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武)재능이 레벨업을 못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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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연
작품등록일 :
2022.05.23 20:57
최근연재일 :
2022.06.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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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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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첫 번째 의뢰(1)

DUMMY

8. 첫 번째 의뢰(1)



연택 일행이 떠난 지, 이주 후.


시신만이 지키고 있던 산채.


“뭐에 죽은 것 같나.”


“하나 같이 둔기에 내부가 깨지거나, 통째로 으깨진 모양새입니다. 상처의 형태와 크기로 보았을 때 망치나 쇠막대 같은 무기로 공격한 것 같습니다. 다만, 산짐승들한테 뜯어먹힌 부분도 많고, 부패가 너무 심해서 정확히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원거리 무기거나 권사일 확률은?”


“그게··· 가능성은 좀 낮아 보입니다. 원거리 무기였으면 쇠구슬 같은 형태를 쏘았을 건데, 주변에 도탄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상처 내부에 남은 것도 없었고요. 내부를 그리 깨끗하게 파괴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권사라기에도 조금 애매한 게 목채 문이 파괴된 형태나 통째로 머리를 분쇄한 걸 보았을 때, 면이 넓고 무거운 둔기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검은 장교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시체를 살피던 병사에게 묻자, 그가 자신이 파악한 바를 그대로 보고했다.


주로 검시를 담당하는 병사의 말인 만큼 충분한 설명이라 생각한 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근에서 활동 중인 둔기를 사용하는 기사와 용병의 명단을 정리해와.”


“네!”


그의 명령에 뒤에서 대기하던 병사 중 몇이 응답하며 얼른 뛰어나갔다.


“그냥 산채를 털어먹으려는 용병들이 저지른 돌발행동이면 좋겠는데···.”


장교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내 바닥에 침을 탁 뱉은 그가 등을 돌려 산채에서 멀어졌다.


“젠장,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하나···. 보급관 양반한테 욕 좀 먹겠구만.”


힘 빠진 걸음으로 산채를 나선 남자가 투덜거리며 멀어졌다.



* * *


며칠 뒤.


연택과 소연은 의뢰서와 제퍼슨이 작성한 추천장을 들고 영주성을 찾았다.


시커먼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가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긴장한 경비병이 창을 세우며 경계했다.


“정지, 누, 누구냐.”

“용병 길드에서 왔습니다.”

“아니 무슨, 하필 후드를 써도 시커먼 걸 쓰고 다니고 다닙니까? 사람 놀라게.”


연택이 용병패를 살짝 보이며 답하는 말에 그제야 경비병이 창을 치웠다.


대낮부터 검은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다니는 사람이 오는 길 내내 두 사람 뿐이기는 했었다.


그들로서는 그냥 여관 주인이 사다 준 것이라 딱히 생각을 못 했을 뿐이었지만.


“아무튼,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가서 오른편으로 가면 연무장에 용병들이 모여있을 겁니다. 다른 데로 새지 마십시오. 허락된 구역 외로 들어가시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각양각색의 무장을 갖춘 용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명씩 무리를 지어 서 있는 그들을 지나쳐 연무장 한편에 책상을 깔아두고 앉아있는 쥐수염의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접근에 쥐수염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용병이요?”

“그렇습니다.”


연택은 로브를 살짝 들춰 패를 보이곤 품에서 추천장을 찾아 내밀었다.


잠시 그 추천장을 바라보던 쥐수염이 이게 웬 거냐는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제퍼슨이 이걸 전하라더군요.”

“제퍼슨 지부장이? 어디 봅시다.”


그제야 추천장을 받아든 쥐수염이 몇 차례 ‘호오’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시지요.”


쥐수염이 어느새 하오체를 공손하게 바꾸며 두 사람을 대했다.


그가 밝은 얼굴로 일어나 두 사람을 안내하자 주변에 있던 용병들 사이에 작은 소요가 일었다.


“안 그래도 하급용병들 따위만 잔뜩 지원해대서 불안했는데, 무인이라니 영주님이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영주에게 가는 겁니까?”

“그렇지요. 영주님께서 무인출신이 오면 꼭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그, 말을 높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무인분들 자존심이 강한 건 알지만, 영주님은 고귀한 귀족이십니다. 신경을 거스르면 경을 칠 수 있습니다.”

“주의하지요.”


쥐수염이 그의 말투를 지적하며 그들을 거대한 저택 앞으로 안내했다.


저택 앞에 선 경비는 그 기세나 장비가 일반 병사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쥐수염이 낮은 자세로 다가가 뭐라 고하는 걸 보니 기사 쯤 되는 인물 같았다.


곧 그가 손짓으로 두 사람을 불렀다.


“후드부터 벗으시게.”

“굳이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영주님이 좋아하지 않으시네.”


기사의 말에 연택이 바로 후드를 넘기지 않고, 소연을 바라보았다.


“전 괜찮아요.”

“그래.”


소연이 그리 말하며 먼저 후드를 걷자, 이내 연택도 후드를 넘겨 얼굴을 보였다.


“허어···.”


후드를 벗으라 요청한 기사와 쥐수염이 소연의 얼굴을 보고는 순간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저 예뻐서라기엔 반응이 석연찮았다.


“이, 일단 따라오시오. 무인이라고는 해도 예의는 차리시고.”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을 데려간 큰 집무실엔 녹아내린 크림 같은 형상으로 소파에 파묻혀있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이미 얘기가 되어있었는지 왜 데려왔냐는 둥 묻지는 않았지만, 소연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게 연택은 영 거슬렸다.


“오, 이리와 앉게. 무인이 오면 모셔오라곤 했지만 이리 미인이 오실 줄은 몰랐군.”


허연 백돼지 한 마리가 턱살을 푸들거리며 반기는 모습이 생각나는 호들갑이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소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위아래를 훑기까지 하고 있었다.


소연의 표정이 점차 굳어가자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린 그가 점잖은 체 다시 소파에 몸을 묻었다.


“크흠, 나는 요크셔 벨루스 남작이라 한다.”

“정연택입니다.”

“임소연입니다.”


두 사람이 사무적으로 인사를 받자 얼굴을 꿈틀한 그가 금세 표정관리를 하며 말을 이었다.


“내 무인을 크게 아끼는 사람이라 용병 중에 무인이 있으면 안면을 트고자 불렀다. 벌써 내 밑에는 두 사람의 무인이 기사로 일을 하고 있지.”


맞장구라도 쳐주기를 바라는지 말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는 그를 두 사람이 빤히 쳐다보자 점차 언짢음이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기사들의 대우는 용병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우니, 어떤가? 이참에 아예 명예롭고 부유한 기사가 되는 건? 용병처럼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류 인생보다는 기사로 사는 게 아무렴 훨씬 무인으로서 자존심을 채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는 소연에게 은근한 눈길을 보냈다.


“흠흠, 그대는 참으로 꽃같이 아리땁구려. 그대 같은 미인이라면 굳이 험한 용병질보다는 화려하고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길도 많지 않겠소? 그대라면 이 대 하룬왕국의 남작인 내가 부인으로 평생 호강시켜줄 수 있는데 어떻소?”


그 말을 듣던 연택이 투실대는 저 얼굴에 시원하게 주먹을 꽂아주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소연이 그에게 팔짱을 끼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주님도 참 재미있으시네요. 칭찬은 감사하지만, 제 부군 앞에서 말씀이 과하십니다. 제 부군께서는 화가 나시면 무섭답니다.”


순간 연택이 소연을 돌아보려다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손가락에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리곤 장단에 맞춰 짐짓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깔았다.


“제퍼슨 지부장이 남작님이 점잖은 분이라 칭찬하길래 기대를 했는데, 이건 실망이 크군요.”

“아, 아니···.”

“아휴, 농담이시겠지요, 여보. 설마 대~ 하룬왕국의 남작님께서 남의 부인이나 탐하는 파렴치한이시겠어요. 그렇죠 남작님?”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소연은 어느새 이 상황에 재미가 들린 느낌이었다.


벨루스 남작이 당황하여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이내 소연의 말을 덥썩 물었다.


“그, 그럼!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나 같은 고귀한 인격자도 드물지, 아-암. 분위기를 풀자고 건넨 농담이다, 하하하.”

“역시 그렇지요? 거봐요 여보.”


소연이 웃으며 말을 받자 그제야 황급히 흐르는 땀을 훔치며 호탕하게 웃는 그였다.


“아무튼, 출발은 이틀 후니까 늦지 말고 오도록 해라. 나가봐.”

“그럼, 만나 뵈어 영광이었습니다.”


괜히 기분이 불편해진 영주가 얼른 축객령을 내리자, 마지막까지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 소연이 연택의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문을 나가던 중 남작과 꼭 닮은 젊은 남자가 떠나가는 소연을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두 사람은 그를 그대로 지나쳐 그 길로 영주성을 나섰다.



* * *



남작의 집무실에 닮은 두 부자가 마주 앉았다.


“아버지.”

“왔느냐 버크셔.”

“저자들은 누굽니까? 여자가 아주 제 취향이던데요.”


아들이 혀로 입술을 훑으며 하는 말에 아비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이번 일에 참여하는 용병이다. 무인에다가 부부라는구나. 그 남편 놈만 아니었어도 내가 살살 꼬드겨 봤을 텐데 말이다. 분명 로브를 걷으면 벗겨놓으면 몸이 아주 훌륭할 것 같더구나.


아비의 아쉽단 말에 아들이 웃으며 답했다.


“부부면 어떻습니까, 험한 용병 일을 하다 보면 사고도 나고 죽기도 하고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편이 사고로 죽고 나면 잘 달래서 데려다가 지하에 넣어두고 한동안 써보고 싶군요. 한동안 새 노예가 안 들어와서 매일 같은 것들만 쓰다 보니 조금 질렸습니다.”

“흐음··· 그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슬퍼하는 젊은 미망인을 취하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겠어.”


아들이 아비를 능글맞은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이내 아비가 결정을 내렸다.


“기사단에서 네 명을 차출해서 데려가라. 무인놈들 둘 다 밥값 좀 하라고 하고. 그 남편이란 놈이 힘을 좀 쓰게 생겼으니까 확실하게 해라. 계집은 안 상하게 잘 데려오고.”


아비에 말에 아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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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0. 사람을 찾습니다(5) 22.06.22 96 6 11쪽
38 10. 사람을 찾습니다(4) +1 22.06.21 97 5 11쪽
37 10. 사람을 찾습니다(3) 22.06.20 101 5 11쪽
36 10. 사람을 찾습니다(2) 22.06.20 111 5 12쪽
35 10. 사람을 찾습니다(1) 22.06.19 123 5 11쪽
34 9. 흰 늑대, 오르핀(6) 22.06.17 137 7 11쪽
33 9. 흰 늑대, 오르핀(5) 22.06.16 128 6 10쪽
32 9. 흰 늑대, 오르핀(4) 22.06.15 153 6 11쪽
31 9. 흰 늑대, 오르핀(3) +2 22.06.14 171 7 12쪽
30 9. 흰 늑대, 오르핀(2) 22.06.14 148 7 11쪽
29 9. 흰 늑대, 오르핀(1) 22.06.13 154 6 11쪽
28 8. 첫 번째 의뢰(5) +1 22.06.12 190 6 10쪽
27 8. 첫 번째 의뢰(4) 22.06.11 164 7 10쪽
26 8. 첫 번째 의뢰(3) 22.06.11 170 7 10쪽
25 8. 첫 번째 의뢰(2) 22.06.11 173 7 12쪽
» 8. 첫 번째 의뢰(1) +1 22.06.10 182 6 10쪽
23 7. 도시 벨루스(4) 22.06.09 184 7 13쪽
22 7. 도시 벨루스(3) +1 22.06.08 200 7 11쪽
21 7. 도시 벨루스(2) 22.06.07 202 7 12쪽
20 7. 도시 벨루스(1) 22.06.07 218 7 11쪽
19 6. 스승님(3) 22.06.06 231 8 10쪽
18 6. 스승님(2) 22.06.06 228 9 10쪽
17 6. 스승님(1) 22.06.05 232 8 10쪽
16 5. 연공법(4) 22.06.04 253 12 10쪽
15 5. 연공법(3) +1 22.06.04 251 11 11쪽
14 5. 연공법(2) 22.06.03 242 11 9쪽
13 5. 연공법(1) 22.06.03 243 11 10쪽
12 4. 불시착(3) 22.06.02 238 11 10쪽
11 4. 불시착(2) 22.06.02 244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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