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흡혈자들-(부제: 정준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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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2.05.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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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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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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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DUMMY

“그 효란 아이 영국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에이, 무슨 소리. 일반의 중국인들이 영국인을 어떻게 알겠어. 없는 게 정상이지. 그리고 효는 제가 살던 마을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하던걸.”


손사래를 쳐대는 모모 선장을 에단은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나도 그렇게 생각이 되어서 말이야. 그 효라는 아이를 선장이 데리고 있으면서 사람 찾는 걸 도와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데, 그 아이는 안심하고 의지할 곳이 생기는 것이고 당신 입장은 도움을 준 은인의 입장이 되니 당당하게 그 차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깨달음은 선장의 눈을 키웠다.


지켜보던 에단은 안타깝게 한마디 툭 던졌다.


“선장 당신,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내가 보기에 그 아이,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껌뻑거리는 눈에 에단이 답답한 숨을 쉬었다.


“어휴, 그 차 말이야. 그거 그 아이가 만든 거라면서. 나라면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겠네. 정 안되면 동업을 제안할 수도 있고.”


“쿠당탕.”


“갑판장!”


나뒹구는 의자는 뛰어나가는 선장의 급한 마음이다.


“쯔쯔쯔. 벌써 늦은 것 같은데. 어찌나 돈 버는 감각이 없는지.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찾는다.”



‘매입 화물 종류 단가’

‘상회별 주문 물량 및 선적 위치’


어질러진 책상에 절로 한숨을 나왔다.


서류들을 빠르게 읽어 내리며 흐트러진 장부들과 함께 차곡차곡 다시 정리했다.


‘호오, 제법인데.’


장부 목록들이 장부를 만든 이를 말해 주고 있었다.


분류를 얼추 맞추며 둘러보는 눈에 벽면의 고비가-서찰이나 시전 등을 끼워 보관하는 벽면 장신구- 들어왔다.


‘탁!’


선장이 문소리와 함께 연신 볼과 턱을 쓸며 나타났다.


“아, 참 고놈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벌써 가 버렸나.”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에단 손에 들려진 편지를 보았다.


“아, 찾았는가? 기대인이 자네에게 전달하라는 게 그 봉투가 맞으이.”


혼자 머리를 툭툭 치던 손을 흔드는 선장을 보며 에단은 피식거리며 봉투를 뜯었다.


“아∼, 분명 수정, 수정 뭐 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는데···. 고대? 태고? 물방울을 가진 수정이라고도 했고. 수정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던 가?”


“투당탕!”


이번에는 에단에 의해 급하게 열어젖힌 문이 세게 부딪혔다.


“뭐, 뭐야?”


뛰쳐나가는 에단을 선장이 황급히 따라나섰다.


‘후투둑 후두툭’


떨어지는 빗줄기가 흠씬 적신 갑판에서.


차아앗


공중에 튀어 오르는 에단이 디딘 바닥의 빗물들이 주변으로 막이 되어 흩어졌다.


공중에서 선미를 훌쩍 넘은 에단은 벌써 선착장 바닥에 내디딘 발을 구르며 다시 도약하고 있었다.


에단의 뒷모습은 빠르게 선장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선장이 고개를 돌렸을 때, 문틀 바닥에 비에 젖은 한지가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정 준. 행방불명 』




서재로 곧장 들어 온 존이 모자를 책상으로 던졌다.


“모두 언제까지 아이들을 착취하려는 건지···. 모모 선장은 여전해?”


답이 없다.


존은 길었던 하루만큼이나 긴 한숨을 쉬며 장갑을 느릿느릿 벗었다.


“내가 뭐랬어. 그냥 기다리라니까. 선장이 자기 일을 떠 맡겨 올지를 몰라서 갔던 거야? 네가 심부름꾼까지 보냈기에 정말 급하게 한달음에 왔는데, 그건 아닌 가 본데.”


모모 선장의 짐 덩어리를 나눴을 텐데, 생각보다 에단은 조용해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망할 놈의 의회 놈들! 오늘 의회를 뒤집어 놓았어야 했는데. 법으로 애들 착취 못하도록 금지하면 뭐하냐고. 법을 먼저 지켜야 할 놈들이 뒷구멍으로 지들 공장에서 애들을 쓰고 있는데. 오늘 아이들 금주법에 최고 쟁점이 나이였어. 합의가 안 돼. 13세, 12세, 어떤 놈은 10세 이하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더라니.”


“그 의원은 주로 10세나 11세로 공장을 돌리나 보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보이던 에단이 대꾸했다.

돌아 본 존이 슬쩍 흥분을 올려갔다.


“그 어린 것들에게 술을 처먹이고 일을 시키니 사고가 많지. 아이들이 반발할 거라는 돼 먹지도 않는 이유까지 어휴. 아무래도 처음 18세는 반발이 너무 커. 협회에서도 아마 나이를 낮추는 타협안을 제시 하겠지.”


“일이 고되니까. 잊으려 술을 먹어 봤던 애들은 더 절제가 안 될 거고 공장 입장에서는 그런 애들 통제가 쉽겠지.”

“그래서, 오늘 너도 같이 그레이 백작을 만나러 가야겠어. 그 양반, 협회에 충분히 도움 될 거야. 재직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백작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하거든. 의회도 무시하긴 어려울 걸.”


“전직 총리?”

“음. 그레이 백작 도움이라도 받아서 빨리 끝내야지. 해 넘기면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너무 커. 의회가 전쟁에만 관심이 쏠려 있어. 예산안 의결로 얼마나 시끄러운 지. 램 수상 쪽이 청과 전쟁을 지지하니···.”


“쟈니!”


말을 끊었지만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다.

존이 돌아 봤지만 에단의 뒷말은 한참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준이,··· 준이 행방불명이래.”


장갑이 책상 위로 툭 떨어졌다.


“기선이 준을 대신해 소식을 전해 왔어. 정황에 대한 말들은 없고 행방불명만 적혀있었어.”

“다른 전언은?”


쿵쿵 울릴 만큼 걷는 존의 걸음에는 아까의 나른함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누구? 준에게서? 없어. ··· 선장을 통해서는.”

“기선은? 편지 외 다른 건?”


“없었어. 선장이 특별히 잊은 게 아니라면. 선장도 이번엔 광저우 빠져나올 때 꽤나 긴박 했었나 봐.”

“아아아. 전쟁 발발 직전이니 그랬겠지. 의회도 매일 상인회 농성에, 전쟁 찬성파 반대파 각자 주장 할 내용들이 뭐 그리 많은 지. 매일같이 설전! 설전! 어휴.”


“어떻게 될 것 같아.”

“팽팽해. 하지만 아무래도 수상이 찬성파니 예산안도 결국 가결 되겠지.”


“우리도 빨리 청으로 가는 배편을 마련해야겠어. 전쟁이 시작 되면 귀찮아 질 텐데 그전에 출항을 서둘러야 할 것 같아.”


존은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쉽진 않겠어. 이미 전쟁에 대한 소문 때문에 당분간 청으로 가는 상선이 있을 것 같진 않거든. 오늘 클럽에서 백작을 만나면 뭔가 도움을 얻어 볼 수 없을까?”


“흠, 클럽에서 백작만 만나?”

“아니. 안 그래도 백작에게 의회에 방문 해 달라는 부탁을 넣어 볼까 하던 차에 글래드스턴 의원을 소개해 주겠다며 백작 쪽에서 먼저 제안이 온 거야. 후원금을 더 원하는 것이겠지.”


“글래드스턴, 글래드스턴. 아하. 윌리엄 글래드스턴 의원! 요즘 지명도가 많이 오르지 않았나? 흐음, 오호.”


무슨 생각인지 에단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반색하며 말을 이었다.


“쟈아니, 생각보다 배는 빨리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단이 알고 있는 글래드스턴 의원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젊고 능력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아직 30대로 연륜이 짧은 그가 보는 세상은 자신이 보고 자라 온 중상류층이 전부였다. 또 다분히 그들 계급의 방식으로 사고하게 잘 훈련된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에단과 존의 입장에서 보면 선입견과 편견덩어리에 머릿속이 꽃밭이란 이야기였다.


하지만 글래드스턴 의원,

그는 선민의식이 바탕에 깔려있기는 했지만 공명심 또한 강한 인물이었다.


“정부가 인도 아삼지역 차를 승인했다더군. 곧 투자자들을 모아 출항시킬 모양이야. 이번 출항에 글래드스턴 의원도 상당한 지분이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지. 그 배를 이용하자.”


에단의 계획은 이러했다.


의원의 공명심과 우월감 그리고 동정심을 자극하자. 투자자로 출항하되, 가능하다면 자연스럽게 청으로 갈수 있도록 의원의 적극적인 도움을 유도해보자.


일을 도모하기 위해 얻어야 할 것이 상대의 동정심이라도 그들에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자작도 클럽에 맞춰 도착하게 해. 우리 미남 백작님의 화려했던 스캔들도 한 번 들춰보자고.”


젊은 시절의 그레이 백작은 정말 엄청난 미남자였다.

20대 이른 나이에 입신한 전도유망한 젊고 잘생긴 백작은 당시 모든 미혼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당대의 사교계 퀸이었던 공작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했다.


의협심이 강한 그들에게 에단과 존 자신들의 동지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줄 예정이었다.

“그런데 에단, 녀석이 잘못 된 건 아니겠지. 따로 뭐 느껴지는 건 없어? 녀석의 능력이 너한테 일부 흡수 됐잖아. 너하고 뭔가 좀 연결 되어 있는 거 아니야?”

“확실하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가. 느낌이 끊어졌다가 약하게 이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이게 준인데, 준이 아닌 것 같기도. 다른 느낌 섞인 느낌인데 정확히는···. 그건 그렇고 피터에게 아이 하나를 수배했어.”


“아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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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2.05.25 23 0 10쪽
»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2.05.24 22 0 9쪽
3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 22.05.24 28 1 10쪽
2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2.05.23 3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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