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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로드 매니저(Road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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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BlueFox
작품등록일 :
2022.06.01 05:27
최근연재일 :
2022.06.02 09: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72
추천수 :
43
글자수 :
25,073

작성
22.06.01 17:20
조회
42
추천
3
글자
9쪽

애국가 부르고 오디션 붙은 소녀

DUMMY

“오빠!”


“로드 오빠!”


“현강 오빠!”


아이돌 지망생 병아리들이 오늘도 내 주위에 모여든다.


마치 모이라도 얻어먹고 싶은 것일까?


나는 얘네들한테 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린데?


철 없는 계집애들이 나 같은 견습 로드 매니저 따위에게 과분한 애교를 부린다.


그래봤자 저들에게는 생기는 거 하나 없을텐데 말이다.


“로드 오빠는 뭐 하던 사람이었어요?”


“노가다 뛰다 왔어!”


“노가다가 뭐에요?”


“건설 현장 인부들을 노가다라고 그래.”


“그거 일본 말이죠? 나쁜 말인데··· 쓰지 마요!”


“······!”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렇게 꼬맹이들한테 교육을 받는다.


“우리 현강 오빠 괴롭히지 마!”


“어머머! 로드 오빠가 왜 지예 네 오빠냐? 로드 오빠가 친오빠라도 되냐?”


“친오빠나 마찬가지야! 아니, 친오빠 보다 더 친하거든?”


내가 조금이라도 궁지에 몰렸다 싶으면 지예가 나타나서 내 편을 들어준다.


고맙기는 한데···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눈치 보이잖냐!


회사에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우리 현강 오빠 괴롭히면 지예가 그냥 있지 않을 거야!”


“어머머! 가만 있지 않으면 어떡할건데?”


“수첩에다 이름 적어 놓을 거야! 그래서 내가 나중에 스타가 되고 나면 피의 보복을···”


“······!”


어이구! 무서워라!


지예 양!


제발!


Please!


“회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들었어! 현강 오빠는 좋은 대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던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짤렸다는 거지? 다니던 회사에서!”


이런!


팩트 폭격을!


우리의 지예 양께서 분을 참지 못해서 씩씩 거리신다.


중간에 낀 내 입장만 난처하다.


지예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그건 철딱서니 없지 않나?


계집애들 파벌 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건 흔한 일이고.


얘들 싸움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부추겨서야 되겠나.


하아!


바람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연습생 지예 양은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서 연예계에 입문했단다.


노래든, 춤이든, 넘치는 끼로 무장한 다른 아이돌 연습생과는 여러 모로 다른 소녀다.


길거리 캐스팅에 이어서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노래방 오디션에서 빼어난 보컬도, 화려한 퍼포먼스도 보여주지 않았단다.


“아는 노래가 별로 없는데요?”


“아무 노래나 불러 봐요! 정 부를 노래가 없으면 애국가라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닯도록······”


우리 지예는 바람 엔터테인먼트 실무자들 앞에서 진짜 애국가를 불렀고,


그 결과!


덜컥 붙었다.


실화다.


노래도, 춤도, 가르칠 수 있지만 최상급의 이목구비와 몸매는 타고나야 한다.


첨단 의료진의 도움도 한계가 존재한단다.


누구나 다 의느님(?)의 힘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긴!


그게 가능하면 나 같은 로드 매니저 놈도 연예인 해보겠다고 설칠 것 아닌가?


연예인, 아무나 하는 거 아니더라


타고난 재능에다 노력까지 더해져야 한다.


그러고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받고, 거기다 운까지 더해져야 겨우 가능하단다.


신의 축복을 받아 태어난 지예 같은 아이도 연예계에 안착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갈 정도란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치열한 경쟁이다.


가녀린 소녀들에게는 잔인한 일이다.



***



바람 엔터테인먼트의 로드 매니저 류현강은 증권사 해외 파생상품팀의 트레이더였다.


동료들의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파생상품팀의 에이스 트레이더였다.


달러를 사고 유로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도하고.


원자재 시장이 불타오를 기미가 보이면 뉴질랜드 달러나 호주 달러를 사들이고 팔아치우는 트레이더였다.


외환 시장, 혹은 원자재 시장은 하루 스물 네 시간 동안 단 삼십 분을 쉬고서 풀로 돌아간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주에서 시작한 금융 시장은 일본 도쿄, 홍콩, 중국 상하이를 거쳐서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의 뉴욕과 시카고로 이어진다.


각각의 시장이 열릴 때마다 시장은 미친 년 널뛰듯 날뛴다.


그 극심한 변동성을 기회로 삼아 수익을 노리는 것이 트레이더 류현강의 일이었다.


시시각각 가격이 변하고, 시시각각 수익률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무한 경쟁의 극치!


적자생존의 세계다.


똑똑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똑똑한 체를 할 자격을 가진다.


오늘의 승자는 오늘의 승자일뿐, 내일의 승리를 보증해주지 못한다.


운 좋은 날에는 하루에도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었고,


운 나 쁜 날에는 하루에 백만 달러 이상의 돈을 잃었다.


전체적으로 우상향의 수익률.


나는 파생상품 트레이딩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간다면 월스트리트 진출도 꿈이 아니다.


류현강에게는 그 짜릿한 경쟁이 내 적성에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흙수저 출신이 백만장자, 아니 억만장자로 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의 장이니까.


내 꿈은 동쪽의 작은 반도 국가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금융의 중심 미국 월스트리트!


엄청나지 않나?


그 무한 경쟁에 염증을 느껴 달아나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자기 변명이라고만 여겼다.


류현강의 이름을 건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금융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등극할 날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꿈은 꿈으로 그치는 법이다.


내 몸이, 내 정신이 조금씩 무너져 간다.


그 작은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살았다.


찾아보면 이유는 차고 넘친다.


선배들의 견제, 동료들의 질투, 회사 경영진과의 갈등.


내가 병원을 찾은 것은 내 몸과 정신이 절반쯤 무너졌을 때였다.


“규칙적으로 삼시세끼 챙겨드시고,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수면을 충분히 취하시고, 운동 자주하시고, 특히! 스트레스를 안 받도록 미리미리 조심하시고···”


그 뻔하고 상투적인 의사들의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이제 내 입에서도 술술 튀어나온다.


나도 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완전 다른 이야기라는 것도.


하루에 한 시간도 푹 자지 못했다.


가위에 눌린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동료가 큰 사고를 쳤다.


나는 한계에 이르렀고, 직장에 휴직을 신청했다.


휴직 신청서는 오래지 않아서 사직 신청서로 바뀌었다.


사람이 살아야 하니까.


의사들은 설익은 처방을 남발한다.


그 중 하나!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을 백팔십도 바꾸어 보란다.


솔깃하더라.


따르기로 했다.


머리를 쓰는 대신 몸을 쓰는 일을 해 보기로.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를 했다.


택배 상하차 일을 했다.


내가 나른 생수 통이 수만 개는 될 거다.


편의점의 탄산음료를 보면 숙연해 질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래도 몸과 마음은 치유되지 않더라.


장난스럽게 응시한 엔터회사의 로드 매니저 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


알고 보니 운 좋게 합격한 거였지만 아무튼.


로드 매니저 일이 생각보다 재미가 있다.


일이 아니라 힐링(Healing)의 과정이다.


병아리 같은 연습생들을 돌보며 내 마음이 위안을 받는다.


딱 거기까지!


업계 물정을 모르는 초보 로드 매니저의 한계점까지!


이 바닥 냉정하다.


내가 열심히 돌보는 아이돌 연습생들이 내일이면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연예계 바닥이 내가 머물던 금융계와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사실을.


다시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약하고, 나보다 겁이 많은 소녀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경쟁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 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묘한 위안을 받고 있는 내 심리 상태를 나조차도 이해 못하겠다.


내가 받은 치유의 감정을 저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진다.


가녀린 소녀가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진다.


철저한 개인주의자에 심각한 이기주의자인 류현강의 인생에서 절대로 있을 것 같지 않던 일이다.


류현강을 아는 그 누구도 내 마음을 믿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 조차도.



병아리 같은 소녀들이 지친 류현강에게 먼저 마음을 열었고,


그에 감동한 이기주의자가 뒤늦게 마음을 열었다.


저 천진난만한 소녀들을 행복의 가장자리까지 데려다 주고 싶어졌다.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서두르지는 않을 거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혹여 내 조급함이 저들의 순수한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뒷바라지 하고,


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오스카 상도!


아! 음악으로 성공하려면 그래미 상이다.


초보 로드 매니저의 한계라고 해 두자.


아직은 실수 투성이지만 차츰 나아지지 않을까?



저 소녀들을 돌보며 젊음을 보내는 것도 꽤 보람있을 것 같다.


이제 곧 저 소녀들의 정식 로드 매니저가 될 것이다.


진짜 될 줄 알았다.


이젠 세상의 큰 흐름 정도는 읽을 수 있는 눈이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교만해지고 말았다.


세상 일은 끝까지 모르는 법이란 것을 잠시 잊었다.


인생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는 교훈을 그 사이에 또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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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계? 노계! +2 22.06.02 39 5 9쪽
» 애국가 부르고 오디션 붙은 소녀 22.06.01 43 3 9쪽
4 초보(Beginner) (3) 22.06.01 57 8 9쪽
3 초보(Beginner) (2) 22.06.01 65 6 9쪽
2 초보(Beginner) (1) +1 22.06.01 75 8 9쪽
1 반도의 흔한 면접 시험 22.06.01 94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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