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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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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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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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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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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4. 아파도 사랑해서

DUMMY

가수로서의 첫 앨범의 활동기가 끝난 수연은 고민 끝에 회사에 사표를 냈다. 어떤 식으로든 가수로서의 활동을 한 이상, 회사에 돌아가서 평범하게 일하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었다. 프리랜서로 네오비의 통역사를 계속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이제는 네오비에게 피해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결국 사표라는 결론을 내렸고, 한실장도 서대표도 하진도 네오비의 맴버들도 지수와 연주도 따뜻하게 이해해주었다.


수연은 팀원들에게 그동안 가수 활동으로 폐를 끼쳐 죄송하단 인사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결정을 이해했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회식 자리를 따로 갖자고도 했다.


그래도 가수 활동이 신인으로 1위를 할만큼 성공적이라 어쩌면 다행이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을테니. 가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사표를 내겠다는 결정 자체도 더 어려웠을지 몰랐다.


-하진이는? 하진이하고는 얘기한 거야?


팀장 재이의 조용한 질문에 수연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진은 어떤 결정이라도 수연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간, 나는 같이 일해서 너무 좋았어. 같이 노래하는 것도 너무 좋았고. 그래도 제일 바라는 건... 그냥... 네가 편안하면 좋겠어.


함께 듀엣곡을 불렀던 마지막 음악방송을 과로에 감기로 장식해버린 날의 밤에, 하진은 수연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쓸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어느새 한 남자의 제일 큰 소원이 자신의 평안과 행복이 되어버린 현실이 수연은 실감이 났었다.


-근데, 쥬디스씨가 우리 사이 눈치챘나봐.


-네?


-나보고, 너한테 상처 주면 가만 안 둘 거래.


그렇게 얘기하며 푸스스 웃던 하진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수연도 같이 웃고 말았었다.


사표를 내고 회사 건물을 나오는 수연에게 마침 쥬디스의 전화가 왔다.


-너 어디야?


다짜고짜 묻는 쥬디스의 큰 목소리에 수연이 역시 쥬디스답다 생각하며 답했다.


“지금 막 회사에서 나오는 길이예요.”


대답하던 수연 앞에 차가 한 대 와 섰다. 창문이 내려가고 선글라스를 벗는 쥬디스의 얼굴이 보였다.


“타.”


“......”


“아, 무작정 여기까지 왔는데... 안 탈거야?”


진심으로 서운해하는 쥬디스의 모습이 고마워서 수연은 쥬디스의 차에 올랐다. 쥬디스가 차를 몰고 도로 안쪽으로 진입했다.


“그래서 뭐, 회사에 사표 내면 뭐할건데?”


자신의 결정을 따라주고 지지해주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반응인 쥬디스도 고마웠다. 그 모든 게 나름의 마음과 걱정의 표현이라는 걸 수연은 이제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내일 병원에 입원해서 며칠 간 검사 받아야 해요.”


“어? 무슨 검사?”


수연은 쥬디스에게 제 마음을 다 내보이기로 결정했다.


“혹시 뇌신경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해요. 그리고...”


끼익!


쥬디스의 차가 도로 가장자리에 멈추어섰다.


“다시. 다시 말해봐... 뭐? 뭐가 이상이 있다고?”


놀란 쥬디스를 보며 수연이 손을 잡았다.


“아, 놀랬으면 미안해요. 나 언니한테 숨기지 않기로 했거든요. 하진 오빠랑 사귀는 것도 눈치챘다 그래서.”


“...... 둘이 사귀는 거 말 안해준 거 서운... 하긴 했지만, 뭐 비밀연애니까 같은 그룹 맴버들한테도 숨기는 경우 많으니까 나 이해해. 근데... 방금 말한 건...”


쥬디스가 불안해하는 걸 보고 수연이 다른 한쪽 손도 잡았다.


“이전에 사고를 당해서, 2년 정도 기억이 조금 사라졌거든요. 얼마 전에 심한 두통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검사를 해보면 좋겠대요, 병원에서.”


엄청나게 큰 일인데,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반응하는 수연이 쥬디스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일을 얼마나 겪으면... 이렇게 의연할 수 있는거지?


“그럼 검사하면 다 알 수 있어? 뭐... 수술 하거나 그럴 수도 있어?”


“아직은 잘 몰라요. 그래도 큰 검사에서는 다 이상이 없었으니까.”


“......”


“근데, 너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말하는 거야?”


“네?”


“하진... 그 사람은 알아?”


“아... 오늘 말할 거예요.”


“......”


하진의 얘기가 나오자 담담했던 수연의 얼굴 표정이 흐트러졌다. 쥬디스는 운전대에 머리를 기댔다.


“나 참... 넌 무슨 일을 어떻게 겪으면서 자랐길래...”


“......”


부모님의 사고도, 우울과 공황도, 현장에서의 사고 후 뇌수술도, 네오비 통역사로서의 경험도, 가수라는 직업을 가져본 것도, 다 평범하지는 않은 일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 일들도 일어난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한 일들도 일어난다.


수연은 삶의 진실을 깨달은 후 잃은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해 살기로 했다.


“나는 그래도 행운이예요.”


“뭐?”


“날 이렇게 걱정해주는... 언니 같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수연을 보자마자 쥬디스는 운전대에서 얼굴을 들었다.


그 마음으로 버티는 거라면, 내가 뭘 더 해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내일 입원 전에 오늘 실컷 놀아야 되겠네? 어차피 하진... 그 사람도 새 앨범 내고 엄청 바쁠 거잖아?”


“언니가 나랑 놀아주게요?”


“어, 너 안 바쁘면?”


쥬디스를 보고 수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수 언니랑 연주랑 저녁 먹기로 한 것 말고는 오늘 바쁜 일 없어요.”


쥬디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래, 그럼 그 저녁 약속 전까지는 나랑 놀자.”


“언니 안 바빠요?”


“응, 안 바빠.”


쥬디스가 다시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나만 따라와!”




----




“와아, 진짜 너무 재밌어요!”


쥬디스는 자신의 취미 중 하나인 사격장에 수연을 데리고 왔고, 수연은 기대 이상의 엄청난 재능을 보이며 사격을 즐겼다.


“너 생각 보다 이런 거 좋아하는데? 의외야.”


“그래요? 앞으로는 의외인 걸 많이 해야겠어요.”


분명 쥬디스가 언니인데, 가끔은 수연이 언니인 것처럼 느껴졌다. 쥬디스가 신기하게 수연을 바라보는데, 수연이 웃으며 물었다.


“나, 좀 더 해도 되요?”


결국 쥬디스에게 사격장 사장이 저런 재능을 그냥 두면 안된다는 소리를 하고, 근처에 사람들이 수연의 기록을 보며 연신 감탄을 하자 수연은 사격 연습을 멈추었다. 두 사람이 사격장을 나온 건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이었다.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


끼니를 거르는 게 일상인 아이돌 판에서 이렇게나 쥬디스가 식욕이 돋는 건 오랜만이었다. 곁에서 수연이 미안한지 쥬디스의 눈치를 보았다.


“아, 내가 너무 신나서 오래 하는 바람에.”


저런 표정을 지으면 또 내가 질 수밖에 없단 말이지.


“괜찮아, 근처에 한정식 맛있게 하는 집 있는데, 갈래?”


“네, 좋아요!”


뭐가 그렇게나 신이 나는 걸까. 연락도 없이 억지로 찾아가서 데리고 나왔는데. 쥬디스는 수연이 아까 자신한테 숨기는 게 없을 거라고 말한 게 떠올랐다.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고 엄마가 늘 얘기했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은 가까워질수록 더 좋은 거라고도 말해주셨다. 지금이, 그런 시간일까?


생각에 잠긴 쥬디스가 차 앞에 섰는데, 수연이 유쾌하게 운전석 문을 열었다.


“운전은 제가 할게요!”




----




맛있는 한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은 수연과 쥬디스는 근처 한적하면서도 큰 창이 매력적인 카페에 들렀다.


커피 두 잔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펼쳐진 초록빛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수연은 쥬디스를 향해 진심으로 말했다.


“고마워요. 나랑 놀아줘서.”


생각해보면 음악방송 대기실의 첫 만남부터 쥬디스는 늘 진심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수연을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못된 럭스플로스 멤버들이 수연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도 본래는 내버려두는 게 일상인데, 기분이 나빠져서 막아주었나보다.


“볼수록 넌 신기한 애야.”


쥬디스의 말에 수연이 햇빛을 가득 받은 채로 미소지었다.




----




“방금... 뭐라고....”


떨리는 목소리의 하진의 손을 수연이 양손으로 모아 잡았다. 손이 덜덜 떨리는 하진과 달리 수연의 얼굴은 큰 동요가 없이 고요했다.


“서대표님과 한실장님은 알고 계시고, 지수 언니와 연주에게도 저녁 먹을 때 얘기했어요.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나서야 하니까.”


“......”


제일 먼저 네가 내게 소식을 전하지 못한 건, 내가 바빠서지. 오늘도... 나는 네 얼굴을 새벽 3시 지금에서야 처음 보니까.


“나는, 괜찮아요.”


늘 괜찮다고 말하는 네게 나는 해줄 말이라곤 행동이라곤 위로 밖에 없다. 그래서 무기력하고 좌절스럽다. 그런데 너는 항상 그렇게나 담담하고 평화롭다.


하진이 수연을 당겨 꽉 안았다. 어떻게 하면 나는 네 고통을 가져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네 괴로움을 줄여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답은 없어.


하진이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 안고 있는 수연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진을 이렇게 만드는 게 수연에게도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가장 아프다. 그럼에도 수연에게는 하진이 가장 위로고, 가장 기쁨이고, 가장 이 상황에서 담대할 수 있는 힘이었다.


“사랑한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라고 했었죠?”


“......”


하진의 눈이 촉촉해졌다. 하진은 수연을 안은 손을 풀지 않은 채 체온을 더 가깝게 느꼈다.


“아파도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수연이 하진의 얼굴을 보고 이마를 마주 댔다.


“그러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 안할 거예요. 오빠를, 나를, 우리를, 또 우리의 삶을.”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진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수연의 모습을 빠짐없이 하나 하나 담았다. 수연이 하진의 어깨를 잡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오빠는 열심히 오빠의 삶을 살고 있으면 되요. 그게 내가 제일 바라는 거니까.”


하진은 목이 메여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수연이 흐뭇한 미소를 띄며 하진의 무릎 위에 앉았다.


“착한 남친한테, 상을 줘야겠네.”


수연의 입맞춤이 그 어느 때보다 길고 짙었다. 하늘에 어스름한 달무리가 진 밤이 깊어갔다.




----





“그것만 챙겨오면 돼?”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운 한실장이 조수석에서 벨트를 푸는 수연에게 물었다.


“네. 제일 중요한 건데, 왜 잊었나 몰라요. 병원에선 꼭 필요한 거라서.”


미안한 표정을 짓는 수연을 보고 한실장이 얼른 다녀오라며 손을 내저었다.


급히 사무실로 올라가 팀원에게 빌려주었던 외장하드를 받은 수연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 든 외장하드를 다시 보니 웃음이 나왔다. 네오비를 좋아하는 팀원에게 빌려주곤 어제 짐을 챙길 때 잊었던 것이었다. 이제 병원에 입원하면 한동안 있어야 할테니 꼭 챙겨가야 했다. 기분이 조금 우울해질 때마다 하진을 볼 수 없을 때마다 외장하드 속 사진이나 영상이 큰 웃음과 위로를 줬으니까.


“이봐요, 한연수씨.”


가수 예명을 부르는 목소리. 회사 사람인가 싶어 수연이 뒤를 돌았다. 거기에는 급하게 온 건지 헐떡이며 지안이 서 있었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수연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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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17 1 12쪽
98 98. 감사 22.08.24 14 1 11쪽
97 97. 의미 22.08.18 13 1 12쪽
96 96. 지금 여기 22.08.17 13 1 11쪽
95 95. 꼭 해야 할 일 22.08.16 14 1 11쪽
»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17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4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4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15 1 12쪽
90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12 1 13쪽
89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13 1 12쪽
88 88.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22.08.07 13 1 13쪽
87 87. 참고 또 참다보면 22.08.06 16 1 12쪽
86 86. 고마운 마음들 22.08.05 1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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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13 1 12쪽
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14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15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1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17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2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14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13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17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15 1 12쪽
74 74. 둘이 참 닮았네요 22.07.24 14 1 12쪽
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17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17 1 12쪽
71 71. 전환 22.07.21 15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1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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