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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로드 매니저(Road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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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BlueFox
작품등록일 :
2022.06.01 05:27
최근연재일 :
2022.06.02 09: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91
추천수 :
43
글자수 :
25,073

작성
22.06.01 08:05
조회
67
추천
6
글자
9쪽

초보(Beginner) (2)

DUMMY

김건호 이사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뭘까?


호의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럴 확률이 높긴 하지만.


경험상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인간들을 무작정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더라.


다른 건 몰라도 자기 밥그릇 지키는 데는 도사들이니까.


“류현강 씨 면접 인터뷰를 보고 내가 직접 뽑으라고 지시했지. 알고 있었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류현강 씨가 나한테 미안할 일은 아니지. 지금이라도 알아주면 고맙고.”


이제 와서 굳이 생색을 내는 이유는 자기 사람이 되라는 건가?


그건 싫은데?


나, 보기보다는 비싼 놈이다.


작은 유혹에도 금방 넘어가는 헤픈 놈 아니라구.


그러니까 나를 유혹하고 싶으면 거기에 합당한 대우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레드 제플린을 좋아한다고?”


“네.”


“레드 제플린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멤버가 있나?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인가? 아니면 기타리스트인 지미 페이지?”


“존 보넘을 좋아합니다.”


“호오! 보컬도 기타도 아닌 드러머라니! 또 한 번 나를 놀래키는군.”


“존 보넘의 드럼에는 색깔이 있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인정! 류현강 씨 혹시 학창 시절에 밴드 같은 거 했나?”


“학교 밴드에서 드럼을 쳤습니다.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 이력서에는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 꽤나 플러스 요소였을텐데 말이야. 우리 회사에 진심으로 들어오고 싶은 건 아니었나 보네. 하긴 규모가 작긴 하지.”


“아, 아닙니다. 그런 건.”


“류현강 씨는 우리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나?”


“가족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좋은 회사인 것 같습니다.”


“쬐끄만 회사라고 비웃는 건 아니고?"


"아닙니다."


"후후! 솔직하게 말해도 돼! 가면 같은 건 벗어던지고 말이야!”


뭐지?


내가 찍어낸 모범 답안이 김 이사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좀 더 적극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 같은데?


“류현강 씨의 눈에는 우리 바람 엔터테인먼트가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네.”


“그렇게 보았다면 조금 실망인데?”


“과도기적인 조직으로 보았습니다. 아마도 곧 이벤트가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구체적으로 말해 봐.”


“예를 들자면 M&A 같은 대 격변이 있지 않을까요?”


“······!”


“······”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지?”


“손익분기점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적인 조직 확장. 그리고 연습생에 대한 과감한 투자. 단점을 돌보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거기다 직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필요 이상으로 바쁘게 굴리는 모습까지.”


“그랬나? 바보 같아 보였겠군? 나를 포함한 바람 엔터의 경영자들이.”


“만약 괜찮은 상대와의 인수합병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그 이후에 투자까지 받을 생각이라면요.”


“······!”


“······”


“그랬군. 하나만 더 묻자. 티가 났나?”


“조금은요.”


“돌대가리 연예인들 비위나 맞추는 로드 매니저가 적성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닙니다. 재미있습니다.”


“S증권 출신이라고 했지? 어떤 부서에서 일했었나? 혹시 경영기획팀인가? 맞지?”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파는···”


“······”


“······”


“좋아! 그거야 천천히 알아보면 되는 일이고. 류현강 씨! 내 밑으로 와. 내가 키워줄게.”


“지금 하고 있는 일부터 배우고 싶습니다. 제대로!”


“소 잡는 칼로 닭 잡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내 밑으로 오면 지난 경력 확실히 쳐 주지. 아니, 바로 대리 달아줄게. 그리고 정식 연봉 계약 하지. 그래도 싫어?”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님의 호의, 마음에 새겨두고 있겠습니다.”


아직 파벌 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거기에 데인 놈이니까.


그리고!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비싼 놈이라니까?


만약 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으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좀 더 많이 써야 할 걸?


아직 준비가 되지도 않은 제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추태라고 믿는 편이다.


“욕심이 없군? 아니, 욕심이 큰건가?”


“······”


“그럼 잠시 킵(Keep) 해 둔 걸로 하지. 류현강 씨 말대로 이벤트가 있을 거야. 그때 내가 다시 손을 내밀지. 그 기회는 놓치지 마.”


“그럼 가보겠습니다. 선배님들이 자리 비웠다고 화내실 것 같아서요.”


내 말이 우습게 들린 걸까?


김건호 이사가 웃는다.


“류현강 씨! 엔터 사업에 있어서 업의 개념이 뭐라고 보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이 궁색하더라.


뭐라고 대답은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럼 여자는? 여자는 좋아하나?”


“아닙니다!”


“그럼, 남자 좋아하나? 그쪽 취향인가?”


“아, 아닙니다! 여자가 좋습니다.”


“잘 됐네! 그럼 우리 바람 엔터가 천국이지! 안 그런가? 하하하!”


김건호 이사가 호탕하게 웃는다.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




“야! 류현강! 너 김건호 이사님 방에 갔다 왔다며? 무슨 말씀 하셔?”


“그냥 열심히 하라고 격려 해 주셨습니다.”


“그것 뿐이야? 또 다른 말씀은?”


“저에게 선배님들 이야기를 물으시던데요? 여자 연습생들 다리나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뭐 그런 사소한···”


“그, 그래서. 뭐라고 말씀드렸어?”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자아이들 엉덩이 쳐다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뻥이다.


호랑이 곁의 여우 흉내를 좀 내봤을 뿐이다.


이제는 슬슬 내 밥그릇을 챙길 때가 된 거 같아서.




***



바람 엔터의 전신인 DK엔터의 주력은 연기 쪽이었다고 들었다.


가수 부문에는 연습생들만 잔뜩 있고 활동을 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아티스트가 전무하지만 연기 쪽은 다르다.


특히 여성 연예인이 특화되어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여성 연기자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쪽은 따로 있다.


걸 그룹 말이다.


비싼 계약금을 주고 A급 배우들을 영입한 것은 장차 걸 그룹을 제대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걸 그룹 지망생들은 잔뜩 뽑아두었는데 그들을 육성하기 위한 스텝들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해결책은 뻔하지 않나?


인수합병은 예정된 수순이다.


인수합병이 있다면 이후의 일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피 바람 흩날리는 전쟁이 예정되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없을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피눈물이.


원래 세상은 잔혹동화다.




모두 여덟 개의 연습조가 있다.


그 중에서 한팀에게만 데뷔의 기회가 주어진단다.


8 : 1 의 경쟁이다.


이 정도면 대단히 허들이 낮은 거란다.


그 경쟁만 이겨내면 데뷔를 할 수 있다.


어린 여자 아이들이 한껏 예민해져 있다.


그들을 보살피는 로드 매니저들도 덩달아서 함께..



내 담당은 걸 그룹 지망생 H조다.


A, B, C, D, E, F, G, H 중에서 마지막 H조.


만약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데뷔를 하게 되면?


그들을 담당하는 로드 매니저들이 함께 가게 된다며 기대들이 대단하다.


정승 댁 청지기의 위세가 그렇게 대단하다며?


연예계 바닥도 조선 시대랑 똑 같다.


스타의 매니저도 반쯤은 스타가 되는 거다.


다들 눈이 뒤집혔다.


모두 8개조, 각 조에는 8명 씩의 연습생.


그러고 보니 우리 회사는 8이라는 숫자를 정말 좋아한다.


중국인들이 8이라는 숫자를 그렇게나 좋아하더라.


중국어로 8의 발음은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를 가진 파차이(发财)의 파 발음과 비슷해서 일 것이다.


척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


인수합병 뒤에는 투자를 받아야 한다.


누구에게 투자를 받고 싶은 건지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보인다.


중국 쪽 돈을 먹기가 쉽지는 않을텐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잘 모르지만 중국 자본의 속성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셈이 다소 모흐하더라.


처음에는 후하고 뒤로 갈수록 박해진다.


두루뭉술 넘어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약점을 후벼 파는 놈들이 있다.


첫 맛은 여인과의 키스처럼 달콤하나 뒷 맛은 씁쓸하다고 들었다.


굳이···


하지만!


거부하기에는 그 첫맛이 너무도 달콤하다.


그 압도적인 자본의 크기 앞에 흔들리지 않는 장사가 없더라.


엔터테인먼트 업계라고 다를까?


아!


잠시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주제넘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개 로드 매니저가 무슨!


“야! 류현강 씨! 뭐해? 설마 멍 때리고 있는 거야? 신입이 빠져가지고는!”


“아! 바로 갑니다! 잠시 스케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은 거기가 거기니까.



여자 아이돌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은 진작에 깨어지더라.


이건 뭐 당연한 수순이다.


천사 뺨 후려갈기게 예쁜 여자아이들이라도 로드 매니저로 만나게 되면 악마가 따로 없다.


갑과 을의 관계.


아니 갑과 병, 그것도 후한가?


갑과 정 정도가 적당하다.


몸종 정도라고 해 두자.


샘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몇 달 시달리다 보니 기가 확 빠지더라.


체중도 줄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도 퀭해지는 것 같고.


이러다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은데?


악마 같은 계집애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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