조금 더 넣었다는 말이 이상하게도 기대에 부풀어 오르게 하고.

150만원? 200만원?

봉투에는 만원 짜리가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빼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세기 시작했다.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오십장......


음?


칠십장...... 팔십장...... 구십장......


음??


백장....... 백 오장......


그게 다였다.

오만원을 더 넣어준 것이다!

하긴..... 어쨌든 같은 고시생 처지. 그를 이해하자.

이것도 감지덕지 아닌가?


한 달 용돈이 50만원. 고시원 월세 30만원.

무려 25만원이 남았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그 전에 가볼 곳이 있다.

나는 불효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뭐... 여태껏 살아온 바에 의하면 불효자나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이라도 효도하자!


***


엄마 가게는 홍대 근처에 위치해 있다.

물론 가게 월세 때문에 홍대라고 부르기에 애매한 변두리에 위치해 있지만.

버스에서 내려 젊은 기운이 마구 솟구쳐 나오는 홍대 거리를 구경하면서 길을 걸었다.


젊은 기운이 샘솟는 분위기답게 길거리에는 예술인들도 많았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지망생.

독특한 무늬의 반팔 티셔츠를 파는 디자이너.

트럭 푸드에서 자신이 개발한 음식을 파는 요리사.

작은 천막을 설치하여 타로 카드로 점을 봐주고 있는 점성술사.


음... 점성술사?


나는 그 앞에 서서 작은 천막을 넌지시 봤다.


-타로 만 원-

천막에 매직으로 크게 쓴 글씨.


한 커플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20대로 보이는 여자 점성술사는 타로 카드를 몇 번 섞다가 커플에게 몇 장을 내밀고는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10분도 채 안 되어서 커플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왔다.


10분에 만원.

100분에 십 만원.


9시부터 5시까지 총 540분.

그렇다는 이야기는 하루 수입 54만원.


물론 손님이 계속 들어오지 않기에 평균 10만원 정도?

타로 카드 점괘가 잘 들어맞는다고 소문이 난다면 54만원은 무리도 아닐 것이다.


이거... 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


로또 맞았을 때와 맞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나는 엄마의 가게 쪽으로 걸었다.


엄마의 가게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는 엄마, 진주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게 안은 꽉 차지는 않았지만 3분의 2정도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진주의 명연기에 감탄한다.

그 엄마의 내 동생 아니랄까 봐.

깜박 속아 넘어갔다.


가게 문을 열었다


“희재, 오랜만이다.”


서빙을 하던 주방 아주머니가 제일 먼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주방에서 엄마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왔어? 무슨 일이야?”


진주를 이용하여 나를 압박했으면서도 엄마는 시치미 뚝이다.


“이거 주려고 왔어요.”

나는 엄마에게 돈 봉투를 내밀었다.

당연히 85만원은 뺀 상태.


엄마는 주방 아주머니에게 일을 맡기고 봉투를 슬쩍 열어본다.


“엥, 이게 뭐야? 이십 만원?”

“알바 좀 했어요. 아니, 그런데 왜 진주시켜서 장사 안된다고 해요...”

“내가 진주를? 그런 적 없는데...”


진짜인가...

평소 때의 엄마라면

“인석아,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이럴 텐데.

반응이 정반대이다.


“걔는 여기 장사 안 된다는 거 어떻게 알았대. 휴, 오늘 며칠 만에 손님 많은 거야. 너 쓸데없는 알바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 돈은 걱정 말고.”

걱정스러운 엄마의 표정으로 보아...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휴, 알았어요. 괜히 왔네...”

“희재야, 온 김에 돈까스 좀 먹고 가.”


어렸을 때부터 돈가스와 냉모밀을 지겹게 먹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10분 뒤, 돈가스 먹은 것을 후회했다.


얼마 있지 않아 엄마는 왕돈가스를 가지고 내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내 앞에 앉았다.


“근데 무슨 알바한 거야?”

“네... 뭐 그냥 건설 현장 가서.”

“그래도 우리 아들 장하네? 이렇게 용돈을 줄 생각을 다 하고.”


갑자기 머쓱해져서 나는 머리를 긁었다.


“그래도 나중을 생각해서 공부해야 해. 엄마가 살아보니까, 꼬박꼬박 월급 받고 잘릴 일 거의 없는 일이 제일 좋더라...”

“알았어요...”

“그리고 희재... 너는 재능이나 좋아하는 게 없으니까...”


잘 나가다가 결국은 이런 식이다.

엄마의 잔소리에 울컥하지만 참는다.


“...나중에 입에 풀칠할 정도만 됐으면 좋을련만...”


돈가스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하나도 맛을 못 느끼고 있다.

우리 집안의 내력이라면 내력일 수 있다.

칭찬은 안 하고 항상 걱정에 걱정.

그럴 의도는 아니지만, 그 걱정은 남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이어지고.

하지만 엄마랑 싸울 수는 없다.

묵묵히 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돈가스를 먹는다.


“그러니까 딴생각하지 말고... 내년은 무리더라도 내 후년에는 시험에 꼭 붙을 수 있게 해봐. 알았지?”


나는 마지막 한 점 남은 돈가스를 입에 넣고 일어났다.

얼음 컵에 든 콜라를 마셔서 엄마의 잔소리와 느끼한 돈가스를 시원하게 내려보낸다.


“열심히 할게요. 그럼 저 이만 들어가 볼게요.”


나는 가게 문을 열고 나와서 한숨을 푹 쉬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내 자존감이 팍, 내려앉았다.


내가 이런 존재란 말인가!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여태껏 살아온 행보를 보면 엄마가 나를 그렇게 못 믿을만하다.

고등학교까지 성적은 중위권에서 놀고, 대학은 1학년 다니고 학사 경고 때문에 자퇴.

그리고나서 군대에 가고.

제대하고는 빈둥빈둥 놀다가, 엄마가 제대로 마음먹고 해보라고 공무원 시험을 권했고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나.


휴...


괜히 좋은 일 하러 왔다가 기분만 안 좋아진 상황이다.


내 상황과 다르게 홍대거리는 활기 한 가득이고, 저 멀리 타로카드 점을 치는 천막이 보인다.


돈을 벌 능력이 나에게 있다.

엄마에게 나를 증명 시킬 수도 있는 능력.

거기에다가 이 일...

나한테 꽤나 잘 맞는 것 같다.


나는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헉. 헉.”


“희재 무슨 일이야?”

엄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엄마...”


“응?”


“이제 용돈 안 보내셔도 돼요! 절대 보내주지 마세요! 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제 밥벌이는 제가 하면서요!”


“어?... 갑자기? 뜬금없이... 왜 그래... 엄마가 아까 말한 거 때문에 서운했어? 그게 아니라...”

“알겠죠! 일단 용돈 안 보내는 거 약속해요!”

“참 애도. 그래! 좋아. 한 번 싸나이의 패기로 해봐!”


엄마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


그렇게 말을 했다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일단 문제가 [호랑이의 영감] 이것은 아무렇게나 막 발동되는 게 아니었다.

어제 엄마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하필 퇴근 시간이라서 수많은 사람이랑 몸을 부딪쳤지만, [호랑이의 영감]은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발동되는지 알려주면 좋을련만...

무당의 서는 너무 불친절했다.


하지만...

엄마한테 그렇게 말은 했으니까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내 능력에 맞게 적절한 문구를 써야 했다.


몸이 찌뿌둥 하십니까?

공부가 잘 안되십니까?

자도자도 피곤이 안 가십니까?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당신을 괴롭히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허무맹랑 점집으로 오십요!

해결해 드립니다.


3시간에 걸쳐서 완성한 문구와 내 최초의 점집 이름이다. 허무맹랑.


허무맹랑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손님이 점을 보러 와서 [호랑이의 영감]이 발동되지 않는다면...

허무하게 돌아가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내 점집 이름을 보고 점을 못 본 것에 대해서 손님이 납득을 할 것이다.


어제 사 온 2절지에 이 문구를 매직으로 휘갈겼다.

맨 위에는 –허무맹랑 점집!- 이라 쓰고.


음... 이것으로 준비는 다 됐다.


다음은 변장!

곧 죽어도 얼굴 팔리기는 싫다.


얼굴을 반 정도 가리는 검정 선글라스를 썼다.

그뿐이다!

마침 여름이라서 선글라스를 썼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종이를 둘둘 말고, 밖을 나섰다.


중간에 철물점에 들려서 접이식 간이 의자와 책상과 미니 장우산을 샀다.


양손에 짐이 가득한 채 홍대 거리에 도착했다.


사실, 엄청 떨려서 도망가고 치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기도 하는데...

선글라스가 큰 방패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강력한 마음이 나의 발걸음을 묶어 놓는다.


음... 점집이나... 타로 가게 옆으로 자리 펴기는 그렇고.


옳거니! 캐릭터를 그려주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옆이 한가해 보인다.


20살 초반, 작은 키로 보이고,

동글동글한 얼굴, 사슴 눈처럼 초롱초롱하고,

코에는 피어싱을, 얇은 입술은 립클로즈를 발랐는지, 윤기가 흐른다.


군대에서 배운 것 중 하나!

어디서나 텃새가 존재한다.

고로! 주인이 없는 땅이라 하더라도 마구잡이식으로 자리를 잡으면 안 된다.


맞은편에 있는 카페로 가서 달달한 흑당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물론 테이크 아웃으로.

그것을 받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대학생 쪽으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캐릭터 그려드려요?”

“그게 아니라... 일단 이것 좀 받으세요.”

나는 커피를 건넸다.


“무슨 일이세요?”

“그게... 저... 옆에서... 장사 좀 할 수 있을까요?”

“음...”

학생은 옆을 잠시 바라보더니,

“마음대로 하세요. 제 땅도 아닌데.”

“오오, 고맙습니다.”

“네에! 설마 그림 그리는 건 아니죠?”

“당연하죠. 저 그렇게 염치없는 놈 아닙니다!”

나는 활짝 웃었다.

“잘됐어요. 장사하시게 되면 이쪽으로 손님도 더 몰릴 테니까, 저한테 그림 의뢰도 조금 더 들어오겠네요.”


오호, 그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이 학생 장사 수완이 좋은데?


“음... 근데 뭐 파시게요?”


나는 당황했다.

아무래도 이 사회에서는 점집이라는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


나는 대답 대신 둘둘 말린 종이를 펴서 다시 반대편으로 둘둘 말은 후 펼쳐 보였다.

학생은 내가든 종이를 유심히 보더니,


“엥... 무... 무당이세요?”

여자는 쫌 놀란 눈치다.


“아... 무당까지는 아니고... 음... 연습... 아니... 견습생이라고 해두면 될 것 같네요.”


“오, 신기하네요. 그런 것도 견습생이 있나 보네요? 정말 신기하네.”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이라서 나는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무당 견습생 차희재라고 합니다!”

“네에! 저는 이윤지! 저도 화가 견습생이라고 해두죠!”


이렇게 해서 무당이 되기 위한 나의 첫걸음이 막을 올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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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4화 라스트(16) 22.12.23 170 4 19쪽
213 213화 라스트(15) 22.12.22 140 4 17쪽
212 212화 라스트(14) 22.12.21 195 4 29쪽
211 211화 라스트(13) 22.12.20 140 4 23쪽
210 210화 라스트(12) 22.12.19 154 4 21쪽
209 209화 라스트 (11) 22.12.18 153 4 16쪽
208 208화 라스트(10) 22.12.17 145 4 20쪽
207 207화 라스트(9) 22.12.16 156 4 13쪽
206 206화 라스트(8) 22.12.15 158 4 20쪽
205 205화 라스트(7) 22.12.14 170 4 14쪽
204 204화 라스트(6) 22.12.13 158 4 17쪽
203 203화 라스트(5) 22.12.12 162 4 17쪽
202 202화 라스트(4) 22.12.11 201 4 15쪽
201 201화 라스트(3) 22.12.11 177 6 16쪽
200 200화 라스트(2) 22.12.09 180 5 15쪽
199 199화 라스트(1) 22.12.08 189 5 15쪽
198 198화 예상하지 못한(6) 22.12.07 178 4 17쪽
197 197화 예상하지 못한(5) 22.12.06 186 3 17쪽
196 196화 예상하지 못한(4) 22.12.05 181 4 15쪽
195 195화 예상하지 못한(3) 22.12.04 179 4 14쪽
194 194화 예상하지 못한(2) 22.12.03 179 3 16쪽
193 193화 예상하지못한(1) 22.12.02 176 4 16쪽
192 192화 역공(11) 22.11.30 181 4 14쪽
191 191화 역공(10) 22.11.29 173 4 11쪽
190 190화 역공(9) 22.11.28 172 5 18쪽
189 189화 역공(8) 22.11.27 196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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