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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로드 매니저(Road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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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BlueFox
작품등록일 :
2022.06.01 05:27
최근연재일 :
2022.06.02 09: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69
추천수 :
43
글자수 :
25,073

작성
22.06.01 10:10
조회
56
추천
8
글자
9쪽

초보(Beginner) (3)

DUMMY

“아저씨!”


“로드 오빠!”


“저어, 현강 오빠!”


나를 부르는 연습생들의 호칭이 조금씩 변해간다.


아저씨에서 오빠로.


혹은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친숙함의 표시다.


그만큼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생각보다는 이 짓이 할만 한 것 같다.


나름 보람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여자아이들이라서 그런가?


은근 잔정들이 많더라.


그리고 모두들 착하다.


예민한 것과 감수성이 풍부한 것은 깻잎 한 장 차이더라.


내가 고생하는 것을 알아주는 것이 그렇게 고맙더라.


나를 따르는 아이들도 하나 둘 생긴다.


“오빠! 나 어때요?”


“응! 예뻐!”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구요. 저, 데뷔 조에 뽑힐 수 있을까요?”


“뽑힐 거야.”


“정말?”


“정말!”


나 같은 놈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더라.


귀엽지 않나?


“만약 제가 데뷔하게 되면 오빠가 제 로드 매니저 해주실 수 있어요?”


“그, 그건···”


“흥! 애정이 부족해요! 나랑 약속! 손가락 걸고요! 도장도 찍고!”


나도 안다.


연습생들이 심심하니까 하는 장난질이라는 거.


혹은 불안하거나.


그래도 기특하지 않나?


“난 꼭 스타가 될거에요! 우리 엄빠가 나한테 투자한 돈이 얼만데요? 꼭 성공해야 해요! 히잉!”


이것이 열 여덟 소녀의 생각이다.


나는 저 나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더라?


누가 저 병아리 같은 소녀들에게 저런 부담감을 준 걸까.


괜히 내가 다 미안해진다.


대한민국에서 일찍 철이 들고 싶으면 기획사 연습생이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쩝!



“류현강 씨! 이제 수습 딱지 떼고 정식 로드 매니저 해야죠! 고생 많았어요.”


“고생은 이민호 선배님이 하셨죠. 늙은 후배 가르쳐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류현강 씨한테 좀 싸가지 없이 굴었죠?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나도 눈치가 보여서··· 암튼 죄송했어요. 다음에 쐬주 한 잔 하면서 정식으로 사과할게요.”


“술은 제가 사야죠. 신세는 제가 졌는데요?”


“하하! 그렇게 말하시면 내가 진짜 나쁜 놈이 되잖아요?”


그렇게 풀었다.


이민호의 말 중에서 눈치가 보이는 곳이 있다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


내가 왕따 비슷한 것을 당하고 있었나 보다.


누굴까?


나를 괴롭힌 흑막이.


생각해 보면 사소한 문제다.


굳이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


다행인 것은,


조금씩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도 생기더라.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거다.


시간이 약이다.




“류현강 씬 어디로 갈거에요? 영계 쪽? 아님 노계?”


회사 매니저란 사람들은 어린 아이돌 연습생들을 영계,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연기자들을 노계라고 부르더라.


“어느 쪽이 더 좋습니까?”


“당연히 영계! 그쪽이 비전이 있잖아!”


“그럼! 우리 연습생들 중에서 엄청난 스타가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럼 그때부터 인생 피는 거지!”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 사람들이 좀 많을까?


설령 뜬다 하더라도 나에게 차례가 돌아올거란 기대는 무리다.


“연기 쪽이 몸은 편하다고 들었는데요?”


“노계들이 얼마나 빠꼼이들인데? 로드 매니저들을 뼈 채로 발라먹으려 할 걸? 혹시 갑질이 뭔지 알아요?


“대충은···”


“아마 갑질의 끝판왕을 보게 될거야. 그런 꼴 보기 싫으면 영계 쪽에 붙어 있어. 그래도 어린 애 들이라 아직은 순수한 편이야. 물론 뜨고 나면 변하겠지만! 흐흐흐!”


그러하단다.


굳이 남들이 똥이라는 것을 나 혼자 된장이라 주장하면서 굳이 찍어 먹어 볼 생각은 없고.


“솔직히 놀랬어. 류현강 씨를 따르는 아이들이 꽤나 많더라고. 우리도 신입들 설문 조사 같은 거 하거든? 김 이사님 지시로.”


“다행이네요. 걱정했습니다.”


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지난 내 인생이 꽤나 삭막했던 모양이다.


이런 작은 호의에 보람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힐링이 되더라.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나 류현강인데?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이쪽 일이 천직인지도 모르겠다.


“류현강 씨 연습생 여자애한테 프로포즈 받았다면서요? 지예 맞죠? H조의 눈 커다란 얘!”


“그걸 이민호 선배가 어떻게 아세요?”


“이 바닥에 소문 빼면 뭐가 남는다고 그래요? 누가 방귀라도 끼면 그 다음날에는 똥 쌌다고 소문 좌악 나는 게 우리 바닥이란 거 아직 몰라요?”


“장난이죠 뭐.”


“당연히 장난이겠죠. 그래도 걔네들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는 얘들이 아닌데, 류현강 씨에게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있나봐요. 흐흐흐!”


“잘생긴 남자한테는 미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하하!"


"......!"


"하아! 이민호 선배가 그런 표정을 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별 것 아닌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있더라.


아닌 것 알면서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오빠! 류현강 오빠! 나랑 사귈래요?”


“...!”


“······”


“지예 너, 농담을 아주 진지하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어? 난 진지한데요?”


“너, 나랑 나이 차가 몇 살이나 나는 줄 아냐?”


“10살! 정확히는 10살 10개월 17일이에요!”


“······”


맙소사.


그걸 계산해 두었단 말이야?


내 생일은 또 어떻게 알고.


할 말이 없다.


“왜요? 혹시 오빠, 여자 친구 있어요? 있구나? 괜찮아요. 혹시 지금 사귀는 사람이랑 깨지면 지예랑 사귀어요! 그럼 되죠?”


“그거랑은 다른 문젠데?”


“그럼 뭐가 문제죠?”


“아이돌은 연애 금지라는 거 모르냐?”


“당근 알죠! 처음엔 비밀로 하다가 나중에 공개 연애하면 되죠 머! 그림 같이 예쁜 사랑하다가 결혼까지! 로맨틱하지 않나요? 팬들도 분명 축하해 주실거에요!”


“그건 지예 내 생각이고. 난 띠 동갑 꼬맹이한테는 관심없네요.”


“피이! 나도 연예인 될거잖아요? 스타들은 원래 결혼은 띠 동갑이랑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그건 경우가 완전 반대지! 스타는 어린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라구.”


“난 오빠 같은 남자가 좋다구요!”


“지예 너랑 띠동갑이라면, 지금 여섯 살인가?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초등학교 어디에 배정받았는지 찾아보고 있겠네. 아무튼 예쁜 사랑 하도록 해! 미리 축하할게!”


“흥! 어떻게 현강 오빠가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그렇게 못났어요? 성형수술 받을거에요! 그럼 되죠?”


“지예 넌 이미 충분이 예뻐! 성형수술은 아까우니까 보컬이나 연습하세요! 그럼 난 바쁜 업무가 있어서 이만!”


“오빠! 어떻게 나한테! 히잉!”


내가 뭘.


요즘 얘들은 럭비 공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어쩔 수 없죠 뭐.”


“그래! 좋은 판단이야. 지예 너랑 나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아닌데요? 난 기다릴거에요! 오빠가 나에게 올 때까지! 오빠가 불쌍해서 구원해주려는 거라구요. 사귀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쵸?”


“네가 나를 모르는구나! 내 대학 시절 별명이 안암동 카사노바였다구!”


“카사···노바? 그게 누군데요? 영화배우에요?”


“몇 백 년 전에 살았던 이탈리아 남자야. 아주 유명한··· 그러니까 세계적인···”


“스타에요?”


“아니! 세계적인 바람둥이야. 영어로는 플레이 보이. 한자로는 난봉꾼.”


“흥! 거짓말이죠?”


“정말인데? 난 꼭 필요할 때 빼곤 진실만 말하는 남자라구.”


백합꽃 같은 아이돌 연습생 지예 양이 나를 노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일이나 하련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


남녀 관계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 같은 놈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더라.


어쩌면 눈물이 날 정도로.


그 호의를 악의로 갚을 수야 있나?



지금 이민호 선배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걱정마시라.


지예랑은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아무튼 내가 담당 실장님께 말씀드려 놓을게요. 류현강 씨 아이돌 담당하고 싶어한다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마 그렇게 될거에요. 난 류현강 씨를 좋게 봤어요. 아마 다들 그럴 걸요.”


다행이다.


그렇게 아이돌들을 담당하게 될 줄 알았다.


내가 맡고 있던 H조 연습생들이 데뷔 조에 많이 선발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만약 데뷔 조에 선발되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를 함께 준비할 생각이다.


그조차 어렵다면?


세상에는 연예인이 되는 것 말고도 할만 한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고 싶다.


누가 저렇게 꽃다운 소녀들을 저런 치열한 전쟁터로 떠밀었을까?


나를 따르는 소녀들에게 전쟁터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단 말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것도 무척.


예전의 류현강을 알고 있는 그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진심이다.


나는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가르치고 싶다.


아니, 그들에게서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안다면 미쳤다고 그럴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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