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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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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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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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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감사

DUMMY

자신을 부르는 소리. 익숙하고 좋아하는 그 목소리. 하진은 전화 너머 목소리가 수연의 목소리가 맞는지 헷갈렸다.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꿈을 꾸는 건 아닐까.


“... 하진... 오빠.”


“수, 수연아?”


“... 응, 나.”


“정말... 너야? 정말?... 깨어...난거야?”


꿈이 아닌가보다. 네가 맞는가 보다. 꿈에서도 그리워서 통곡했던 네가 맞는가보다.


“많이... 기다렸죠?”


복받친 감정이 눈물을 더 크게 터뜨렸다. 하진은 눈물을 흘리느라 숨을 꺽꺽 겨우 쉬었다.


“아니... 아니야.”


대답도 겨우 할만큼 폭풍같은 안도감이 몰아쳤다.


거짓말이야. 한시간이,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몰라. 하루에도 수없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네가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면, 그럼 내 수명을 널 줘도 괜찮을 거라고, 아니 너 대신 내가 죽어도 괜찮을 거라고 기도하곤 했어.


“... 보고싶어요.”


가느다랗고 기운 없는 목소리에도 사랑이 묻어났다. 하진도 울음을 참으면서 대답했다.


“나도.”


전화 너머에서 수연의 눈물도 목메임도 다 느껴졌다. 그래서 하진은 입술을 깨물며 더 울지 않으려고 견뎠다.


어둠 속에서, 너는 다시 삶으로 돌아오려고 얼마나 애썼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가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 따윈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건강하게... 콘서트 마무리... 하고 와요.”


겨우 겨우 마음을 전하는 목소리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분명 의식이 깬 지 얼마 되지 않았을텐데, 자신에게 전화해 걱정하는 수연의 마음이 고맙고 벅찼다.


“나도... 건강해져... 있을게요.”


“응. 잘하고 갈게. 정말... 잘해내고 갈게. 빨리 보고싶다. 빨리.”


보고싶단 말이 이렇게나 간절할 수 있었던가. 하진은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유럽 투어가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이성을 잃고 사랑을 향해 뛰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 정도의 사람이 의식을 깨었는데, 빨리 가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행여... 투어... 도중에 올... 생각은... 절대 안되요.”


하진의 마음을 알았는지 수연이 벌써 안된다고 강한 의사를 전달했다.


그래, 너는 언제나 그랬지. 그래서 더 존중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사람.


“팬들... 즐겁게 만나고... 와요... 오빠들... 형국이한테... 나 괜찮다고... 꼭 말해줘요.”


기력이 딸리는지 점점 목소리가 떨리고 늘어졌다. 하진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응. 하라는 대로 다 할게. 그러니까... 그만 말해...너무 힘든 것 같아.”


눈물을 참던 하진에게 말하는 목소리는 수연이 아니라 한실장으로 바뀌었다.


“하진아.”


“아, 실장님.”


오히려 한실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연의 의식이 깨어났다. 깨어났으니 수연의 안정이 먼저였다.


“깨자마자... 널 찾아서 전화했어.”


“...... 예.”


한실장도 하진도 목소리에 눈물이 잔뜩 베어있었다.


“의사선생님 진료보고, 필요한 검사도 하고... 내가 또 연락할게.”


“네...”


“일단은 말도 잘하고 다... 괜찮은 것 같으니까... 너무 걱정안해도 될 것 같아.”


하진은 한실장에에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목이 메여서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질 않았다.


“고마워.”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한 건 한실장이었다.


“네가 있어서... 이제까지 수연이가 의미있고 즐겁게 지냈고... 네가 있어서... 수연이가 일어난 것 같아. 고마워.”


결국 눈물이 크게 터진 한실장이 또 전화를 하겠다며 다급히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진은 휴대전화를 가슴에 안고 흐느꼈다. 이 모든 고통을 수연에게 안겨준 하늘을 원망했던 걸 반성했다. 그래도 깨어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누구에게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내 삶도 오빠도 우리의 삶도.


강하고 아름다운 너를 만나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진은 울면서 생각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리라고도.




——




오밤중에 멤버들 모두가 하진의 방으로 모여 들었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밤을 새 복도를 지키던 경호원들이 놀라 달려올 정도였다.


“누나... 보고싶다...”


형국이 제일 많이 울었다. 수연이 코마에 빠진 모습에 제일 많이 울었던 사람도 형국이었다.


“내가 그랬잖아, 수연이는 다 해낸다니까. 걱정하지 말라니까.”


지형이 말하면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는 걸 보자 왠지 다들 웃음이 났다.


“와,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수민이 울다가 웃으며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모두의 모습도, 제 모습도 어이가 없었다.


“야아, 내일 확인해보자. 그럼 되겠네?”


윤석이 유머러스하게 수민의 말을 받아치자 다들 더 크게 웃어버렸다. 그러더니 기운이 쑥 빠졌는지 침대며 바닥이며 소파에 일곱 남자 모두 널부러졌다.


“수연이가, 행여 투어 끝나기 전에... 한국 오면 안된다고 말하지?”


준기의 물음에 하진이 침대에 누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으로.


“그런 애니까. 수연이는.”


준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파에 앉아있던 연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다른 이상 같은 거... 없는 거지?”


하진이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아직... 몰라. 한실장님이 또 연락주신댔어. 오는대로 알려줄게.”


“아아...”


모두 또 걱정에 휩싸였다. 하진은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의식을 깨었으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보다는 견딜 수 있을 거라고, 같이 이겨낼 거라고, 내가 곁에 있을 거라고 수없이 다짐했다.




——




우습게도, 수연이 무의식인 상태인 한 달 투어 보다, 수연이 의식이 돌아온 상태인 한 달 투어가 더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수연은 다양한 검사 후에도 큰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콘서트가 끝난 날 네오비 멤버들 모두와 영상 통화를 했다.


“누나누나누나!”


형국이 자꾸만 수연을 불러서 시끄러웠다. 지형과 수민이 귀를 막았고, 윤석이 형국의 입을 막았다.


“다들... 잘 있었어요?”


안부 인사가 이렇게 귀한 것인줄은 몰랐다. 모두 감격해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침묵을 깬 것은 지형이었다.


“이거봐!”


지형이 갑자기 화면 앞에 가져온 그림을 들이밀었다.


“와, 오빠... 이 그림....”


“니거야. 내가 니 선물로 산 거야.”


지형이 의기양양했다. 시간을 겨우 내서 옥션에 참여했을 땐 수연을 생각하면서 눈물 바람이라 달래느라 영민이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그 시간은 잊고, 그저 수연에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뿐인 지형의 얼굴이 밝아서 수연은 좋았다.


“와, 나 진짜 깜짝 놀랐어요.... 고마워요. 우리집 거실 벽에 걸어야겠다.”


수연의 반응을 본 멤버들의 눈에서 눈물이 사라지고 지형을 보며 한마디씩 보탰다.


“야, 먼저 공개하는 게 어딨냐? 아, 너 전에도 이랬지 않아?”


“와, 비겁하다, 형. 나도 누나 선물 많이 샀는데.”


“여기 누구도 내 선물에 비견 못할 걸. 나 12곡 준비해놨는데.”


시끌시끌하던 호텔방이 금새 조용해졌다. 수연이 아무 말 못하고 눈이 커다래진 채 준기를 바라보는데, 준기가 싱긋 웃었다.


“아, 물론 네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 이번 12곡 안에는 형국이랑 듀엣곡이랑 우리랑 같이 부르는 노래도 있긴 해.”


“와와, 나 팬클럽 회장으로써 팬인 가수하고 듀엣하는 거야? 진짜?”


수연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멤버들이 신이 나서 시끌시끌했다. 하진은 그런 멤버들을 한 번 둘러보고, 화면 속 수연과 눈을 맞추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순간인지 분명히 알았으니, 이제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었다.


가장 일상인 순간이, 가장 평범한 순간이 어쩌면 가장 어렵고 귀한 순간이니까.


“나 할 거예요!”


수연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멤버들의 소란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나 정말이예요! 꼭 할 거예요!”


거듭 확고한 의사를 밝히는 수연의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며 하진은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런 행복을 준 수연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반복해서 다짐했다.




——




성황리에 월드 투어를 끝내고 한국으로 입국한 네오비를 기다리는 것은 더 많아진 수의 팬들과 기자들이었다.


설마 마중나오진... 못했겠지?


하진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내내 수연의 모습만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넘어질 뻔 했다. 하진이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 윤석이 하진에게 귓속말을 했다.


“형, 여기는 없겠지만, 다른 데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잖아.”


그 말에 실망감이 번졌던 하진의 얼굴이 펴지는 것을 보고 윤석이 피식 웃었다. 곁으로 다가온 준기도 하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빨리 인사해주고 이동해야 빨리 볼 수 있지, 형.”


준기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든 하진은 더 열심히 손인사하고 목례하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연준과 형국이 못말린다고 말하며 서로 눈을 맞추었다.


하진은 수연이 밴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밴에 타는 모습까지 기자들이나 팬들이 찍어서 그런지 밴에도 수연은 없었다.


“아... 여기도 없네.”


밴 문이 닫히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진이 실망하며 혼잣말하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문자를 했는데 아직 답이 없었다. 며칠 전에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했는데.


“미안한데... 갑자기 중요한 일 때문에 회사로 이동해야 되네... 그냥 좀 자.”


운전석에서 백미러를 보며 영민이 안쓰러운 듯 얘기했다.


두 달만인데 수연의 얼굴을 보는 걸 더 미뤄야하다니. 이런 일에도 수연은 이렇게 말할 게 뻔했다.


-아이돌도 직업인인데 할 일을 해야죠. 일 제대로 안하는 사람 매력 없어요.


새초롬한 표정을 떠올리자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해야지!


마음을 갈무리한 하진이 시트 깊숙히 몸을 묻었다. 며칠 내내 너무 들떠서 잠을 못 잤다. 비행기에서조차 한숨도 못 잤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진은 수연에게 회사일을 하고 연락한다고 보고 싶다고 문자를 보낸 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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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절대 잊지 못할 순간(완결) 22.08.25 50 1 12쪽
» 98. 감사 22.08.24 34 1 11쪽
97 97. 의미 22.08.18 30 1 12쪽
96 96. 지금 여기 22.08.17 30 1 11쪽
95 95. 꼭 해야 할 일 22.08.16 38 1 11쪽
94 94. 아파도 사랑해서 22.08.13 37 1 12쪽
93 93. 결국 들켜버린 22.08.12 29 1 13쪽
92 92. 마지막을 앞두고 22.08.11 30 1 13쪽
91 91. 걱정과 의심과 궁금증 22.08.10 38 1 12쪽
90 90. 혼자가 아니니까 22.08.09 29 1 13쪽
89 89.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22.08.08 32 1 12쪽
88 88.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22.08.07 43 1 13쪽
87 87. 참고 또 참다보면 22.08.06 40 1 12쪽
86 86. 고마운 마음들 22.08.05 34 1 15쪽
85 85. 진심이 통할 때 22.08.04 32 1 12쪽
84 84.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 22.08.03 41 1 12쪽
83 83. 둘 다 지지 않아 22.08.02 30 1 13쪽
82 82. 후배와 선배 22.08.01 33 1 11쪽
81 81. 모순의 현실 22.07.31 45 1 11쪽
80 80. 인기의 양면 22.07.30 37 1 12쪽
79 79. 새로운 가족 22.07.29 32 1 13쪽
78 78. 선택의 기로 22.07.28 34 1 11쪽
77 77. 돌이킬 수 없는 22.07.27 43 1 12쪽
76 76. 썸타는 사이 22.07.26 50 1 13쪽
75 75. 버킷 리스트 22.07.25 39 1 12쪽
74 74. 둘이 참 닮았네요 22.07.24 46 1 12쪽
73 73. 뜻밖의 이유 22.07.23 38 1 13쪽
72 72. 믿을 수 없는 사람 22.07.22 46 1 12쪽
71 71. 전환 22.07.21 37 1 12쪽
70 70. 결심의 정체 22.07.20 3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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