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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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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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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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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6. 썸타는 사이

DUMMY

“아, 맞다! 수연이 인턴 때 우리 뮤비 찰영 했잖아. 그 때도 첸 감독님 눈이 정확하다고 우리 다 감탄했었지!”


수연의 찰영 현장을 보던 윤석이 예전 기억을 들추어내며 말했다.


인턴으로 뮤직비디오 찰영장에서 만난 수연은 첸 감독의 강한 설득으로 두번째 버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었다.


모두가 숨죽여 수연의 눈물 흘리는 장면의 찰영을 지켜보았던 기억이 떠올렸다. 안약을 넣지 않고도, 그 많은 스텝들 앞에서 수연은 첸 감독의 지시를 정확하게 수행했다.


멤버들도 스텝들도 천상 연예인이 저런 사람 아니냐고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 때 내가 그랬지? 수연이 처음 보자마자 분명 연예인 아니냐고, 응?”


제 눈썰미가 확실했다는 증거에 윤석이 의기양양해졌다.


형국은 수연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 채 찰영 장면을 제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찍으며 후회 중이었다.


“아, 제대로 된 카메라 들고 오는 건데!”


“그러게, 회장님 체면이 말이 아닌데?”


곁에 준기가 커피를 마시며 한마디 보태자 형국의 얼굴이 뾰루퉁 해졌다.


준기 말대로 팬클럽 회장인 자신이 가수의 첫 공식 일정에 방문하면서 카메라도 안 가지고 오다니. 회장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 눈 앞의 장면을 더 질 좋은 카메라로 남길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회장 유지하려면 반성 좀 해야되겠네.”


형국이 혼자서 중얼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짙은 보라빛 조명을 드리운 수연은 옆 모습이 선명히 드러나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많은 스텝들도 찰영을 지켜보고 있는 네오비에 대한 의식도 없는 듯 몰입하고 있었다.


사진 작가는 본래 앨범 자켓 사진용으로 확정된 클로즈업으로 옆얼굴을 찍다가 전신컷 등 다양하게 찍어보자고 얘기했다. 그 때문에 예정보다 찰영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네오비 멤버들은 수연이 아무리 목소리만 공개한데도, 이렇게 사진을 실컷 찍는 걸 바랬다. 아니, 더 많은 찰영을 해도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보라빛 속의 수연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허리까지 꼭 맞고 적당히 늘어진 얇은 레이스가 겹겹이 드리워진 드레스가 수연의 몸매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멤버들은 이 아름다운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사진을 많이 찍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진은 멤버들이 앉은 장소에서 제일 뒤쪽에 앉아 수연이 연출하는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고 있었다.


윤석의 말처럼, 수연은 연예인이 어울리는 사람이 맞았다.


수줍음이 많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시사항을 다 해냈다. 통역을 할 때도 팀에서 일을 할 때도 수연은 늘 제게 주어진 것 이상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꼭 맞게 만들어진 준기의 음악을 구현하기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첸 감독의 뮤직비디오 때와 같이 몰입하고 또 몰입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몰입한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하진은 이제 곧 수연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그러면서 자신의 독점욕도 소유욕도, 밀려오는 불안감도 선명하게 느꼈다.


“진형, 숨은 쉬어가면서 봐.”


연준이 그런 하진을 보고 씨익 웃으며 차가운 커피를 건넸다.


이상하게 자꾸만 목이 탔던 하진은 커피를 받자마자 꿀떡꿀떡 마셨다.


“팬들의 함성 속에 선 형을 볼 때, 수연이는 그런 기분이었을거야.”


아무 말도 안했는데 금방 하진의 기분을 눈치채는 연준이었다.


“수연이는 그런 형이 더없이 멋지다고 그랬었지.”


언제나, 자신보다 넓은 마음의 수연이었다.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수연은 감탄하고 기뻐했다. 그런 하진에게 질투하거나 투정을 부린 적도 없었다.


그리고 가수로서의 자신을 온전한 제 자신 안으로 통합하게 도와준 이도 수연이었다. 그리고 수연에게 모든 순간의 위로가 하진인 것처럼 하진에게는 모든 순간의 위로가 수연이었다.


자신의 속좁은 질투마저 귀엽게 봐줄 소중한 사람.


하진은 지금 수연이 가수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말한 그대로 똑같이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가수로의 수연이 너무 아름답고 멋지다고.




——




“아... 세상에.”


며칠 후 앨범의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 찰영장에 온 수연은 둘러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림자를 위주로 찰영한다 해서 단순한 세트가 준비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양한 색의 강렬한 조명마다 각기 다른 컨셉의 작은 세트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세트들이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공들인 티가 났다.


“총 세트가 10개야. 이것도 준기 아이디어.”


옆에서 한실장이 세트를 보며 놀라는 수연에게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수연이 반차며 연차로 기획 회의에 참여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준기는 수연에게 마지막 몇 번의 미팅을 빠져도 된다고 했다.


-이제 중요한 게 다 정해졌으니까 괜찮아.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데뷔 목전의 가수인 애매한 위치. 그런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부담인 줄 준기는 알아 주었다.


-앨범 준비 하면서 너 너무 말랐다고 다들 걱정해.


수연이 괜찮다고 하자 준기가 웃었었다.


-하진형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대. 니가 가수로 일하는 자신을 볼 때 어땠을지 확실하게 알겠다고 하더라. 보는 것 보다 하는 게 낫다나.


제 앞에서는 잘했다고 기운을 복돋아주고, 끝없이 안심시켜주는 하진이 맴버들에게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나보았다.


-그래도, 내가 너 왜 꼭 이거 해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확실히 알겠다더라.


그렇게 말하면서 준기는 흐뭇하게 웃었었다.


“10개 세트에 맞춰서 의상도 10벌이야.”


생각에 잠겼던 수연을 한실장의 목소리가 깨웠다. 들떠있는 한실장이 구석에 있는 행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10벌.”


색색이 드레스, 팬츠, 셔츠 등 여러 스타일의 옷이 걸려있었다. 수연도 스타일팀에서 일한 적이 있었으니 저런 옷들을 구하려면 얼마나 애를 썼을지 잘 알았다.


그래도 10벌을 갈아입으면서 찰영을 할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오늘 내로 다 못할거야, 걱정마. 내일까지 찰영 스케줄 있어.”


“네?”


오늘 하루 연차로 끝나는 줄 알고 있었다. 연차도 거의 다 소진해가는데.


그러잖아도 팀원들에게 이 일로 자꾸 자리를 이탈해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일까지 또 찰영이라니, 이를 어쩌나.


수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불편해지는 걸 본 한실장이 수연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 사원이면서 데뷔 가수인 건 네가 처음이니까 관련된 규정이 없어서 계속 연차 소진으로 일한 거 알아.”


수연이 한실장을 바라보자, 한실장이 활짝 웃었다.


“재이가 서대표에게 명확한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대. 연차 소진으로 가수 활동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이야.”


팀장님이?


놀란 수연의 동그란 눈을 보며 한실장이 씩 웃고는 행거에 걸린 셔츠 하나를 빼들었다.


“그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지. 서대표가 곧 규정을 확정할거야. 그러니 걱정말고, 지금은 찰영에 집중하자. 이 옷 어때?”


한실장이 꺼낸 셔츠를 수연에게 대어 보았다.


수연은 이 앨범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고해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 수고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


“네, 열심히 할게요!”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드러내는 수연의 모습에 한실장이 셔츠에 걸맞는 팬츠까지 꺼내며 대어 보았다.


곧이어 현장의 스텝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하진은 수연의 첫 찰영일에는 점심시간, 두 번째 찰영일에는 저녁 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하진은 다른 멤버들이 항상 같이 왔다.


멤버들은 모두가 이틀을 방문하면 수연에게 부담을 줄까봐 적당히 팀을 나눠 방문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누나, 나 오늘은 카메라 가져왔어요!”


찰영 둘째날 저녁에 온 형국은 도시락을 나눠주던 스텝 곁에서 수연에게 손에 든 카메라를 보여주었다.


몸에 꼭 맞는 드레스를 입었던 수연은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가 그런 형국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정말 지쳤지만, 하진과 멤버들 덕분에 힘이 났다.


-우리 회사 첫 여가수 데뷔 앨범인데, 우리가 오는 게 뭐가 어때서? 안 오는 게 더 이상할걸?


연준이 걱정 많은 수연에게 했던 말이 걱정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비밀 연애 중인 수연이 늘 신경쓰고 불안해하는 건 하진이나 멤버들에게 피해가 생길까봐였다.


“괜찮아? 오늘 얼굴이 너무 하얗다.”


언제 옆에 왔는지 하진이 도시락을 건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시락을 건네 받은 수연이 일부러 미소지었다.


“컨셉 맞춰야 해서 오늘따라 화장이 하얀가봐요.”


말도 안되는 대답인 걸 알면서도 하진은 그렇구나, 라고 답하며 수연 옆 의자에 앉았다.


카메라를 가진 형국도 다가와 다른 의자에 앉았다.


“이제 두 세트 찰영만 하면 끝나죠? 우리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같이 퇴근해야 되겠다.”


형국도 조심스럽게 수연의 안색을 살폈다.


아무튼 형도 동생들도 다 상냥하고 따뜻해서 얼굴만 마주해도 수연은 기운이 돋았다.


“그래도 돼?”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지 않아서 형국은 좋았다.


“그럼요! 누구 찰영인데!”


곁에서 하진이 고개를 크게 주억거려서 수연은 웃음이 터졌다.


“와, 너무 든든해. 나 기운이 막 솟아나.”


“내가 장담한다니까. 지금 찰영하는 거 뮤비 나오면 금방 100만뷰 찍을 거라니까!”


형국이 제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치며 확신에 찬 얼굴 표정을 지었다.


“얼른 먹자, 수연이 넌 죽부터.”


하진이 수연의 도시락 뚜껑을 열어주었다. 전복죽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너 지치면 소화 잘 안되잖아. 죽부터 먹고, 괜찮으면 다른 것도 먹자.”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는 남친 바이브에 수연이 좋으면서도 혹시나 싶어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형국이 다가와 다른 한식 도시락 뚜껑도 열어주었다.


“응, 누나, 이것도 먹고!”


일부러 하진과 수연 둘에게 시선이 집중되지 않게 도와주고 있었다.


수연은 하진과 형국을 번갈아 보고 수저를 든 양손을 보이며 웃었다.




——




뮤직비디오의 찰영이 무사히 끝나고, 형국의 차로 하진과 수연 모두 숙소가 있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어? 누나 잔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한 형국이 뒤를 돌아보았다. 수연은 하진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좀 전까지 나랑 얘기했는데?”


“그러게, 잠드는 데 몇 초도 안 걸리더라.”


하진이 제게 기댄 수연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 저기... 형.”


“응?”


하진이 수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형국에게 대답했고, 형국도 수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조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


하진이 시선을 형국에게 옮겼고, 형국이 굳은 표정으로 하진을 마주했다.


“스텝 중에 친한 형이 그러는데, 형이랑 누나랑 뭐 썸 타는 사이 아닌가 그런 말이 좀 도나봐.”


“아.”


더 조심했어야 했나. 앨범 찰영, 뮤비 찰영 모두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참았어야 했나. 멤버들 중 전체 일정에 다 방문한 사람은 자신 뿐이었으니까.


복잡한 심경의 하진에게 형국이 말했다.


“그 형 말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들 연애나 썸에 관심이 되게 많아서, 기색만 보여도 자세히 살핀대.”


썸이라, 그럴만한 분위기가 비추었을까? 그렇게나 조심했는데.


하진이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며 형국이 밝게 덧붙였다.


“걱정마! 내가 우리 멤버들 모두 누나랑 친한 거 모르냐고, 그럼 우리 모두 누나랑 썸 타는 사이냐고 그랬거든!”


“뭐라고?”


어이가 없는 표정의 하진을 보고 형국이 웃었다.


“그 말 듣고는, 형이 그건 그렇네 하더라니깐? 나 잘했지?”


형국은 하진과 수연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걸 잘 막았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하진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잘했네. 고맙다.”


형국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스러워하더니 다시 잠든 수연을 바라보았다.


“근데, 형... 누나... 안 깰 것 같지?”


“응, 괜찮아. 또 내가 조심조심 안고 가면 되지.”


자연스럽게 수연의 머리칼을 매만지는 하진의 눈빛을 보며, 형국도 언젠가는 저런 사랑을 해보리라고 또 다짐하고 있었다. 나도 반드시 저런 눈빛을 띠게 하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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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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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18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5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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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15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6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6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8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3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14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4 1 12쪽
» 76. 썸타는 사이 22.07.26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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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18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8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6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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