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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기송
작품등록일 :
2022.05.25 23:01
최근연재일 :
2022.08.25 06: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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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3
추천수 :
116
글자수 :
54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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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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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7. 도대체 이게 뭐예요?

DUMMY

“아... 안녕하세요.”


하진이 당황해 마지못해 인사했다.


그런 하진의 반응은 아무 상관이 없는지 은채는 매니저를 종용해 밴의 문을 열고 내렸다.


“지난번 사진 때문에 곤란하셨죠?”


“아, 그게,,,”


하진이 대답할 새도 없이 은채가 웃으며 하진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사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나다니, 행운이네요.”


왜 또 이렇게 된거지... 하진은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곧 정원도 도착할텐데.


어떻게 해서든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


“그렇죠. 그 일이 며칠 되지 않았는데, 서로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하진이 걸음을 옮기려는데, 은채가 하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감촉에 깜짝 놀란 하진이 뒤를 돌아보는데, 은채가 손을 놓았다.


“죄송해요. 아... 저도 모르게 그만...”


수줍어하며 은채가 미안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내렸다.


하진은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하진은 제 나름의 경계를 세웠다고 생각하고 다시 뒤를 돌았다.


그런데,


“혹시.. 제가 많이 곤란하게 해 드렸나요?”


은채가 뒤에서 애처롭게 서서 눈물을 글썽였다.


이미 회사 앞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젠장, 이럴까봐 빨리 피하려고 했는데.


사진으로 매체들이며 인터넷이 시끄러웠던 게 이틀 밖에 안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수연이는 또 완전 철벽으로 쳐내는데, 그게 또 그렇게 멋있어.


지형의 말이 떠오르자 하진의 표정은 금새 무표정이 되었다.


“일부러 그러신 건 당연히 아니시겠지만, 지금도 곤란한 건 맞네요.”


은채는 제 말에 하진이 그렇게 답할 줄 몰랐다.


기분 나쁜 은채가 표정관리를 못하는데, 곁에서 안절부절하던 매니저가 말했다.


“아, 저희 배우가 이번 이 회사 신인팀 뮤비에 캐스팅 되었거든요. 그래서 회의가 있어서 왔습니다.”


하진이 냉담한 표정으로 매니저를 돌아보았다.


“그러시군요. 그럼 볼 일 잘 보고 돌아가십시오.”


하진이 두 사람을 향해 90도로 정석의 목례를 했다.


그 모습이 휴대폰을 든 사람들 모두의 영상과 사진에 찍히고 있었다.


하진은 뒤돌아 걸어가며 정원에게 전화했다.


“어머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 계실래요?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제가 모시러 곧 갈게요.”


하진의 뒷모습을 보고 속이 상한 은채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매니저는 은채의 눈치를 보며 설설 기었다.


“제발요... 일단 차에 타요. 지하에 주차하고 회의 가야죠... 네?”


돌아봐, 돌아보라고.


하진은 회사 안으로 바쁜 걸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은채의 바람대로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하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더 씩씩거리는 은채를 매니저가 겨우 밴에 태웠다.





----





은채는 뮤직비디오 회의 내내 집중력을 잃고 있었다.


밴에서 먼저 내렸고, 손목을 잡으면서까지 호감을 표현했는데, 세상에 90도로 인사하며 경계를 세우다니.


뮤직비디오 캐스팅을 금방 수락한 것도 하진을 만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은채의 회사도 하진의 회사도 사진 사건으로 난감해했지만, 그렇다고 그 사건이 유명 배우가 갓 데뷔할 신인의 뮤직비디오 출연을 약속한 걸 깰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늘 오면서 얼마나 공들여 꾸미고 왔는데.


회사 건물 앞에 하진이 보인 순간, 정말 운명처럼 마주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은채의 타켓은 겉으로는 확연히 드러나 보이게 자신을 무시하고 공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은채씨, 그럼 이 부분은...”


“네, 뭐, 알아서 해주세요.”


“은채야...”


회의에 관심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은채 때문에 매니저는 진땀이 났다.


본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점점 더 해지는 것 같다.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정도가 매니저가 커버할 선을 넘은 것 같았다.


“......”


뮤직비디오 감독과 이번엔 데뷔할 신인그룹 맴버들의 얼굴도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




하진이 정원과 카페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예정했던 점심 시간을 훌쩍 넘겼다.


하진이 정원이 시장해 할까봐 걱정했지만, 정원은 카페에 도착해서 같이 늦은 점심을 먹겠다고 했다.


다행히 길이 밀리지 않아 브레이크 타임 전에 도착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 여기 예쁘다. 수연이도 좋아할 것 같애.”


“엄마도 마음에 드세요?”


그 말에 의자에 앉아 카페를 둘러보던 정원이 하진을 마주하고 싱긋 웃었다.


“엄마 기분까지 신경쓸 새 있었어?”


“아이, 엄마는.”


왠지 미안해져서 하진이 제 머리를 긁적이자 정원이 웃었다.


“내 기분은 너네 아빠가 신경쓰니까 괜찮아. 너는 일하고 수연이만 신경 써.”


늘 이런 식이다. 하진이 감동해 대답했다.


“그러고 있어요.”


“장기 휴가 받으면 하고 싶은 게 많다더니, 어째 전부 수연이하고 관련된 것 뿐이네?”


“제가 보통 남친하고는 다르잖아요. 활동기 땐 얼굴도 겨우 보고, 데이트도 제한된 장소에서 겨우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진이 한숨을 쉬며 안타깝게 말하자, 정원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감돌았다.


“흠, 그렇게 생각하는 거 마음에 든다.”


“예?”


정원의 반응에 하진이 궁금한 얼굴을 하자 정원이 다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청명한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잘 보이는 카페였다.


“넌 대단한 가수잖아. 길을 걸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널 알아보는 가수.”


“......”


하진의 정원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난 항상 그 대단함에 네가 압도되거나, 불안할까봐 걱정됐어.”


그랬다. 정원의 걱정처럼 하진 자신도 그랬다.


가끔은 본래의 자신 그 이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숨이 막힐 때도 있었고, 또 가끔은 이런 유명세를 지키지 못해 무너져버릴까봐 무엇보다 팬들의 바람을 충족 못할까봐 무서웠다.


“근데 수연이를 만나면서 그 압도감이나 불안감이 거의 사라지더라.”


모르는 척 했지만 정원도 그런 하진의 마음을 늘 알고 있었다. 그게 너무 걱정되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작은 체구의 수연이 하진에게 그 누구도 주지 못한 안정감을 주었다.


“거기다 그 애가 널 구한 그 날 이후, 나는 단 한번도 고맙지 않은 날이 없어.”


“어머니...”


가족 모두가 꺼려해서 거의 하지 않던 얘기였다. 하마터면 둘 중 누구든 잃을 뻔 했고, 수연의 기억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애와 네가 행복하길 바래.”


정원이 웃으며 하진을 마주했다. 약간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너도, 그 애도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하진이 정원을 보고 확신의 미소를 같이 띄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담긴 접시가 놓였다. 하진과 정원이 다시금 마주보고 웃었다.





----




정원을 집에 데려다준 하진이 주차장에서 휴대전화를 켰다.


오전에 은채와 회사 앞에서 마주친 일 때문에 휴대전화로 연락이 많이 올 것 같아 일부러 꺼 둔 것이었다.


물론 영민과 수연에게는 미리 연락을 해놓은 상태였다.


휴대전화를 켜자 마자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오는 진동이 끝없이 울렸다.


-형, 미쳤어? 그 여자랑 또 왜 마주쳐?!!


형국은 화가 났는지 수 십개의 문자를 연달아 보내놓았다.


-수연이한테 연락했어? 강해 보여도 아닌 거 알잖아, 잘 보듬어줘라. 제발 조심하고.


준기는 그래도 이성을 가지고 문자 한 통의 충고로 끝냈다.


-형, 수연이는 철벽을 얼마나 잘하는데 형은 이것 밖에 안돼? 나 진짜 실망이야!


지형과 수민은 비슷한 얘기를 마구 갈겨 문자를 보내두었다.


-하진형, 좀 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할 것 같아. 진심으로.


윤석과 연준 또한 걱정스럽게 연락을 해 놓았다.


-SNS나 인터넷 반응보니 걱정할 일 없을 것 같아. 네가 90도로 인사한 모습이 제대로 찍힌 영상이 돌고 있어서.


그래도 영민의 연락이 가장 반가웠다. 일부러 그렇게 인사한 거긴 했다.


은채의 모양새가 어느 정도의 경계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 보였기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져주는 일은 자신이 호감이 있든 없든 그저 감사한 일이라고 예전엔 생각했는데, 수연과 함께 하는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 보인 호감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 그게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수연이 늘 거절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 이유 말이다.


지잉.


그 때 다시 한 번 문자가 왔다. 휴대전화를 본 하진의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 남친님, 인기 많아서 좋긴 한데, 그래도 화는 났어요. 같은 사람이랑 두 번은 좀 그렇잖아요.


수연이었다. 하진이 전화를 하려는데, 다시 문자가 왔다.


-내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려는데, 단 조건이 있어요.





----




“다녀왔어?”


둘 만의 아파트에서 수연을 기다리고 있던 하진이 문을 열며 수연을 반겼다.


어?


그런데 수연의 표정이 영 화가 풀린 것 같지 않았다.


수연은 인사도 안하고 쌩하게 찬바람을 날리며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하진도 허둥지둥 대며 뒤를 쫓았다.


“화... 많이 났어?.... 미안해.”


처음 이 일로 통화를 할 때는 괜찮다고 말했었는데. 아까 문자에서도 약간 장난기도 있어 괜찮은 것 같았는데.


형이 말한 것처럼 괜찮지 않았던 걸까.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자신이 바보 같았다.


하진이 뒤에서 수연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데, 수연은 움직이지 않고 딱 서 있기만 했다.


“그... 저녁 맛있게 차려주면... 용서해준다고 해서...”


생각해보니, 수연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진은 온몸에 긴장감이 흘렀다.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났구나, 어떡하지, 어떡해야 풀리는 걸까.


그래, 직접 한 끼 식사 차려주는 것 따위로 무마해질 일이 아니다. 유명 배우와, 그것도 며칠 새 두 번이나 사람들의 입에 적나라하게 오르내렸는데.


오랫동안 비밀연애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데.


너무 많은 것을 제 처지로 인해 양보해주고 있는 수연에게 하진은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어떻게 해야 네 화가 풀릴까... 내가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좀 풀릴까?”


조심스럽게 다가가보려는데, 수연이 갑자기 뒤를 돌았다.


“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수연의 눈에서.


“수연아.”


아, 바보멍청이 같은. 왜 이렇게 크게 상처받을 걸 생각 못해선.


“미...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하진은 자책하며 수연의 두 손을 모아 잡았다. 거꾸로 생각해 하진이 이런 경험을 했다면 아마 수연보다 더 크게 화를 냈을 것 같았다.


너무 관대하고 너그러운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나 보다.


하진이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모르는데, 수연이 아이처럼 엉엉 울며 말했다.


“아까... 아까는.... 아니라고 했는데... 그래서 용서해주려고 했는데... 근데...”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을 하는 수연을 마주한 채 하진이 안절부절 못했다.


“왜 그래? 응?.... 무슨 다른 일 있었어?”


생전 처음보는 수연의 모습에 하진이 진땀을 흘리며 손만 만지작 거리는데, 수연이 하진의 눈 앞에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도대체... 이게... 뭐예요?...”


그러더니 더욱 크게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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