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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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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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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글자수 :
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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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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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8. 선택의 기로

DUMMY

“어, 오빠? 왜 나와 있어요?”


라운지 앞에 하진이 서 있다가 수연을 보더니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냥.”


어제밤 수연이 내보인 두려움이 뭔지 하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연만큼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런 수연의 곁에서 같이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진이 부드럽게 수연의 손을 잡았다.


“들어갈까?”


“네.”


참 이상했다. 여기오기 전까지 온몸을 잠식하던 불안감이 하진의 웃음을 보고 손을 잡으니 점차 옅어졌다.


수연이 심호흡을 한 번 하는 걸 보고 하진이 잠시 기다렸다가 라운지의 문을 열었다.


“왔어?”


“누나, 얼른 와! 시간 다 됐어!”


네오비 멤버들, 한실장과 서대표가 두 사람을 반겼다. 하진이 수연을 이끌고 가 비어있는 소파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너무 긴장했는데? 괜찮아?”


준기가 곁에서 수연을 보고 물었다. 수연이 괜찮다고 답하자, 모두가 다 수연에게 안심하라고 한마디씩 덧붙였다.


“괜찮아, 긴장하지마!”


“그래, 티저 반응도 좋았는걸.”


“그냥 완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야.”


내 편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수연은 긴장감을 더 내려놓고 하진의 손을 꼭 잡았다.


“아, 한다!”


수연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타이틀곡의 제목은 ‘마블링’. 수연의 고운 미성이 중독성있는 후렴구와 어울어졌다. 10개의 세트에서 그림자와 비추인 조명을 위주로 찍은 장면 장면들이 수연의 노래와 함께 화면에 지나갔다.


아무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3분 50여초의 시간이 지나갔다.


뮤직비디오는 짙은 보라빛 레이스 천이 휘날리며 내려와 수연을 뒤덮으며 끝났다.


“우아!!”


뮤직비디오가 끝나자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저 속의 모습이 자신이 맞나? 이 노래의 목소리가 정말 내가 맞나? 수연은 현실감이 사라지고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네오비의 뮤직비디오에 비추인 자신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뮤비 너무 신비롭고 예쁘다.”


곁에 앉은 하진이 수연의 어깨를 감싸고 꼭 안아주었다.


“누나, 와, 내가 그랬지? 팬클럽 창단 꼭 해야 한다고! 내 말이 맞잖아!”


“진짜 너무 예뻐, 목소리도 뮤비도.”


“벌써 조회수 막 올라가네?”


당사자인 수연과 준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수연이 준기를 바라보자 준기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라는 눈빛으로 눈을 찡긋거렸다.


“어, 퓨로듀서님, 내가 그거 기분 나쁘다고 했는데. 자중해주시죠.”


엉뚱한 하진의 반응에 수연이 어이가 없어 하진을 바라보았다.


“긴장 다 풀렸어?”


그제야 하진이 일부러 그랬단 걸 알았다. 자신의 작은 신호도 다 알아채는, 놓치지 않으려 하는 하진이었다.


“형은, 이제 질투는 접어. 누나는 스타가 될거야.”


형국이 마치 제 일인냥 콧대를 높이며 말하자, 곁에서 준기가 웃었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져도.”


서대표가 말하자 모두가 조용히 그를 주목했다.


“니가 원하지 않으면 이대로 ‘얼굴 없는 가수’의 앨범으로 남을거야.”


수연에게 한 약속을 서대표는 끝까지 지킬 작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임원들을 설득하는 데 정말 애를 먹었지만.


수연이 자신의 대녀이기 때문이 아니고, 수연과 준기가 만든 노래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하고 시작했으니까.”


앨범의 프로듀서인 준기도 서대표의 약속을 재차 확인해주었다.


얼굴없는 가수. 그렇게 그려진 환상적인 뮤비 영상 속의 자신.


준기와 서대표의 안심하란 말들에도 수연의 머리 속에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정말 이건 특혜 아니야? 원래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라며?


-십년 연습생 하고도 데뷔 못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얼굴 없는 가수라니, 새치기한 주제에 웃기고 있네!


-노래가 아무리 좋으면 뭘해? 저런 인성으로 가수를 한다고?


-제대로 얼굴 안까고 프로모션 하는데 수익이 얼마나 되겠어? 여기 투자한 거 반도 못 건질 걸?


수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정말 될까요?”


수연의 그 반응에 모두가 당황한 건 당연했다. 첸 감독의 뮤비 출연 후에도 너무도 완고했기에, 이번 앨범의 공개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 물음이 걸맞지 않게 느껴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수고했는데... 제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진이 수연의 손을 다잡았다. 준기의 음악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이후 수연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한 건지 알고 있었다.


수연은 자신을 향해 들으랍시고 한 그 가시돋친 말들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였었다.


-다 틀린 말은 아니예요. 그래서 죄책감도 들고... 그래서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어졌어요.


가끔은 자신에 대해, 상황에 대해 너무도 이성적인 면이 있는 수연이었다. 그래서 지난밤 하진이 수연을 더 보듬어 안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신경 쓰이는 거야?”


연준이 진중하게 묻자 수연이 고개를 저었다.


“신경이 쓰인다기 보다 그 말이 다 사실이 맞으니까요.”


수연은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담담한 듯 대답했다.


수연을 마주한 멤버들은 인턴으로 뮤비찰영을 하다 무례했던 댄서에게 대처했던 그 날의 수연의 모습이 중첩되는 것 같이 느꼈다.


“잘 들어.”


준기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네 목소리가 좋아서 내가 만든 노래들이야. 그게 너무 아쉬워서 공개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너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걸 감안해준다면 앨범을 내겠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


준기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시작이 그러하니, 누가 뭐라든 듣지마.”


준기가 미간에 힘을 주고 덧붙이자 서대표도 말했다.


“이건 특혜도 아니고, 새치기도 아니야.”


아, 알고 계셨을까. 어떤 말이 떠도는지. 하긴 서대표의 성정을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모를 수가 없었다.


“네 목소리와 준기의 음악이 좋았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꼭 발매하고 싶었던 거야. 두 사람의 제안대로 얼굴 없는 가수의 컨셉으로 도전해도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음악으로 성공할 거란 확신도 있었기 때문에.”


서대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은 자아실현이나 희망, 꿈 이런 걸 빼고 솔직히 말하면 비지니스잖아. 결국 수익 활동이 중요하다고.”


서대표의 말도 맞았다. 그런데도 수연은 마음이 온전히 편안할 수 없었다.


“히트할 가능성이 있는 음악을 마다할 엔터테인먼트는 없어.”


처음부터 이 일이 철저히 비지니스임을 강조할 것을. 서대표가 애매모호하게 굴었기 때문에 수연이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 미안해졌다.


“뮤비도, 스트리밍도 살펴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네 목소리를 좋아하는지.”


수연은 그렇게 말해주는 준기와 서대표가 고마워서 눈물을 글썽였다.


형국이 태블릿을 들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와, 누나 뮤비 댓글 봐봐!”


윤석과 지형, 수민은 스트리밍 플랫폼들을 확인하며 환호했다.


“와아, 곧 순위권 진입하겠다. 반응 장난 아니야.”


하진이 다시 한 번 수연의 손을 꽉 잡으며 마주보고 웃었다.


“니가 원하는 게 중요한거야. 니가 원하는대로 하면 돼.”


정말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여전히 고민인 수연의 얼굴 앞에 형국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얼른! 고민은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




——




-야, 이게 어떻게 네오비 준기가 만든 노래냐? 완전 사랑스러운데...?


-언니, 목소리 완전 좋아요. 너무 러블리!


-그래봤자 네오비 버프지. 곧 거품 꺼진다.


-꾸밈이 없는 목소리가 듣기 너무 편안함.


-야, 앨범 산 사람들 알고 있냐? 히든 트랙에 하진이랑 듀엣곡 있음. 귀가 녹는다!!!!


과거에 수연이 한창 공황을 극복하는 동안, 하진과 네오비의 영상을 찾아보고 댓글을 읽는 시간이 꽤 있었었다. 부정적인 글들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댓글들을 읽으면 웃음도 나고, 뭔가 자신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서 좋았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자신의 노래와 관련해서도 일어나고 있다.


“댓글 그만 봐.”


하진이 테이블 위 노트북을 조심히 닫으며 소파에 앉았다.


수연이 하진을 보며 웃었다. 오늘은 하진의 휴가 마지막 날이었고, 그래서 온전히 두 사람만의 공간에 함께 있었다.


수연이 두 팔을 벌리자 하진이 수연을 안아올려 제 다리 위에 앉혔다.


“미안해요. 오빠의 귀중한 휴가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어요.”


“괜찮아. 기억 안나? 우리 엄청난 휴가를 보냈는데.”


비속에서 겨우 묵을 곳을 찾았던 짧은 여행도. 지원의 카페에서 프로포즈를 받은 것도. 수연의 앨범을 발매한 일도.


“그러네요... 생각해보니 엄청나요.”


그 말에 귀엽다는 듯 하진이 수연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냥 너랑 붙어있지 못하니까... 그래서 휴가 끝나는 게 싫어.”


“휴가 동안도 붙어있지는 못했는데?”


수연이 소리내어 웃자, 하진이 볼멘 투정을 했다.


“그래도, 그때는 매일 출근도 같이 하고, 퇴근도 같이 하는 날이 많았잖아.”


아, 붙어있고 싶단 남자친구라니. 사랑스러워.


수연이 하진을 물끄러미 보더니 하진의 볼에 촉 하고 답을 하듯 입을 맞추었다.


“아,나 더는 못 참겠다!”


하진이 다급하게 수연을 당겨 안더니 입술을 부딪쳐왔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수연이 준비가 채 되기도 전에 수연의 입술을 열고 혀를 감아올렸다.


길고 진한 키스에 숨이 막힌 수연이 하진의 가슴을 통통 치자 겨우 끝이 났다.


“앗, 미안.”


“후읍... 아니... 미안... 후... 한 건... 아닌 일인데...”


숨을 가다듬는 수연을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본 하진이 그녀를 꽉 껴안았다. 수연도 하진을 끌어안았다. 겹쳐진 손가락에 하진이 프로포즈를 했던 여러 빛깔의 반지가 만져졌다.


“넌 너무 대단해.”


뜬금없는 말에 수연이 소리내 웃고는 물었다.


“뭐가요?”


“그냥 다.”


부모님의 사고에도 현실을 되찾은 네가, 회사에서 의미있는 발견하고 최선을 다하는 네가, 준기의 음악을 위해 수많은 일을 감수한 네가, 무엇보다 내 곁에 있어주는 네가.


“오빠가 더 대단해요.”


수연의 말에 하진도 소리내 웃었다.


“뭐가?”


“그냥 다요.”


비오는 그 날, 위로가 필요한 날 알아봐 준 것도. 다시 만난 날 알아봐준 것도. 마음을 열고 용기내 다가와준 것도. 어려웠던 모든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준 것. 어떤 것이든 믿어주고 위로가 되어 준 것. 그 모든 것이.


두 사람은 한참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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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6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6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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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 선택의 기로 22.07.28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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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18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8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6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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