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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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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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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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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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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DUMMY

“이게... 뭐지?”


여느 때처럼 스케줄 중 비는 시간에 가수 한연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던 하진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국과 준기도 휴대전화를 보다가 하진에게 달리듯 다가왔다.


“이 기사 뭐야? 수연이, 아팠어?”


“..... 한실장님이 어제 너무 힘들어해서 일찍 퇴근했다고만 했었어. 잔다고... 통화는 못 했고.”


휴대전화에서 눈을 못 떼며 천천히 대답하는 하진의 손이 떨리는 걸 형국이 눈치챘다. 형국이 하진에게 어깨에 손을 두르며 하진과 나란히 의자에 앉았다.


“형... 일단 진정해.”


나지막히 제게 말하는 막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진은 진정하려고 애썼다.


회사에서 발표한 입장을 그대로 써 내려간 기사였다. 가수 한연수가 럭스플로스와 같이 녹화 대기중 피로와 고열로 쓰러졌다고 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


스타일리스트 지안이 테이블 위의 화장품을 정리하며 하진과 형국, 준기 쪽을 계속 힐끔 거렸다.


이를 눈치챈 준기가 지안의 시야 앞에 제 등을 대고 하진을 바라보고 섰다.


“뭐든 대충 하는 애 아닌 거, 잘 알잖아. 우리.”


준기의 말처럼 수연은 뭐든지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임했다. 그래서 이렇게 될까봐 노심초사했는데.


기사에는 감기로 인한 고열이고 현재는 컨디션이 돌아왔고, 팬들에게 걱정을 끼치더라도 혹 사실이 와전될까 입장을 미리 낸 거라고 적혀 있었다.


감기라는데, 이상하게 하진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형...”


형국이 걱정스럽게 하진을 부르는데, 준기가 딱딱하게 말했다.


“알고 있지? 수연이가 형이 이런 걸 제일 걱정할 것도.”


이성을 챙기라는 뜻이었다. 여기는 우리가 일을 하는 곳이고, 무엇보다 수연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준기는 하진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시달리는 모습을 맴버들 중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었다. 그래서 하진이 불안해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지금 상황을 응시하길 바랬다.


감기로 인한 고열이고, 이제는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그 사실에 집중하길 바랬다.


“네가 알면 이렇게 될까봐 한실장님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도 있을 거야.”


준기의 말이 다 사실인데도, 하진은 답답하고 초조했다. 하진이 셔츠 단추를 푸는 것을 본 형국이 하진을 달랬다.


“누나한테 연락 오길 기다려보자. 형. 응?”


“... 그래.”


대답이 한숨을 토하내듯 나오는 하진을 보며 준기가 등을 돌렸다. 지안이 하진 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준기에게 들켰고, 깜짝 놀라 몸을 돌리며 메이크업 박스를 정리했다.


“......”


준기는 눈썹을 찌푸리며 지안을 잠깐 보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




“누나... 아프다면서... 이건 언제 준비한거야?...”


새 앨범을 준비하는 현장에 떡하니 도착한 커피트럭은 수연이 보낸 것이었다. 형국이 그 앞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서 있었다.


“아, 제가 한연수 가수님 전화 직접 받았습니다. 일곱분 좋아하시는 걸로 딱딱 집어 준비해달라고 하시던걸요.”


커피차에 타고 있던 바리스타 한 사람이 형국을 보며 웃었다.


형국이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고개를 돌리자 수민이 형국에 곁에서 바리스타에게 대답했다.


“와, 후배가 쏘는 커피라니, 힘이 절로 나네요.”


웃으며 대답한 수민이 형국을 살폈고, 그러다 뒤 쪽에 선 하진을 보았다. 하진이 입술을 깨문 채 커피차와 배너, 현수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형...”


수연과는 아직 직접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실장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있어 통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이런 걸 직접 준비한 수연에 대한 감동도 계속 치솟는 불안감도 하진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때 하진의 주머니 속에 든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하진이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 들어 받았다.


“수연아.”


-오빠...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아.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얼마나 긴장했던 건지, 온몸의 긴장감이 빠져나가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런 하진을 살피던 준기가 다가와 하진을 붙잡아주었다.


“아냐... 몸은 괜찮아?”


-응... 열 때문에, 쉬어야 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보고싶다. 당장 달려가서, 얼굴을 보고 안아주고 싶다. 하진은 솟구치는 욕구를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하려고 애썼다.


“쉬어야지, 그럼. 아프면... 안되잖아.”


-응, 나 안 아파요. 이제... 다 나았어요.


“다행이야... 보고싶다.”


준기가 곁에서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근처에는 스텝들이나 사람들이 없었다.


-나도요.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새 앨범 준비 잘해요. 내가 보내준 간식도 맛있게 먹고.


“응... 그럴게. 고마워.”


-고마우면, 앨범 준비 몰입하면 되요. 알았죠?


통화가 끝난 휴대전화를 보면서도, 하진의 마음은 애달팠다. 지금 달려갈 수 없는 걸 아는데, 수연이 말한 것처럼 어떤 직업을 가진 성인도 연인이 힘들다고 해서 곁에 있어주고 싶다고 해서 다 곁에 있을 수 없음을 아는데.


그런데도, 하진은 이럴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진이 휴대전화를 쥔 채 감정을 가눌 애쓰는데 준기가 하진을 불렀다.


“형.”


준기의 부름에 하진이 생각에서 깨어났다.


“가자. 이제 찰영 시작이래.”


“응.”


하진이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수연의 말대로 걱정은 그만 밀어두고, 이제 몰입해야 할 때니까.




----




“오늘 한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통 정도가 심하니 일단 입원을 해서 세부적인 검사들을 더 하는 게 좋겠습니다.”


수연과 한실장은 이전에 수연의 뇌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를 마주한 채 앉아 있었다.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도했는데 입원에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니, 청천벽력같은 말에 한실장은 대답을 못했다.


오히려 담대한 건 수연이었다.


“제가 지금 하는 일 때문에 당장 입원은 어렵습니다. 2주 후 입원해서 검사해도 괜찮을까요?”


수연의 말에 한실장이 수연을 바라보았다. 너무 담담하고 이성적인 반응을 하는 수연의 모습을 보니 경탄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럼... 일단, 두통이 어제처럼 심하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 원인을 찾을 때까진 스트레스나 과로는 조심하시고요.”


“네.”


수연과 의사가 입원 날짜를 정하고 있는데 곁에서 한실장은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말린다고 해서, 강요한다고 해서 수연은 의지를 꺾지 않을 걸 알았고 그래서 서대표에게 먼저 기사를 내라고 했는데.


막상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보니 마음이 아파서 괴로웠다.


진료실에서 나와 주차장에 있는 한실장의 차에 탈 때까지 두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늘 같은 말을 하는 수연이었다. 수연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 때문에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하고 있었다.


“사과 그만 해. 니가 사과 할 일 아니야. 니가 원해서 생긴 일도 아니고.”


한실장이 화를 내려다 이내 숨을 들이쉬었다. 아무 것도 수연의 탓이 아니다. 오히려 제일 아프고 힘든 건 본인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부모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걱정을 숨기지 못하고 이런 상황에 분노하고 역정을 내고 있다. 정말 나쁜 행동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는 한실장을 보던 수연이 팔을 벌리며 말했다.


“저, 안아주세요.”


의외의 말에 한실장이 수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진료실에서 담담하던 아이가, 얼굴이 붉어진 채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한실장이 서둘러 수연을 꼭 안았다.


“내가 곁에 있을 거야.”


한실장의 말에 수연이 울었다. 한실장이 수연의 등을 토닥이며 또 말했다.


“하진이도, 서대표도. 네오비 맴버들도. 지수도 연주도... 다 네 곁에 있을거야.”


무섭다고, 두렵다고, 불안하다고, 그럼에도 견뎌야 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수연의 감정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실장은 무서워하지 말라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그럼에도 견뎌야 하면 같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있을거야, 니 옆에.”




----




새벽에 찰영이 끝난 하진이 서둘러 둘만의 공간으로 왔을 때, 수연은 소파에서 또 잠들어 있었다. 수연도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각이었지만, 어제 고열에 쓰러질 정도의 컨디션이었는데 오늘 병원도 가고 오후 늦게는 다른 스케줄도 소화했으니, 얼마나 고단할까.


하진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아 수연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마주 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더 여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기만 해도 애처롭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아팠으면 대기실에서 쓰러질 정도였을까, 생각하니 애달파서 눈물이 또 날 것 같았다.


하진이 조심히 손으로 수연의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넘기는데, 수연이 눈을 떴다.


“오빠...”


수연이 하진의 손을 잡고 제 얼굴에 대었다. 하진이 억지로 미소 지으며 수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응. 이제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작고 피곤한 목소리에 하진을 걱정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담겼다.


“오빠도 새 앨범 준비로 바쁠텐데.”


그 마음 말은 하지 않아도 잘 알았다. 걱정 끼쳐서 싫다고, 미안하다고. 그래서 하진은 그 마음을 아니까 수연을 더 속상하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지, 엄청 바쁜데, 오늘 후배 가수가 커피차를 보내줘서 힘이 많이 났어.”


하진의 말에 수연이 웃으며 물었다.


“정말요?”


하진이 수연의 얼굴 가까이에 제 얼굴을 댔다.


“응, 그래서 아직도 힘이 남았어.”


그렇게 부딪히는 입술, 여느 때보다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키스였다. 촉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지고나서야, 하진이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 키스할 힘 말이야.”


“맞아... 뭐든 잘하는 남친이었죠?”


자신의 농담을 받아주는 수연을 향해 하진이 강렬한 눈빛으로 다시 입술을 부딪쳐왔다. 뭐든 네 고통이든 걱정이든 내가 다 가져오고 싶다는 강렬한 키스였다.




----



수연은 활동 3주차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드디어 1위를 했다. 생방송 프로그램이었기에, 1위를 발표하는 순간 수연의 터진 눈물과 반응이 고스란히 방송으로 나갔다.


앵콜을 부르는데, 수연은 눈물 때문에 제대로 노래를 할 수가 없었다. 무대 아래 팬들이 수연을 보며 응원봉을 흔들어주고, 소리를 질러주면서 격려해주었다.


방송이 끝나고 내려오자 한실장과 스텝들이 환호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휴대전화에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물을 그친 수연을 보며 쥬디스가 다가왔다.


“즐겨! 이런 일을 경험하는 인생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여러 번 1위를 탈환한 쥬디스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여기의 기쁨에 충실하는 게 다른 어려움과 괴로움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라는 것을.


“우리 후배님 축하해요!”


오늘 막방을 한 신태양이 웃으며 다가와 수연에게 악수를 청했다. 머뭇거리던 수연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태양이 악수한 손을 살짝 당기더니 말했다.


“나하고도 꼭 듀엣곡 내야겠어요, 1위 가수끼리 연합하면 팬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수연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그저 억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지잉지잉. 휴대전화에 뜬 이름에 수연이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태양에게 인사를 했다.


“축하 감사합니다, 선배님. 저는 그럼 가보겠습니다.”


종종 걸음으로 비상구를 향해 뛰어가는 수연의 뒷모습을 보며 태양이 중얼거렸다.


“모든 순간 위로라니... 누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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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18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4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16 1 12쪽
90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12 1 13쪽
89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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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5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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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3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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