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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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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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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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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0. 결심의 정체

DUMMY

“무... 무슨 결심?”


하진의 눈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지형의 말대로다.


왜 자신은 수연처럼 제대로 철벽을 못 쳐서 인터넷에 사진이며 동영상이 두 번이나 돌아다니게 만들고, 가짜 열애설까지 나게 해버린 걸까.


아무리 수습하려고 애써도 이미 벌어진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질려 버린걸까? 모든 순간 위로라고 했던 남자가 한 어이없는 행동들 때문에?


자신을 목숨을 걸 만큼 사랑했기에 되려 이런 사건들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실망하고 정 떨어진 걸까?


온갖 두려운 생각과 감정들이 하진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불안해서 손이 떨리는데, 그런 하진을 보던 수연이 하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 그 여자한테 절대 안 져요.”


그.. 여자?


아, 박은채.


막강한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하진의 머리가 느리게 돌아갔다.


반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하진의 멍한 얼굴을 보며 수연이 다시 말했다.


“아니, 난 누구한테도 안 져. 이게 내 각오예요.”


“... 각오?”


결심과 각오? 질 수 없다는 결심과 각오라니?


“...아... 아?”


“푸흡!”


불안에 어쩔 줄 모르던 하진이 천천히 생각하다 답을 찾은 감탄사를 내뱉자 수연에게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무슨 결심인 줄 알았길래요?”


장난스런 수연이 가까이 다가와 하진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안심이 된 하진이 수연을 끌어안았다.


“말 안할래.”


“말 안해요?”


“어, 절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런 말을 내 입 밖으로 낼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흠, 좋아요. 말 안해도 용서해줄게요.”


한껏 도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수연 때문에 이번엔 하진에게서 웃음이 터졌다.


하진이 수연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우리 수연이는 커트 머리도 이렇게 예쁘구나.”


“그럼, 뭘 해도 오빠 눈에는 당연히 예뻐야죠.”


“아냐, 내 눈에만 예쁜 게 아닌 걸.”


가끔 수줍음 많은 나를 이렇게나 바꾼 당신이, 누가 들으면 지나치다고 할 말들도 진심을 담아 하는 걸 보면, 내가 얼마나 행운인지 깨닫게 돼요.


수연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하진을 올려다보았다.


“흠, 그러니까 내 적수는 없단 말이네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결심은 없어도 괜찮아. 나한테는 늘 너 뿐이야.”


하진이 힘을 실어 대답했고, 수연이 가만히 하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미안해.”


“응, 미안한 거 받아줄게요.”


그 미안함에 하진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얼마나 뛰어다녔을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가짜 열애설을 바로 잡는 기사들이 나왔을 테니까.


그래서 수연은 하진을 용서해주고, 누가 와도 하진의 옆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거란 결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엄마가 암인 걸 알았을 때도 길었던 머리 잘랐었거든요.”


“.... 응.”


수연이 하진을 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콩닥 콩닥 대는 하진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큰 결심하는 내 방식이예요.”


“... 응.”


“그러니까, 오빠는 이제 아무 데도 못 가니까 각오하라고요.”


충분히 더 화내도 되는데, 이렇게나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럼... 그 각오를 담아, 키스 해도 돼?”


하진의 간절한 눈빛을 보던 수연이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 기다리던 하진이 수연을 더 당겨 안으며 물었다.


“해도... 돼?”


“.... 응. 허락할게요.”


허락이 떨어지지 마자 하진의 입술이 수연의 입술을 집어 삼켰다.





----




“나 진짜 바보 같아.”


열정적인 키스 후에 정신을 차린 하진이 고개를 마구 저으며 이성을 잃었던 자신을 원망했다.


“그런 말 쓰지 마요. 내 남친한테.”


수연의 말에 하진이 웃고 말았다. 하진이 손으로 촛불과 꽃을 가리켰다.


“이렇게 준비했는데, 바보처럼 키스하고 싶어서 못 참고...”


뭐가 먼저인지도 모르는 바보잖아...


후회하는 하진의 표정을 보며 수연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하진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수연이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하진의 이마부터 코까지 천천히 쓸어내렸다.


두근 두근 두근.


진짜 바보같은 하진은, 방금 전까지 후회했음에도 수연의 손길 하나에 이성을 또 잃을 것만 같았다.


그 때 수연이 하진의 무릎에서 일어나 똑바로 서더니, 양손을 공손히 모았다.


“그럼, 키스 전으로 시간을 돌려요.”


“응?”


당황한 하진이 수연을 따라 일어났다. 수연이 하진을 마주하고 마치 방금 카페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모양새로 말했다.


“오빠, 이게 뭐예요? 촛불이랑 꽃도 있고.”


아, 진짜... 내가... 이런 널...


하진이 생각할 새도 없이, 수연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또 물었다.


“어서요, 어서.”


하진이 짐짓 긴장한 모습으로 침을 삼키더니 조심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수연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하진이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열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더 늦기 전에 약속하고 싶었어.”


붉게 상기되는 수연을 똑바로 보며 하진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는, 우리 진짜 가족이 되자.”


“......”


“그 언젠가가 되면... 나하고... 결혼해 줄래?”


하진이 연 상자 속에서 반지가 반짝였다. 커플링과는 다른 다양한 색깔의 반짝임을 가진 반지였다. 마치 팬던트같은 느낌도 났다.


“좋아요. 해요, 언젠가, 우리 둘이서 결혼.”


천천히 수연의 입술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 하나에 하진은 감격했다.


하진이 무릎을 펴고 일어나, 반지를 꺼내 수연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조명빛을 받은 반지는 무지개 같은 색깔이 났다.


하진이 반지를 낀 수연의 손에 입을 맞췄다.


“아, 미래의 신랑님은 입술이 너무 바쁘시네요.”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수연도, 유머가 더욱 늘어난 수연도 다 하진이 사랑하는 수연이었다.


하진이 비 속에서 첫 눈에 반한, 어떤 상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고 사랑을 지켜내는 그런 아름답고 강한 사람인 수연.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하진이 수연을 다시 당겨 안으며 제 입술을 혀로 핥았다.


“내 바쁜 입술이 더 바쁘고 싶다는데?”


그렇게 두 사람의 밤은 깊어지고, 키스도 깊어졌다.





----





“형, 형, 누나 머리 왜 잘랐어?”


“어?”


수연과 같이 출근해 오전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점심을 라운지에서 같이 먹은 하진은 작업실로 왔다.


그런데 휴가를 시작하고 권투에 푹 빠져 살던 형국이 하진의 작업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아, 머리 자른 거 봤구나.”


“어, 좀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예쁘지?”


형국은 웃는 하진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여자들 머리 자르는 건, 뭔가... 신호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에겐.”


“뭐야? 누나랑 설마 헤어졌어?”


수연이 머리를 자른 일을 별 일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반응하는 하진 때문에 형국이 폭발했다.


열애설에 수습 기사도 다 알고 있었지만, 둘이 너무 힘들까봐 조금 조용히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수연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커트 머리를 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뭐라고? 헤어지긴 뭘 헤어져!”


황당한 하진이 답하는데, 흥분한 형국에겐 그 대답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형, 미쳤어? 내가 누나랑 헤어지면 형 인생 망한 거라고 했어, 안했어?”


“야아, 도대체 무슨...”


“누나 같은 여자가 어딨다고 그래? 열애설은 형이 내 놓고, 무릎이 닳도록 싹싹 빌어야지! 누나가 얼마나 기분이 나쁘면 그런 말까지 했겠어! 형이 누나 화가 풀릴 때까지 미안하다고 싹싹 빌어야지! 근데 머리까지 싹뚝 자르게 만들다니, 그게 말이 돼?”


“야, 형국아, 너 지금...”


하진이 말할 틈도 주지 않는 형국이었다.


맴버들이 회원인 수연의 팬클럽 퍼퓸, 그 팬클럽의 회장님 형국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헤어지자 해도 끝까지 매달려야지! 도대체 형이 어떻게 했길래 누나가 저래?”


하진은 이제 포기한 채 형국이 윽박지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해외 투어 때 호텔에서 수민에게 오해받은 상황이 떠올랐다. 그 때와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노? 헤어졌다고?”


작업실 문이 또 열리더니 지형과 수민이 들어왔다.


“진형, 미쳤나, 돌았나? 누구랑 헤어졌다고?”


화가 난 수민이 사투리를 쓰기 시작했다. 지형도 곁에서 같이 사투리를 쓰면서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철벽 제대로 치라고 했제! 헤어지는 게 지금 말이 가.”


“야아, 아니라니까!”


하진이 강하게 부인하는데도, 세 명이 빤히 하진을 실망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것들이 진짜! 아니라고!”


답답해서 가슴을 치는 하진을 향해 형국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럼 누나가 머리를 왜 잘랐는데?!!!!”


작업실이 떠나가라 큰 목소리였다. 하진은 기가 막혀 입을 벌린 채 어안이 벙벙했다.


“수연이가 머리를 잘랐다고?”


지형과 수민이 형국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하진을 보았다.


“형, 제대로 설명해봐라. 수연이가 머리를 왜 자르노?”


“제대로 설명 안하면 이제 형이라고 안 부른다. 빨리 말해라! 진짜 헤어졌나?!”


세 명의 동생들이 동시에 불을 뿜으며 하진을 들이받고 있다.


참, 우리 수연이 되게 아끼는구나, 너희.


그렇게 생각하자, 황당함에 이어졌던 화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키득 키득 웃음이 나왔다.


“어? 웃나? 지금 뭐 잘했다고 웃는데?”


수민이 험악해진 인상으로 하진에게 다가서는데 하진이 대답했다.


“절대 다른 여자들한테 안 질거래.”


“어?”


하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세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랑 절대 안 헤어진다는 각오로 머리 자른 거래.”


하진의 말에 세 남자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


“뭐야? 그게 말이 돼?”


“그래, 그런 결심한다고 무슨 머리를 자르는데?”


“똑바로 말해라. 거짓말 하지 말고.”


와, 사실을 말해도 안 믿는 세 동생들을 보고, 하진은 기가 막혀 의자에 털썩 앉았다.


“봐라 봐라, 찔리는 거가?”


“형이 제대로 말 안하면 내가 누나 불러온다?”


하진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짚었다.


수연의 일이라면, 이렇게나 빨리 흥분하고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동생들에게 고마우면서도 곤혹스러웠다.


“어머, 무슨 일이예요?”


잠시 커피를 사 들고 하진의 작업실에 들른 수연이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왔다! 나의 여신! 나의 구세주!


하진이 반가워 웃으며 일어나는데, 하진이 다가갈 새도 없이 형국과 수민, 지형이 수연을 둘러쌌다.


“진짜네? 머리 잘랐네?”


“형이 속상하게 해서 머리 잘랐어? 그래도 누나, 헤어지자고 하면...”


형국이 우물쭈물 말하는데, 수연이 입술을 꾹 물더니 형국이 이마를 꽁 때렸다.


“아얏! 누나!”


“헤어지긴 뭘 헤어져? 누가 그래?”


“어? 헤어지려고 머리 자른 거 아니야?”


형국이 되묻자 수연이 이마를 찌푸리더니 지형과 수민을 바라보았다.


“둘 다 같은 생각인 거예요?”


그제야 수민과 지형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우리는 형국이가...”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수연의 눈길을 피하는 세 사람을 보던 하진이 다가왔다.


“너 머리 자른 거 보고 애들이 흥분했어.”


하진이 수연의 손에 들린 커피를 받아들더니, 수연의 이마에 촉 입을 맞추었다.


“어어... 둘이.... 뭔데?”


형국이 괜히 자기가 부끄러워 얼굴이 시뻘개졌고, 수민과 지형도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까 제대로 설명했잖아, 각오라니까?”


“각오?”


세 사람이 동시에 외치는 단어였다. 수연이 세 사람을 보고 확실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한테도 안진다는 각오예요.”


“......”


멍한 세 사람 사이에서 하진과 수연이 마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수연이 고개를 돌려 형국을 보고 또 한 번 웃었다.


“누나 걱정해서 그런 거니까 용서해준다?”


“누나...”


항상 성급해지게 되었다. 소중한 형국의 누나였으니까. 그래도 이번엔 너무 큰 실수였다.


“에유, 귀여워.”


수연이 형국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 형국이 강아지 마냥 미안하고도 애처로운 눈길로 수연을 내려다 보았다.


그 때 하진의 손이 형국을 쓰다듬는 수연의 손을 잡아 내렸다.


하진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싫어, 하지마.”


“와, 형, 지금 뭔데? 나한테 질투는 좀 아니잖아?”


하진을 보며 어이없어 하는 세 동생과, 수연의 웃음소리가 작업실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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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18 1 12쪽
98 98. 감사 22.08.24 15 1 11쪽
97 97. 의미 22.08.18 14 1 12쪽
96 96. 지금 여기 22.08.17 15 1 11쪽
95 95. 꼭 해야 할 일 22.08.16 15 1 11쪽
94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18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4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15 1 12쪽
90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12 1 13쪽
89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13 1 12쪽
88 88.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22.08.07 13 1 13쪽
87 87. 참고 또 참다보면 22.08.06 16 1 12쪽
86 86. 고마운 마음들 22.08.05 13 1 15쪽
85 85. 진심이 통할 때 22.08.04 13 1 12쪽
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13 1 12쪽
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15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5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2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14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3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15 1 12쪽
74 74. 둘이 참 닮았네요 22.07.24 14 1 12쪽
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17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7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5 1 12쪽
»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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