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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멸망할 세상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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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디다트
작품등록일 :
2022.05.30 17:23
최근연재일 :
2022.06.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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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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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화. 몬스터 출몰 10분 전으로 회귀하다 (1).

DUMMY

1.

2023년 6월 24일의 제주국제공항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그리고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은 두 곳이었다.


“와, 무슨 발렌타인 30년이 50만 원이나 해? 면세점이라면서? 내 친구는 저번에 여기서 30만 원에 샀다던데!”

“손님, 그게 환율이 올랐습니다.”

“환율이고 나발이고 누군 30만 원에 사고 누군 50만 원에 사고, 이거 눈탱이 장사하는 거 아니야?”


하나는 제주도를 떠나기 전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면세점.


“드디어 제주도다!”


다른 한 곳은 이제 막 제주도에 도착한 이들로 가득 찬 공항 1층.

물론 그곳이 아니더라도 제주국제공항 곳곳은 활기와 생기로 가득 넘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제주도는 확실히 냄새가 다르네, 달라.”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오면 좋다니까.”


피 같은 돈과 땀 같은 시간을 투자해 휴양지에 왔는데, 그랬는데 기분이 떨어진다면 그게 이상한 일.


“비행기 값이 왜 이렇게 비싸? 예전에는 왕복에 4만 원, 5만 원이면 됐는데? 일반석이 왕복에 15만 원이라는 게 말이 돼?”

“성수기잖아요.”

“젠장, 15만 원이면 외식을 하는 게 낫지!”

“여기까지 왔으면 그냥 좀 즐기지 왜 이렇게 불만이에요?”

“비싸니까 그렇지, 비싸니까! 비행기 값으로만 돈 백만이 날아가는데!”


개중에는 정말 없는 여유 속에서 어떻게든 쥐어 짜내 제주도에 온 경우도 있었다.

정호영, 그가 그랬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사고로 보내고, 당뇨병을 가지신 어머님 밑에서 살게 된 그의 삶에 여유 따윈 없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의 삶에서 여행이란 건 초등학교 시절 간 소풍이 전부였고, 이후 그는 수학여행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스물아홉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제주도에 오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스물아홉이 되던 그해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는 것.

주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는 어머니 곁에 항상 머물러야 했던 정호영의 인생에 밑도 끝도 없는 여유가 생기던 날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방황했고, 지금도 방황 중이었다.

방황하며 부평초처럼 떠돌다 보니 어느덧 제주도에 흘러들어온 상황이었다.

그렇게 제주도에 들어온 정호영은 공허함으로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랬었다.


‘과거로 돌아왔다.’


20년 전의 정호영은 분명 그랬다.


‘제주도에 온 날······ 그러니까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해.’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그리움과 공허함에 사무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래, 그랬었지.’


어머니를 향한 기억들은 이제 아련한 것이 되어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정호영에게 그날, 어머니를 떠나보낸 날의 기억은 20년 전의 기억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어머니를 떠올려도 감흥에 젖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제 기억이 나는군.’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는 스물아홉의 정호영이 아니라, 몬스터가 등장하고, 아포칼립스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했던 정호영이었으니까.

괴물을 잡는,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헌터들조차 살아남지 못 하는 그 세상에 20년을 살아남은 정호영이었으니까.

때문에 여기서 정호영은 알고 있었다.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어머니와의 기억을 떠올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 분명 내가 제주도에 오고 홀이 열렸어. 그런데 언제쯤 열렸지?’


떠올려야 하는 건 오늘의 기억.


‘공항에서 나갔을 때였나? 도착한 직후였나?’


하지만 아쉽게도 20년 전의 기억은, 제아무리 충격적인 기억이라고 해도 그 까마득한 오래전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저 어렴풋할 뿐이었다.


‘분명 공항 밖으로 나갔어. 그 후에, 그 후에 몬스터가 등장했다.’


아직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기까지는 짧지만,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지금 이 세상은 매우 평화로운 상태라는 것을.


‘지금은 없다. 한 마리도.’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정호영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다.’


언제 자신을 먹어 치우러 올지 모르는 몬스터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깊게 잠든 적조차 없었던 20년의 나날들.


‘헌터도.’


자신의 목숨줄을 움켜쥔 헌터들에 대한 공포로만 점철됐던 나날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그 공포로부터 자유로웠다.

물론 정호영은 알았다.

이 평화는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10분 남짓하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10분 동안 정호영은 무엇을 해도 괜찮았다.


‘아.’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정호영의 눈에는 편의점이 들어왔다.


‘저거, 저거. 그러니까, 저게······.’


그 순간 정호영은 편의점이란 단어를 떠올리고자 했으나 떠올릴 수가 없었다.

편의점, 그 단어 자체가 정호영에게는 아득한 단어였으니까.

그와 별개로 정호영의 몸은 움직였다.

벽 없이 개방된 편의점 안에 들어갔고 이내 음료수로 가득 찬 냉장고 앞에 섰다.

그리고는 반사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거기서 코카콜라 한 캔을 꺼낸 후에 그대로 개봉하고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짜릿함을 넘어 찌릿한 탄산과 타르 같은 설탕의 단맛이 정호영의 입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호영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콜라다.’


20년 후에는 감히 볼 수조차 없는 것.

그래서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이었다.


‘이거 때문에 내가······.’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죽을 뻔했는데.’


캔콜라를 구하기 위해 정호영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었다.

물론 본인이 콜라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마녀.’


당시 그의 주인이었던 마녀 이지혜, 그녀의 명령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녀의 명령 때문에 콜라를 구하러 갔다가 죽은 노예의 숫자만 백이 넘었었다.

조만간 다가올 미래는 그런 세상이었다.


‘이 빌어먹을 콜라······.’


각성하지 못 한 인간은 노예이며, 그 노예의 목숨값보다 콜라가 더 값비싼 세상.


‘끝내주긴 하네.’


그리고 지금 마신 콜라의 맛은 정호영을 잠시 황홀감에 젖게 할 정도로 달콤했다.


끅!


그렇게 단숨에 콜라 한 캔을 비운 정호영이 그대로 새로운 콜라 한 캔을 집어 들었다.


꿀꺽꿀꺽!


두 번째 캔을 비우기 시작하는 정호영, 그러나 이번에는 황홀감에 젖지 않았다.


‘조만간 온다.’


이제는 현실을 마주했다.


‘괴물들이.’


홀이 열리고, 그 홀에서 몬스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그 참담한 현실을.


‘내가 꿈을 꾼 걸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정호영은 그것이 망상이며, 꿈일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럼 그냥 미친놈이 될 뿐.’


그건 너무나도 기쁜 일일 테니까.

하지만 정호영이 보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꿈이고 망상으로 치부하기에 그 20년은 가볍게 곱씹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치게 될 만큼 처절했다.

그게 꿈일 리 없었다.


‘온다.’


그러니 대비를 해야 할 때.

그쯤에서 정호영의 표정이 더 처참하게 굳었다.

몬스터가 등장한 세상에는 두 부류밖에 없었다.

각성하여 헌터가 된 자들과 그들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노예들.


‘난 노예일 뿐.’


정호영은 노예였고, 노예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다.

헌터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쓸 만한 노예임을, 자신을 살려줄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지금 내가 가진 무기는······.’


그 대목에서 정호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회귀자라는 거다.’


그 순간이었다.


“어이, 거기!”


정호영을 향해 누군가 성난 목소리로 내질렀다.


“계산도 안 하고 뭐하는 거야?”


고개를 돌리자 아르바이트 직원임을 알려주는 조끼를 입은 사내가 보였다.

덩치가 상당했다.

외모도 험악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기보다는 어디 조직폭력배의 조직원으로 봐야 할 정도.

입은 반팔 티셔츠 아래로는 문신도 보였다.


“정신 나갔어? 어?”


말투 역시 험악한 게 학자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청년이 아닌 건 분명했다.

물론 잘못한 건 정호영이었다.

대뜸 냉장고 문을 열고 계산도 안 하고 콜라를, 그것도 한 캔이 아니라 두 캔을 연속해서 마신 건 욕 먹어 마땅한 짓이었으니까.


‘내 실수다.’


더불어 20년 동안 망가진 세상에서 살다 돌아온 정호영이라고 물건을 얻으려면 계산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세상은 그 무엇보다 계산이 철저하던 세상이었다.

담배를 대가로 주기로 해놓고서 담배 한 개비가 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총부림을 하고, 칼부림을 했으니까.


‘분명 주머니에 돈이, 지갑이 있을 거야······.’


그렇기에 계산을 하려는 정호영.


“야! 대답 안 해!”


그런 정호영에게 직원은 거듭 압박을 줬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기 사람이 무전취식한 모양인데?”

“무전취식? 요즘도 그런 게 있어?”


그 외침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것과 공항에서 소란이 일어난 건 분명 무게감이 다른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모인 이들 중 절반이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 혹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그 광경에 정호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 가치는 회귀자라는 거다.’


자신이 가진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여러분!”


그 순간 정호영이 모인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2.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정호영이 그 외침을 하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똑같았다.


“미친놈인가?”

“지금 방송 촬영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해야겠는데?”


정호영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 잠시 후 이곳에 홀이 등장할 겁니다. 그리고 그 홀 너머에서 몬스터가 넘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이어진 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그걸 그저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생각한 듯 더더욱 몰려들었다.


“여러분 봑튜브입니다. 급하게 라이브 방송을 켰습니다.”


그중에는 유튜버 한 명도 있었다.


“어, 저기 봑튜브다!”

“정말?”

“와, 제주도 왔나보네!”


박윤준, 봑튜브라는 여행을 소재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로 구독자 숫자가 89만 명에 이를 만큼, 대한민국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이였다.


“나 쟤 별론데.”

“왜?”

“쟤 사이버 렉카잖아! 심심하면 조작하고. 저번에도 괴한에게 피습되어서 어그로 끌었던 거, 조작인 거 드러났잖아?”


더불어 일반적인 여행기보다는 여행 과정에서 생기는 트러블, 긴급 상황 등을 소재로 삼는 이였다.

여러모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다룬다는 의미.


- 부왁튜브 라이브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터진 거야?

- 오늘은 또 어떤 부왁을 보여줄 것인가!


그런 그가 라이브 방송을 켜는 순간 시청자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지금 제주국제공항에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회귀자가 등장했다고? 누구야?

- 저기 편의점에 있는 사람 같은데?

- 이야, 회귀자를 이렇게 보게 되네! 그런데 미래에서 오면 알몸이 국룰 아님?

- 아재요, 대체 몇 살인데 터미네이터2 이야기하고 있어?


그리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홀이 등장할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홀은 수면과 비슷합니다. 찰랑거립니다.”


그사이 정호영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 홀을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홀 너머에 있는 몬스터들은 그 홀을 통해 이곳에 올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봑튜브의 채팅창에는 웃음이 터졌다.


- 레이드물 너무 보신 듯 ㅋㅋㅋ

- 아! 요즘 이런 걸로 레이드물 쓰면 안 먹히는데 ㅋㅋㅋ

- 퇴물 작가나 쓸 법한 소재를 쓰시네 ㅋㅋㅋ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박윤준은 달랐다.

그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어쩌면 저 말이 진짜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건 연기였다.


‘이야, 제주도 오자마자 이런 행운이 오네!’


이슈를 찾는 수준을 넘어 조작해서라도 만드는 그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하늘이 준 복!

그래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야 라이브 방송 반응이 좋을 테니까.


- 부왁이 또 쇼하네.

- 딱 봐도 부왁이가 섭외한 거 같은데?

- 부왁이 그때 주작으로 혼나고 또 주작하니?


실제로도 시청자들 반응은 매우 좋았다.


- 부왁이가 또 주작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 제주도에 회귀자 떴다고 해서 왔습니다.


시청자 숫자도 어느덧 5천 명을 훌쩍 넘길 정도!


‘이거 대박이다.’


라이브 방송을 켠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이 정도 숫자가 모였다는 것에 박윤준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이 정도로 늘어나는 건 처음인데? 알고리즘 탔나?’


그리고 정호영은 말을 이어갔다.


“홀을 부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홀이 등장한 곳을 부수면 됩니다. 벽에 등장하면 벽을 부숴야 합니다. 물 위에 등장하면 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 ㅋㅋㅋ 설정 꽤 리얼하네? 웹소설 작가 아님?

“그 홀 너머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종류는 다양하며, 그들은 무리 생활을 합니다.”

- 오크, 고블린 나오겠지!

“그 괴물들 중에는 오크나 고블린 같이 이미 인지되고 있는 종류도 있습니다.”

- 아무렴! 이런 레이드물 소설에 오크랑 고블린 빼놓으면 섭섭하지!

“놈들을 비롯해 몬스터들은 생각 이상으로 영리합니다. 그러니 결코 그들에게 총과 같은 무기를 빼앗기지 마십시오.”

- 총 쏘는 고블린? 저기 저분 좀 힙스터하네?

“또한 몬스터들에게는 저마다 특이한 능력을 쓸 수 있는 종이 있으며, 그런 경우 대부분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티팩트는 선택 받은 헌터들 역시 쓸 수 있습니다.”

- 헌터? 아, 힙하단 거 취소. 그냥 양산형 레이드물이었네!

“헌터의 증표는 오른 손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클이 생성될 겁니다. 그리고 서클이 늘어날수록 보다 강력한 힘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때였다.


“이 미친 새끼야! 야! 너 뭐하는 새끼야!”


정호영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정신을 놓고 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이내 정신을 차리며 정호영에게 다가가더니 이내 손을 뻗었다.

멱살을 잡기 위해서.


휘익!

“어?”


그러나 직원은 정호영의 멱살을 잡지 못 했다.

재차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

정호영은 애들 장난을 상대하듯 직원의 주먹질을 가볍게 피해냈다.


- 어어, 뭐야?

- 저거 뭐지? 저렇게 잘 피해?

- 부왁아 이것도 짠 거야?


모두가 놀랐고, 박윤준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그때였다.


‘어, 어?’


박윤준, 그는 볼 수 있었다.

정호영, 이 소란의 주인공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착각이 아니었다.

정호영은 분명하게 박윤준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사실에 박윤준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 뭐야, 회귀자가 왜 부왁이를 봐?

- 주작이네, 딱 봐도 주작이야!

- 부왁아 너무 티나게 주작하는 거 아니야?


그 광경에 채팅창 역시 어수선해졌다.


- 온다! 부왁이한테 온다!


그러한 어수선함은 정호영이 박윤준에게 다가가는 순간 더더욱 커졌다.

물론 정호영이 그에게 다가가는 건 별 이유가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스마트폰과 다른, 전문가용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

그렇게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정호영이 말을 남겼다.


“제 이름은 정호영, 미래에서 온 회귀자입니다. 살고 싶으시다면 저를 찾아오십시오.”


그 순간이었다.


크아아아!


홀 너머의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이 세계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괴물의 소리가 제주국제공항을 가득 채웠다.


- 지금 저 소리 뭐야?

- 들었어? 다들 들었어? 나만 들은 거 아니지?

- 부왁이 이거 주작이지?

- 부왁이 주작 스케일 이제 장난 아니네!


듣는 모두를 패닉 상태에 빠져들게 만드는 포효.


‘시작됐군.’


그 포효 속에서 유일하게 패닉에 빠지지 않은 정호영, 그는 잠시 고민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말, 무슨 말을 남겨야 할지.

자신이 살아남는데 어떤 게 가장 도움이 됐는지.


“다들 살고 싶으면······.”


이윽고 고민 끝에 정호영이 입을 열었다.


“담배를 피우지 마십시오.”


2023년 6월 24일, 그렇게 아포칼립스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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