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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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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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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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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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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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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4. 둘이 참 닮았네요

DUMMY

네오비는 대기하고 있던 경호팀과 함께 제시의 콘서트 리허설 현장으로 들어갔다.


자신들도 얼마 전에 콘서트를 했던 곳인데도, 타인의 콘서트장에 객원으로 들어온다는 게 새삼 새로웠다.


이른 저녁이었지만, 제시는 리허설에 한창이었다.


“와.”


형국이 제시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다 감탄사를 터뜨렸다.


다양한 장르를 믹스한 제시의 음악에는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함’, ‘21세기 팝역사에 등장한 천재’ 등 대단한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그리고 수식어의 이유를 실제로 보니 그럴만하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팝발라드로 시작했다가 도중에 일렉트로니카로 바뀌는 노래는 너무 자연스럽고 매력적이었다.


1절을 마친 제시가 들어오는 네오비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더니 고개를 숙여 목례로 인사했다.


멤버들도 덩달아 목례로 인사했다.


“파티에서 그렇게 굴던 사람치곤 너무 예의 바르잖아?”


연준이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하진도 곁에서 동의하며 제시를 다시 바라보았다.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은 자신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경호팀의 안내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네오비를 제시는 금방 만나러 왔다.


제시는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또 다시 목례로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오기 전에 제 리허설은 다 끝내려고 했는데, 음향 문제 때문에 지연이 돼서.”


“아니예요. 노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형국이 물을 건네며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형국의 순수한 미소에 제시도 따라 웃었다.


처음 만난 날 보았던 어떤 계산도 없었던 웃음이었다.


콘서트 감독과 음향 감독이 따라 들어와, 무대의 구조와 네오비와의 콜라보 순서 등을 설명했다.


하진은 내내 제시를 조심스럽게 살폈지만, 제시의 태도에서는 며칠 전 보였던 어떤 적대감이나 불신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열심일 뿐이라서 정말 자신들과 닯았을 뿐이었다.


“정말 기대되요! 그럼 올라가서 다같이 해 볼까요?”


제시가 웃으며 무대로 안내하는 손길조차 순수한 열정과 기대감 뿐이었다.


인기를 얻으면서 수많은 위선자들을 만나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하진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그런 하진의 마음을 아는지, 곁에서 연준이 하진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두 사람은 눈을 맞추고 경호원의 뒤를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




리허설 무대는 꽤 만족스러웠다.


모두가 각자의 파트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서 녹음 때와 똑같은 질의 음악을 구연할 수 있었다.


거기다 제시가 즉흥적으로 넣은 애드립을 형국과 지형이 잘 받아주어서 즐거운 무대였다.


리허설을 마치고 내려오면서도 준기와 윤석과 곡의 부분 부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진지한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하진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선 자신들과 꽤 같은 결을 가진 가수라고 말이다.


같이 무대를 하게 돼서 기쁘다고 연준이 인사말을 하는데, 제시가 저녁 식사를 권했다.


“좀 늦은 시각이긴 하지만, 같이 저녁 어때요?”


형국과 지형이 반색하려다 참는 걸 보고는 하진이 대답했다.


“내일 중요한 날인데, 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콘서트 다 끝나고 다시 시간을 내서 뵙죠.”


그런 하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시가 웃으며 쾌활하게 대꾸했다.


“좋아요, 단 조건이 있어요.”






----



분명 저녁을 거절하지 않았던가.


하진은 영문을 모른 채 제시의 경호원이 데려온 식당에 앉아 있었다.


-하진씨는 오늘 꼭 제게 시간을 내주셔야 합니다. 안 그럼 내일 공연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는 모습엔 어떤 적의도 느껴지지 않아서 자신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여버렸고,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다.


-오빠는 가끔 너무 순진해요. 근데 그게 너무 귀여워.


수연의 말이 생각나서 하진을 머리를 긁적였다.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연이어 문이 열렸다.


“미안해요. 기다렸죠? 마치기 전에 갑자기 점검할 일이 생겨서.”


제시가 급하게 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아니, 괜찮습니다. 그런 일은 언제든 있으니까요.”


하진도 잘 알고 있는 일들이었다.


몇 주에 걸쳐 준비한 퍼포먼스가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며칠 만에 새로운 퍼포먼스를 준비해야 하기도 하는, 돌발적인 상황이 늘 일어나는 게 바로 이 일이니까.


“뭐 드시겠어요? 식사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려서...”


“아니, 식사가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제시의 말을 자르며 하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억지로 잡아두신 거 아닙니까?”


제시는 하진의 저 태도가 처음부터 거슬렸던 것 같다. 높임말을 쓰면서 경계를 굽히지 않는 저 태도.


마치 제시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경계할 이유를 다 아는 것처럼 구는 저 태도가.


공적인 영역 외엔 마치 친해질 수 없다는 듯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기에.


“제가, 마음에 들 리가 없겠죠.”


그 말을 한 제시가 피식 웃었다. 자신에 대한 웃음인지, 하진에 대한 웃음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하진이 약간 긴장감을 느끼는데, 제시가 물을 따라 마셨다.


“하진씨가 좋아하는 사람을 오해해서 모욕감을 주고, 거기다 가짜 스캔들까지 났으니, 마음에 들 수가 없겠죠.”


분명 회사에서 만난 자리에서 아니라고 했는데. 제시는 표면적인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진은 불쾌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제시의 다음 말에 행동을 멈추었다.


“처음 오해에 미안하다고 한 건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연씨가 멋있다고 한 것도 진심이었고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진이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보고 제시가 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무 화내지 마요. 수연씨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사람 맞잖아요?”


선처를 바라는 동생처럼 하진을 바라보는 제시.


하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지만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도, 당신과 둘 사이를 질투했던 것도 다 맞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제일 강렬하게 남았던 건 당신들의 연대감이더라고.”


읊조리듯 말하는 제시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였다.


“당신 일곱 사이도, 수연씨와의 사이에도, 나한테는 없는 따뜻한 유대감 같은 게 있어서... 유치한 줄 알지만... 그게 부럽고 또 짜증도 났었어요.”


지난 클럽에서의 밤, 밴 안에서 형국과 지형이 말하던 게 이런 거였나.


“나는 사람들을 못 믿어서, 그저 보이는 친절로 가장하는 것 밖에 못하거든요.”


제시의 외로움을 모르지 않았다. 하진도 멤버들도 다 느낀 적이 있었던 감정이었다.


너무 강렬해서 자신을 집어삼킬 것도 같았고,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감정.


“근데 당신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배려는 가짜가 아니잖아요. 그게 부러웠어, 나는.”


“......”


제시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하진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심술궂게 굴어서.”


가감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팝스타의 이야기에 하진은 지난번만큼 당황하진 않았다.


“심술궂게 군 건 맞죠.”


“......”


제시가 초조한 표정으로 하진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걸 보고 하진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사과는 받아줄게요.”


수연이라면 그렇게 했을 거니까, 라고 하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둘이... 참... 닮았네요.”


“네?”


갑작스런 말에 당황한 하진을 보며 제시가 킬킬 웃었다.


“진짜 닮았어요. 질투는 나지만, 뭐 그렇게나 둘 사이가 확고한데, 내가 끼어들 자리가 있겠어요?”


“아...”


아니라고 명확하게 말해야 하는데, 왜 말이 안 나올까.


제시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러니 나는 포기하고, 조용히 응원만 할게요. 두 사람이 언젠가...”


뒷 말을 다 마치지 않은 제시가 하진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나 용서해준 거 맞죠? 이제 저녁 먹으면 안될까요? 나 지금 엄청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은데.”


이걸 용서해주는 게 맞나. 갑자기 너무 태세 전환이... 뭐지? 왜... 나... 왠지 또... 당한 것 같지?


하진이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제시가 메뉴판을 집어 들고 종업원을 호출했다.






----





“여기다! 여기!”


자리를 찾은 연주가 수연과 지수를 손짓으로 불렀다.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서 자리를 찾고 앉는 것도 대단히 힘이 드는 일이었다.


“와, 슈퍼아시아콘서트보다 사람 더 많은 것 같아, 그치?”


“응.”


수연은 하진에게서 제시가 직접 주었다고 꼭 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제시의 콘서트 초대권을 받았다.


조금의 고민이 있었지만, 호쾌한 연주의 설득에 일을 다 마치고 지수까지 함께 콘서트에 온 것이었다.


“나는 이런 콘서트는 처음인데, 신기하네.”


지수도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심술맞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꼭 와 달라고 하더라.


제시의 행동에 대해 자신보다 더 화를 냈던 하진이었는데, 얼굴 표정을 보니 조금 풀려있었다.


그 이유가 뭐든 하진이 그런 거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수연도 그 심술에 대한 사과를 받아주고 콘서트에 오기로 한 것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주변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제시 하트의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




수연도 제시 하트의 콜라보를 준비하던 네오비 때문에 제시 하트의 음악을 모두 듣고, 인터뷰를 찾아보며 공부를 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내 안의 두려움이나 불안, 분노를 푸는 방법으로 선택한 게 음악’이라는 대답이었는데, 콘서트에 온 오늘에야 수연은 그 대답을 현실로 느낄 수 있었다.


“제시! 제시!”


“마이 하트!”


팬들의 함성을 등에 지고 제시는 온전히 자신의 무대를 즐기며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너무 자유롭고 멋져서, 수연은 그의 쏟아진 감정들이 음악으로 표현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주는 공연을 보다 너무 감동해서 연신 제시를 외치고 있었고, 지수 또한 공연이 좋았는지 꽤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경험한 불쾌한 오해도, 가짜 스캔들도, 회사에서 만났을 때 느꼈던 적대감도 사과한다는 말로 완전히 다 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전심으로 용서하고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제시가 겪은 두려움도, 불안도, 분노가 얼마나 거대하고 괴로웠을지 알 것만 같았기에.


“자, 오늘의 마지막 곡은 네오비와 콜라보한 곡입니다!”


“꺄아아아!”


제시의 유창한 한국말과 네오비와의 곡 소개에 공연장은 더 큰 함성으로 가득 찼다.


콜라보 곡이 곧 공개된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오늘 이 무대에서 함께 퍼포먼스를 한다는 건 암암리에 비밀이었다.


“my, your, our”


제시가 곡의 이름을 외치자 공연장 전체가 암전되었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천천히 노란 불빛이 켜지면서 네오비가 등장했다.


“네오비!”


“제시!”


팬들의 감탄 사이로 음악이 흐르고, 네오비와 제시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콜라보한 노래는 서정적이면서도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파워가 넘치는 팝발라드였다.


“... 그 때 알았지, 비 속에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전한 위로가 된다는 걸.”


하진의 고음이 울려퍼졌고, 팬들의 함성은 더욱 높아져갔다.


수연은 하진의 노래가 제 마음 속으로도 울려퍼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 anything but you... my, your, our moment.”


제시의 중성적인 목소리가 노래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수연은 모든 순간 위로였던 하진과, 이후 여러 순간을 함께 했던 멤버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I love you, guys. 사랑해요, 여러분.”


제시와 네오비가 노래를 끝내고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었다.


함성 속에서 수연도 저도 모르게 조그맣게 손을 펼쳐 흔들었다.


아름다운 노래가 주는 감동에 취해서. 이 콘서트에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노래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꼭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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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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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15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4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8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15 1 12쪽
» 74. 둘이 참 닮았네요 22.07.24 15 1 12쪽
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18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8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6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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