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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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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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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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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 전환

DUMMY

“잠 못 잤어요?”


녹음실에 들어오자마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준기를 향해 걸어오는 수연이었다.


하얀 얼굴에 다크 서클이 확연한 준기가 수연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왔어.”


“야아, 그런 멘트는 좀.”


뒤따라 들어온 하진이 볼멘 목소리로 말하는데, 또 그 뒤에 이어 들어오던 지형이 고개를 저었다.


“진형, 요새 좀 심하다. 수연이는 결심했다고 머리도 잘랐는데, 형은 왜 그 모양이고?”


“뭐? 너 그게 무슨 말이야?”


하진이 뒤를 바라보았지만, 지형이 하진을 지나쳐 준기 옆 의자에 앉았다.


“맞지, 준기형? 하진형 요즘 완전 질투 폭주기관차 같아.”


준기는 그저 웃기만 했다. 오늘 드디어 수연이 자신의 새로운 노래 두 곡을 녹음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좀 귀엽게 봐줘요.”


수연이 하진의 팔짱을 끼는 걸 보던 지형이 고개를 저었다.


“너도 그래. 그거 왜 받아줘? 질투 많은 남자 골치 아프다니까. 지금부터 잘 길들여야지.”


“길들이긴 뭘 길들여?”


하진과 지형이 투닥거리는데, 준기가 손뼉을 탁 쳤다.


“이제 녹음 시작할텐데, 방해되는 사람은 무조건 내보냅니다.”


준기의 말에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고, 하진도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준기가 수연에게 생수 한 병을 건냈다.


“그럼, 시작해볼까?”





----




녹음 부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수연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미디엄 템포의 밝은 여름 햇살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었는데, 수연은 그 장면을 눈 앞에 그리는 듯 불렀다.


수연의 맑고 고운 미성이 준기의 음악을 완성하고 있었다.


준기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진 것만 같았다.


네오비에서의 역할인 랩퍼, 작사작곡가로서의 자신과, 프로듀서로의 자신은 약간의 간극이 있었다. 그런데 수연의 목소리는 그 간극을 온전히 채우는 것 같았다.


“진짜 우리 누나는 못하는 게 없어, 목소리까지 완벽해.”


막 수연의 노래가 끝났는데, 조용히 녹음실에 들어와 입구에 서 있던 형국이 박수를 쳤다.


형국의 박수 소리가 준기를 다시 현실로 되돌렸다.


형국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 준기가 수연에게 말했다.


“지금 부른 거, 딱 마음에 드는데. 한 번 들어볼래?”


곁에서 하진도 지형도 형국도 놀랐다.


마음에 들 때까지 또 하고, 또 하고. 그렇게 녹음하는 게 준기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딱 한 번 불렀는데?


“정말요? 처음 부른 건데요?”


“응, 들어봐. 그럼 내 말 이해할거야.”


준기의 상냥한 목소리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준기가 수연의 목소리로 완성된 노래를 다시 재생했다.




----




“말도 안돼. 어떻게 이렇게 끝나?”


“그래, 나 누나 노래 더 듣고 싶은데.”


생각보다 두 곡의 녹음이 빨리 끝나버려서, 녹음실에 모인 멤버들은 실망했다.


모두가 수연의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은근히 녹음 시간이 길어지길 바랬었다.


“녹음할 때마다 완벽주의로 유명한 준기형이 왠일이래?”


다른 스케줄로 뒤늦게 녹음실에 온 윤석과 연준도 놀랐다.


“다 완성되서 더 필요 없는데, 괜히 왜 고생을 시켜?”


멤버들 중에서 제일 덤덤한 듯 보여도 수연을 아끼는 준기였다.


노래 두 곡은 이제 수연이 목소리를 입혀 완벽해졌다. 이로써 10곡이 모두 완성되었다.


“너 이제 츤데레 하지마. 거슬려.”


하진이 또 볼멘 소리를 냈고, 모두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하진을 바라보았다.


“진형, 진짜 왜 그래... 어후...”


수민이 닭살 돋은 팔을 마구 문지르며 질색했다.


그 속에서 가만히 저를 둘러싼 남자들을 살피던 수연이 상황을 종료시켰다.


“나... 배고파요.”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수연에게 닿았고, 수연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아, 우리 수연이 배고파? 가자, 빨리 밥 먹으러.”


하진이 서둘러 일어나는데, 지형이 하진의 옷자락을 잡았다.


“오늘은 내가 사줄게. 뭐 먹고 싶어?”


“니가 왜 사? 오늘 내 노래 녹음했는데, 내가 사 줄거야.”


준기가 완강한 태도로 말하며 일어나는 걸 보고 수연이 대답했다.


“맞아요, 오늘은.”


준기가 흐뭇하다는 듯 씩 웃고, 준기 외의 모든 사람은 당황했다.


이런 수연의 모습을 처음 보기도 했고, 최근 맴버들에게도 볼멘 잔소리와 폭풍 같은 질투를 표현하는 하진이 신경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진은 그런 수연을 보며 헤벌레 웃었다.


“그럼 그럼, 우리 수연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헐...”


준기와 하진, 수연 외의 모든 사람들이 어이 없는 표정으로 하진을 쳐다보았다.


요즘 하진은, 그저 바보 같아졌다. 수연 앞에서만.





----




수연의 녹음 덕분에 휴가 후 처음으로 모두가 숙소에 모였다.


하진의 요리와 배달 음식으로 함께 식사를 하고, 맥주까지 마시며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생각 정리는 완전히 끝났어?”


수연 곁에서 위스키를 한 잔 마신 준기가 물었다. 수연은 하진의 저지로 맥주를 못 먹고 탄산수만 홀짝 거리고 있었다.


“아까 녹음실에서 확실해졌어요.”


“......”


준기는 잔을 내려놓고 수연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 노래들이 온전히 제 목소리에 맞춰져 있다는 거요.”


정말 그랬다. 수연의 노래를 처음 듣고 만들었던 모든 곡들은 수연의 목소리만 덧입히면 완벽한 노래가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차마 그 노력과 감사를 묻어버리면 안될 것 같아요.”


준기를 보던 수연의 말을 들은 하진이 수연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도... 여전히 두려워요.”


“알아.”


준기가 이해한다는 듯 미소지었고, 하진이 잡은 수연의 손을 더 꼭 감쌌다.


“네 의사가 제일 중요해.”


늘 똑같은 준기의 태도는 수연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래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정할 수 있었다.


“제 의사는 이거예요.”


준기가 긴장한 채 숨을 삼켰다.


“노래들... 공개하고 싶어요.”


수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숙소가 떠들썩해졌다.


“와아! 그럼 우리 팬클럽 공식적으로 활동 시작해야 하는거야?”


“야아! 우리 응원봉도 만들자!”


“드디어 누나 노래를 원하는 만큼 실컷 들을 수 있게 되는 거야!”


어떻게 이렇게 온전히 응원해줄 수 있을까. 수연은 자신을 둘러싼 맴버들을 둘러보고 하진과 눈을 맞추었다.


하진이 수연의 어깨를 당겨 옆으로 살짝 안았다.


그 손길이 수연의 감격을 더 끌어올렸다.


온전한 따뜻함을 수연은 만끽했다. 이 소중한 사람들을 절대로,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거라 다짐하면서.





----




“아니, 실장님. 이렇게는 안한다고 얘기했었잖아요.”


갑자기 연가를 내라고 해서 큰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라니.


수연은 한실장에 의해 의상실에 와서 억지로 피팅을 하는 중이었다.


“아니... 얼굴 공개 안한다고 해서, 앨범 재킷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걸 안 찍는 건 아니잖아.”


한실장이 말하는 게 억지라는 걸 주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어제, 수연은 준기와 함께 서대표와 계약을 마쳤다.


처음 준기의 이야기에 놀랐던 서대표는 수연의 노래들을 듣고 이게 사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


서대표 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요직들과의 여러 번의 미팅에서 수연의 앨범 발표를 지지하는 의견들을 얻는 건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다만 수연과 준기의 의견대로 얼굴 없는 가수로만 활동하는 것 자체에 다들 반대했다.


그럼에도 일주일만에 서대표의 노력으로 특별한 계약서가 완성된 것이었다.


계약 내용에는 10곡을 담은 이번 앨범만 발표하는 것, 그리고 절대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 것, 인터뷰나 다른 공적 스케줄도 없이 진행하는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니 오늘 한실장의 요구는 충분히 억지스러운 것이었다.


그래도 스타일팀 사람들 모두 수연을 꾸미는 일이 즐거워서 아무도 반발하지 않고 있었다.


“실장님... 하아...”


수연이 한숨을 내쉬는데도, 희정까지 피팅에 열심이었다.


지난번 네오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 당시 입었던 하얀 레이스 드레스와는 또 다른 카키색 드레스를 입히고 살피는 중이었다.


“어깨 부분을 조금만 더 부풀리면... 됐다!”


“와, 너무 예뻐요!”


수연에 의사에 아랑곳 하지 않는 스타일팀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남자 아티스트들만 꾸미다가, 여자를 꾸미니 또 새로운 재미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제 말에 꼼짝도 않는 한실장과 스타일팀 속에서 수연은 어정쩡하게 서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잘 갈무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거 입고 뒷모습만 딱 찍어도...”


한실장이 아쉽다는 듯 말했고, 수연은 대꾸를 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뮤직비디오도 앞모습 말고, 뒷모습과 비스듬히 부분 부분만 찍는 식으로 해도 좋겠다. 이미 첸 감독 뮤비 경험도 있잖아?”


“타이틀 곡에 맞으려면 이 드레스도 좋지만, 이건 어때요?”


한실장과 희정이 얼마나 들떴는지 눈에 환히 보였다.


사실 음원만 발매하는 일 또한 어찌 보면 이렇게 빨리 되는 게 감사한 일인데. 회사의 요구는 하나도 고려 않고 내 고집으로만 일을 진행하는 게, 이기적인 거였구나.


서대표와 한실장이 수연에게 가수를 권한 건 대학교 1학년때의 일이었다.


어머니 유정의 항암 치료가 다 끝나고,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뒤 서대표와 한실장과 함께 저녁을 먹었던 날이었다.


어머니는 수연이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게 흥얼거리던 목소리를 서대표가 들었다.


여러 번의 권유를 수연은 강하게 거절했고, 결국 서대표와 한실장은 포기했다. 유정과 아버지 정진 또한 수연의 의견을 존중했다.


부모님의 죽음 이후 수연은 노래를 거의 부르지 않고 살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돌고 돌아 준기의 음악으로 인해 또 노래를 하게 되다니.


삶의 연결성은 참 신기하고도 감사하다.


수연응 갑자기 하진이 보고 싶었다.


하진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더 지혜로운 일일지 알려줄텐데. 불편하고 곤란하고 두려운 일들도 다 이해해줄텐데.


멍하니 선 수연을 보던 한실장이 말했다.


“하진이 좀 내려올 수 있나 물어봐요, 오늘 체육관 온 것 같던데.”


그 말이 수연이 움찔 거렸는데, 희정이 한실장에게 물었다.


“하진씨는 왜요?”


한실장이 수연을 힐끔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응, 휴가 이후 스케줄 때 입을 턱시도 때문에.”






----




“이리로 먼저 가요.”


공항에서 몰려든 팬들을 겨우 뚫고 밴에 오른 제시 하트가 운전석에 앉은 사람에게 주소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제시! 뭐하는거야?)


제시의 옆자리에 앉은 매니저가 놀라서 제시의 손목을 붙잡았다.


(오늘은 스케줄 비어있다면서요?)


(그건 맞는데...)


(만나보고 싶어서요.)


네오비도, 그 여자도.


매니저가 곤란한 표정으로 제시의 손목을 놓았다.


(콜라보 하면서 그런 일들을 겪었는데, 꼭 만나야 해?)


(만나면 안될 이유라도 있어요?)


다른 일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구는 제시였는데, 한국 그룹과 콜라보를 하면서 새로운 면모를 너무 많이 목격하게 되었다.


매니저는 그래도 설득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아니, 어차피 내일 만나잖아?)


(내일은 공적인 거니까.)


(뭐?)


매니저가 의문스런 표정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시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에게 재촉했다.


“어서요, 빨리 출발해주세요.”


제시가 탄 밴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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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7 1 12쪽
» 71. 전환 22.07.21 16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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