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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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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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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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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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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5. 꼭 해야 할 일

DUMMY

수연은 회사 근처 카페에 지안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냐는 한실장의 재촉에는 사무실에서 잠깐 얘기를 더 하고 가겠다고 둘러댔다.


지안에게서 풍기는 분노, 원망감, 그러면서도 서글픔의 감정들이 왠지 애처로웠다. 수연은 지안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제 감정에 못 이겨서 이 곳에 와서 지안과 마주앉은 것이었다.


“나는 윤지안이에요. 네오비 데뷔 전부터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가... 일본 유학 후 얼마 전에 다시 복귀했어요.”


간단한 소개까지 하는 걸 보니 무슨 얘기일지가 더 걱정스러웠다. 그럼에도 수연은 피하지 않기로 했다. 네오비의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을 찾아왔다면 분명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으니까.


“네, 저는 한연수, 본명은 한수연입니다. 얼마 전 활동기 마무리한 것은 알고 계실 거고요... 어제 회사를 사직해서 이제 가수도 회사원도 아닌 사람이 되었네요.”


수연이 차분히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지안의 속이 더 뜨거워졌다. 얼굴을 마주하기 전에는 화가 차 올라 미칠 것 같다가, 제 자리를 뺏긴 것 같은 이상한 원망감과 질투도 들었다가, 상실의 슬픔을 제어할 수 없어 눈물이 막 나기도 했다.


그런데, 수연의 맑은 얼굴을 마주하니 지안의 감정은 더 복잡한 빛을 띠었다.


“하진... 씨랑... 사귀는 거 맞죠?”


추궁하는 말투가 아니라 체념한 말투였다. 수연이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본 지안이 또 물었다.


“하진씨... 구하려고 대신 사고 당한 것도... 맞죠?”


뭘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또 왜 그런 걸 묻는 걸까. 하진도 아니고 제게 직접 찾아와서. 도대체 왜?


진짜 본심이 뭔지 목적이 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수연을 본 지안이 제 이야기를 꺼냈다.


“같이 일하기 시작한 처음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서 유학을 갔는데... 그러고도 못 잊어서... 돌아왔어요.”


아아. 저 절절함 때문에 슬퍼 보인 거구나.


간절한 마음이란 게 뭔지 아는 수연은 그저 가만히 지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돌아와 하진씨 곁에서 끊임없이 마음을 졸였어요. 너무 좋아하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지안의 이야기를 듣는 수연의 마음도 복잡했다. 화를 냈으면 차라리 나았을지 모르겠다. 너무 슬프고 체념에 잠긴 지안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 두 사람 통화하는 거 엿듣고, 쥬디스와 얘기하는 것도 엿듣고, 미친 스토커처럼 그랬어요... 나.”


미친 스토커. 하진과 네오비 멤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사생팬이었다. 한번은 팬들과 라이브 방송 중에 계속 전화가 와서 곤란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사생팬이라고 했다. 준기는 사생팬이 아니라 사생이라고 불렀다. 존중이 없는 팬심은 진정한 팬심이 아니라고 했던가.


“가만히 안 있으려고 했어요. 두 사람... 연애한단 사실... 스캔들로 폭로하려고 했어요.”


지안이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두었다. 수연이 조심스레 봉투를 가져오자, usb와 수연과 하진의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스캔들 내서 다 망쳐놓고 싶었어요. 그 사람 옆자리는... 내 자리라고 생각했으니까.”


지안의 마음이 스토커든 사생이든 뭐인지 간에, 수연은 그냥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뭐라고든 반응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하진씨만... 바라봤던 내 마음... 배신감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하진은 너무 빛나서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다정한 사람이었다. 성실하고 한결같은 태도는 동년배로서도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도 후배가수로서도 존경할만 했다. 그러니까 수연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훔친 것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보답받을 수 없다고 깨달은 사람이 겪는 배신감이나 분노도 어쩌면 정당한 것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스토킹이나 이런 식의 복수는 정당한 게 아니었다. 진짜 사랑이라면, 진심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잘되길 끝없이 바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랬는데... 그 쪽이... 세트장에서 다쳤다고.”


배신감과 복수심을 꺾은 건 그 사고였구나. 그제야 수연은 지안이 분노가 아닌 슬픔의 감정을 내보이고 있는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그냥 현장에서 세트가 무너진 사고로 알고 있더군요... 근데, 일하면서 그 사고를 언급했더니 형국씨가 너무 새파랗게 질려서...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안이 수연의 사고를 언급 하자마자 창백해진 형국은 혹시 하진이 들었는지를 가장 먼저 살폈다.


-저... 그 사고는 다들 너무 힘들었던 일이라서... 더는 얘기 안하면 좋겠어요.


언제나 명랑하고 쾌활한 네오비의 막내가 진지하고 단호했기에, 지안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수연이 하진을 밀어내고 대신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네?”


“죽을 뻔... 했다면서요. 머리 다쳐서 아직도 기억이... 다 안난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뒷말을 잇지 못한 지안이 울먹였다. 화내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슬펐다. 강한 패배감이 엄습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녹음 파일도 사진도 다 이용할 수 없었다. 너무 괘씸했는데, 배신감에 몸을 떨었는데, 복수할 수가 없었다. 하진의 생명을 구한 사람이었으니까.


“내... 모든 순간... 위로 였거든요.”


수연의 얼굴이 하진의 통화를 몰래 엿들을 때 하진의 얼굴과 같이 빛이 났다. 지안은 사랑으로 이렇게나 추하고 망가져 버렸는데, 수연은 반짝거리며 빛이 나고 아름다웠다.


내게도... 하진씨는 위로였는데.


“나... 전부 다 잊어버렸었어요. 그 사람과 있었던 일들까지 모두.”


기억에 문제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거기까지 몰랐던 지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데도, 자꾸 다시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 사람은 눈이 부시고, 다정하고... 그래서 마음이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요.”


지안은 인정해야 했다. 목숨을 건 사랑도, 기억을 잃어도 다시 시작된 사랑도, 내 것이 아니라 저 여자의 것임을 말이다.


지안이 서류 봉투를 테이블 위에 둔 채로 일어났다.


“나는 이제 그만할 거예요.”


결의어린 지안을 올려다보는 수연의 눈빛에는 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아이돌은 연애를 들키면 끝이예요. 그러니, 조심해요.”


마지막 말이 걱정이라서 수연은 왠지 눈물이 고였다. 지안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수연을 보며 이런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는 카페를 나왔다. 화창한 하늘빛이 자신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




지안과 헤어진 뒤 한실장과 병원으로 온 수연은 예정대로 입원을 했다. 다음날부터 검사가 잡혀 있다고 해서 병실에서 신나게 네오비의 방송을 챙겨보고, 가져온 노트북으로 또 보고, 외장하드 속 옛날 영상까지 섭렵했다.


늦은 새벽, 스케줄이 끝난 하진이 병실 문을 열었을 때 수연은 하진이 라이브하는 영상을 노트북을 켜 둔 채 잠이 들어 있었다.


“편하게... 자지 그랬어.”


혼잣말한 하진이 수연의 머리를 살짝 쓸고는 노트북을 정리하고 이불을 여며주었다. 침대 옆에 앉아 잠든 수연을 보고 있자니 그간 병원을 스쳐 지났던 일들이 떠올랐다. 많이 아프고 괴롭고 절망적이었던 시간들을 모두 다 견뎌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다니 원망감이 솟았다.


그저 수연이 편안한 게 하진의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은 언제쯤이나 이루어지는 걸까.


행여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어떻게 하나. 예전처럼 또 수술하고 기억을 잃으면? 그럼 수연은 또 다시 자신을 선택해줄까?


-절대 아무한테도 안 진다구요.


그 귀여웠던 결심을 계속 실행해주면 좋겠다. 너를 알고 나는 이제 너 없이 살 수가 없게 되었으니까.


하진은 수연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작고 여린 손이 제 손 안으로 쏙 들어왔다. 그 온기에 수연이 움찔거리더니 눈을 깜빡였다.


“오빠... 왔어요?”


“응. 자는데 깨워서 미안.”


수연이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눈을 비볐다.


“무슨 그런 소릴. 나 오빠 얼굴 안보면 충천이 안되는 걸요.”


그러더니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웃으며 양 팔을 활짝 벌렸다. 하진이 몸을 숙여 수연을 안았다.


“새벽에 스케줄 마치고 나 보러 오는 남친도 있고, 나 너무 행복한 사람이네요.”


이 와중에도 너는 감사할 거리들을 찾아내지. 그런 너를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겠어.


“오늘 생방 너무 멋졌어요. 약간... 현실 안 같고 막...”


방송 모니터링도 했는지 졸린 눈으도 신나하는 모습에 하진이 수연을 더 꼭 안았다.


“와, 잠을 이기고 모니터링 해주는 여친도 있고... 나도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응. 우리 같이라서 행복해요.”


새삼스럽게 수연의 말이 하진의 가슴에 꽂혔다. 그래,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같이, 함께, 있을 거니까. 힘들어도 함께 견뎌낼 거니까.


“막 잠 깬 여친한테 이렇게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뭘요?”


하진의 입술이 수연의 입술에 부드럽게 닿았다. 입술이 닿은 것만으로도 온몸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하진의 키스가 수연에게 온전한 사랑과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




아침 일찍 지수와 연주가 수연의 병실에 다녀갔다. 수연이 좋아하는 복숭아를 종류별로 사와서 수연에게 웃음을 가득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오전부터 시작된 갖가지 검사들은 수연을 지치게 했다.


“점심을 좀 더 먹거나 복숭아를 더 먹자니까... 애 지친 것 좀 봐.”


한실장이 곁에서 수연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며 속상해했다. 수연이 괜찮다고 거듭 말하는데, 간호사가 다가와 진료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몇 개의 검사가 남았다고 했던 것 같아 물으니 일단 진료가 먼저라고 했다.


한실장과 수연이 진료실로 들어가자 의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앉기를 권했다.


“선생님... 뭔가... 안 좋은 곳이 있나요?”


“음...... 사고 후 수술할 때 시신경을 누르던 종양을 제거했던 거 기억하시죠?”


“네, 기억해요.”


한실장보다 침착한 수연의 대답에 의사가 한숨을 쉬고 설명했다.


“앞 선 검사들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곳에 혈전이 있어요. 종양을 제거했던 위치와 가까이 있는데.. 그 안쪽에도 혈전이 있고요.”


“혈전이라면... 수술해야 하는 건가요?”


이번에도 한실장이 묻기 전에 수연이 먼저 물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 속 시한폭탄 같은 거라 수술은 꼭 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치가 워낙 어려운 곳이고... 지금 기억도 온전히 안 돌아온 상황이라...”


“그럼에도, 수술은 해야 하는 거겠죠.”


“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니까요.”


한실장은 너무도 침착한 수연을 보며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럼... 며칠만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해도 괜찮을까요?”


“네?”


“수술 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의사와 눈을 맞춘 수연이 더할 나위없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큰 수술을 앞 둔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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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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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 꼭 해야 할 일 22.08.16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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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18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18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26 1 12쪽
90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18 1 13쪽
89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20 1 12쪽
88 88.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22.08.07 26 1 13쪽
87 87. 참고 또 참다보면 22.08.06 29 1 12쪽
86 86. 고마운 마음들 22.08.05 22 1 15쪽
85 85. 진심이 통할 때 22.08.04 18 1 12쪽
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29 1 12쪽
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20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21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30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25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18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21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26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32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28 1 12쪽
74 74. 둘이 참 닮았네요 22.07.24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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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2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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