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모든 순간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2,075
추천수 :
116
글자수 :
549,943

작성
22.08.08 06:00
조회
13
추천
1
글자
12쪽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DUMMY

팀원에게서 네오비와 신인가수 한연수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지안의 심기는 매우 복잡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실력이 한껏 향상된 스타일리스트로 곁에 있으면 제게 기회가 올 줄 알았다.


하진은 누구에게든 다정한 사람이었으니, 그런 마음을 잘 살피다가 기회가 오면 붙잡으면 될 거라 생각했다. 재입사를 하면서 지안은 하진과의 장밋빛 미래를 꿈꿨었다.


그런데 하진과 모든 멤버의 애정을 독차지한 사람이 따로 생겼다니. 곁에 붙어다니는 통역사로 일하다가 친밀감을 쌓은 것도 모자라 그 마음을 빌미로 가수로 데뷔라니.


네오비 모든 멤버들이 그랬지만, 음악 작업에 있어서 준기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그런 준기를 꼬셔서 작사작곡한 곡을 10곡이나 넘게 받았고 프로듀싱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얼굴 없이 데뷔하고 싶다고 했다가 결정을 번복했다고?


세상에 얼마나 네오비와 소속사를 같잖게 보면 그렇게 제 마음대로 멤버들과 회사를 휘두를 수 있는거지?


생각할수록 지안은 너무 화났고 억울했고 짜증이 치밀었다. 네오비와의 허물없는 관계, 가수로의 데뷔 같은 특혜를 받을 사람은 그 여자가 아니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네오비를 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애를 쓴 자신과 같은 사람 정도는 되어야 했다.


자신은 아직도 네오비 멤버들과 존댓말을 썼고, 직업 장면이 아니고서는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 멤버들의 온 관심이 쏠려 있는 게 그 여자라니.


그 때 연습이 다 끝난 하진이 힘든 기색이 역력한 채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이싱 한 번 더 할까요?”


지안이 어깨 보호대를 꺼내는데, 하진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처음 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예요, 저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는 하진의 뒷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뭄에 쩍쩍 갈라지는 흙바닥 같았다. 네오비를 만난 뒤 오롯이 하진만을 위해 제 인생을 살아왔다 생각했던 지안의 마음이 송두리째 깨지고 있었다.




----




“응, 통화할 수 있어?”


비상구로 몰래 빠져나온 하진은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어깨가 아팠는지, 안무 연습이 힘들었는지 따위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감이 충만했다. 단지 목소리만 들었는데도.


-저 지금 이동 중이라서 괜찮아요. 오빠는요?


“나도 연습 이제 끝났어.”


-아, 너무 고생했겠다.


“괜찮아, 네 목소리 들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졌어.”


진실이었다. 목소리만으로 어깨 통증도 사라지고, 행복감이 충만해졌다.


우연히 읽은 기사에서 사랑을 하면 마약과 같은 효과의 흥분제, 각성제 등 온갖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생긴다던데, 그런 이유 때문인 걸까? 이유가 뭐든 간에, 하진에게 수연은 그 자체로 행복이고 위로고 기쁨이었다.


-오빠는 너무 다정한 말만 골라서 하는 것 같아요.


“너니까 그런거야.”


-푸웃.


행복해서 웃는 소리르 들으니 하진도 행복해졌다. 제 말 한마디에도 늘 웃어주는 사람이라 더 좋았다.


“그럼 오늘 스케줄은 얼마나 남았어?”


-너튜브 라이브 찰영 하나만 하면 되요.


“아... 벌써 12시인데.”


-오빠는 더 늦게까지 일할 때도 많으면서. 나는 괜찮아요. 오빠 목소리 들었으니까. 나도 피곤한 거 다 없어진 것 같아요.


“....보고싶다.”


-나도요. 찰영 끝나고 연락할게요. 그래도 일단 퇴근하고 잠부터 자요, 알았죠?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끊어진 휴대전화를 보며 하진이 애틋함에 젖어 있을 때, 계단 위에서 통화를 엿들은 지안은 분노감에 젖어 있었다.


감히, 어떻게. 감히.


머리 속을, 가슴 속을 꽉 채운 이 배신감을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 아무리 진정하려고 해도 진정이 안됐다. 지안은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끄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




지난번 세 곡의 라이브 영상을 너튜브에 올렸던 수연은, 이번에는 앨범의 다른 곡들 세 곡을 불러 너튜브 영상을 업로드 했다. 원래는 한 달로 정해두었던 활동기에 뭐든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 수연이 우겨서 진행한 기획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고, 두 번째 영상 후엔 차트에서 대부분의 앨범 수록곡들이 강세를 보이는 변화가 있었다.


“역시, 네 노래는 라이브로 들어야 해.”


한실장이 이른 새벽 비몽 사몽한 수연을 차에 태우고는 안전 벨트를 메어주었다.


잠이 너무 모자라서 눈도 뜨기 어려웠던 수연이 무슨 말인가 싶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전 새벽까지 찍었던 너튜브용 라이브 영상 기억나? 그 전 영상과 겹치지 않게 앨범 수록곡 세 곡 부른 거. 그게 어젯밤에 업로드 됐는데, 반응이 바로 왔어. 오늘 앨범 수록곡들 대부분 차트인이고.”


“와아... 진짜요?”


수연은 잠이 확 달아났다. 매일이 그렇지만, 지금 한실장의 말이 가장 실감이 안났다.


하긴, 이 모든 게 준기의 음악의 매력을 사람들이 알아주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리고... 놀라지마.”


“네?”


“타이틀곡이 드디어, 1위를 했어!”


“정말요?!”


말도 안돼... 이런 일이 있나? 요즘 한국 가요계에선 신곡을 발표한 지 하루 혹은 며칠 만에 인기가 어느 정도 될 지 판가름이 났다. 이제 거의 활동 삼 주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 앨범의 타이틀곡이 1위라니?


“일어나자마자 순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서대표 전화 오고, 영민씨도 전화 오고, 너보다 일찍 출근한 네오비 애들도 다 전화 오고.”


“아.”


수연은 손에 든 휴대전화를 들어 바라보았다. 자기 전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걸 깜빡 잊어서 깨자마자 꺼진 전화기를 그대로 들고 나온 참이었다.


“준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진이가 아기처럼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내가 니가 아무래도 너무 피곤해서 충전을 잊은 것 같다고 하니까, 출근길에 꼭 자기하고 통화하게 해달라고 난리였어.”


수연은 꺼진 휴대전화를 양손으로 모아 잡은 채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 삶에 일어날 수 있을까.


“실장님, 저 핸드폰 좀 빌려주실 수 있어요?”


“당연하지.”


한실장이 수연을 향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 수연이 하진에게 빠른 손놀림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상하게 손이 조금씩 떨렸다.


-1위 축하해!


-역시 최고야!


-이게 우리 누나지! 내가 팬클럽 회장으로서 눈물 난다!


스피커 폰으로 받았는지 모든 멤버들의 축하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졌다.


참으려고 했는데, 네오비 멤버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강렬하고 파도 같은 감정이 수연에게 몰아쳤다. 눈물이, 의식할 새도 없이 두두둑 떨어졌다. 서러움과 감격과 놀라움, 감사함 등 너무 많은 감정들이 들이닫쳐서 수연은 대처할 새가 없었다.


-수연아?


-누나?


눈물을 흘리느라 대답 없는 수연을 부르는 많은 목소리들. 그 중에서도 가장 상냥하고 다정한 남자친구의 목소리.


-너무... 고생했어. 축하해. 자랑스러워.


목소리만으로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것만 같은 하진이었다. 보고싶다, 당장 달려가서 안고 싶었다.


“... 고마... 고마워요. 모두 다...”


더 이상 말이 안 나왔다. 눈물이 또 후두둑 떨어져 온 얼굴이 젖어 들었다.


“얘들아, 맘 약한 너네 후배, 감동 받았나봐.”


한실장이 급하게 차를 세우고 수연에게서 제 전화를 가져왔다.


-실장님, 울지말라고 그래요. 우리 다 이렇게 될 줄 알았는데.


지형은 늘 담담하게 수연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왜 곡을 쓰고 노래를 시켰게? 이유가 다 있었다니까?


자신만만한 목소리의 준기 때문에 수연이 웃어버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하진이 아니었다면, 네오비의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나 있었을까.


“다들... 고마워요.”


수연이 목소리를 높여 다시금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울지 말고, 우리 나중에 얼굴 보고 축하하자.


연준의 말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의 눈물 범벅인 얼굴을 보며 한실장이 웃었다.


“일단 데려가서 저 눈물 좀 지우고 메이크업 시켜야겠다. 나중에 다시 통화해. 너희들도 오늘 스케줄 잘해.”


마지막 인사를 끝낸 한실장이 전화를 끊었다.


“... 행복해?”


한실장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고, 수연이 환하게 웃었다.


“네, 많이요.”


“그럼 됐다. 일단 메이크업 받으러 갈게.”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한실장이 다시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연주와 지수 언니한테도 말해야지, 대표님하고도 통화하고. 참, 쥬디스 언니하고도 전화해야겠다. 행복감이 들떠서 마음이 바빠지는 수연이었다.




----




“지안씨, 오늘은 그 색깔 아닌데?”


“아, 참. 내가 헷갈렸네요.”


“오늘 왜 그래요? 정신이 딴 데 팔린 사람처럼.”


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신이 딴 데 팔릴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새벽부터 시작된 스케줄 내내 네오비 멤버들에게서 한연수에 대한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지안이 힐끗 뒤돌아보니, 찰영을 대기 중이던 형국이 휴대전화를 하진과 다른 멤버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살짝 살짝 들리는 얘기 소리에는 한연수라는 이름도, 조회수라는 말도 섞여 있었다.


“저기 나 이쪽 눈 화장이 좀 번져서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지안은 하진을 보느라 가까이 준기가 온 줄도 몰랐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브러시를 손에 집어들었다.


“아, 네.”


그런 지안을 잠시 살피던 준기가 화장을 수정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와아, 너 뭐야, 1위 찍었어? 세상에.”


유명가수가 진행하는 너튜브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게 된 럭스플로스와 수연은 같은 대기실 안에 있었다. 그리고 신태양과 연수에게 밀려 3위를 내내 하던 럭스플로스의 멤버 쥬디스 앞에서 수연은 왠지 미안해졌다.


“아... 언니...”


죄송하다고 말하면 기분이 더 나쁠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있던 쥬디스가 씩 웃으며 수연의 목을 팔을 꽉 걸었다.


“아.”


“뭐, 이걸로 퉁 치자. 쌤쌤 치자고.”


쥬디스의 말에 수연은 갑자기 오빠라는 호칭으로 샘샘이라고 했던 하진과의 대화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녹색빛 나무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네오비 멤버들의 얼굴, 고기를 굽고 제게 많이 먹으라던 지형의 모습도.


“아.”


“연수야?”


자신이 준비한 도시락을 먹던 멤버들의 모습도, 화상으로 전화했던 장면도, 준기가 삐친 표정을 지어 랍스타에 대해 물어봤던 장면도, 하진의 집에서 식사 후 정원이 수연에게 꼭 다시 오라고 악수하던 장면도 빠르게 필름을 감듯 지나갔다.


“하.”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수연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데 한실장이 놀라 뛰어왔다.


“왜 그래? 머리 아파?”


“윽...”


사고 이후 단편적 기억들은 어느 순간부터 아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감정은 오롯하고 선명하게 하진과의 사랑과, 네오비 멤버들과의 신뢰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래서 혼란감도 걱정도 모두 사라졌었다.


의사는 검사상 이상이 없기에 일상으로 회복해도 된다고 했다. 강한 의지력으로 수연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열심히 일했고, 이제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왜.


강한 두통과 함께 시작된 머리 속 기억들이 갑자기 뒤엉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강하게 죄이고 숨이 턱턱 막혔다. 수연이 신음하며 몸부림쳤고 한실장이 수연을 두 손으로 안아 감쌌다.


“수연아! 왜 그래?!”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쥬디스는 수연과 한실장을 보고 서 있었다. 수연은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한실장이 수연을 꼭 안으며 소리쳤다.


“쥬디야! 가방! 내 가방 좀!”


그제야 쥬디스가 정신을 차리고, 대기실에 한실장의 가방이 어딨는지 둘러보았다.


“수연아! 수연아, 제발 정신 차려! 수연아!”


대기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 일제히 수연과 한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실장이 누구에게도 수연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신음하는 수연을 꼭 끌어안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든 순간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19 1 12쪽
98 98. 감사 22.08.24 15 1 11쪽
97 97. 의미 22.08.18 14 1 12쪽
96 96. 지금 여기 22.08.17 15 1 11쪽
95 95. 꼭 해야 할 일 22.08.16 15 1 11쪽
94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18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5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16 1 12쪽
90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13 1 13쪽
»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14 1 12쪽
88 88.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22.08.07 14 1 13쪽
87 87. 참고 또 참다보면 22.08.06 16 1 12쪽
86 86. 고마운 마음들 22.08.05 13 1 15쪽
85 85. 진심이 통할 때 22.08.04 14 1 12쪽
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14 1 12쪽
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15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6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6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8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3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14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4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15 1 12쪽
74 74. 둘이 참 닮았네요 22.07.24 14 1 12쪽
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18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7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6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