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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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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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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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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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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모순의 현실

DUMMY

서대표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애초에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하기로 했던 수연, 가수 ‘한연수’에게 밀려드는 일들 때문이었다.


광고, 화보찰영, 음악 프로그램 섭외, 예능 섭외, 너튜브 유명 채널들의 섭외 등의 제안서나 계약 서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가수 한연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보여주는 종이들이었다.


서대표는 머리가 지끈거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수연의 결정으로 연이어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 일 줄은 솔직히 몰랐다.

 

소속사 대표로서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다 해야 할 일들이었다. 처음으로 데뷔시킨 솔로여가수가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대부로써는 이걸 다 해야 하는 게 맞는지 걱정이 되어 어쩔 줄 몰랐다.


네오비가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서대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을 수연은 너무 빨리 겪고 있었다.


이미 수연이 겪었던 여러 일을 생각하면... 부모님의 사고, 하진을 구하기 위해 당했던 사고, 공황으로 인한 괴로움... 서대표는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 많은 불안을 안고 있었다.


똑똑. 노크소리에 연이어 문이 열렸다. 하진이 급하게 왔는지 메이크업에 의상도 그대로 입은 채 목례하며 들어왔다.


“저 급히 부르셨다고 해서요.”


서대표가 인상을 쓴 채 앉으라고 손짓했다. 지쳐보이는 하진이 의자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네오비도 새 앨범 준비중이라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금은 광고 찰영 중 점심 시간에 서대표의 호출로 회사로 온 참이었다.


“......”


서대표의 표정과 그가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종이 뭉치들을 본 하진이 먼저 말했다.

 

“걱정... 많이 되시죠?”


서대표가 종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하진을 바라보았다.


“수연이는 항상 해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믿음직한 하진의 말에도 서대표의 불안은 가라앉질 않았다. 준기와 수연이 찾아왔을 때 그만 두었어야 했나, 수연이 제대로 활동하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그만두었어야 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이 제안들을 받아들이면, 수연이는 진짜 대중 앞에 오롯히 다 드러내고 서게 되는 거야.”

 

아직은 살짝 공개한 정도이지만, 연이은 계획들이 차근히 수행된다면 수연은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그 리얼한 반응도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잖아요. 수연이를 믿어주세요.”


“......후우.”


서대표가 긴 한숨을 내쉬는데, 하진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예전에 저희 둘의 감정을 아신 날... 저에게 그러셨죠? 상처가 걱정된다고요.”


언제적 얘기를 하는거지?... 아.


서대표가 깨달은 순간, 하진은 희미하게 웃었다.


“저는 할 수 있다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수연이 곁에 있고 싶다고 말씀드렸고요.”


“......”


하진과 수연의 교제를 허락했을 때, 서대표는 상처를 여전히 염려하고 있었었다. 수연에게 큰 위로가 되는 하진과의 관계가 끝났을 때 수연이 버티지 못할까봐 두려웠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두 사람의 믿음은 굳건했고, 애정은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수연은 하진과 함께 있으면서 더 많이 웃고, 더 용감해지고, 더 행복해졌다. 서대표는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염려하는 것 때문에 결정을 망설이는 일은 더는 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수연이도 그걸 원하지 않을 거고요.”


아. 이 녀석은 나보다 수연을 더 믿고 있구나.


그걸 깨닫자 왠지 서대표는 부끄러워졌다.


“수연이의 결정을 존중해주세요. 그 애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잖아요.”


하진을 구한 사고 후 다 돌아오지 않은 기억의 파편들 속에서도 수연은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의 사고 후 우울과 죄책감들 속에서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마음에 담고 일어섰다. 그런 수연이니까, 힘들어도 제 결심을 놓치 않을 것이었다.


“저는... 그 애의 모든 순간 위로니까... 제가 꼭 곁에서 잘 지키겠습니다.”


하진이 일어나 서대표에게 목례했다.


“그러니 즐겁게 가수활동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서대표를 바라보는 하진의 굳센 눈이 빛났다.

 

 


----

 



“그래서, 뭘 할지 말지 정하란 말이지?”

 

한실장은 데뷔한 솔로 여가수 한연수의 스타일팀장이자 매니저를 겸하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은 희정이 함께 도와주었지만, 네오비의 스케줄도 더 철저히 챙기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희정을 보냈다.


한실장이 태블릿으로 서대표가 보내온 계약과 제안서들을 꼼꼼히 훑고 있었다. 막 찰영이 끝난 수연이 한실장 곁으로 와 앉았다.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세요?”


“응, 너한테 들어온 광고, 화보찰영, 프로그램 섭외 등등... 뭘하는 게 좋을까 싶어서 고르는 중이야.”

 

“네? 뭐, 뭘 골라요?”


수연이 화들짝 놀라자 한실장 후후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이보세요, 데뷔 일주일만에 차트 3위 찍은 신인가수씨, 이제 현실이예요.”


“아... 그건 생각은 했는데...”

 

더듬 더듬 할 말을 찾는 수연을 보던 한실장이 갑자기 수연을 끌어안았다.


“실장님?”

 

방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어려운 때가 있었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걸 괴로워하던 때도 있었었다. 그런 아이가 이렇게 자라다니, 한실장은 수시로 자신을 덮쳐오는 감격에 행복했다.


“그냥... 기특해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서대표와 한실장은 수연에게 또다른 부모가 되주려 노력했다. 그걸 알면서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수연은 늘 미안했었다. 마음이 움직이는 게 마음대로 안되는 현실이 싫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실장과 같이 있으면 엄마같은 포근함과 잔소리를 할 때는 귀찮은 마음도 느껴졌다. 정말 꼭, 대모, 또 다른 엄마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기특하단 건 그런 뜻일지도 모르겠다. 수연은 한실장이 따뜻한 눈빛을 마주하고 있으니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불끈 솟았다.


“저 현실 받아들일 준비 됐어요! 뭘 하면 좋을까요?”

 

저 넘치는 의욕을 어쩌면 좋을까. 한실장은 웃으며 수연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러게, 뭘 하면 제일 좋을까? 같이 볼래?”


태블릿을 내밀자 수연이 반짝이는 눈으로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다.

 



----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보니, 잊어버렸었다. 강렬한 적대감과 분노감을.


첫번째와 두번째 뮤직비디오를 같이 작업했던 감독은 연이은 과로에 이번 찰영은 다른 팀과 하게 되었다. 수연은 찰영장에서 준비하면서 노골적인 적대감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거기다 오늘은 한실장이 급한 일로 자리를 비웠다. 희정도 없고, 그나마 아는 스타일팀원들이 있었지만 그들만으로 버티기엔 부정적인 감정의 역동이 강렬했다.


“그, 얼굴없는 가수 한다던 한연수가 저렇게 생겼었네요.”


“왜 굳이 그런 컨셉으로 홍보해서 혼란을 주나 몰라.”


“그러게요, 오늘 이 찰영으로 공개하는 거 아니예요?”


화장을 고치던 수연은 소근거리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 수연씨, 그럼 화장 망가지는데.”


“아, 죄송합니다.”


스타일리스트가 입술을 수정해주더니, 수연에게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 이제 시작인데, 우리 수연씨 멘탈 관리해야죠.”


“아... 네.”


무슨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노골적인 이야기들을 몇 시간째 듣고 있으니 생각보다 상처를 받게 되었다.


“네오비도 얼마나 이런 일을 많이 겪었겠어?”


그럴 것이었다. 중소기획사에서 데뷔한 가수라 잘 안될 거라고 조롱거리가 된 일도 있었고, 애써 잡은 무대 스케줄이 펑크나는 일도 일상이었다고 했다. 한 케이블 채널이 제안한 리얼리티쇼에 출연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도 했다.


“지금도 겪고 있죠. 원래 유명해지면 헤이러들이 더 많이 생기거든요. 신상에 대한 얘기, 성적인 조롱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러운 얘기도 많이 해요.”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괴로움을 이기는 건 고마움 뿐이라고 하진은 버릇처럼 말했다.


“수연씨는 데뷔부터 화제니까 더 심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버텨야죠. 이건 인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니까요.”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담이 많을수록 자신을 좋아해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니. 현실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데뷔하자마자 준기의 음악이 이 정도로 인기를 얻는 감사에 더 집중해야 하는 걸 수연도 잘 알았다.


“감사해요. 이런 이야기 해주시는 거요.”


이런 사람들이 수연이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말에 스타일리스트가 옆머리를 한 번 더 빗겨주며 웃었다.


“주눅들지말고,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고 와요.”




——




두번째 뮤직비디오 업로드 후 일주일이 채 안되어 수연이 라이브를 하는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영상에서 수연은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채 타이틀 곡 ‘마블링’과 ‘구름과 바다’, 그리고 다른 수록곡 ‘소풍’까지 총 3곡을 불렀다. 그리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인사를 했다.


치솟는 인기를 증명하듯 라이브를 한 곡들이 실시간 차트에서 모두 10위권에 안착했다. 그리고 수연이 느끼는 고마움과 괴로움은 그만큼 더 강해졌다.


집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수연은 인기의 양면성을 실감하다가 피곤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하진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너 왜 나와 있어? 네오비 스케줄 오늘 좀 일찍 끝났다더니.”


“데리러 오고 싶어서요. 찰영장까지는 못 가니까 여기서라도 기다리고 싶었어요.”


한실장이 못말린다는 듯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하진이 조수석에 앉은 채 잠든 수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잘... 버티고 있는 거죠?”


한실장이 운전석에서 내려 하진의 곁에 섰다.


“애초에 공개하지 않으려다 나온 거라 반발감에 악플이 더 심한 것 같아. 인기만큼... 뭐 그런 거지... 니가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하진도 제 스케줄을 하면서 수시로 수연의 활동이나 팬들의 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있어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그런 상처들이 수연의 마음을 깊게 헤집고 자리를 차지할까봐 걱정될 뿐이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수연이 눈을 깜빡였다.


“어... 깼어?”


“나, 언제 잠든 거예요? 어? 오빠네?”


수연은 잠이 덜 깼나 싶어서 제 눈을 마구 비비더니 다시 하진의 얼굴을 확인했다.


환하게 자신을 웃는 하진의 얼굴,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다.


“오늘 조금 일찍 끝나서 너 마중나온거래. 못말려.”


한실장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수연이 차에서 내려 하진의 앞에 섰다.


“와... 마중나오는 남친... 너무 좋아요.”


찰영 현장에서는 종종 의기소침하거나 눈치보는 표정을 지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한실장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그럼 가볼게.”


“네, 수고하셨어요. 조심히 가세요.”


“하진아, 우리 수연이 잘 부탁해.”


“네.”


한실장의 차가 사라지자 하진과 수연을 손을 꼭 잡고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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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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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6 1 11쪽
» 81. 모순의 현실 22.07.31 16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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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4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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