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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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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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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43

작성
22.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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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5. 진심이 통할 때

DUMMY

“저, 선배님, 죄송하지만 잘못 방을 찾은 거고, 저는 선약이 있어서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당황했던 수연이 이내 평정을 되찾고 민혁을 향해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이상하게 힘이 있어서 민혁은 신기했다.


“와, 놀라지도 않네? 하긴 보통 심장으로는 네오비 통역사 하면서 애들 꼬셔서 앨범까지 내지는 못하지.”


그 말에 수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말...이... 무슨 뜻이지?


수연의 표정이 변하는 걸 본 민혁이 이죽거렸다.


“뭐야? 소문도는 거 몰랐나보네? 이 바닥이 얼마나 소문이 빠른데 그런 것도 모를 리가.”


아니다, 아는 건 상관없는데. 그 뒷 말이.


수연이 입을 꾹 다문 채로 생각하는데, 민혁이 수연의 코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에이, 화내지마. 나는 그냥 소문을 얘기한 것 뿐이야.”


수연의 반응을 재미있어하는 민혁의 표정을 보니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방을 잘못 찾았다고 나가겠다고 벌써 여러 번을 말했는데, 굳이 나를 붙잡은 이유가 이런 거라고?


하긴 이미 이럴 걸 알고 있지 않았나.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다 있는 세상이란 걸 이미 다 겪지 않았었나. 그럼에도 수연은 아직 포기를 모르는가보다. 제가 진심이면 그 진심이 통하는 사람이 더 많기를, 그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더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소문을 얘기하시려고 저를 붙잡으셨나요? 그럼 소문을 들었으니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살짝 동요하는듯 보였다가 다시 표정을 정리하고 뒤를 도는 수연을 보니 민혁은 왠지 더 장난을 치고 싶었다. 민혁이 빠르게 수연과 문 사이에 끼어들었다.


“화내지 말라니까, 진짜 화났나보네? 소문이 사실인가봐?”


킥킥대는 면상을 보니 겨우 참고 있던 화가 더 폭발할 것만 같았다. 수연은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


“비켜주세요. 나가겠습니다.”


와, 이래도 안 넘어오네?


화를 잘 참고 있는 수연의 반응이 신기하기만한 민혁이 수연을 요리조리 살피면서 말했다.


“아까도 말했잖아, 그냥 가면 섭섭하다고.”


그래서 뭘 어쩌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참으며 수연이 민혁을 올려다보았다. 같은 그룹인 신태양만큼 큰 키는 아니었고, 오히려 남자치고는 좀 작은 키였다. 수연이 그동안 공부한 ‘선배님 파일’에서는 민혁이 알아주는 춤꾼이라 넘버나인에 합류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럼 더 뭘 하고 싶으신 건데요?”


하아, 이제야 반응하네.


좀 전까지는 예의를 갖춘 느낌이 있었는데, 방금 말은 너무 서늘해서 그 느낌이 없어졌다. 민혁은 드디어 수연이 반응을 하자 더 재미가 났다.


“그거야, 네가 뭘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민혁이 은근한 목소리로 수연에게 속삭일 때였다.


쿠당탕!


갑자기 문이 확 열리더니 쥬디스가 나타나 민혁을 향해 발길질을 했고, 민혁이 뒤로 넘어지면서 나가떨어졌다.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언니!”


쥬디스가 씩씩 거리면서 민혁을 노려보았고, 넘어졌던 민혁이 상반신을 일으키며 얼굴을 매만졌다.


“야! 너 뭐야! 왜 갑자기! 아씨!”


세상에, 민혁의 입술이 터져서 피가 나고 얼굴 한쪽이 시뻘개져 있었다. 쥬디스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수연을 보며 물었다.


“괜찮아?”


아. 진짜... 좋은 사람 맞구나. 진심인 사람 맞았어.


그 생각에 수연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 왜 울어?”


쥬디스가 수연의 눈물을 보더니 더 꼭지가 돌아버렸다. 민혁이 터진 입술의 피를 닦는데 다가가 무릎을 굽힌 채 민혁의 멱살을 붙잡았다.


“야, 이 새끼야. 너 뭘 했어? 쟤 왜 울어?”


“아이씨... 하긴 내가 뭘 해... 윽!”


쥬디스가 양손으로 민혁의 멱살을 더 꽉 잡고 조였다.


“말 안해?! 내가 이 일하면서 이상한 짓이나 더러운 짓 하면 죽어버린다고 했어, 안했어?!”


민혁이 목이 조여들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수연이 정신을 차리고 다가가 쥬디스를 말렸다.


“언니, 언니 그만해요. 네? 아무 일 없었어요.”


“아무 일 없었는데, 왜 울어?!”


“정말이예요. 소문 얘기해준 것 밖에...”


“소문?”


쥬디스가 민혁이 쩔쩔 매고 있는 걸 보고 멱살을 잡았던 두 손을 놓았다.


“무슨 소문? 말해.”


민혁이 쥬디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수연은 제 앞에서 당당하고 저를 얕잡아보던 민혁이 쥬디스 앞에서는 독 안에 든 쥐처럼 굴자 어이가 없고 더 화가 치밀었다.


“무슨 소문?!”


“아, 쟤가 네오비 통역하면서 꼬셔 가지고 가수 됐다잖아!”


민혁이 소리치자, 수연은 현실을 깨달았다. 한실장이 늘 말했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도, 그저 남을 비난하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수연이 아무리 노력해도 저런 말들을 입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을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는 좋은 사람들 곁에 있다보니, 세상에 대한 기본 원칙을 잊었었다. 바보처럼.


멈추었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솟구쳤다. 사실은 알고 있었으면서, 열심히 하면 다 좋아질거란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감추고 싶었었다.


“아, 이 새끼야! 얘 또 울잖아!”


쥬디스가 민혁을 뒤통수를 휘갈겼고, 민혁은 울상이 되었다.


“아씨... 나는 그냥 소문을 말한 것 뿐이라니까!”


민혁이 반성없이 소리치자 쥬디스가 민혁의 뒤통수를 또 한 번 세게 때렸다.


“너는 그게 문제야. 왜 자꾸 나대냐고. 또 한 번 더 해봐. 내가 어떻게 하나.”


소리치지 않고 나지막히 말하는 쥬디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민혁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일단 나가자.”


쥬디스가 일어나 수연을 데리고 나가려는데 마침 신태양이 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한연수? 쥬디? 왜 여기... 어, 왕민혁? 너 다쳤어?”


당면한 장면에 어리둥절한 태양을 두고 쥬디스는 인사도 없이 방을 나섰다.


“잠깐만-”


태양이 쥬디스와 수연을 잡으려는데, 민혁에게 붙잡혔다.


“아... 나 코피도 나는 것 같애.”


입술도 터지고, 코피도 나고, 얼굴에 멍까지 든 민혁의 모습에 태양은 기가 막혔고, 그 사이 룸 문이 꽝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태양이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수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꼭 우는 것 같았는데.


“야, 나 휴지라도 주라고!”


“어, 알았어.”


민혁의 재촉에 움직이면서도 태양은 자꾸 닫힌 문쪽을 바라보았다.




----




쥬디스는 본래 예약된 룸으로 수연을 데리고 들어와 앉혔다.


냉랭하던 음악방송 대기실에서도 싱긋 웃으며 온 스텝들과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니던 아이였다. 대놓고 들으랍시고 뒷담화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꿋꿋이 미소를 잃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던 아이였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는데, 왠지 그 모습이 자꾸 마음에 남아서 보자고 했던 건데.


왕민혁 같은 새끼한테 붙잡혀서 울고 있을 줄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진 수연은 진정이 되질 않았다. 그동안 애써 버틴 걸 증명하듯 눈물이 소리없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닦아도 닦아도 멈추질 않고, 심호흡을 아무리 해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쥬디스가 말했다.


“내 본명, 왕민정이야. 왕민혁 저 새끼가 내 동생이고.”


그 말에 수연이 고개를 들자 쥬디스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


“그러니까 저 새끼가 뭘해서 이렇게나 우는 지 말해봐. 내가 다시 가서 죽여버릴테니까.”


짖궂고 장난기 많아도 여자를 건드리거나 못된 짓을 하는 놈은 아닌데, 어쩌다가...


아니다, 이 상황에 지금 민혁이 문제인가. 수연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정말 찢어발겨 버릴 것이다. 인간이 아닌 놈이면 인간이 아닌 놈 답게 죗값을 치러야지.


쥬디스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 때, 수연이 입을 열었다.


“민혁선배 때문에 우는 거... 아니예요.”


“뭐?”


기다렸던 대답에 어이가 없는 쥬디스였다. 그럼 도대체 왜 울어? 그렇게 수도꼭지 튼 것 마냥?


“선배가... 쥬디 언니가... 진심인 사람이어서요.”


눈물이 남아있는 떨리는 목소리에 쥬디스가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 그 소문은... 내가 뭘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의연한 척 해놓고, 괜찮은 척 해놓고,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던 것이었다. 신상을 공개하고 가수 활동을 하기로 했을 때 이런 일까지 다 예상했으면서. 그런데도 막상 다른 사람의 입으로 직접적으로 들으니 더 이상 괜찮은 척 할 수 없었다.


소문이 진실이 아니어도, 소문을 끝까지 말하는 이들은 그걸 진실로 사실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중요한 건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임을 알면서도, 소문이 계속 자신을 네오비를 따라다니리란 걸 생각하니 서럽고 화나고 겁이 났다. 그리고 준기와 하진, 다른 멤버들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봐 미안하고 두려웠다.


울음을 참아내는 수연을 보며 쥬디스가 컵에 물을 담아 수연 앞에 두었다.


“먼저,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 말하면.”


쥬디스의 말이 이어지자, 이번엔 수연이 귀를 귀울였다.


“내 뒷담화 다 맞아. 나 제멋대로고, 멤버들도 감당 못할 정도고, 동생도 패대기치는 이상한 애 맞거든?”


그 말을 듣는데, 왜 웃음이 나지.


수연이 웃어버리자 쥬디스는 어이가 없었다.


“이거 봐라? 그렇게 울더니만 또 웃어?”


역시나, 쥬디스는 숨김이 없다. 수연을 걱정하고 화를 내주었던 모습이 수연이 보아왔던 쥬디스가 맞았다.


“언니는, 늘 솔직하잖아요... 가끔 그게 정도를 넘을 때도 있지만... 남의 눈치를 안보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남의 눈치를 안 보는 건 그만큼 부끄러울 게 없고 당당해서잖아요?”


어느 새 눈물이 그친 수연이 제 생각을 말하는 걸 보고 쥬디스는 입이 떡 벌어졌다.


“너... 방금 전까지 눈물 콧물...”


쥬디스가 말하는데 수연이 휴지로 팽하고 코를 풀었다.


“하... 기가... 막히네, 진짜.”


그런 쥬디스를 보고 싱긋 웃은 눈물 자국 범벅인 수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언니가 그렇게 안하면 언니 그룹은 중심이 없는 거라서 그럴 거예요. 언니는 막내지만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거고.”


눈물이 멈춘 수연이 줄줄줄 제 의견을 말하는 걸 쥬디스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동생도 나쁜 짓을 한 것 같으면 코피를 터트려서라도 바로잡아야 하고 반성시키고 사과시켜야 한다는 사람이고요.”


“... 그래서?”


눈이 퉁퉁 부운 수연이 크게 미소지었다.


“그래서 언니는 제가 좋았던 거예요.”


“뭐?”


세상에, 지금까지 조심하던 애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수연을 목도한 쥬디스는 연이어 당황했다.


왠만한 일에도 이렇게나 당황하지는 않는데. 날 이렇게나 만들다니.


“언니랑 비슷한 면이 있는 날, 발견한 거예요. 맞죠?”


그러더니 또 환하게 웃었다. 쥬디스가 좋은 사람이라서 고마웠고, 그 덕인지 속상한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어안이 벙벙한 쥬디스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수연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연수... 도대체... 너 지금 뭐하니?


펑펑 울어 시뻘건 눈을 한 수연이 메뉴판을 들며 말했다.


“일단 뭐 좀 먹으면 안되요? 나 배가 너무 고파요...”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가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수연은 소문의 괴로움 따위 잠시 접어두고 쥬디스가 진심인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하.”


쥬디스는 그런 수연의 모습에 헛웃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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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 진심이 통할 때 22.08.04 14 1 12쪽
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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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6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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