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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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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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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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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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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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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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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0. 혼자가 아니니까

DUMMY

“그럼... 언제 깨어나나요?”


“지금은 진정제를 맞고 있으니 푹 잘 겁니다. 지금은 그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한실장은 초조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잠들어있는 수연을 보았다가 맞은 편에 선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일 꼭 주치의를 만나야 합니다. 사고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신경과 쪽 진료도 받아야 하고요.”


“네... 감사합니다.”


한실장과 인사를 한 의사가 뒤를 돌아 방을 나갔다.


탁.


의사가 방에서 나가며 닫힌 문소리마저 한실장에게 거슬렸다. 한실장이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데, 곁에서 민혁이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이게.”


왕민혁이 누나인 쥬디스의 전화를 받고 본가의 의사를 호출해 함께 한실장의 집으로 온 건 정확히 30분 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한실장이 막 깨어난 수연이 또 발작을 일으켰다고 의사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쥬디스에게서 대충 정보를 듣고 온 의사가 수연을 살피고 진정제를 놓아주었다. 진정제를 맞고 잠들기 전까지 본 수연의 모습은 왕민혁이 살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심장이 답답하다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다. 처음 만난 식당에서 제 놀림에도 끄떡없던 가수 한연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실장은 침대에 누워 고요히 자고 있는 수연을 보고 이마를 짚었다. 일단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자신의 집으로 수연을 데리고 온 건 온전히 한실장의 판단이었다.


회사 소속 의사를 부르면 금방 네오비 쪽에서 알게 될 것 같아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쥬디스가 자신이 의사를 부를 수 있다고 도와주었고, 그렇게 쥬디스의 동생 왕민혁이 의사와 함께 왔다.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힘없는 한실장의 목소리에 민혁은 더 물을 수가 없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한실장은 기운 없이 민혁에게 인사했고, 민혁은 방에서 나왔다. 몇 걸음 현관을 향해 걷던 민혁이 뒤를 돌아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당당하고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만나면 꼭 사과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답답함이 목까지 차올라서 여기서 본 모든 것을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욕구에 밀려 그렇게 하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실장의 집에서 나온 민혁은 곧바로 쥬디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누나.”




----




예정되었던 한연수와 럭스플로스의 너튜브 찰영은 취소되었고, 자리가 정리되자마자 쥬디스는 민혁의 집으로 왔다.


한실장의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민혁은 쥬디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민혁은 쥬디스가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나, 도대체 이게 뭐야? 어?”


민혁이 호들갑을 떠는 걸 본 쥬디스가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소파에 털썩 몸을 맡겼다.


“아씨, 설명 안해줄 거야? 무슨 일이냐고, 도대체!”


급한 일이 아니었으면 저 답답하고 눈치 없고 멍청한 동생에게 부탁할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왕민혁 이외엔 대안이 없었다.


“시끄러! 머리 아프니까 좀 조용히 해.”


“......”


쥬디스의 반응을 살피던 민혁이 천천히 걸어와 다른 쪽 소파에 앉았다.


“한연수, 걔... 어디 아파?”


젠장, 그런가봐... 나도 몰랐어... 오늘 처음 본 거라고.


“발작... 이라고 하던데... 그... 공황장애 뭐 그런거야?”


“......”


아무 대답 없는 쥬디스를 보며 민혁이 답답하다는 듯 셔츠 단추를 풀었다.


“아씨, 설명 좀 해주라니까.”


“나도!”


갑자기 쥬디스가 큰 소리로 대답하자 민혁이 입을 꼭 다물었다.


“나도... 잘 몰라.”


쥬디스의 목소리가 다시 작아졌다.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던 수연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지릿거렸다.


“네오비 회사에서 주치의가 따로 없는 건 아닐테고, 왜 그 의사를 안 불렀냐고.”


민혁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이상한 게 당연했다. 쥬디스도 그랬으니까.


-쥬디야... 지금... 응급실 가면 안돼... 우리 회사 소속 사람도... 안돼... 제발... 도와줘...


그 때, 한실장은 수연을 끌어안고 있다가 곁에 있는 외투로 수연을 감싸 모습을 보이지 않게 가렸다. 그리고 가방을 찾아 온 쥬디스에게 조용하게 속삭였었다. 대기실 모든 사람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을 그 때.


정신을 차린 쥬디스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임기 응변을 발휘했다.


-연수 얘가 지금 고열인가봐. 저기 애 좀 업어봐요, 빨리 병원 데려가게!


쥬디스는 스텝을 불러 한실장의 차까지 수연을 옮기고, 한실장이 직접 수연을 데리고 움직이게 도왔다. 한실장과 같이 매니징 일을 하던 사람이 뒷수습을 맡아 했고, 결국 너튜브 찰영은 연수의 컨디션 악화를 이유로 취소되었다.


-신인 주제에 떴다고 너무 콧대 높더라. 그러니까 저런 거야. 킥킥.


-그러게. 지가 뭐라고 우리랑 라이브를 해?


-원래 분수를 모르면 저렇게 되는 거야.


바로 눈 앞에서 사람이 쓰러져 나갔는데, 같은 그룹 멤버들은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화를 주고 받았다. 폭발한 쥬디스가 소리를 질렀고, 멤버들은 이내 조용해지더니 짐을 싸서 매니저와 나가버렸다.


그 후 쥬디스가 직접 운전해 민혁의 집으로 온 것이었다.


“나... 언젠가 만나면 사과하려고 했어.”


민혁이 손을 매만지며 쥬디스에게 말했다.


“그 때 억지로 잡아두고 기분 나쁜 얘기해서 미안하다고 말이야.”


민혁의 말에 쥬디스가 한숨을 쉬었다.


“아까... 한실장님 집에 갔을 때... 한연수가... 울고 있더라고. 떨떨 떨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숨을 못 쉬겠다고...”


민혁의 말에 쥬디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수연의 고통이 상상되서 가슴이 아팠다.


“최박사님이 진정제 놔주고... 꼭 병원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쥬디스가 눈을 떴다. 스텝의 도움으로 한실장의 차에 수연을 태운 뒤, 쥬디스와 한실장만이 남았을 때 한실장이 쥬디스에게 말했었다.


-이전에... 공황장애로 진단받았었어... 지금은 약물 치료 안한 지 한참 되었는데...


한실장의 모습이 마치 딸을 걱정하고 안절부절하는 엄마의 모습 같아서 쥬디스의 마음이 더 복잡했다.


-커플 팔찌네요?


늘 화사하게 웃었고, 타인의 기분을 좋게 하는 힘이 있는 아이였는데. 그렇게나 아프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을 줄은 몰랐다.


준기의 눈에 들어 쉽게 데뷔하고 그래서 건방지고 오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라 신기했다.


많이 아팠을까, 그렇게 아팠으면서 어떻게 타인에게 그렇게 상냥한걸까.


복잡한 마음에 쥬디스도 머리가 아팠다.


“누나, 무슨 말 좀 해봐. 최박사님을 이 시간에 불렀으니까 나중에 부모님도...”


“내가 알아서 할게. 암튼 수고했어.”


쥬디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혁이 다급하게 쥬디스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러지 말고, 자고 가. 지금 몇 시인데... 그런 표정으로 운전해서 간다고?”


진심으로 누나를 걱정하는 동생의 모양새였다.


장난기 많고 못 말리는 동생은 자라는 동안 늘 사고를 쳤고, 그걸 수습하고 감당하는 쥬디스의 몫이었다. 그래도 애교 많은 동생은 퉁명스런 쥬디스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그걸 민혁은 항상 이런 식으로 티를 냈다.


뭐... 그게 니 탓은 아니지.


한숨을 쉰 쥬디스가 민혁에게 말했다.


“그럼 배고프니까, 라면이라도 끓여봐.”




----




“그래서... 이리로 데려왔다고?”


“응.”


서둘러 집으로 온 서대표가 침실에서 자고 있는 수연을 확인하고 조심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실장을 데리고 식탁에 앉혔다.


서대표는 천천히 물을 끓이고, 잔을 꺼내 티백을 넣고 끓인 물을 따랐다. 두 개의 찻잔이 식탁에 놓였고, 서대표가 한실장 맞은 편에 앉았다.


“많이... 놀랬겠다. 괜찮아?”


그 말에 한실장이 곧바로 눈물을 쏟았다. 서대표가 한숨을 쉬더니 한실장의 옆자리로 가 그녀를 토닥였다.


“알아, 당신 마음... 이제 마치 저 애가 우리 딸 같은 거.”


“......”


눈물이 쏟아져 나와 대답을 할 수가 없는 한실장을 대신해서, 서대표가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읊었다.


“참 예쁘지... 어떤 일을 겪어도 의지를 꺾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니까... 그래서 더욱 우리는 걱정할 수 밖에 없어.”


서대표의 말이 다 맞았다. 그게 너무 예뻐서 자꾸만 정이 가고 마음에 물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가슴이 저렸다.


“하지만 부모란 건 그런 거잖아... 걱정되어도 다 막아줄 수가 없어.”


서대표의 모든 말을 다 이해하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머리로 알고 있어도, 감정은 늘 다스리기 어려웠다.


“오늘 럭스플로스하고 같이 하는 스케줄이었다며? 그럼... 그 쪽 사람들 입단속 하기는 어려울 거고... 어차피 알려질거야.”


서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앞날을 예견했다.


한실장이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 자명하니 무기력했다.


“고열로 쓰러진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공황이라는 건 모를 거예요.”


“......”


한실장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수연이 하진을 구했던 세트장의 사고가 하진에게도 큰 외상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한없이 사랑스럽고 행복해하는 두 사람을, 서로의 많은 어려움을 감싸고 이겨내는 두 사람을 지켜주고 싶었다. 자신의 힘이 닫는 데까지는.


“미리 선수쳐서 기사 내요.”


“뭐라고?”


“신인가수 한연수가 대기실에서 쓰러진 건 과로로 인한 고열 때문이었다고요.”


“그게... 더 나은 대처라고 생각해?”


적어도 그렇게 하면 하진이 수연이 다시 공황발작이라고는 생각 못할 테니까.


-사고가 있었다고 하셨죠?


-네, 곧 정기 검사일이예요.


-되도록 빨리 가서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심한 두통은 공황 때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민혁이 데려온 의사의 말이 한실장의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직도 수연의 잃어버린 2년간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고 후 검사에서 어떤 외상이나 이상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주치의는 사라진 기억이 검사로 스크리닝 할 수 없는 미세한 이상일 수도 있으니 정기적 검사를 권했었다.


설마 수연의 머리에... 진짜 이상이 생긴 거면 어떡하지...


한실장의 머리 속 생각들이 자꾸만 이어지고 또 이어져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런 한실장을 보던 서대표가 한실장의 손을 꼭 잡았다.


“자꾸만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안돼. 우리는 그 애 부모 대신이야. 우리가 불안하면 수연이는 더 불안할거야.”


“......”


서대표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수연이 어릴 때부터 대부로 지내온 서대표와는 달리 한실장은 수연이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알았고, 그때까진 부모 역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수연에게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최근에야 받았다. 한실장은 혼란스럽고 무섭고 두려웠다.


“머리가... 진짜 어디 아픈 거면 어떡해요? 공황이 재발한 거면... 그러면 우리 수연이 어떡해요?”


서대표의 말처럼 불안해하지 말고 꿋꿋해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실장은 눈물이 자꾸만 났다.


수연이가 더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는데.


“만약, 그렇다고 해도. 수연이는 혼자가 아니잖아.”


서대표의 담담한 목소리가 혼란감에 휩싸였던 한실장의 정신을 깨웠다.


“우리도 있고, 하진이도 있고, 네오비 애들도 있고. 연주하고 지수도 있어... 힘든 일이 있어도... 수연인 혼자가 아니잖아. 우리가 옆에 있어줄 거잖아.”


알아요. 그런데.


수연의 고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실장을 더 괴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곁에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고통을 덜어줄 수도, 가져올 수도 없었으니까.


한실장은 자신과 똑같은 그 마음을 하진이 느낄 것이고, 그게 자신처럼 하진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일단은 수연이 일, 하진이랑 애들이 모르게 해요.”


“.....”


대답없이 고민하는 서대표를 보며 한실장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하진이, 군대 가기 전 마지막 그룹 활동이예요. 수연이도 절대 걱정 끼치길 원치 않을 테니까.”


서대표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활동기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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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5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16 1 12쪽
»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1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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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1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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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6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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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4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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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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