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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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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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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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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3. 뜻밖의 이유

DUMMY

“뭐라는 거야, 형국이 너 취했어?”


형국에게서 풍기는 술냄새가 그가 많이 취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하진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파티에 오기 전 어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줬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연준이 형국을 끌어당기며 일부러 호탕하게 웃었다.


“막내 원래 술 잘 마시는데, 많이 취했구나. 안되겠다, 이제 가자.”


그러자 지형이 손을 마주 내저으며 연준을 막아섰다.


“형, 이제 재밌어지는데 가면 안돼. 제시가 어제 회사에 갔었다며?”


지형의 말에 연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제시는 형국과 지형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진과 연준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었다.


수민이 다가와 지형의 팔을 잡았다.


“둘 다 취해 가지고, 잘한다, 잘해. 수연이가 참 좋아하겠다, 어?”


팬클럽이란 소리를 들은 순간, 수민은 절친인 다른 연예인과 얘기하다 도중에 달려왔다.


순진한 형국과 지형이 수연의 팬클럽 얘기까지 하게 만든 걸 보니, 제시를 경계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가 어때서? 제시도, 누나 멋지다잖아.”


형국이 혀가 꼬인 채로 말했고, 제시가 그 말에 덧붙였다.


“맞아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수연씨 말이예요.”


하진과 제시의 눈이 마주쳤고,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


“가뜩이나 스캔들로 고생했는데, 그런 얘기는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거기다 이 자리엔 본인도 없고 말이죠.”


하진이 굳은 얼굴로 말하는데, 제시가 싱긋 웃었다.


“나쁜 얘기는 삼가야 하지만, 좋은 얘기는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요.”


분명히 수연에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잘 대처하고 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진은 그 말이 후회되었다.


기자들을 잔뜩 부르지만 않았어도, 하진은 제시를 향한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었다.


어제의 의문스런 태도를 생각하면, 오늘 지형과 형국에게서 수연의 이야기를 끄집어낸 건 분명 의도적인 것임이 뻔했다.


“수연씨가 노래도 잘 부른다니. 저도 언젠가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네요.”


제시의 말에 하진이 주먹을 꽉 쥐었고, 그새 다가온 준기가 그 손목을 잡았다.


하진이 준기를 보는데, 준기가 고개를 저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제시와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희는 이만 가야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한국에서의 첫 파티를 망칠 순 없잖습니까?”


준기는 부드럽게 말하는데, 표정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우리 형국이, 막내야. 형이 이런 데서 술 취하면 못 쓴다 했지? 이제 집에 가자.”


언제 왔는지 이번에는 윤석이 형국을 부축했다.


자연스럽게 퇴장할 분위기를 만드는 네오비를 보고 제시가 나즈막하게 중얼거렸다.


“제길... 볼수록 부럽네.”


그 말을 들은 준기가 나가려고 걸음을 돌리다 멈추고 제시를 바라보았다.


“그럼 콘서트 리허설 때 뵙겠습니다.”


연준이 대표로 인사를 하고, 맴버들 모두 발을 돌렸다.


제시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은 준기가 걸어가다가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자신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제시는 부러울 것 없이 보였다.





----




“에이, 한참 재밌었는데!”


“그래, 첫 인상은 별로 안 좋았지만, 오늘 얘기해보니까 제시 정말로 괜찮은 사람 같았단 말이야.”


지형과 형국이 불만스럽게 말하며 밴에 올랐다.


먼저 밴에 타고 있던 하진이 한숨을 크게 내쉬고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뭐가 괜찮은 사람 같았는데?”


어디가? 나도 오해나 스캔들 정리하는 모습 보고 그런 줄 알았는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연달아 뒤통수 세게 맞은 기분이거든?


기자들 불러놓고 한국연예인과 어울리는 모습 연출하면서, 너네 꼬셔서 수연이 얘기하게 한 거, 어디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야?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지만 하진은 그걸 참으려 노력했다.


“부러웠대.”


“뭐? 부럽다고?”


지형의 한 마디에 밴에 탄 맴버 모두 그를 주목했다. 너무 의외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준기는 아까 제시가 중얼거린 말을 잘못 들은 게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뭐가 부럽다는데?”


윤석이 형국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며 물었다.


“자기는 사는 내내, 가수 준비하는 내내, 또 가수가 된 후에도, 온전한 내 편이 없었대.”


형국이 윤석에게 제 머리를 맡긴 채로 천천히 대답했다.


하진은 수연을 생각하며 치밀어올랐던 화가 조금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니까, 끝없이 노력했는데, 계속 너무 외로웠대.”


형국이 연민 어린 표정을 지으며 윤석에게 기댔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를 대할 땐 친절한 척 가장하거나, 두렵거나, 의심하거나, 경계를 두거나 그렇게 밖에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이번엔 지형이 제시의 속마음을 전했다.


지형의 표정도 형국처럼 제시에게 안쓰런 마음이 가득 든 것 같이 보였다.


맴버들도 그 외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달래는 건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인지도 알고 있었다.


“빌보드 1위하고 나서 친아버지가 연락이 왔다더라. 평생을 모르고 살았던 사람이 말이야.”


순식간에 제시의 생애사 요약본을 들은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럼에도 하진은 제시에 대한 동정심도 연민도 다 재쳐두기로 했다.


수연을 오해해 모욕한 것도, 가짜 스캔들 사건도,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것도 모두 화가 났다.


“그래서? 삶이 힘들었다고 해서 타인을 재고 의심하고 이용하는 게 정당한 건 아냐.”


하진의 싸늘한 목소리에 형국이 눈을 껌뻑 거리며 눈치를 봤다.


“아니... 누나한테 그렇게 한 게 정당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안됐잖아. 우리도... 그게 뭔지 아니까.”


“......”


형국의 말대로 멤버 모두가 알고 있다.


정상의 자리에 서면 뭐든 다 행복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두려움과 외로움이 온몸을 메웠고, 견디기 힘든 순간들도 많았다.


팬들의 함성이 사라진 호텔방에 혼자 있을 때면 늘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쳤고, 견디지 못할 때면 감정들에 압도되어 고통스러웠다.


“처음엔 그냥 통역사일 뿐인 누나를 우리가 챙기는 게 왜인지 마음에 안 들었고.”


하진의 차가운 반응에도 형국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했었고.”


“......”


모두가 말이 없이 형국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형국이 잠이 오는지 윤석에게 기댄 채 눈을 감고 웅얼거렸다.


“자기 감정이 질투든, 뭐든 잘 모르겠지만... 그냥 부러웠대. 우리가. 그래서 멋지다고,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어...”


말을 마친 형국이 쌕쌕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지형이 잠든 형국을 쳐다보다가 맴버들을 둘러보았다.


“진심으로 수연이 멋있다고 했다니까? 내가 눈치가 별로 없어도 그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아.”


하진은 그 멋있다는 말이 정말 마음에 더 안 들었다.


“약하게만 보였는데, 강단이 있어서 너무 멋있대. 그래서 우리랑도 수연이랑도 친해지고 싶다고 했단 말이야.”


맴버들에게 수연은 이제 가족이나 마찬가지고, 지형은 특히 수연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마도 그래서 이야기가 저기까지 흘렀겠지만.


“알았어. 니들 얘기 다 알아들었으니깐, 너도 이제 그냥 자.”


수민의 말에 지형이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우리가 실수같은 거 한 거 아니라니까... 그 사람 진심이었다고.”


“아유, 알았다고.”


“아씨, 내 말 안 믿지?”


지형이 수민을 보고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고, 대답을 한 건 하진이었다.


“믿어. 믿으니까 이제 조용히 가자.”


수연의 앞에서는 바보 같아지는, 맴버들에게도 질투를 하는 장난스런 맏형의 얼굴이 여전히 싸늘했다.


지형은 하진의 표정을 살피고는 기운 없는 강아지처럼 수민에게 기댔다.





----






이틀 뒤, 제시 하트의 콘서트 전날이었다.


네오비는 휴가 중이었지만 콜라보한 노래를 콘서트에서 공개하고 싶단 제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기에 리허설을 하러 왔다.


“휴가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한 달 반인데 그 사이 뭔 스케줄이 몇 개나 있어?”


밴을 운전하던 영민이 골을 냈다. 여자친구와 계획했던 유럽 여행 일정이 짧아졌기 때문이었다.


“형, 미안해.”


그렇다고 사과를 듣자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연준의 말에 영민은 괜히 미안해졌다.


“아니... 사과를 듣자고 한 말은 아니고.”


머쓱해하며 백미러를 힐끗 본 영민을 향해 하진이 말했다.


“형, 여행 일정 짧아져도 더 강렬하게 다녀오면 되죠! 내가 이 중에서 제일 오래 연애해봤으니까 여친이랑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노하우 공개할게요.”


그런 하진을 향해 영민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넌 데이트라곤 대부분 집에서 밖에 한 적이 없지 않냐? 노하우는 내가 더 많을 걸?”


“예?”


하진이 당황하자 곁에서 동생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아, 형... 나 상처 받았어요.”


진심으로 상처받았다. 하진의 서운한 표정과 목소리에 영민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농담이지, 농담. 니 노하우 알려줘라! 나 진짜 급하거든. 결혼 하고 싶다는 거 진짜란 말이야.”


형국이 눈을 반짝이며 좌석에 깊게 묻었던 상반신을 일으켰다.


“형, 결혼하면 축가는 무조건 우리예요!”


“와아, 든든하다. 축가할 수 있기를 좀 빌어주라.”


진지한 영민을 보며 하진이 말했다.


“혹시 여행 가서 프로포즈 할 계획 이예요? 그럼 내가 좀 도와줄 수 있는데.”


하진의 말에 지형이 의문스럽단 듯 눈썹을 움직이며 물었다.


“진형이 어떻게 영민형을 도와줘? 진형 프로포즈 해본 적이 있어?”


“어?”


아, 망했다.


하진이 당황한 그 잠깐 사이, 멤버들의 눈은 일제히 커다래졌다.


“뭐야? 뭔데? 그 표정은?”


“설마! 설마! 형?”


“아니... 아니야!”


하진이 손을 밖으로 막 휘저으며 강렬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그 손을 옆에 앉은 수민이 탁하고 잡았다.


“형. 똑바로 말해. 수연이한테 프로포즈했어?”


“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수민의 얼굴을 보니 왜 입이 안 떨어질까.


태생적으로 거짓말이 서툰 하진은 입술만 달싹일 뿐 아니라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말 결혼하자고 했어?”


준기도 진지했다. 윤석도 연준도 궁금함이 그득한 얼굴로 하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 어, 어, 언제가는...”


“뭐? 언젠가는?”


형국이 하진을 다그쳤고, 멤버들은 눈이 부리부리해져서 하진의 얼굴만 쏘아보고 있다.


“그래, 지금은 못하지만! 어, 언젠가는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고 했어!”


하진이 드디어 눈을 감고 진실을 밝혔다. 왜인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분명 프로포즈했다고 말했는데, 주변이 조용했다.


하진이 긴장한 채 눈을 뜨자 멤버들이 하진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는이 뭐야? 그게 프로포즈로 쳐 줄 수 있는 대사야?”


준기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고, 윤석이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의 반응에 하진은 다시 한 번 더 당황했다. 놀라고 축하해주거나,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애매하다.


“형, 프로포즈를 하려면 딱, 멋지게 해야지! 결혼하자, 수연아!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이 정도는 해야지... 어휴.”


지형이 정말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하진이 어이가 없어 답했다.


“아니... 결혼해달라고 당연히 말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더 멋진 대사들이 많잖아. 언젠가는 이라니. 그런 말을 왜 붙이냐고!”


형국도 실망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수민이 하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서, 수연이가 해 준대?”


멤버들이 다시 하진을 쳐다보았다. 영민도 귀를 활짝 열었다.


“어.”


하진이 쑥스럽게 대답하자, 모두가 갑자기 하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야아, 아파.. 앗!”


짝사랑 시절부터 시시콜콜한 모든 걸 알게 된 멤버들이 결국 프로포즈 얘기까지 알게 되었다.


비밀 연애인데, 멤버들에게는 비밀이 없다.


맴버들이 하진의 등을 때리고,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어깨를 툭툭 치며 축하와 분노를 동시에 표현했다.


“와, 형, 축하해! 진심이야!”


“우리 수연이를 낚아채다니! 진심 복받은 인생인 줄 알어!”


“애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형이라도 가만 안 둬!”


여섯 동생들의 애정 어린 손길 속에서 하진은 생각했다.


이 일은 절대 수연에게는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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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18 1 12쪽
98 98. 감사 22.08.24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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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 꼭 해야 할 일 22.08.16 15 1 11쪽
94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18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4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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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13 1 12쪽
88 88.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22.08.07 13 1 13쪽
87 87. 참고 또 참다보면 22.08.06 16 1 12쪽
86 86. 고마운 마음들 22.08.05 13 1 15쪽
85 85. 진심이 통할 때 22.08.04 13 1 12쪽
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14 1 12쪽
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15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5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2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14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4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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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7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5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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