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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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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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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DUMMY

가수 한연수로서의 음악 프로그램 첫방송 이후 팬들과 언론의 반응은 더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네오비의 활동을 보면서 도움이 된 건지, 차분한 태도로 라이브를 잘 했다며 칭찬을 받았다. 거기다 음원하고 똑같으면서도 애드립 주는 부분도 너무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애드립도 다 준기오빠가 코칭 해준 걸요.”


이동하는 밴 안에서 칭찬에 쑥쓰러워하는 수연을 보며 한실장이 말했다.


“프로듀서가 코칭한 걸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도 가수의 실력이야. 준기 말대로 적당한 애드립이 있어서 오히려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아.”


수연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방송 출퇴근 할 때 만났던 팬들도, 무대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선배라는 가수들도 진짜가 맞았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은 그저 인간 한수연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가수 한연수라는 정체감이 추가된 것이었다. 가끔 하진이 그 속에서 왜 어지러움을 느꼈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았다.


“아, 하진오빠다!”


수연이 진동하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환히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밴 안에는 운전하는 한실장과 자신 뿐이여서 하진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수연아, 전화 받을 수 있어?


“오빠, 오빠, 오빠.”


-왜, 왜, 왜? 무슨 일 있어?


그 반응에 수연이 웃음이 터졌다. 하진이 어리둥절하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다급하게 불렀는데? 괜찮은 거야? 흠... 웃음 소리 들으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보고싶어서요. 진짜 너무 너무.”


음악 프로그램을 찰영하고도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 수연은 하진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었다. 수연이 잠든 모습을 하진이 보거나, 하진이 잠든 모습을 수연이 본 게 다였다. 둘만의 공간에서도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


네오비의 이번 앨범은 특별했다. 그동안 가수활동을 뒤돌아보고, 팬들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담았다.


수연은 다급하게 준비하느라 앨범 자켓 찰영과 뮤직비디오 찰영도 짧게 했지만, 네오비는 그 과정을 휴가 끝나고 내내 하는 중이었다.


-나도 보고싶다. 너무.


한숨같기도 한 그 목소리에 왜 가슴이 떨릴까.


한없이 다정한 수연의 남친은 또 한없이 그리움을 유발하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나보다. 수연은 전화 너머 하진의 숨소리까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 휴대 전화기에 볼을 기댔다.


-그래도, 기쁜 소식 하나 있어.


“응? 기쁜 소식이요?”


-영민형이 좀 전에 그러는데 우리 첫방이랑 너 막방이 겹칠 것 같대.


“정말요?!”


갑자기 높아진 소리에 운전하던 한실장이 놀라 수연을 잠시 돌아보았다. 수연이 미안한 기색으로 웃자 한실장이 다시 정면을 보고 운전을 했다.


“같은 방송이라니...”


상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나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수연은 안그래도 뛰던 가슴이 더 거세게 뛰는 걸 느꼈다.


-하진아!


그리고 전화 너머에서 하진을 급하게 찾는 영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가야겠어요.”


-응, 또 전화할게.


“남은 찰영 힘내요.”


-너도. 우리 퇴근하고 만나.


끊어진 전화를 보며 수연이 생각했다. 오늘은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고.




——




수연에게는 줄줄이 음악방송 스케줄이 이어졌다. 도중에는 화보 찰영도 있었고, 언론사와 인터뷰 스케줄도 있었다. 거기다 광고 찰영까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제대로 모를 정도였다.


잠이 모자라 비몽사몽 현장에서 조는 시간도 많아졌다.


“아... 나 또 졸려요... 어떡해...”


“얘 또 그러네. 자면 된다니까. 대기 시간에 잠을 자야지, 안그래도 바쁜데. 왜 자꾸... 어휴.”


수연은 찰영장에 다다르면 스텝들에게 목례로 인사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리 숙지해 온 내용과 비교해서 살펴보고, 세트구성 등 전반을 알고 그에 맞춰 일하려고 노력했다.


찰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성실한 연예인이라 마음에 들겠지만, 한실장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오비의 통역사로 일을 할 때도 꼼꼼하고 완벽한 일처리는 해외 기자들에게도 오르내릴 정도였지만, 가수가 되고서도 그렇게 일을 할 줄은 몰랐다.


“콘티 한 번 더 보고....”


“얼른 자. 안 그럼 나 화내. 안 자면 피부 푸석푸석해서 사진도 안 나와. 그럼 더 민폐라고.”


“아? 정말요?!”


한실장을 말에서 합리적 이유를 찾았는지 수연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실장이 건네준 목베게를 한 채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래. 그 자세 마음에 든다.”


한실장에게서 겨우 웃음이 나왔다. 수연도 한실장을 보고 씩 웃고는 금방 쌕쌕 거리며 잠이 들었다.


“세트에 문제가 생겨서 대기 시간이 2시간 더 ... 아.”


설명해주려고 온 스텝이 수연을 발견하고는 한실장을 마주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조용히 가고 나서야 한실장도 다른 소파에 잠시 앉았다.


-신인가수라면서, 이 바닥 생리를 잘 아는 사람 같네요.


-한연수씨가 열심히 해주니까 생각보다 금방 끝났어요.


-한실장님이 왜 굳이 신인가수 매니저로 따라다니는지 알겠네요.


찰영 시작 전에 웅성거리던 스텝들, 반감이 있던 사람들도, 찰영이 끝날 때쯤이 되면 대개는 수연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하는 장면에서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 일을 열심히 하는 그것도 인성도 괜찮은 연예인이 마음에 안 찰리가 없으니까.


한실장은 수연이 가수를 데뷔하는 일도 실제로는 반대했었다. 서대표에게 준기를 먼저 불러 설득해서 없던 일로 하는 게 어떠냐고 한 적도 있었다.


-그 애가 새로 찾은 인생의 의미가 이거면 어떡하려고?


서대표의 말에 한실장은 매니저로 붙어다니겠다고 선언했다. 이례적이고 이상하게 보일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걱정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연이 신상 공개를 번복했던 일도, 잘나가는 신인가수에게 쏟아질 질투와 분개의 감정들도 너무 잘 알기에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 걱정의 실체를 확인하고 수연을 지키는 일을 하려면 수연 곁에 딱 붙어 있고 싶었다.


그런데 한실장의 걱정을 덜어주는 일을 수연은 계속 하고 있었다. 방송국에 가서는 자진해서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어느 찰영장에서도 스텝들에게 인사를 먼저 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회사에서 명문대 출신 인턴을 싫어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던 것처럼, 지금 가수로서도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한실장은 잠든 수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래도 진심이 통하지 않을리가 없잖아요?


가수가 된 후 겪은 여러 장면에서 수연은 늘상 그렇게 말했다. 꼭 자신에게도 하는 말처럼.


“그래... 진심은 결국... 통할 때가 많아.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실장은 수연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따뜻하고 애정어린 어머니의 얼굴을 하고서.




——




“2주만에 저녁 스케줄이 없는데, 무슨 저녁을 먹자는 거야? 걔는?”


수연이 말한 식당으로 가기 위해 밴을 돌린 한실장은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났다. 쥬디스가 수연과 저녁을 먹자고 불러낸 것이었다.


“좋은 후배와 선배가 되고 싶다 했으니까... 같이 밥 한끼 정도는 먹을 수 있잖아요.”


수연이 한실장의 눈치를 보며 더듬 더듬 말했다. 자신이 눈치보게 만들어 놓고서 눈치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한실장이었다.


“내가 말했지? 쥬디스 걔 제멋대로라고 소문이 자자해. 너 불러서 또 힘들게 하면 어쩌려고 그래?”


적어도 첫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만난 쥬디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럭스플로스 멤버들의 공격을 막아주고, 솔직하게 호감을 표현한 사람이었다.


“전... 쥬디 언니가 마음에 드는 걸요.”


“뭐? 쥬디?”


“애칭을 부르래요. 쥬디 언니라고요. 쥬디스 선배님은 너무 사이가 먼 사람 같다고.”


이제 한실장은 할 말을 잃었다. 쥬디스와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음방에서 몇 번 쥬디스가 간식을 먹인다고 데려간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언제 그만큼 가까워진거야?”


“그냥요. 한실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같이 얘기하면 그냥 가감없이 솔직한 것 말고는 불편한 게 별로 없는 걸요.”


저, 저... 순진한 걸 제대로 꼬셔놨네...


“럭스플로스 멤버 3명이 막내 하나 관리 못한다고, 전부 막내한테 다 휘둘린다고 소문이 자자한 게 벌써 3년째야.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의, 존중 그런 게 별로 없기로 소문이 자자한 애란 말이야.”


“소문이 그렇다는 걸 알지만... 제가 본 쥬디 언니는 소문과는 너무 달랐단 말예요...”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어!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그런가.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수연이 눈 앞에서 목격한 많은 행동들이 쥬디스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말을 심술궂게 하는 면이 있었지만, 수연이 좋아한다는 디저트를 미리 사놓았다가 챙겨준 것도, 메세지를 주고 받으면서 추천해주었던 클래식 음악도, 다 쥬디스가 사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너 딱 밥만 먹고 나한테 전화해! 나 주차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니, 한실장님도 그냥 퇴근...”


“기다린다고 했어!”


더 이상 뭐라고 하면 한실장이 불같이 화를 낼 것만 같아서 수연은 입을 다물었다. 요즘 한실장은 수연을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대했다.


생각지못한 가수라는 직업 변화에 제일 당황한 건, 이전에 가수가 되길 제일 원했던 사람인 한실장 같았다. 걱정되고 안쓰럽고 사랑하는 마음이란 건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자신을 믿어주면 좋겠다.


지잉지잉.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하니 하진이었다.


-오랜만의 이른 퇴근인데, 선배가수 만나 즐겁게 보내. 혹시나 힘들게 하면 얘기하고! 알았지?


분명 하진도 염려 가득일테지만 수연을 믿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한실장도 하진도 사실은 그냥 수연을 사랑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행동을 하는 것 뿐이다. 수연은 한실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네, 저 금방 다녀올게요. 그럼 실장님도 저녁 드시고 계세요. 아셨죠?”


수긍하는 모양새를 보고 한실장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알았어. 너무 늦게까지 같이 있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 보이면 나한테 바로 전화하는 거야. 알았지?”


“네. 꼭 그럴게요.”


사람은 다 다르다는 사실도, 그만큼 다양한 사랑의 형태 모두 감사하다는 사실도 수연은 잊지 않으려 애썼다.




----




“이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수연을 안내한 직원은 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바삐 제 갈 길을 가버렸다.


“흐음... 여기라고?”


분명 쥬디스에게 받은 문자에 적힌 건 다른 곳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쥬디스가 착각했나보다.


수연이 조심히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어? 한연수?”


룸 안에는 약속한 선배 가수 쥬디스가 아닌, 신태양과 같은 그룹 넘버나인의 멤버인 ‘왕민혁’이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방을 잘못...”


당황한 수연이 얼른 인사를 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한걸음에 뛰어나온 민혁이 손을 뻗어 수연을 세게 붙잡았다.


“와, 신인가수 한연수! 이런 데서 보네. 반갑다.”


“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제가 방을 잘못 찾아서... 죄송합니다. 나가보겠습니다.”


수연은 다시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민혁이 빠르고 세게 수연을 방 안으로 당겼다.


탁.


룸 안에 들어온 수연의 뒤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할 정도로 오싹한 소리였다.


“그냥 가면 안되지. 섭섭하게.”


민혁의 웃음도 문이 닫히는 소리만큼이나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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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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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5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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