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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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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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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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인기의 양면

DUMMY

세계적인 그룹인 네오비의 소속사에서 처음 데뷔하는 솔로 여가수가 화제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기 쉬웠고, 그래서 비교적 많은 반응이 있을 것도 예상했다. 그런데, 발매 일주일 만에 차트 3위에 안착할 건 누구도 예상 못했다. 거기다 앨범 수록곡들 중에도 여러 곡이 순위권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솔로여가수 비수기인 시기이긴 했지만, 이미 수연의 앨범 발매 며칠 전에 코어팬들이 있는 몇 몇 그룹들과 남자솔로가수들의 컴백이 있었다.


그 쟁쟁한 경쟁 속에서 수연은 살아남은 것이다. 아니 살아남은 것 뿐 아니라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무려, 네오비 준기의 음악이니까요.”


수연은 준기의 음악이 널리 사랑받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 노래를 부른 게 자신임을 약간 잊어버리고 있으면 온전한 행복감과 기쁨만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 또 네 목소리이기도 하고.”


피팅을 마무리하던 한실장이 웃으며 덧붙였다.


며칠 전 다급하게 두번째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오늘은 프로필용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도 스트리밍 횟수도 늘어가면서 악플도 많아졌다. 그래도 수연은 악플보다 선플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 몰고 올 파장들은 제가 책임지고 이고 가야 하는 게 맞으니까.


“내가 읽은 댓글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게 뭔지 알아요?”


희정이 수연의 치맛단을 손질하며 웃었다.


“수연씨 목소리가 마치 새소리 같대요. 산사 속에서 듣는 맑은 새소리. 그래서 마음에 평화가 온다나.”


수연이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에 홍조가 졌다.


“솔직히 노래 너무 좋아요. 내 플레이리스트에도 수연씨 노래 있어요.”


같이 일하던 스타일팀 직원 몇몇도 웃으며 말했다.


쑥쓰러우면서도 기뻤다. 이런 마음들에 대한 책임감이 수연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어, 잠깐 화장실 다녀와도 괜찮을까요?”


희정이 치맛단을 다 정리하고 허리를 폈다.


“아, 다했는데, 하필.”


“죄송해요... 아까부터 계속 참았는데...”


눈썹을 모로 내리고 눈치를 보는 수연을 보다 희정이 웃고야 말았다.


“얼른 다녀와요. 다시 하면 되니까.”


“죄송하고 감사해요.”


얼마나 오래 참았는지 후다닥 뛰어가는 수연을 보며 희정과 한실장이 마주보고 웃었다.


화장실 한 칸막이 안에 수연이 들어가 있는데, 밖에서 두런 두런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웃겨, 도대체 지가 뭐라고 돼? 갓 데뷔한 신인가수 주제에 이게 무슨 지 멋대로야? 얼굴 없는 가수한다며? 그래놓고 앨범 나오고 인기 좀 있는 것 같으니까 며칠 만에 얼굴 내놓고 가수한다니. 진짜 어이가 없어서.”


"휴직했다며? 좋겠네. 마음대로 가수도 하고 통역도 하고."


“이제까지 친절하고 일 잘해서 좋게 봤는데, 쟤도 뜨니까 뭐 똑같은 거지. 알잖아, 이 바닥에서 갑자기 뜬 애들이 얼마나 인성 뭣 같이 변하는 거.”


“준기도 어쩜 그래? 쟤랑 11곡이나 만들어놓고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게 조용했었다니.”


“통역한답시고 붙어다니면서 꼬신 거 아니야? 네오비 멤버들이 쟤만 보면 사족을 못쓰잖아. 하진이랑 썸타는 거 아니냐는 말도 돌았는데, 뭐 그건 다행이 아닌 것 같더라고.”


화장실 안에서 칼날 같은 말들을 연이어 듣고 있던 수연은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았다.


알고 있다. 화제가 되고 인기를 얻는 만큼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괴로운 일도 많잖아, 여기는.


준기가 그래서 둘만 만나서 의논할 때 여러 번 물었었다. 괜찮겠냐고.


하진이 어떤 결정이든 응원하는 걸 알면서도, 하진의 걱정이 더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상황을 분명히 예상해서 그런 것이었을 거다.


모두의 걱정을 잘 알기에, 버텨야 했다. 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화장실 칸막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엇!”


수연을 발견한 스텝들이 화들짝 놀랬다. 그 사람들 앞에서 수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번복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저 열심히 할게요.”


자신들을 향해 목례하는 수연 때문에 더 당황한 스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 우, 우리 먼저 가볼게요!”


안절부절하던 사람들이 부리나케 화장실에서 나갔다.


수연은 거울을 한 번 보고 천천히 손을 씻으며 생각했다. 괴로움보다, 더 큰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자고.




——




수연의 두번째 뮤직비디오는 네오비와 서대표, 한실장과 다같이 볼 수 없었다. 휴가가 끝난 네오비는 꽉 찬 스케줄로 새벽에야 늘 일이 끝났고, 제대로 활동하기로 결정한 수연도 마찬가지로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번째 뮤직비디오 공개 시각에는 각자 일하는 장소에서 문자만 주고 받을 수 있었다.


타이틀 곡 ‘마블링’과 달리 두번째 뮤직비디오 곡인 ‘구름과 바다’는 발랄한 미디엄 템포의 곡이었다.


쾌청한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는 노래와 완벽히 어울렸다. 곡의 전반부에는 실루엣 위주로 영상에 나오다가, 곡의 후반부가 될수록 수연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고 가까워지는 느낌의 화면이 지나갔다. 그리고 곡이 끝날 때, 환하게 웃는 수연의 얼굴이 희미하게 클로즈업 되었다.


뮤직비디오의 업로드와 함께 ‘본래 계획에 없던 뮤직비디오를 급하게 찍었으며, 많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소속사의 입장이 뉴스로 보도되었다.


뮤직비디오 업로드와 함께 조회수와 댓글이 폭탄처럼 쏟아졌다.


수연은 그걸 확인하기도 전에 네오비에게서 온 문자를 보느라 바빴다.


-와, 우리 누나 진짜 최고! 내가 팬클럽 회장하는 보람이 있다니까!


-수연아, 뮤비 너무 청량하고 예쁘다.


-다 해낼거라니까, 아무튼 우리 수연이.


칭찬과 격려가 즐비한 문자들 속에서 하진은 문학작품 작가 같이 반응했다.


-언제나 사랑해. 오늘도 넌 대단하고, 나는 감격해.


어떻게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깊고 조밀해질까 싶을 정도의 애정이었다. 점점 애정은 더 샘솟아 넘치고 흘러내렸다. 수연은 휴대전화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잡았다.


문자 속에 남겨진 하진의 온기가 그대로 자신에게 전달되어 해오는 것만 같았다.


“뮤비 감독님 찍고 계속 밤새셨다더니, 작품 멋지게 나왔어!”


한실장은 제 일인 것 마냥 계속 들떠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더 어린 날의 수연에게 연예인을 제안한 것이 한실장이었으니까.


프로필 사진을 찍는 스케줄이 아직 끝나지 않아 여전히 스튜디오 안이었다. 수연은 한실장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네, 너무 감사하게도요.”


그런데 갑자기 한실장이 다가와 수연의 얼굴을 잡고는 휙휙 돌리며 살폈다.


“왜 그러세요?... 어디 이상해요?”


당황한 수연을 가만히 보던 한실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빨리 밥 먹자. 아니 밥도 먹고 간식도 먹자. 살이 너무 빠져서 얼굴이 소멸하려고 해!”


희정이 수연의 머리를 편안하게 묶어주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피팅하는 옷들도 제일 작은 사이즈로 가져왔는데 다 너무 헐렁해. 지금보다 조금 더 찌워야 보기가 더 낫겠어.”


준기와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고 감탄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면 희정의 말대로 얼른 해야 했다.


“아, 먹을게요! 얼른 먹을게요, 밥도 간식도요!”


그런 마음을 희정과 한실장이 알기에 한 말이었다. 내내 입맛이 없다고 적게 먹더니, 다행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씩 웃더니 수연을 일으켜 세웠다.


“그래, 얼른 밥 먹으러 가자! 밥 먹고 일하자!”




——




하진과 수연은 일주일만에 둘만의 공간에서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조우했다.


먼저 도착한 수연이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고, 하진이 조심히 들어와 그 곁에 앉았을 때 수연이 눈을 떴다.


“오빠...”


“아, 푹 자야하는데... 나 때문에 괜히 깼구나.”


미안해하는 하진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 위해 수연이 몸을 일으켰다.


“아니예요, 얼굴 보러 왔는데. 내가 안 깨면 어떡해.”


수연이 졸린 눈을 비비는데, 하진이 수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도대체 뭘 먹어서 자꾸 더 사랑스러워지는거야?”


그 말에 수연이 킥킥 거리다가 하진의 가슴에 안겼다.


“음... 노래 들어주는 사람들의 사랑?”


“어쭈, 내 사랑이 아니고?”


장난스런 말이 오가며 하진도 수연의 등에 양손을 댔다. 서로를 끌어안고 있으니, 아무 생각도 안나고 편안했다. 오늘 화장실에서 들었던 가시 돋힌 말들도, 다분히 모욕적인 댓글도, 일주일 내내 일하며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도.


“아... 그냥 계속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


수연이 그렇게 조용히 말하는 걸 듣고는 하진이 소파에 수연을 안고 누웠다.


“어... 오빠...”


당황한 수연을 꼭 끌어안은 채로 하진이 수연의 머리를 쓸었다.


“그냥 이렇게 있자며.”


“... 음...”


그래, 이렇게 있으니까 정말 좋긴 하다, 고 수연은 생각했다.


“앞으로 더 바빠질거야.”


“응.”


“괴롭게 만드는 일도 더 많아질테고.”


“네.”


하진이 수연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래도 잊지마. 널 여기까지 오게 만든 위로를.”


수연이 말없이 하진의 맑은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 모든 순간의 위로인 당신. 그리고 이제 나를 응원해주는 위로가 되주는, 가수로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그래도, 모든 순간 내 위로는 언제나 오빠가 일순위예요.”


“와, 영광인데?”


하진이 웃는데, 수연이 키스했다. 뜨거운 연인의 시간이 속절없이 또 흘러갔다.




----




수연의 두 번째 뮤비 공개 후 다음날, 노래 ‘구름과 바다’는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10권 내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거기다 뮤직비디오 속 수연의 모습이 얼마나 화제였는지 수연의 진짜 얼굴을 찾거나 만드는 영상이나 그림도 SNS와 너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것 봐, 노래에 딱 맞는 얼굴. 정말 미인 맞음.


-야아, 생각해봐라, 얼굴이 안되니까 얼굴 없는 가수라고 홍보하고 나왔지? 니들은 머리가 없냐?


-미인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해? 중요한 건 음악이야. 음악이 좋잖아!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실물...


-언니~ 추녀라도 좋으니까 그냥 얼굴 까면 안돼요?


-소통하는 가수가 되야지. 신인 주제에 얼굴 없이 노래만 발표하면 다야?


-네오비 소속사 홍보 진짜 쩐다. 노래도 다 너무 좋고. 기다리면 언젠가 얼굴 공개하지 않을까?


수연이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데 자꾸 몰두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찍기 위해 대기하면서 또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있게 되었다.


“그렇게나 궁금해?”


한실장이 수연의 머리핀을 바꿔주며 물었다.


“네... 자꾸 보게 되요. 신기해서.”


희정이 수연의 웨이브 준 머리를 빗어주며 말했다.


“좋은 얘기도 있지만 나쁜 얘기도 많을 건데. 너무 몰입하지마요. 상처받으면 어떡해.”


진심어린 걱정에 수연은 그저 웃었다.


알고 있다. 네오비 멤버들도, 한실장도 서대표도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으니까.


-괴로운 모든 일들을 고마움으로 다 감내하기에 어려울 때도 있을거야.


어젯밤 가수로서는 대선배인 하진의 말들이 수연에게 힘을 주었다.


-가수가 아닌 나일 때도,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나를 싫어하고, 누군가는 내게 관심이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도움이 돼.


선배로서의 하진은 또 얼마나 멋지고 본받을 게 많은지, 수연은 끝없는 감탄을 하며 제 남자친구의 얼굴에서 눈을 못 뗐었다.


지잉.


수연이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하진의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도 사랑해. 밥 꼭 먹고 일하기!


하진의 일상적인 말들도, 가끔은 문학작품 같은 말들도, 선배로서의 충고도 무엇 하나 과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자꾸만 감동하고 더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찰영 준비 끝났습니다.”


수연은 휴대전화를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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