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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BlueFox
작품등록일 :
2022.06.01 05:27
최근연재일 :
2022.06.02 09: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73
추천수 :
43
글자수 :
25,073

작성
22.06.01 05:43
조회
94
추천
13
글자
10쪽

반도의 흔한 면접 시험

DUMMY

아마 믿기지 않겠지만 어렸을 때 내 꿈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었다.


수많은 반도의 다른 코흘리개 꼬마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백만 연예인 지망생 시대니까.


혹은 돈을 많이 번다니까.


개천에서 용이 난다면 그곳은 연예계 바닥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시대니까.


어린 꼬맹이에게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


뭐, 깊이 생각한 것도, 신중하게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연예인이 되겠다는 그 꿈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금방 포기했던 것 같다.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연예인이라는 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었으니까.


하늘이 내린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붙기가 아닐까?


내 얼굴에 연예인은 무슨.


그렇다고 특출한 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서라.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한 거다.


영화 감상은 취미로!


음악도 물론 취미로!


취미가 직업이 되는 순간 불행해 진다는 말을 반쯤은 믿어 볼 작정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쯤으로 해 두자.



대신 공부를 하기로 했다.


나는 돈을 좋아한다.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지 않나?


적당히 공부해서 금융업계에 취직이나 하련다.


은행이나 증권사 뭐 그런 곳 말이다.



***



방구석을 뒹굴던 백수인 내가 연예기획사인 바람 엔터테인먼트에 면접을 보러 간 것은 취업 시즌이 훨씬 지난 이른 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수험 번호 2388번 류현강입니다.”


“아! 류현강 씨? 나이가?”


“스물아홉입니다.”


“어쩐지! 연식이 좀 되어 보이더라니! 대학 졸업한 지 몇 년 지난 분이시네? 취직 안하고 뭐하고 있었어요? 아니, 취직을 못한건가? 흐흐흐.”


소위 말하는 블라인드,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깜깜이 면접.


경력도 출신 학교도 따지지 않는다더니 결국 면접위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식상한 질문들 뿐이다.


압박 면접이라고들 하나?


괜히 트집 잡고 주눅 들게 하는 그런 면접 기법들을 쓰는 인간들이 있더라.


일단 사람을 괴롭혀 놓고서는 그 반응 보겠다는 건데,


그게 최선인가?


변태들이다.


사디스트 말이다.


아니, 마조히스트인가?


아무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속담이다.


내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기도 하고.


“2388번 지원자!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누구에요?”


“레드 제플린(Led Zeppline) 좋아합니다.”


“······!”


“······!”


“레드 제플린이 누구야?”


“영국의 로큰롤 그룹입니다. 로큰롤의 오리지낼러티를 만들어 냈다고나 할까요?”


“혹시 모르나 본데, 지금은 힙합의 시대야. 그 사람들은 언제 쩍 아티스튼데?”


“그러니까 1960년대···”


“······!”


“······.”


레드 제플린이 어때서?


나름 무난하게 대답한 것 같은데,


저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무슨 철 지난 구닥다리 로큰롤을 좋아하냐? 엔터 업계 면접에서 자신을 어필하려면 K-Pop에 대한 애정을 보여야 하는 게 예의 아닌가? 아! 이건 혼잣말이에요. 큭큭큭.”


“팩트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배짱이 좋네. 그럼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는요?”


“대부(God Father)입니다.”


“······!”


“혹시 궁금하시다면 대부는 1971년에 개봉된···”


“아냐! 저언혀 궁금하지 않아. 그런 구닥다리 흑백영화는!”


“총천연색 컬러 필름인데요?”


"말장난을... 좋아하는 타입인가?"


"......!"


“최근 영화는 2388번 취향이 아닌가?”


“아닙니다.”


“그럼 좋아하는 배우는?”


“말론 브란도입니다.”


“조금 최근 배우는 없어요? 돌아가신 고인 분 말고.”


“알 파치노!”


“······!”


“······!”


‘완전 구닥다리네! 또라이 아냐? 어디서 이런 놈이 찾아왔어? 우리 회사가 신생 회사라고 만만해 보이는 거야?’


‘그러게! 이런 놈은 서류에서 걸렀어야 하는 거 아냐?’


‘야! 무슨 엄청난 직원 뽑는다고 서류에서 걸러? 우리 얘들 시중이나 잘 들고, 말 잘 듣고, 운전이나 잘 하면 되는 거 아냐?’


면접관 셋이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다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사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싼 맛에 뽑아 쓸 거면서 쓸데없이 남의 음악 취향은 왜 물으시나?


‘로큰롤 네버 다이’다!‘


대부를 제대로 감상했다면 그 얼마나 수많은 영화가 대부의 스토리 라인과 심리 묘사, 그리고 촬영기법들을 흉내 내고 훔쳐가고 오마주 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2388번! 운전은 잘해요?”


“잘 합니다.”


“그건 마음에 드네! 그거라도 잘 해야지!”


“······”


‘눈매가 좀 날카로운 것 같네! 한 성질 할 것 같지 않냐?’


‘여자들한테 인기 없겠어! 딱 봐도 솔로네! 모쏠’


‘얼굴 반반한 놈들 보다는 차라리 못생긴 놈을 뽑아야 해! 여자 문제나 일으키고 다니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면접관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지만,


다 들린다.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못생긴 놈들끼리 남의 얼굴 품평회라니.


“얼굴은 좀 그래도 몸은 괜찮은 편이네! 혹시 운동 좀 했나?”


내 얼굴이 어때서?


이래 봬도 여자 꼬시는 데는 조금도 불편함이 없는 얼굴이라구.


“복싱을 했습니다. 유도도 취미로 조금···”


“혹시 체대 출신인가요?”


싸움 좀 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면접위원들이 태도가 조금 공손해진다.


“아뇨. 경영대 출신입니다.”


“······”


“······”


“뭐, 스펙 쌓으려고 꼬마들 다니는 체육관에라도 다닌 모양이지. 그래도 그건 가산점! 좋아!”


면접관에게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구인 공고에서 와는 달리 머리를 쓰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것이 이 직업의 본질이라는 것을 자신들의 입으로 실토한 것이라고 해도 좋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기에 실망할 것도 없다.


“우리 쪽 일이 근무시간이 대단히 불규칙한데. 견뎌낼 수 있어요?”


“생활리듬이야 맞추면 됩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밤 새워서 일을 할 수 있는 열정이 있냐는 거지!”


“사흘 정도 날밤새는 건 끄떡없습니다.”


“호오! 체력엔 자신 있다 이거지!”


“보수만 정확히 주신다면!”


“······!”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재능기부’이니까요.”


“······!”


서로가 서로의 말을 할 뿐이다.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지만 그냥 넘어간다.


어차피 나중에 주도권을 쥐는 쪽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양쪽의 생각일 거다.


소위 열정 페이 같은 것을 나한테 기대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재능 기부다.


재능은 팔아야지 왜 기부를 하나?


이 말 만은 해두고 싶었다.


“설마 우리 회사가 처음은 아니죠? 졸업한 지 3년 넘은 거 같은데? 뭐 먹고 살았어요? 중소기업 같은 데라도 근무해본 적 있나요?”


“S증권에 잠시 몸담았습니다.”


“뭐? 거긴 대기업이잖아? 그렇게 좋은 회사를 왜!”


“회사의 높은 분이랑 견해 차이가 좀 있어서요.”


“그런 인재가 우리 회사에는 왜 지원한거죠?”


“주가랑 코인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아서요.”


“푸웁! 흐흐! 겁 없이 투자하다가 크게 말아먹었구나! 젊은 나이에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 하하하!”


공고에는 분명 블라인드 면접이라고 했는데, 대학이나 경력을 꽤나 신경 쓰는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의 면접 결과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적대감조차 느껴지더라.


시간 낭비였다.


서로에게.


“면접비는 없습니까?”


“우리 같이 작은 기획사가 면접비는 무슨! 면접비 챙겨 받고 싶으면 대형 기획사에 가지 그랬어?”


그럴 줄 알았다.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가는 버스에 매달려 애원하고 싶지는 않다.


또 오겠지 뭐.



***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덜컥 연락이 왔다.


“바람 엔터테인먼트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2388번 류현강 씨!”


“네? 아, 네!”


이게 무슨 상황일까?


기쁘다기 보다는 당혹스럽더라.


서로가 서로를 깠다고 생각하는 소개팅 파트너에게서 애프터 연락을 받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나?


“저 같은 놈이··· 합격입니까? 저는···”


“그러게 말이에요! 면접 자료를 이사님께 보고드렸는데, 꼭 찝어서 류현강 씨를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


나를 뽑은 것은 면접관들이 아니라 이사님이란 사람인 모양이다.


누구지?


면접 자리에는 없었던 사람인 것 같은 눈친데?


왜?


“류현강 씨 바빠요?”


“아뇨. 백수가 무슨···”


“놀면 뭐하나? 하루라도 빨리 돈 벌어야지!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요.바람 엔터테인먼트 강남 사옥으로!”


그렇게 나 류현강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연예계 쪽 밥을 이렇게 오래 먹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잠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해야 할까?


이유야 많다.


무엇보다도 급히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잔뜩 꼬여있는 내 머리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 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지금까지의 경험칙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고.


나는 회사 생활, 아니 조직 생활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긴 하지만 사람이 적성에 맞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나?


수습 기간이 지나면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뻔하디 뻔한 낚싯밥도 백수인 나에게는 솔깃하더라.


그 수습 기간이란 것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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