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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최근연재일 :
2023.03.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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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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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 예전처럼 (1)

DUMMY

오래간만에 경찰차를 타고 하늘을 누빈다. 게네르의 마약사범이 기어이 일을 터뜨렸다나.


듣기로는 마약사범 중 한 명이 디지털 버서커가 되어서 성형외과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더라.


때마침 나도 진우와 상담하러 경찰국에 있던 터라, 곧장 출동하게 되었다. 물론 진우는 다른 일을 핑계로 같이 안 왔고, 대신 우석과 동민이 함께 가게 되었다.


특히나 동민은 이번 일이 일어나기를 아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지. 놈들이 설마 저번에 봐준 후로도 일을 더 거하게 터뜨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나도 잘못이지만.


만약 법원에서 조용히 넘어갔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테고. 하지만 놈들은 기어이 일을 더 크게 키우고 말았으니 이제 그 죗값을 받을 차례다.


"저긴가 본데."


도로 주위에는 구급차량 여럿이 몰려 있어 착륙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구급대원들은 이미 피떡이 되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신들을 옮기기 바빴다.


"굳이 여기 내릴 필요 있어? 어서 놈들이나 쫓자고."


경찰차는 착륙하지 않고, 다시 공중에 붕 뜨면서 이동하기 시작한다. 때마침 연락 하나가 들어와 간단하게 받아봤다.


"무슨 일로 연락한 거려나, 마틴?"


'설마 저도 붙잡을 건가 해서요... 자수하면 좀 덜하겠죠?'


"하하하, 마틴... 설마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아니죠, 누님. 이미 예상했죠. 거기는 이미 손 다 뗐다고요.'


"네놈 때문에 네오 서울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소개도 안 해줬을 거야."


'그래도 저 덕분에 잡은 거 아니겠습니까. 안 그랬으면 놈들은 정말 숨어서 뭔 짓을 저질러도 몰랐을 거라고요.'


마틴은 이번에 NSPD가 세게 움직인다는 소식을 어디서 전달받은 건지, 내게 곧장 연락부터 한 모양이다.


"흐음, 마음 같아서는 널 지금 당장에라도 교도소에 넣고 싶은데... 내 특별히 봐줄게. 어차피 너 없었으면 서니 일당을 붙잡지도 못했을 테니까."


'고마워요, 누님. 일 처리 끝나면 나중에 맥주 몇 잔 사드릴게요.'


"크하핫, 그거 마음에 드네. 그럼 당분간 몸이나 잘 사리라고."


그리고 연락을 끊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어느덧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자, 녀석들의 동향을 감시 새로 잠시 살핀다.


"지들끼리 싸우고 아주 난리가 났네. 알아서 자멸하게 내버려 둬."


디지털 버서커가 된 놈이 자기 집 주변을 부수기 바빴고, 이내 덩달아 쫓아간 녀석들끼리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경찰차들은 내 말을 듣고 잠시 근방 옥상에 착륙해 모습을 감췄다. 놈들이 우릴 눈치채면 괜히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사이, 우리는 녀석들이 싸움을 끝내길 기다리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내 앞에 앉아있는 동민에게 가볍게 물었다.


"동민, 아내는 어때. 잘 지내고 있어?"


"그래, 요즘 좀 나아졌다는군. 조만간 아내도 너에게 고맙다고 편지 보낼 거 같아."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래도 그때 안 죽여서 다행이지?"


"그래... 내가 그때 같이 갔으면 아마 녀석의 머리를 터뜨리고도 남았겠지."


이전에 마약사범 중 한 명인 우인이라는 녀석을 일부러 놔준 적이 있었다. 그때, 동민이 직접 잡고 싶다면서 내게 간청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이번 일은 길공교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길공교까지 끝장내려면 우인을 놔줘야 한다고 한참을 설득했었고.


결국 그때, 우석과 함께 임무를 진행했었다. 동민은 그때 내게 엄청 실망했지만, 요즘 네오 서울이 개판이 된 걸 보고는 날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그때 우인을 그대로 교도소로 보내거나, 죽이게 되었더라면 길공교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요즘은 NSPD 내부도 바이러스로 난리가 되었으니까. 온갖 백신과 방화벽으로 무장한 독종팀은 무사했지만, 그 외는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NSPD가 아직 건재하다는 거겠지. 더군다나 멍청한 우인 덕분에 길공교를 습격할 명분도 갖춰졌고.


"어, 끝났나 보다. 이동하자."


마침내 놈들 중 한 명이 디지털 버서커의 머리를 쏘면서 싸움이 끝나게 되었다. 이를 보고 다시 경찰차가 이륙하면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쫓아오는 우릴 발견한 건지, 시체를 둔 채 부랴부랴 도망치기 시작한다. 앞서간 경찰차는 그들에게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NSPD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안 되겠군, 사격해."


이윽고 도망치는 놈들을 향해 총격을 가한다. 물론 지금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으니까, 위협 사격만 가하는 거겠지만.


그렇게 총격을 가하던 경찰차가 갑자기 뱅글뱅글 돌기 시작한다. 우리 뒤로 날아가 불시착하는 걸 마지막으로 보고 웃으며 말했다.


"어이쿠, 제법 해킹 잘하는 녀석이 있나 본데? 잘 쫓아가. 어차피 도망칠 곳도 없겠지만."


이제 내가 타고 있는 경찰차도 노리는 건지, 여자 한 명이 뒤돌아보며 우릴 노려본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정보전에 능하단 말이지.


그리고 여자는 포기하고 다시 도망친다. 이거, 이거. 저 여자가 우리도 떨어뜨리려고 한 게 너무 괘씸한데.


"흠, 계속 이렇게 쫓아가야 하나?"


"고민할 거 뭐 있어? 빨리 하강하라고!"


"바라던 바야."


그리고 곧장 골목길에 떨어져 그대로 착지한다. 뒤이어 왓슨과 우석, 동민도 내 뒤를 따른다.


일단 도망치는 것부터 저지해야겠지. 여자의 방화벽을 빠르게 뚫고, 움직임을 멈추게 막는다.


"꺄흐아앗!!"

"서니!!"


역시 저 여자가 서니였던 건가. 서니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숨을 헐떡였고, 다른 두 사람은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일단 여자를 밟고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그때, 서니는 허리춤에 손을 집어넣으면서 권총을 꺼내려 든다.


타앙!


내 손이 더 빨랐다. 서니의 머리에서 피가 주르륵 쏟아지더니, 이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는 생포하자더니."


"먼저 날 쐈잖아."


"쏘지도 않았..."


"아아, 됐어. 저 둘 중 하나만 살면 돼. 내가 알기로는 이 여자 말고 다른 놈도 게네르 제조할 수 있거든. 아마 그놈이 네 아내도 쐈을걸."


"그럼 그놈을 죽이고 이 여자를 살렸어야지."


"아씨, 자꾸 말대답할래? 오히려 그놈이 실력 더 좋아서 걔를 살리면 되잖아. 아무튼 가자고. 이봐, 경찰 아저씨들. 거긴 잘 쫓아가고 있지?"


이놈들과 티격태격해서 좋을 건 없지. 으르렁거리는 동민을 뒤로한 채, 곧장 화제를 돌려 아까 마저 뒤쫓아가던 경찰차와 연락했다.


'네, 다만 지붕 때문에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됐어, 어차피 주변 다 봉쇄하고 있으니까 그 주변만 돌아다니면서 겁이나 주고 있어. 우리도 쫓아가자."


서니의 시신을 뒤로한 채, 우리도 다시 골목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갑자기 연락이 들어온다.


'뒤쫓고 있던 놈들 중 한 명 발견. 옥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녀석은 사격해도 딱히 상관없을 거..."


"알라 후 아크바르!!"


갑자기 사이보그 하나가 하늘에서 소리치면서 붕 떠오른다. 이윽고 날고 있던 경찰차 한 대를 그대로 쥐어박으며, 점점 추락하기 시작한다.


"허헛, 저건 또 뭐다냐."


꽈아아앙─!!


그리고 경찰차와 함께 추락하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현장으로 다가간다.


"이번에 너희 시말서 좀 써야겠는데. 벌써 추락한 경찰차만 몇 대냐."


"에휴, 네가 쓰는 것도 아니면서..."


추락한 경찰차로 다가가자, 그 주변에는 불길이 치솟아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었다. 다만 아까 함께 추락한 사이보그도 그 불길 사이에서 서서히 타오르고 있었다.


"불타게 내버려 둬. 어차피 저놈은 우리 목표가 아니니까. 다른 놈은 어디에 있으려나."


"일단 주변은 완전히 봉쇄했어."


"남은 대원들 하수구로 투입해야겠는데? 그리고 몰이사냥 좀 간만에 하면 재밌을 거 같고."


어느덧 대원들의 무전이 들려온다. 하수구에서 도망친 한 명이 발견되었으며, 일부러 출구 쪽으로 유인시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우리가 바라던 대로 바깥으로 나왔다고 한다. 물론 그 앞에는 NSPD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끝난 건가? 오늘 모두 고생했어. 다음 작전은 잘 알고 있지?"


"그래, 에밀리. 덕분에 편하게 잡은 거 같네. 그럼 우린 네 말대로 보고서 작성하러 가야 돼서."


그렇게 우석과 동민과 헤어지고, 골목에는 나와 왓슨만이 남았다. 왓슨과 함께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아까 사이보그가 점프하면서 한 말 기억하지?"


[Allahu Akbar?]


"그래, 그거. 근데 그 단어 왜 번역이 안 되는 걸까? 조만간 소프트웨어 좀 업데이트 해야 되나."


[번역기 기능이 오래돼서 그래. 그냥 전뇌 업그레이드하는 게 좀 더 낫지 않겠어? 요즘은 자는 동안 자동으로 업데이트도 해준다던데.]


"흐음, 난 그래도 지금이 나아서 말이지."


내 팔다리만 사이보그고, 내 뇌와 몸체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살아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지금 이 뇌로 칩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바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가끔 소프트웨어 사양 딸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나저나 넌 뭐 바꾼다고 하지 않았어? AI가 몸 그렇게 자주 바꿔도 괜찮던가?"


[그래. 이것 봐봐.]


왓슨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자기를 보라고 하더니, 이내 가시 같은 게 빠르게 돋아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장 머리카락 색과 얼굴을 바꿨다. 그건 마치 내 모습처럼. 아니, 완전히 나와 똑같은 얼굴과 체형이었다.


[요즘은 이렇게 업그레이드 됐다더라. 예전에 우리가 쫓던 갱단원 기억하지?]


"뭐, 천리안의 정욱? 걔 죽지 않았나."


[그래. 그건 단순히 얼굴만 변환하는 건데, 이것 봐. 지금은 완전히 너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물론 자연에게는 여전히 내 모습 그대로 보이겠지만.]


예전에 눈이 거칠게 꿰뚫린 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었지. 그 녀석 하나 쫓으려고 헬스장의 탈의실에서부터 온갖 곳을 돌아다녔는데.


그래도 녀석 덕분에 천리안의 본부를 알아낼 수 있었으니 넘어가도 좋으려나. 한편, 내 모습과 똑같이 한 왓슨의 모습을 보다 보니 점점 기분이 이상해진다.


"으웩, 내 앞에서 내 모습으로 돌아다니지 마라. 이렇게 보니까 징그럽네."


[언제는 너 자신이 늘 사랑스럽다더니.]


"그건 내가 나를 바라봤을 때고. 인간이 자기를 닮은 인형을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그 인형을 혐오하는 이유를 모르는 거냐?"


[워렌 박사가 창시한 도플갱어 이론이었나.]


"그래. 요즘 성형이 워낙 성행해서 비슷한 얼굴을 자주 보기도 하잖아. 그런데 뇌는 그 모습을 보고 인지적 불협화음을 느끼고는 하지.

지금 내가 느끼는 게 바로 그거라고. 나랑 똑같이 생긴 걸 보는 건 생각보다 소름 끼칠 때가 종종 있단 말이야."


[그럼 언제쯤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좋을까?]


"하! 내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고는 싶나 보지? 내가 죽고 나면 그렇게 해라."


[내가 먼저 죽을지언정, 네가 먼저 죽는 건 별로 보기 싫은데.]


"그래, 그래도 비유를 점점 알아들어서 다행이네. 그냥 내 앞에서 하지 말라고."


왓슨은 지금 기능을 제법 자랑스럽게 내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내 반응이 시큰둥해 보이자 살짝 삐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저렇게 나와 똑같은 모습을 보는 건 묘하게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처음에는 이런 걸 경험해보지 못해서 공감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보고 나니 왜 기분 나쁜지 알 것 같다.


작가의말

어음, 주말에 집필하다 보니 완결까지 모두 작성했습니다. 많은 아쉬움도 남은 편이지만, 그래도 완결까지 무사히 집필을 마칠 수 있던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작가의 말에 남겼던 것처럼 매일 연재도 생각은 해봤지만, 결국 지금처럼 평일 연재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주말에 올려도 보는 사람 별로 없더라고요.


완결일은 3/31입니다. 그날 완결과 함께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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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평일 연재, 오후 9시 35분 22.05.29 136 0 -
233 도미닉 – 끝 23.03.31 78 3 9쪽
232 에밀리 – 변함없는 나날 23.03.30 58 3 10쪽
231 도미닉 – 대면 23.03.29 53 3 14쪽
230 도미닉 – PM 11:10 23.03.28 50 3 7쪽
229 우인 – PM 10:50 23.03.28 50 2 7쪽
228 영훈 – PM 10:30 23.03.28 43 3 9쪽
227 에밀리 – PM 10:00 23.03.28 57 3 8쪽
226 도미닉 – PM 10:00 23.03.28 47 3 7쪽
225 도미닉 – 준비물 (2) 23.03.27 45 3 13쪽
224 도미닉 – 준비물 (1) 23.03.24 45 3 13쪽
223 에밀리 – 진실, 사실, 현실 (2) 23.03.23 44 3 13쪽
222 에밀리 – 진실, 사실, 현실 (1) 23.03.22 43 2 12쪽
221 영훈 – 내가 하고싶은 것 23.03.21 60 3 12쪽
220 우인 – 복수는 나의 것 23.03.20 57 3 13쪽
219 에밀리 – 예전처럼 (4) 23.03.17 49 3 12쪽
218 도미닉 – 자유의지 (3) 23.03.16 48 3 12쪽
217 에밀리 – 예전처럼 (3) 23.03.15 104 3 14쪽
216 에밀리 – 예전처럼 (2) 23.03.14 47 3 13쪽
» 에밀리 – 예전처럼 (1) 23.03.13 46 3 12쪽
214 도미닉 – 자유의지 (2) 23.03.10 47 4 13쪽
213 도미닉 – 자유의지 (1) 23.03.09 45 3 13쪽
212 우인 – 이상과 현실 (7) 23.03.08 57 4 12쪽
211 우인 – 이상과 현실 (6) 23.03.07 51 3 12쪽
210 우인 – 이상과 현실 (5) 23.03.06 49 4 13쪽
209 우인 – 이상과 현실 (4) 23.03.03 49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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