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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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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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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글자수 :
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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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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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6. 확신은 계속해서 필요해

DUMMY

“박은채! 너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배우 은채의 소속사 사장실은 한참 시끄러웠다.


원래 제멋대로인 은채였지만, 그래도 기획사 사장 건우 자신이 커버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였던 것 같은데.


이번엔 하필 건드려도 한국 최초 빌보드 가수라니.


“저쪽 입장하고 똑같다고 우리도 입장 냈어. 그래도 인터넷 가라앉으려면 얼마나 걸리는 줄 알지?”


“.....”


은채는 입을 뿌루퉁하게 내밀고 불만을 잔뜩 내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루 종일 스캔들 기사 막느라 고생한 건우는 폭발했다.


“너 배우 그만하고 싶어?”


그제야 은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건우를 쳐다보았다.


“사장 되더니 잊었나본데, 이 회사 이 정도로 키운 게 나예요.”


알고 있다. 생초짜 매니저 건우와 신인인 은채가 처음으로 시작한 회사였고, 은채가 탑배우가 되면서 회사도 이만큼 성장했다.


신인 때 같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정과 고마움이 쌓여 건우에게 은채는 늘 처음 결심했던 것처럼 최고의 배우였다.


그래서 배우로 성공한 후에 제멋대로 굴었어도, 왠만하면 맞춰줬던 건우이었다.


“그래, 그래서 늘 니 멋대로 해도 내버려뒀지.”


“근데, 왜 이번엔 이 난리인 거예요? 짜증나!”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은채는 현실감이 없는 것 같았다. 건우는 그제야 은채에게 다 맞춰줬던 게 큰 실수였단 걸 깨달았다.


“배우를 그만하고 싶냐고?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은채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건우가 두통이 몰려와 머리를 짚으며 대답했다.


“니가 건드리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세계적인 팬덤을 가진 사람이야. 걔들이 불매며 뭐며 움직이면 너 묻히는 건 일도 아니라고.”


건우는 겁을 좀 주는 게 필요하다 싶었다. 영 틀린 말도 아니고, 이번 기회에 은채의 저 성격을 좀 바꾸고 싶었다.


“왜 이래? 나 대한민국 탑배우 박은채야. 찍는 드라마 전부 대박나는 박은채라고. 내 몸값으로 이 회사 돌아가잖아?”


“은채야.”


건우도 은채를 따라 소파에서 일어나는데 은채가 주먹을 꽉 쥐고 소리를 더 높였다.


“네오비? 그럼 다야? 나 같은 배우가 호감 가지고 먼저 손 내밀면 행운인 줄 알아야 하지 않아?”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구나.


건우가 기가 막혀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 앉는데, 은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똑똑히 봐. 스캔들로 절대 안 끝나고 현실로 만들어줄테니까, 나 박은채가.”


“......”


건우의 두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건우가 괴로운 표정으로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는데, 은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꼭 갖고 말거야, 그 남자.




----




하진은 수연과 같이 출근했다가 회사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지원의 카페에 들렀다.


휴가를 받으면 하고 싶었던 게 참 많았는데,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그런 생각들은 싹 사라졌다.


오히려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얼굴을 보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다.


“수연씨가 너 용서해줬어?”


마침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이라 가장 안 쪽 테이블에 앉은 하진이었다. 하진이 앉은 테이블 위에 지원이 디저트와 음료를 놓으며 맞은 편에 앉았다.


“어, 내 여친은 너무 관대하거든.”


“야아, 이것 봐라. 복에 겨웠구만.”


지원의 반응에 하진이 킬킬 웃으며 음료를 마셨다.


잠시 머뭇거리던 지원이 진지하게 물었다.


“수연씨는 그... 제시인가 뭔가 하는 가수랑... 거기다 너는 잘 나가는 배우랑... 연인이 각기 딴 사람하고 스캔들 연달아 나는 건... 보기는 좀 그렇다...”


걱정스런 지원의 눈빛을 마주한 하진이 음료컵을 내려놓았다.


“그래... 좀 그렇지...”


자신도 알고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럴 것이었다.


“두 사람, 진짜 괜찮은거지?”


“그렇다니까. 나 보고도 모르겠냐?”


하진이 제 얼굴을 가리키자 지원이 픽 하고 웃었다.


“그래, 니 얼굴을 보니까, 내가 걱정할 필요까진 없겠다.”


“......”


하진의 머리 속에 어젯밤 복숭아 향기를 풍기던 수연의 목소리와 얼굴이 그대로 떠올랐다.


-이런 일은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오빠를 믿으니까 괜찮아요. 절대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그래, 이런 일은 언제나 있을 수 있고, 수연도 자신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괜찮은 것은 아니다..


“뭔가... 확실한 게 필요하긴 하겠어.”


“뭐라고?”


중얼거린 하진의 말을 못들은 지원이 되묻는데, 하진은 빙그시 웃기만 했다.


지금, 확실한 뭔가가 분명히 필요하다. 뭘 하면 좋을지 빨리 생각해내야 했다.





----





“너는, 뭐가 그리 급한데 회사 앞까지 찾아와?”


외근 후 하진이 기다리는 카페로 온 유진이 가방을 던지더니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는 형은. 형이 더 급해 보이는데?”


“오랜만에 현주가 일찍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단 말이야.”


정말 잔뜩 짜증을 내는 유진을 보며 하진이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는 하진을 물끄러미 모던 유진이 하진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잔을 들어 몇 모금 마셨다.


“수연씨는 다 괜찮다고 할 거야, 맞지?”


“어?”


뜬금없는 유진의 말에 하진이 깜짝 놀라는데, 유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유진이 하진을 향해 제 이야기를 했다.


“현주도 자주 그러거든. 뭐든, 무슨 일이든, 다 괜찮다고 말이야.”


“......”


현주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이었다. 한동안 유진은 그런 현주 곁에서 제자리를 잃을까봐 현주가 힘든 걸 못 알아챌까봐 전전긍긍했다.


조금은 자신에게 의존해주길, 또 솔직해주길 바라며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유진의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다.


“나는 그저 알았다고만 하고 기다렸는데, 넌 그러지 마라.”


하진이 말하지 않아도, 유진도 수연과 하진의 스캔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하진이 왜 만나자고 했는지도.


“아무리 강한 사람도 괜찮지 않을 때가 많아. 그러니까 괜찮다고 해도, 너는 그냥 넘기지 마. 자꾸 말하고 자꾸 보고 그러라고.”


현주도 수연도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힘든 여러 일을 이겨냈더라도, 괜찮다고 말해도, 곁에 있는 순간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확신은 계속해서 필요한 거야. 그걸 계속 주는 게 사랑의 일부고.”


유진은 덤덤하게 말하는데, 하진은 왠지 감격했다.


역시 형은 현주 누나와 오래 연애한 팔불출이었고, 길 잃은 동생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는 쿨한 형이었다.


“고마워, 형.”


하진이 웃는 걸 보며 괜히 쑥쓰러운 듯 유진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형이 괜히 형인 줄 아냐.”




----




퇴근 후 회사 주차장으로 나온 수연은 하진이 말한 차를 찾았다.


수연이 차의 조수석 옆에 서자 창문이 살짝 열렸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얼른 타요.”


수연이 주위를 둘러본 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차에 탔다.


“오빠, 어떻게 여기까지....”


어제밤에 분명 서로 더 조심하자고 얘기한 것 같은데...


불안한 수연이 하진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창 밖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수연을 하진이 당겨 안았다.


“오... 빠...”


깜짝 놀란 수연이 소리를 지르려다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신을 안은 하진에게서 뭔가 간절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한동안 조용히 안겨 있던 수연이 천천히 몸을 떼고 하진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보고싶어서 못 참겠더라고.”


하긴, 휴가 마지막 기간동안은 오래 붙어 있었으니까. 어제 그런 일까지 있었고.


그럴만하다고 이해하는 수연의 고개짓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진이 웃었다.


“근데, 처음 보는 차예요.”


늘 매니저 영민의 차를 빌렸었으니까.


“지원이가 차 빌려줬거든.”


유진을 만난 후 지원의 카페에 다시 찾아가 제 차와 지원의 차를 바꿔온 참이었다.


“데리러 오고 싶었어.”


“......”


정말 몇 년만의 장기 휴가라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고 했으면서. 그 중 하나가 퇴근길 여자친구 픽업이라니.


다정이 넘치는 하진을 보며 수연도 웃었다.


“퇴근길 픽업 오는 남친, 넘 좋은데... 어떡해요?”


웃는 수연의 뺨에 하진이 입을 맞췄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계속 사랑해주면 되지.”


“......”


가만히 자신을 보는 수연의 머리를 넘겨주며 하진이 덧붙였다.


“전에 네가 말했던 적이 있잖아. 늘 같이 있을 순 없는 게 당연하다고.”


너무 바빠 미안해하던 하진에게 수연이 했던 말이었다.


하진이 수연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러니까,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땐, 그냥... 같이 많이 있으려고.”


하진은 마주한 수연의 맑은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럼, 이제 퇴근할까?”


수연에게 찡긋 윙크한 하진이 핸들을 잡았다. 하진이 운전하는 지원의 검은 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하진씨, 휴가인데 너무 바른 생활 아니예요?”


다음날 오전, 수연과 같이 출근한 하진은 어제와 같이 회사 체육관에서 운동하던 중이었다.


오래 같이 일해서 친해진 트레이너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하진이 트레드밀에서 내려와 물을 마시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실컷 늦잠자고 여행도 가고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오히려 필요한 게 이런 건가봐요.”


수연과 같이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같이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그런 일이.


오늘은 운동이 끝나면 수연이 가고 싶다고 했던 강원도의 한 카페에 사전 답사를 가기로 했다.


카페의 정기 휴일에 통째로 빌리기로 이미 예약을 했다. 그래도 눈으로 보고 준비하고 싶었다.


출근한 수연과 헤어진 후 정원에게 전화가 왔고, 정원은 그 얘기를 듣고는 기뻐하며 같이 간다고 했다.


하진이 운동을 하고 태우러 간다 했지만 정원은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온다고 했다.


“오후엔 어머니하고 유명하단 카페에 가보려고요.”


“와, 하진씨 효자구나. 효자는 별로 좋은 남친은 못되는데.”


“예?”


의외의 말에 깜짝 놀란 하진을 보며 트레이너가 장난스럽게 킬킬 웃었다.


“요즘 여자들은 효자 싫어한대요. 효자면 여자들한테도 자기 부모한테 효도 같이 하자고 하니까 부담스러워 한다나.”


“아아. 그래요?”


휴가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본가에 가서 밥을 먹고, 정원과는 따로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는데, 수연에게는 큰 부담이 될까.


하진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트레이너가 말실수를 한 것 같아 당황했다.


“아... 너무 신경쓰지 마요. 그냥 한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아, 그럼요. 알아요.”


하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트레이너에게 웃어주고 뒤를 돌았는데, 정말 걱정이 됐다.





----




“네, 제가 회사 정문 앞에 나와있어요.”


정원과 전화를 끊은 하진이 회사 정문에 서 있었다. 하진은 정원이 탄 택시가 곧 도착한다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그 때 천천히 한 밴이 하진의 앞에 다가오더니 섰다.


창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익숙하고 불편한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 하진씨?”


배우 박은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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