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무당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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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호옷
작품등록일 :
2022.05.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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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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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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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라스트(14)

DUMMY

[크크큭... 역시 이 주술에 걸리면 못 돌아오지..]


악의 화신이 주술을 건지,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허당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신이 있는 세계가 허구의 세계라는 것을 말이다.


환각 주술···


이 주술에 당한 사람은 자신이 궁금했던 세상으로 이동한다.


그동안 허당은 그것을 제일로 궁금해했다.


-무당의 서-와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환각 주술로 인해 허당은 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최면에 걸려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허당.


[크크... 아주 잘하고 있어!!]


최면에 걸린 허당을 악의 화신은 조종하고 있었다.

환각 주술을 건 주술자의 특권이었다.


“크아아아악!!”


완전히 악의 영혼으로 물든 허당은 한국에 있는 선의 무리를 소탕하기 시작했다.

식은 죽 먹기보다 더욱 쉬웠다.


“크아아아악!!”


염력으로 순식간에 선의 무리들을 한 방에 제압했다.

그것도 전혀 알지 못하고 환각 주술에 걸린 허당은 자신이 궁금했던 세상에서 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환각 주술···

빠져나오는 방법은 허당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상 세계라는 것을 눈치 채면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세계는 너무 완벽했다. 현실과 100% 똑같았으니까.


허당의 운빨 그리고··· –무당의 서-가 만든 작전.


무당의 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감이 좋았던 탓에 한 가지 작전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무당의 서-가 굳이 동료들을 만들어 준 이유···


그 작전이 여기에 먹힐지도 몰랐다.

운빨과 –무당의 서- 작전이 모두 먹혀야만 허당이 환각 주술에서 풀리게 된다.


***


9월.


주술에 걸린 지, 100일째.


“크크크···”


침대에서 누워서 으트브를 시청 중. 벌써 5시간째였다.


“진짜 끝없는 바다와 같구나···”


100살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으트브를 시청한다고 해도, 한 백만 분의 1 시청하려나? 정말 어마 무시한 영상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영상을 올리니, 그 수는 무한에 가까웠다.


“음··· 잠깐 쉬어갈까.”


계속 재미있는 영상들만 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면역이 되어서 나중에 웬만한 재미있는 영상이 아니라면 웃지 않을 걱정이 들었기 때문에.


“이럴 때는···”


나는 영화 리뷰 채널에 들어갔다.

군대에서 신물 나도록 영화를 시청했지만, 가끔씩 영화 리뷰 으트브를 시청하기도 했다.

개그 BJ가 영화 리뷰를 하면 평점 최하 영화라 해도 재미있게 하는 마법을 부렸으니까.


“응···? 추억 돋네.”


군대에서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가 리뷰에 올라와 있었다.

제목은 트루먼 x.

줄거리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주인공의 인생을 통째로 드라마로 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자신이 드라마를 찍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주인공이 태어났을 시점부터 수 만명의 사람이 주인공을 속였기 때문에, 전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원도 한 지역 크기를 드라마 세트장으로 만들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할 수 있었다.

거기에 세트장의 모든 것이 현실과 똑같았다.

빌딩이며, 자동차며, 도로며, 거리며, 모든 게 똑같았다.

세트장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게끔.


맞아··· 이 영화를 보고 군대에서 이학주병장이 또 갈궜었지.


“야 차희재!”

“이병 차희재!”

“너는 저런 상황이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거냐···?”

“네! 당연히 영화 주인공처럼 해결할 겁니다.”


영화 주인공이 그 세계가 드라마를 찍는 가상 세계라는 것을 눈치 챈 결정적인 이유는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조연들 때문이었다.

주인공을 아끼고 사랑하는 조연들이 그 드라마 세상에서 빼내려고 도움을 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학주 병장은 고춧가루답게 말도 안 되는 갈굼을 실행했다.


“하··· 넌, 임마 눈치가 없어서 조연들이 도와줘도 절대로 못 빠져 나 올 거다. 너 일로 와봐라. 내가 인생에 대해 알려줄 테니까···”


하··· 무슨 대답을 해도 갈굼을 했을지도.


“그러고 보니··· 내가 눈치가 없긴 없었지···”


그래서 군대에서 유난히도 잔소리를 많이 얻어먹었다.


눈치 없는 게 죄도 아니고···


“휴··· 근데 내가 지금 저 주인공 상황이라면···?”


나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게 다 거짓이라면···?”


오랜만에 나답지 않은 철학적인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영화는 영화일 뿐이야···”


나는 다시 재미있는 으트브 채널로 들어갔다.


***


주술에 걸린 지 120일째


10월 초···


“희재야, 편의점이나 가서 한 사발 먹자.”


내 방에 들어온 박대치가 배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출출 했는데···”


나와 박대치는 고시원을 빠져나와서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 섰다.


“희재야, 요즘 공부는 잘돼 가?”

“어? 아니··· 다른 일 구해보려고. 일단 알바부터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그게··· 내년부터는 엄마가 용돈을 안 준다고 해서···”

“아···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라. 알바하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어.”


쿵쾅!


박대치의 말에 내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포기하지 말라고···?


왜 저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요동친 거지.


포기는 내 일상이었다.

그러니 공무원 시험 또한 거의 포기상태 아닌가?


“요즘 정말 이상해···”


박대치를 만날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많이 들었고, 심지어 오늘은 심장까지 요동쳤다.


“희재야, 뭐 해. 초록 불이다.”


박대치의 말에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횡단보도를 다 건너서 편의점으로 들어가다가 멈추었다. 편의점 옆 골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어이, 학생들··· 거기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지···”


옆방의 또라이··· 아니, 김영하의 목소리였다.

한 달 전쯤에 박대치에게 그 이름을 듣게 되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박대치가 김영하에게 지우개를 빌리는 바람에 둘은 친해졌다고 했다.


알고 보면 또라이가 아니었다고···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형 같다고···

불쌍한 형 같으니까 잘해주라고···


박대치가 김영하를 평가한 것을 요약하자면 이와 같았다.


“무슨 일이지···?”


나와 박대치는 방향을 바꾸어서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교복을 입은 불량 학생 3명과 김영하가 대치 중이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상태.


“담배 피는 것도 안 좋은데··· 쓰레기까지 이렇게 버리면 안 돼. 지구가 오염되고 있다고···”


김영하는 훈계하듯 아이들을 타일렀다. 하지만, 껄렁한 놈들한테 잔소리가 먹혀들어 갈 리 없었다.


“아저씨가 뭔데 참견이야!”

“나 참, 오지랖도 넓네.”

“퉷!”


맨 끝에 바가지 머리 남학생이 주먹을 세게 쥐고 다가갔다.


“아저씨 한 판 붙자고!”


그러자, 김영하가 주춤주춤 거렸다.


“그게···”


약간 겁먹은 표정의 김영하.


그때 박대치가 앞으로 나아갔다.


“어이··· 학생들···”


묵직한 말투의 박대치.

불량학생들이 고개를 우리 쪽으로 돌렸다.


“야! 튀어!!!”


박대치의 큰 덩치와 끝내주는(?)얼굴 때문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망가는 불량학생들.


“괜찮으세요?”


박대치가 김영하에게 다가갔다.


“어··· 대치씨··· 고마워.”

김영하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의 표시를 했다.


“무슨 일이에요?”

박대치가 말했다.


“공부도 안 되니까 내가 이상해졌는지 모르겠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러서, 공부가 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착한 짓 좀 하려고···”


힘없는 김영하의 목소리에서 괜스레 측은함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오염으로 인해서 지구가 망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지구도 한 생명이니까 당연한 말인지도 몰라. 오염이 되면 지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그럼 인간들도 죽는 거잖아? 그래서 착한 짓 좀 할 겸 요새는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 있어. 그럼 혹시나··· 공부가 잘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하긴 7년째 고시 공부를 해도 안 되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겠지.


그러고 보니···

군대에서 그런 영화를 봤었다.

그 영화에서 슈퍼컴퓨터가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예측을 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

지구의 인구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과값.


가만··· 이 영화의 내용을 얼마 전에 기억한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쿵!


또 한 번 내 심장이 크게 뛰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뭐지···?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정말 병원에 가야 할 판이다. 정신병원이나, 심장 전문의로.


“뭐라도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박대치가 말했다.


“아니야··· 이제 공부해야지···”


김영하는 고개를 숙이며 우리 옆으로 지나갔다.


“안 됐어··· 검사가 되어서 모든 범죄를 뿌리 뽑는다고 했었는데···”


박대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영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박대치, 김영하 둘은 고시생이지만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런 것과 정반대로 알바 자리를 구해야 할 판인데···


나는 편의점으로 향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군대 있을 때가 좋았어···”


그런 거창한 꿈 따위는 내게는 사치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


주술에 걸린 지 150일.


10월 말···


“크크크···”


으트브를 시청한 지 6시간째.


“으트브 없는 시대에는 대체 어떻게 살았던 거지···?”


책을 편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내가 한 일은 결국, 으트브 보기였다.


“다음 생애를 노리는 수밖에!”


이제는 완전히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

누군가는 포기하면 인생을 실패한다고 했지만, 또 누군가는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했다.

결국,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기로 결정했다.


“오, 이 영상이 떠 있네···”


으트브 핫한 영상에 오랜만에 군대에서 봤던 영상이 떠 있었다.


“추억 돋네···”


이학주 병장 때문에 자주 봤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미스테리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그러니까, 미스테리가 일어나는 장소에 PD가 가서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폐쇄된 산, 폐쇄된 정신병원, 폐가 등등···


“정말 무서웠지···”


주작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너무 리얼리티 해서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장롱의 거울이 저절로 깨지는가 하면···

문이 저절로 끼이익- 움직이는가 하면···

갑자기 텔레비전이 저절로 켜지는가 하면···


공포 그 자체의 다큐.


“최근 들어서는 무슨 영상이 있나···”


폐쇄된 동물원을 주제로 한 영상이었다.


[자, 저희 미스테리 팀이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


두 명의 진행자와 화장이 진한 영매술사가 동물원 입구에 서 있었다.

동물원은 으스스, 했다.

안개가 흐르고, 간판은 너덜너덜하고.


[음··· 영매술사님, 확실합니까? 이 백호가 여기에 저주를 일으킨 게 맞습니까?]


PD가 영매술사한테 A4용지 크기의 사진을 내밀었다.

카메라는 그 사진을 클로즈업하고.


A4용지 크기의 사진에는 고양이··· 아니 백호의 사진이었다. 그것도 새끼 백호···


그 순간이었다.


쿵!


내 심장이 크게 뛰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쿵! 쿵!


또 한 번 요동쳤다.


그리고는 갑자기 환청 같은 것이 들려왔다.


[허다앙··· 허다앙···]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버렸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진짜 정신병원이라도 가야 하는 부분이냐···”


나는 핸드폰을 책상에 그대로 놓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더 이상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허다앙··· 허다앙··· 이라니···


확실한 건, 진짜 저 백호 때문에 저 동물원 안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젠장···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가야겠다.

심장도 이상한 데다가 환청까지 들리니···


***


11월 초···


“희재야, 용돈 부쳤어. 내년부터 알지? 이제 두 달 남았어. 엄마 친구 아들들은 전부 자기 힘으로 공부하더라고···”


어제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바로 통장을 확인했는데 원래 용돈에서 4분의 1이 줄어든 돈을 입금했다.

미리 위험을 알려준 것이었다.


“하··· 이제부터 진짜 알바 해야겠네···”


나는 핸드폰으로 으트브 대신 알바 사이트에 들어갔다.

뉴스에서는 취업난, 취업난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일자리는 많았다.


호프집, 카페, 편의점, 치킨집, 배달, 물류 등등···


“치킨집이나 해 볼까···”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어서 치킨집 후기에 대해 검색했다.


- 치킨 튀기는 거 보통 일이 아닙니다. 기름 냄새에, 잘 못 하면 화상도 입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후기였다.


하··· 어쩐지 맛있다고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힘들게 만드는 법이니, 맛있을 수밖에···


이번에는 물류 쪽 후기를 찾아봤다.


- 군대보다 더 힘들다. 다시 군대 간다.


대부분 이런 후기였다. 젠장···


다른 알바 후기를 찾아보는데 다 똑같았다.


서비스업은 진상 손님 상대하는 것에 정신적으로 힘들고, 힘쓰는 일에는 몸이 힘들고···


모두 다 극한 직업인 것이다.

내가 할 소리는 아니다만···


“진짜 먹고 살기 힘들구나···”


그래도 어쨌든 무엇이든 해야 해서 나는 동네 근처에 있는 알바 자리를 찾아봤다.

돈을 못 벌어서 한동안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일은 더 끔찍했으니까.


“응!?”


있었다. 그것도 고시원 바로 편의점. 그것도 야간 타임이었다.


“밥 걱정도 안 되고 거리도 가깝고···”


나는 바로 양식에 맞춰 문자를 보냈고, 바로 답장이 왔다.

이따 오후 7시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편의점 하면서 미래에 뭘 할지 좀 생각해 봐야겠네···”


나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역시 혼자 있을 때는 심장이 괜찮아···”


누운 채로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었다.

박대치랑 영하형이랑 만날 때만 간혹 심장이 요동쳤다.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 하고···”


2주일 전에 병원에 갔었는데 심장 전문 병원과 정신과에 갔었다. 하지만 아무 이상도 없다고 결과가 나왔다.

정신과 선생님이 말하길···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험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입니다.”


응···?

나는 공부도 안 하고 으트브 보기만 하는데···


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는 병원에 나왔었다.


“알게 모르게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


이제 스무 살 중반, 아무 꿈도 희망도 없이 살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도··· 아주 어렸을 때는 근사한 꿈을 가졌었는데···

뭐였더라··· 맞아.


“지구를 지키자···”


어렸을 때는 만화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외계인이나, 흡혈귀나, 괴생명체나··· 그런 놈들한테 지구를 지키기 위해 뭔가를 하겠다고 꿈을 가졌었는데···


“하···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됐지.”


정말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심각하게 생각해서 뭐 하냐··· 잠이나 자야겠다.”


나는 눈을 감고 곧 잠에 빠졌다.


***


11월 중순···


삑-


“1800원입니다.”


나는 손님한테 거스름돈을 받고 포스기 안에 넣었다.


“안녕히 가십요···”


내 인사에 손님은 인사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이 생활도··· 벌써 이 주일 째네.”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하여 다음 날부터 편의점에 투입되었다. 편의점 일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쉬웠고 금방 일을 배웠다.


“개꿀이다. 크크크···”


야간에는 손님이 없어서 으트브를 보는 시간이 많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했어야 했던 건데··· 젠장!


“어휴, 지난주에 미스테리 탐험대 봤냐?”

“진짜··· 그거 귀신 짓 같더라.”

“소름 끼치더라.”


테이블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남자 3명의 떠드는 소리가 내 귓속에 들어왔다. 술 한잔을 했는지,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남자들이 떠드는 얘기의 주제를 딱 알아차렸다.


지난주, 케이블 방송국의 미스테리 탐험대에서 나온 주제.


폐가에 간 으트버가 그대로 심장 마비된 사건을 다룬 영상이었다.


미스테리 탐험대 PD들이 폐가에 들어가자, 영 탐지기 EMP의 유리막이 산산조각 나고.

온도도 급격히 영하 20도로 내려가고.

이상한 소리도 녹음기에 계속 잡혔다.


주작일 가능성은 낮았다.

으트버가 사인 모르는 심장마비로 죽었으니까


“나는 그런 거 보면 웃기더라. 왜 무당들은 항상 퇴마는 안 하고, 그런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만 보여주는 거냐···”


키가 작은 남자의 말이 끝나는 그 순간··· 내 심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쿵!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번에는 박대치도 없고, 김영하형도 없는데 심장에 이상반응이 왔다.


“퇴마사 같은 건 판타지야···”


쿵!


키가 큰 학생이 말했을 때, 내 심장이 한 번도 요동쳤다.


젠장··· 대체 왜 이러는 거냐···


곧 남자 학생들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넘겼고, 내 심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다.


빵!


갑자기 밖에서 울리는 트럭의 클렉션 소리.

편의점에 낮에 빠져나간 물건들이 새로이 오는 시간이었다. 이것을 정리하는데 4시간의 노동이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 시간에 종종 불이 깜박였는데


편의점 물건을 싣고 있는 트럭은 항상 새벽으로 넘어가는 12시쯤 왔다.

근데··· 꼭 그 시간에, 3일에 한번 꼴로 천장에 달린 불이 꺼졌다 켜졌다, 깜박거리기를 반복했다.


방금 미스테리 탐험대 이야기를 들어서 인지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틀에 한 번꼴로 냉장고의 기온이 영하 10도나 더 떨어지기도 하는 현상도 발생되었고.


“여기에 선영이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니냐···”


얼마 전에 죽은 선영이가 원혼이 되어 편의점을 돌아다닐지도 몰랐다.

젠장···


그래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부터는 용돈은 없었으니까.


***


12월 31일.


“무료하네···”


편의점 일을 시작한 지 2개월째, 특별한 일은 없었다.

편의점, 고시원을 거의 반복하다시피 다녔다.


“답은 없다.”


피타고라스의 명언은 정말 명언이었다.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 고민해 봐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말 답이 없었다.


2021년 새해 되기 16분 전.


다들 새해 해맞이를 보러 놀러가서였을까?


오늘따라 편의점에 손님이 한산했다.


띠링-


갑자기 문이 열렸다.


“하이!”


박대치였다.


“하이! 대치야 웬일이냐!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나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희재 너, 좋아하는 치킨 사 왔다. 친구잖냐!”


박대치의 손에는 메이커 치킨 2봉지가 들려 있었다.

캬··· 역시 박대치! 넌 내 평생 동료로 삼는다.


“여기에 와서 같이 먹자.”


나는 박대치에게 계산기가 있는 카운터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냥 저 테이블에서 먹으면 안 될까? 영하형도 오라고 했는데···”


박대치의 말 끝나기가 무섭게 편의점의 문이 열리고, 내 옆방에 사는 김영하가 들어왔다.

공부가 잘 되지 않는 건지, 여전히 눈 밑에 다크서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마지막 날인데, 뭐··· 사장님도 봐주겠지.”


나는 카운터에서 나와서 저편에 있는 테이블로 갔다.

곧 우리 셋은 테이블에 앉아서 치킨 봉지를 펼친 후,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 내년에는 반드시 꿈 이뤄요!”


박대치의 파이팅과 다르게 나와 김영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들,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요. 힘내요.”


박대치의 한 번 더 파이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김영하는 묵묵히 닭다리를 뜯고 있었다.

하··· 그래도 배가 고프긴 한가 보다.

암울한 상황인 것 같은데도 닭다리를 맛있게 뜯는 거 보니···

진짜 웃픈 상황이네···


“나도 닭다리나 뜯어야겠다.”


닭다리를 들어서 입에 넣는 그때··· 내 심장이 한 번 더 요동쳤다.


쿵!


뭐지···?


김영하와 박대치··· 이렇게 셋이서 치킨을 먹은 건 분명 처음인데, 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분명 뭔가 있어.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계속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 몰라···


나는 두 손으로 양 볼을 세게 꼬집었다.


만약이다··· 만약에, 내가 꿈을 꾸고 있다면?

사실은 김영하와 박대치 이 둘과 무지막지하게 친한 사이라면?


하지만···


내 두 볼은 얼얼한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희재야, 너 갑자기 왜 볼을 꼬집어?”

“아니··· 그냥···”


내 행동을 보고도 무표정한 김영하가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나는 내년 시험이 마지막이야··· 역시 흙수저가 그렇지. 검사가 되어서 범죄자들 다 때려잡는 건 개소리였던 거야··· 인생이 원래 이런 거 아니겠어···”


그래도 올해 마지막 날이라고 신세한탄을 하고 싶었나 보다.

아니면 여기로 오기 전에 술을 약간 마셨던지···

저런 말을 하는 김영하가 더욱 안쓰럽게 다가왔다.


“형··· 너무 낙심하지 말아요. 붙을 수 있어요. 같이 세상을 바꿔 봐요.”


박대치가 응원을 했다.


“나 따위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냐···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김영하의 한탄에 내 심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쿵!


젠장··· 뭔가 잘 못 돌아가고 있는 게 틀림없어···


하지만 내 주위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확실하다. 뭔가 틀림없이 뭔가 있는 거야.


갑자기 내 감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감을 더욱 자극시키기 위해서 치킨을 마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껌을 씹으면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는 개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이제 5분 남았다. 자, 그래도 다 같이 내년에 잘 되자고 소원을 빌어요!”


박대치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너희는 아직 젊어. 뭔가 그럴싸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인생이 뭐 별거 있냐. 큰 꿈을 꾸어야 해. 예를 들면 거창하게 한국을 지킨다느니 말이야.”


김영하의 신세 한탄이 끝나는 그때···


띠링!


편의점 문이 열리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전화통화를 하고 들어오는 여자.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맞아.

전에 홍대에 엄마 가게 갔을 때, 장우산을 펼쳐놓고 캐릭터 그림을 그리던 여자였다.


“아휴··· 갑자기 자동차가 멈추는 거 있지? 정비소에 연락해서 기다리고 있어.”


여자는 전화 통화를 하며 커피가 있는 코너로 다가갔다.


그 순간 내 심장이 정신없이 요동쳤다.

내 심장이 이렇게 요동치는 원인, 그녀 때문이었다.

내 감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쿵쾅쿵쾅!


그녀뿐만 아니었다.

박대치와 김영하랑 그녀까지 합세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내 감이 또 한 번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아···”


오른손으로 심장을 갖다 대자,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뛰는 게 고스란히 손에 느껴졌다.


그때였다.


착-


편의점 문이 저절로 잠기더니 갑자기 천장에 있는 수십 개의 형광등이 깜빡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후···”


심지어 입에서는 입김이 나왔다.


“꺄아아악!!”


커피를 고르던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편의점 문 쪽으로 달려가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박대치도 일어나서 이동하여 문을 열어보려고 노력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문.


“여기에서 몇 달 전에 알바생이 죽었다면서··· 그 여자애의 저주가 시작된 건가. 마지막 날 우리를 같이 끌고 가려고···”


김영하가 헛소리를 시전 했다.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박대치가 테이블 밑에 있는 의자를 들어서 창문을 향해 내려치지만 편의점 문은 꿈쩍도 안 한다.


[너희들 모두 다 죽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

누구의 목소리인지 한 번에 알아차렸다.


여기에서 죽은, 나에게 유통기한 지난 김밥을 주던 선영이 목소리였다.


나는 요동치는 가슴을 잡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핸드폰은 통화불능 표시.

역시 원혼의 짓이었어···


“차라리 잘 됐어··· 이렇게 황천길 가는 게···”


계속 헛소리를 시전 하는 김영하···


쿵!


내 심장이 더욱더 요동쳤다.


왠지··· 왠지··· 지금 상황에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감이 들었다.


“어떻게 좀 해봐요!!! 꽃다운 나이인데 죽기 싫어요!!!”


20대 여자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젠장···”


쾅! 쾅!


박대치는 계속 의자로 편의점 문을 쳐댔다.


[이 구역에 들어온 이상 모두 다 죽는다···]


선영이의 걸걸한 목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편의점 안은 점점 추워져 갔다.

마치, 북극에 온 것처럼.


추위와 심장이 요동치는 고통에 내 몸은 어쩔 줄 몰랐다.

확실한 건 여기에서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감이 계속 들고 있었다.

내 목숨뿐만 아니라··· 어쩌면 세상 전부가 끝날 것 같은 감···


“헉··· 헉···”


체력이 완전히 소진되었는지 박대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털썩 주저앉았다.

20대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김영하는 아예 테이블에 엎드렸다.


“제발··· 어떻게 좀 해봐요···”


여자가 힘겹게 말하면 간절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저 여자애 분명히 알고 있는 사이야··· 오랫동안···


분명하다.

저 말투, 저 눈빛 예전부터 봐왔던 사이였다.


만약··· 만약에··· 이게 현실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게 트루먼 X영화처럼 현실이 아니라면?

나는 원래 이렇게 찌질한 인간이 아니라면?

여기에서 내가 죽어서 세상 전체가 무너지는 거라면?


만약에 이 모든 게 정말 그렇다면···?


그런 생각이 들자, 심장이 더욱더 요동쳤다. 시한폭탄이 곧 터질 것처럼.


쿵쾅! 쿵쾅!!


이건 현실이 아니야···


계속 현실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외치자, 몇 달 전에 봤던 미스테리 동물원 편이 떠올랐다.


[허다앙... 허다앙...]


내 귀에 들려온 던 환청에 분명 힌트가 있어.

허다앙 발음이 좀 길었던 것 같은데 줄인다면···?


허당!?


그 생각에 미치자 내 머릿속이 폭죽 터지듯 뒤죽박죽 돌아갔다.


“으아아아악!!!!!!”


내 머릿속에는 주마등이 마구 지나갔다.


“저기요··· 어떻게 좀 해봐요··· 제발···”


20대 여자의 간절함에 내 머릿속에서 주마등이 확- 순식간에 모두 다 지나갔다.


“제발요··· 꽃다운 나이에 죽기 싫다고요···”


20대 여자의 말에 나는 씨익- 웃었다.


“윤지야, 우리는 반드시 산다.”

“어떻게 내 이름을···”


이윤지가 눈을 토끼 같이 동그랗게 뜨는 그때 편의점 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즈즈즉... 즈즈즉...


아니, 이 세상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너희는 다 죽을 거야...]


선영이가 계속 걸걸한 목소리를 냈다.


[조까!]


나는 중지로 트레이드 마크인 경례를 힘차게 했다.


그러자


파지지직!


편의점 바닥이 완전히 갈라졌고, 내 몸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다시 내 몸속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악의 화신 기다려라···


놈을 단번에 박살 낼 것 같은 감이 내 온몸을 감쌌다. 내 온몸을 감쌀 정도의 감.

놈을 단 번에 부술 확률··· 200%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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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5화 라스트(17) 22.12.24 153 3 26쪽
214 214화 라스트(16) 22.12.23 170 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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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2화 라스트(14) 22.12.21 195 4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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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03화 라스트(5) 22.12.12 162 4 17쪽
202 202화 라스트(4) 22.12.11 201 4 15쪽
201 201화 라스트(3) 22.12.11 177 6 16쪽
200 200화 라스트(2) 22.12.09 180 5 15쪽
199 199화 라스트(1) 22.12.08 189 5 15쪽
198 198화 예상하지 못한(6) 22.12.07 178 4 17쪽
197 197화 예상하지 못한(5) 22.12.06 186 3 17쪽
196 196화 예상하지 못한(4) 22.12.05 181 4 15쪽
195 195화 예상하지 못한(3) 22.12.04 179 4 14쪽
194 194화 예상하지 못한(2) 22.12.03 179 3 16쪽
193 193화 예상하지못한(1) 22.12.02 176 4 16쪽
192 192화 역공(11) 22.11.30 18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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