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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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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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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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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8. 확실한 정리

DUMMY

“도대체 누가 이런 식의 기사를 겁도 없이 쓴 거야?”


서대표가 화가 나서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책상에 던져버렸다.


이틀 간격으로 은채와 하진의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아서 그러잖아도 언짢았는데, 이번에 말도 안되는 기사라니.


한실장이 한숨을 쉬며 태블릿을 들어 읽다 남은 기사 부분을 마저 읽어내려갔다.


‘... 슈퍼아시아콘서트를 기점으로 서로 호감이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의 사진도 팬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채 하진의 부모님을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 회사 앞에서도 공적인 자리인 것처럼 굴었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진 진심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박은채는 하진에게 푹 빠진 것처럼 보였고, 하진도 은채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손을 잡았던 두 사람은 팬들을 의식한 것인지 금방 손을 놓았지만, 날카로운 팬들의 시선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곧 공개 연애를 할 예정이라고 하며, 인터넷에서도 이미 많은 팬들이 두 사람의 막 시작된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


“세상에, 완전 소설도... 이런 소설을.”


한실장마저 태블릿을 놓고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미국에서 제시와 수연의 스캔들에 이어, 한국에서 하진과 은채의 스캔들 기사화라니.


네오비는 워낙 착실한 그룹이라, 스캔들거리를 아예 기자들에게 주지 않은 깨끗한 사생활로 유명했다.


특히 미국 활동할 때 따라다니던 파파라치들이 스케줄과 숙소, 간단한 지인들과의 미팅에서도 이성과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사진이 없다고 토로했었다.


그런데 걱정했던 하진과 수연의 스캔들도 아니고, 이렇게 전혀 말도 안되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다니.


연예계에 오래 있으면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줄은 알았지만, 그게 서대표와 한실장이 아끼는 그룹에게서 일어날 줄은 정말 생각 못했다.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놀란 서대표와 한실장이 고개를 들자 바삐 왔는지 숨을 헐떡이는 하진이 서 있었다.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했습니다.”


숨을 고르며 하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와, 박기자님 덕분에 오늘 클릭수 대박! 대표님께서 성과급 지급한다고 난리예요!”


박민우 기자는 동료들의 환호에 신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탑스타 배우 박은채와 빌보드 스타 네오비 하진의 열애설 기사를 올린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신문사에 취직해 연예계 활동을 취재하며 살아남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본래 사회부 기자가 희망이었던 박기자는 대박 치는 기사 하나만 쓰면 그걸 핑계로 이직을 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회를 노리며 있던 찰나에, 이렇게 복덩이가 굴러들어오다니.


박기자는 앞으로의 장밋빛 나날들을 꿈꾸며 콧노래를 불렀다.


“야, 박민우!”


갑자기 대표가 사무실로 들이닥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를 집어던졌다.


“너 이거 뭐야? 소스 제대로 확인하고 쓴 거 맞아?!”


“아... 예... 왜, 왜 그러십니까?”


노발대발하는 대표를 보며 박기자와 동료들이 숨을 죽였다.


잔뜩 흥분한 대표의 얼굴이 붉그락푸르락 했다.


“그런데 왜 네오비 쪽에서 이 난리야?!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건으로 민형사 다 간다는데?!”


대표가 숨을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데, 곁에서 부장이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유, 대표님, 그거야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요. 사실 인정하면 곤란해지니까...”


“내가 이 바닥 몇 년인데 허풍인지 찐인지 그걸 몰라? 그런 정도가 아니라고!”


대표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박기자가 어깨를 움츠렸다. 저 정도로 화난 대표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사실대로 말해! 이거 소스 누구야? 정확한 거 맞아?”


“다, 당연하죠. 본인한테 확인한 건데요...”


대답하는 박기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대표의 부리부리한 두 눈이 자기를 쏘아보고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증거는?”


“당연히 녹음본 있죠.”


본인 피셜의 기사인데, 나중에 부인하면 덮어쓰는 건 박기자 자신이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백업을 안 해뒀을 리가.


“좋아. 그럼 문제 없지. 이 새끼들, 날 호구로 봤다, 이거지.”


“예에?”


당황해서 더욱 움츠러드는 박기자와 달리 신문사 대표는 당당히 가슴을 폈다.


그리고 전화기를 다시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어? 서대표님? 우리 기사 소스가 명확해. 본인한테 확인한 건데 뭔 허풍을 치십니까?”


위풍당당한 신문사 대표를 보며, 모두가 안심했다. 본래 이런 기사엔 후폭풍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렇게 대표가 난리치는 건 처음이라 모두가 긴장했었다.


“예? 그게 무슨...”


전화를 하던 대표의 낯빛이 바뀌더니, 박기자를 향해 전화기를 건넸다.


“대표님?”


대표가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박기자를 쏘아보았다.


“이게 뭔 소린지 내가 잘 못 알아듣겠는데. 박기자가 직접 좀 들어보지?”


“예?”





----





삼십분만에 박민우 기자는 네오비의 소속사 건물 앞에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동료들의 환호와 대표의 성과급 얘기까지 들었었는데, 왜 내가.


-니가 직접 가서 해결하고 와. 나는 책임 없어.


-대표님!


-본인 피셜 이라고 했잖아? 녹음본도 있다며? 그럼 쫄 거 뭐 있어? 가서 당당하게 들려주고 그래도 소송가면 깐다고 해.


아무래도 촉이 이상했다. 진짜 소송을 갈 수 있을 리가 없고, 간다고 해도 네오비 쪽에 이득 될 리가 없었다.


그러면 오히려 열애설만 더 부각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대표는 박기자에게 뭔가 다 책임지라는 듯 말했다.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말했지만, 이런 열애 기사로 직접 기사 당사자 회사와 기사를 쓴 기자 본인이 만나는 건 한번도 들어본 전례가 없었다.


그래서 박기자는 이상했고, 불안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안 들어오고 계십니까?”


밤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각인데. 박기자가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자 하진이 캡모자를 쓱 올리고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로 놀라시는 분이 그런 기사를 어떻게 쓰셨는지 모르겠네요.”


꿀꺽.


박기자 자신의 침을 삼키는 소리가 온 몸을 울렸다. 불안하고 이상한 예감이 맞아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





잠시 후 박기자는 서대표와 한실장, 그리고 하진과 마주보고 회사 건물 안 어느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분명히 당당한 기사인데, 박기자는 왠지 주눅이 들었다.


당사자인 하진이 너무 표정이 없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본인 피셜 기사라고 하셨다고요.”


서대표가 박기자가 건넨 명함을 보다가 제일 처음으로 입을 뗐다.


그 말에 박기자가 본인은 한 점의 부끄럼이 없다는 듯 당당히 말했다.


“그럼요. 제가 녹음본도 가지고 있는데요.”


“녹음본이요?”


방금 전까지 무표정했던 하진의 얼굴에 큰 동요가 일었다. 그 바람에 박기자는 오히려 화가 났다.


사실이 아니라도 이렇게나 우겨댄다면, 사실은 하진이 은채를 가지고 논 게 아닌가.


“빤히 증거가 있는데, 신문사로 전화해서 소송 운운하며 겁박하시다니. 정말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


서대표도 한실장도 하진도 대답 없이 박기자를 보고 있었다.


그래, 설마하니 녹음본이 있는 줄 몰랐지? 감히 스타랍시고 사실 기반한 기사를 쓴 나를 힘으로 꿇리려 들어?


“빌보드 수상까지 한 가수가, 뭐가 무서워서 저 같은 작은 인터넷 신문사 기자에게 겁을 주십니까?”


한실장이 한마디 하려는데, 서대표가 손을 올려 막았다.


박기자는 잘됐다 싶어 이 참에 할 말을 다해야지 싶었다.


“은채씨는 하진씨가 이런 사람인 거 압니까? 거 워낙 성실한 이미지라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사람 가지고 노시는 분인 줄 몰랐네요.”


말할수록 가관이다. 하진은 대꾸하지 않고 박기자를 무심히 보고만 있었다.


그 시선에 박기자가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따위로 사람 무시하고, 소송이니 뭐니 겁주는 그런 거 하지 마시죠. 작은 신문사라도 저 기잡니다. 가짜 나부랭이 가지고 클릭수 낚시질 하는 기자 말고, 사실 기반한 기사를 쓰는 진짜 기자요.”


박기사는 제가 한 말에 제 스스로 감탄하며 가방을 들었다.


이 정도이면 이 쪽도 다 알아듣고 지들이 불리할 일 따위 않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그런데, 하진의 묵직한 목소리에 박기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어이가 없어 뒤를 돌아보고 박기자가 화를 내려는데, 눈 앞에는 처음 보는 싸늘한 하진의 얼굴이 있었다.


“본인 피셜이라. 본인 누구 말입니까? 박은채씨요?”


“......”


박기자가 어안이 벙벙한데, 하진은 차분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열애설이 혼자 낼 수 있는 겁니까?”


“아, 아니...”


박기자가 말을 하려는데 하진은 더 들을 생각이 없었다.


“가짜 나부랭이로 클릭수 낚시질 하는 기자 아니고 진짜 기자라시면서, 왜 양쪽 입장 확인 안한 열애 기사를 쓰십니까?”


아뿔사.


박기자가 자신의 실수를 강렬히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박은채씨가 소스 주셨다고 하셨고, 녹음본도 있다고 하셨죠. 저희의 법적 조치는 박은채씨까지 포함하겠습니다.”


“아, 아니, 자, 잠깐만요...”


박기자가 냉담하게 빛나는 하진의 눈을 보며 되돌리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법무팀과 얘기 끝났습니다. 내일 박기자님과 박기자님 신문사, 박은채씨 대상으로 소송 접수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잠깐만요!”


박기자가 하진의 팔을 간곡한 얼굴로 붙잡았다.


“누, 누, 누가 그 박은채, 한국 최고 탑 여배우 박은채가 거짓말을... 그것도 열애설에 대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어느 기자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진짜 소송이라면 골치 아파진다. 거기다 은채에게도 소송한다고 하면 더 복잡해진다.


하진의 표정은 분명 진담이었고, 그를 말리지 않는 이 회사의 대표도 같은 의견일 것이었다.


“당연히 사실인 줄 알았습니다. 박은채씨가 직접 제게 전화와서, 하진씨와 열애중이니 기사를 내 달라고 했어요.”


역시 모두가 생각한 대로 였다. 한실장이 너무 놀라 서대표를 바라보았고, 서대표도 고개를 저었다.


“열애설 나면 양쪽 모두 곤란하지 않냐 했더니, 회사와 다 얘기한 부분이고, 공개 연애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양쪽 확인하고 기사를 쓸 여유가 어딨습니까? 빨리 올리고 단독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박기사는 어떻게든 이 진흙탕에서 발을 빼고 싶었다. 잘못 하면 개인적으로도 많은 보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네, 그 거짓말을 사실로 기사화 하셨죠. 박기자님이.”


하진의 목소리에는 분명 감정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박기자는 소름이 돋았다.


“아니, 정말 소송가면... 네오비나 이 회사에도 아무런...”


“이해득실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다른 매체나 몇 번 되지 않지만 현장에서 만난 하진은 늘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실력과 인성이 비례한다고 칭찬 일색인 네오비에서 제일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한다 생각했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곧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박기자는 그 느낌은 진짜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제, 제가... 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안절부절하며 눈치를 보는 박기자가 하진을 바라보았다. 하진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냥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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