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초공간조작 VVIP 짐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곰대리
작품등록일 :
2022.06.01 07:10
최근연재일 :
2022.07.02 14:42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719,146
추천수 :
18,417
글자수 :
223,851

작성
22.06.23 11:36
조회
23,705
추천
609
글자
21쪽

올바른 이해 (2)

DUMMY

이튿날 지후는 협회로 향했다.


이번에도 승호가 운전해주는 승호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지후가 말을 꺼냈다.


“형, 차 바꾸는 건 어때?”

“응? 차? 내 차?”

“응, 요즘 형이 거의 매니지 해주고 있잖아. 운전도 자주 해주고. 그러니 형 차가 좋아지면 나도 그 덕을 보는 거니까 좋지.”

“나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근데 어, 어떤 걸로?”

“그야... 형이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계산만 내가 할게.”


입이 찢어지는 승호의 운전이 한결 더 조심스러워졌다.


두 사람은 주차장을 찾지도 않고, 바로 협회 정문에 차를 주차한 뒤 함께 내렸다.


그리고 경비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차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경비는 한참을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승호는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지후가 1층 메인 프론트에서 협회장과 잡은 약속을 전하니,

한 여성이 한쪽 구석에 있는 엘리베이터 입구로 안내했다.


“고층 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꼭대기 층에서 내리셔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더 올라가시면 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서 지후는 처음 이곳에 왔던 때를 떠올렸다.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했던가.


협회의 비호는 그다지 실질적인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귀찮은 일 정도를 피하게 해주는 편의?

특히 던전 내에서 협회의 보호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불과 몇 주 전 협회의 호의에 감지덕지 했던 것에 피식 웃음이 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협회장실을 향해 걷고 있는데, 뒤를 따라오는 마력이 느껴졌다.


지후의 마력이 증가하니, 확실히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마력.

언제나 곁에서 느껴지는 마력이었다.


한 동안은 그 정체가 승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승호가 없는 곳에서도 늘 느껴졌으니.


그리고 던전이나 격리된 지역에서는 또 느껴지지 않았다.


‘협회에서 배치한 경호 인력인가보네... 밖에선 너무 놀랠까봐 못해봤는데, 협회 안이니 별 상관없겠지? 어디 한번...’


필요할 때에는 경호원을 떨쳐내는 것도 가능할지가 늘 궁금했던 지후는, 블링크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지후를 쫓아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이 저 멀리 보였다.


‘아하, 이러면 쉽게 못 찾네... 이제 내 한 몸은 알아서 건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따 협회장님에게 말씀드려봐야겠다.’


협회장실에 다다르자 비서실의 비서가 먼저 일어나 지후를 맞았고, 인터폰으로 방문을 알렸다.


“들어오시랍니다.”


지후가 방에 들어가자 무언가 급한 전화를 받은 듯 협회장이 수화기를 든 채로 지후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지금 여기 나와 같이 계신다. 그래 수고하게.”


‘오호, 경호원이 나를 놓치면 즉각 보고하게 되어있는 시스템인 모양이네.’


“어서오세요. 유지후 헌터님.”


최권호 협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묘한 표정으로 지후를 관찰하는 협회장.


“호... 이거 정말 많은 변화를 이루신 것 같군요. 느껴지는 마력의 기세가 평범하지 않은데요?”

“엇, 어떻게 아셨죠?”

“저도 헌터였으니까요. 오래전에 은퇴했지만 아직 상대의 마력을 느낄 수준은 됩니다.”


오, 협회장도 각성자였다니. 금시초문이었다.


“그나저나 다이나믹한 몇 주간이었다고 들었는데.., 이야기를 좀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똑똑.


미리 주문했는지 음료랑 다과가 들어와 테이블에 풍성하게 세팅되었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할지...”

“지후 헌터님이 오신다기에 이후 시간을 쭉 비워두었습니다. 시간 많으니 천천히 자세히 들려주시지요.”


협회장이 몸을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정말로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후는 지난 한 달 반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했다.


미리내와 스탯리그 길드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그 던전을 준비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


협회장은 지후의 능력이 성장한 대목에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새로운 능력이 오픈된 부분에서는 순수하게 놀라워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응용해 던전 공략의 편의성을 높인 일이나, 전투에 사용한 대목에선 박수를 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허허, 던전에서 배달음식이라니요. 아, 저도 십년만 젊었으면 한번 경험해보는 건데 말입니다.”


지후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협회장의 얼굴은, 울 것 같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이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는 얼굴을 몇 번 쓸어내리더니 예의 그 온화한 얼굴로 돌아왔다.


“후우... 뭐랄까.., 지후 헌터님이 대한민국에 계셔서 너무나 다행이고 기쁩니다.”


지후는 마음속으로 고민을 거듭하다 결론을 내렸다.


왠지 협회장이 감상에만 젖어있는 것 같아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되겠지만, 현실을 알려주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저... 협회장님, 음... 금방 드린 이야기들은 좋은 부분들만이었구요, 부정적인 부분들도 없지 않아요.”

“오, 말씀해주시지요.”


지후는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스탯리그 길드운영의 문제, 공격대의 부실함, 협회차원의 관리감독의 부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늘어놓았다.


“고자질 하려는 건 아니구요, 협회에서는 전체를 총 관리하시니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서요.”

“예, 그럼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뜨아, 저질러 버렸다. 아냐. 잘했어. 할 말은 해야지.’


있는 것 없는 것 다 고발하고 지적했지만, 마땅한 일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왜인지 협회장은 그 이야기를 다 듣고도 잔잔한 미소를 짓기만 했다.

별 대꾸가 없으니 지후는 왠지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협회장의 잔잔한 미소는 서서히 씁쓸한 미소로 바뀌더니, 평소 그의 태도답지 않게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후 헌터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보안을 신경 써 주셔야 합니다. 데이터를 쥐고 있는 사람들,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눈치 채고 있겠지만, 대중에게 알려지는 건 최대한 늦추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일반 헌터들에게는 더더욱요.”

“아, 예, 걱정 마십시오.”


뭔 이야기를 하려고 저러지.


긴장감에 지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지후 헌터님께선, 헌터들이 던전에서 못 돌아오는 비율이 꽤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

“그럼요. 매년 한 둘은 못 돌아온다고...”

“작년 연말에 집계된 던전 미귀환 헌터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아뇨... 정확히는..”

“정확히 27.89% 입니다.”


생각 외로 높은 수치에 놀랐다.

입을 떡 벌린 지후의 귀에 협회장의 말이 쏙쏙 박혔다.


“아까 미리내길드 이야기하시던 중에 은퇴하려는 헌터도 있더라고 하셨지요. 네, 맞습니다. 그런 헌터가 한 둘이 아닙니다.”


협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 책상으로 가더니 자신의 태블릿을 들고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보자.., 어제만 해도 헌터증을 반납한 은퇴헌터가 거의 200명에 육박하는군요. D급이 제일 많지만 걔 중엔 B급도 있습니다.”


현실을 듣는 지후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헌터들의 은퇴 비율이 원래 그렇게 높았나요?”

“음... 그건 아닙니다. 꾸준히 높아지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지요. 작년 즈음부터 가파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다들 힘들겠네요.”

“그렇지요. 길드마다 맡은 구역 커버에 허덕이고 있을 겁니다. 지후 헌터님께서 스탯리그 길드의 부실함을 지적하셨지요. 맞습니다. 부실하지요. 저희가 몰랐느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그 상태로 내버려두느냐?”


전면 유리창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는 협회장.


“일부러 내버려두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사태는 비단 스탯리그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길드의 문제이지요. 아니, 전 세계 모든 길드와 클랜들의 문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몸을 돌려 창을 등지고 서서 쏟아지는 햇살을 역광으로 받으며 협회장이 담담히 말했다.


“이대로라면 이 세계는 머지않아 아포칼립스를 맞을 겁니다.”


조금씩 벌어지던 지후의 입이 이제는 턱이 빠질 듯 떨어졌다.


“아, 아, 아...포 칼립스요? 지구멸망요?”

“그렇습니다. 현재 게이트 증가세에 비해, 공략에 뛰어드는 헌터는 너무 부족하여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그건, 게이트 발생 비율에 비해 헌터 각성자가 적어서 그런 건가요...?”

“근본적으로는 그 문제가 맞습니다. 그러니 결국 오게 될 미래이긴 했지요. 하지만 지금 이처럼 위기가 빨리 오게 된 것은 던전 공략이 가능한 헌터들의 이탈문제가 더 큽니다.”

“헌터들의 이탈 문제...”

“게이트와 헌터, 둘 사이의 균형은 지난 10년간 정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지요. 아주 서서히 게이트가 더 많아지는 쪽으로 기울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서히'였습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헌터들이 은퇴를 선언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습니다만은 대부분은 ‘이제 위험한 일은 그만두고,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남은 여생을 편안히 보내겠다’는 이유였지요.”


왠지 지후는 가슴이 뜨끔했다.


“마수와 인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던 저울에서 헌터들이 빠지기 시작하자, 남은 헌터들의 부담감이 훨씬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 부담은 당연히 위험부담으로 직결되었고, 던전 내 위험도는 빠르게 증가했지요. 그리고 그것은 또다시 더 많은 헌터들의 은퇴를 불러오는 꼴이 되었습니다.”

“악순환이네요...”

“맞습니다. 그런 악순환의 패턴이 생기면서 기울기가 심해진 겁니다. 지금도 게이트의 개수와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하는데 비해, 헌터들은 더 빠르게 빠지고 있으니까요. 사실 지금 각성하여 능력을 가진 모든 헌터가 오로지 던전 공략에만 매달려도 될까 말까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죠.”


지후가 물었다.


“관련법을 제정해서 헌터들의 은퇴를 막거나 늦출 수는 없나요?”

“이미 많이 시도해봤지요. 관련법령을 계속 제정하여 던전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혹은 이탈헌터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더군요. 위험 속으로 뛰어들라는 것을 다 강제할 수가 없습니다. 초월적인 존재인 그들과 척을 지고 통제한다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요. 그럴 여력도 없습니다.”

“아.....”

“헌터들의 안전을 위해 그동안 던전은 통상 하향지원을 해왔지요. 하지만 이것도 갈수록 쉽지 않습니다. 현장을 뛰는 헌터는 적고, 게이트는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지후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정말 큰일이네요. 사실 전...”


던전에 가는 것이 너무 위험해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거의 마음이 반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협회장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에 찔리는 부분이 많았다.


시키지도 않은 고해성사를 하려고 하는 지후의 말을 협회장이 끊었다.


“그래서 지후 헌터님께 거는 기대가 많았던 겁니다. 이 기울어진 저울을 다시 인류의 편으로 당겨줄 무게추가 알파급 헌터가 아닐까... 그런 막연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으니까요.”

“그럼, 이런 이야기를 지난번엔 왜...”

“허허.. 지난번엔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구요?”


협회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불과 얼마 전이지만... 그때만 해도 지후 헌터님은, 온실 속에 살면서 ‘알파’라는 싹을 갓 틔운 새싹이었지요. 그 때 아마...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를 누리면서, 일단은 돈을 벌고 싶다’고 하셨었지요?”

“네.....”


정말 그랬다. 자유와 경제적 넉넉함. 그 두 가지만 바랬었지.

그게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왠지 협회장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그때의 지후 헌터님께, 제가 만약 헌터 세계의 절망적인 현실과 다가오는 멸망을 이야기했다면 던전에 가려고 하셨겠습니까?”

“음... 아마도...”


안 갔을 거다. 8천리터의 아공간 능력 하나밖에 없었던 그 때, 던전이란 곳이 상상한 것보다 더 위험하고, 헌터로 이루어진 공격대라는 조직이 생각 이상으로 허술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략에 뛰어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은 회의적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여쭤보겠습니다. 만약 지후 헌터님이 던전에 가시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지후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사실 제가 지후 헌터님에게 특혜를 주겠노라 큰 소리는 쳤지만, 유일무이한 능력을 가지고 급성장하고 있는 지후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움을 받을 일이 많지요.”


협회장이 다시금 지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른 헌터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지후 헌터님에게도 던전 공략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협조와 참여를 바랄 뿐이지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주십시오.”


“마을이 이 나라, 나아가 이 세계라면, 길드와 협회는 마을로 범람하려는 바닷물을 막고 있는 둑입니다. 헌터들은 그 둑을 이루는 벽돌 한 장 한 장이지요.”


“하지만 든든히 세워져 잘 관리되고 있는 둑이 아니라, 여기저기 벽돌이 빠져 물이 줄줄 새고 있는 둑입니다. 겨우 버티고 있는 둑인 셈이지요. 벽돌이 한 장씩 빠질 때마다 물이 새는 양은 많아지고, 둑의 강도는 약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둑이 터지면? 마을로 바닷물이 범람하면? 그러면 다 끝입니다. 어차피 돌아갈 따뜻한 일상은 없습니다. 그건 ‘위험한 던전 일은 그만두고, 모은 돈으로 편안한 여생을 보내겠다’고 했던 헌터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하지 않아도 누가 하겠지. 다른 헌터들이 하겠지. 안타깝게도 그렇게 빠진 벽돌들이 너무 많아 이미 둑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각성자인 헌터들에게는 사실 말할 수 없이 무거운 사명이 지워져 있는 셈인데, 문제는 스스로 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져야하는 당위성은 너무나 명백한데, 동기부여는 너무 빈약한, 그런 실정입니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 협회장을 보니, 그 어깨의 짐과 고충을 엿볼 수 있었다.


협회장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마지막 말을 뱉었다.


“저는, 지후 헌터님의 안전을 바랍니다. 진심으로 누구보다도요. 하지만 동시에 저는..., 지후 헌터님의 성장을 바랍니다. 기울어버린 저울을 바로잡아줄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말입니다.”


슬프게 웃고 있는 협회장의 얼굴에서, 그가 지고 있는 짐의 무게가 고스란히 지후에게 전해졌다.


‘나는 노력하지만 이 짐을 질 수 없다. 그것을 질 수 있는 건 오직 너다.’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짓누르는 사명감에 압사되기 전에 지후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 그래요. 무엇이든 지후 헌터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협회장이 다시금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지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후는 그 손을 맞잡고 인사를 마치려고 하다가 문득 놓친 부분이 생각났다.


“참, 협회장님, 부탁드릴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오,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요.”


지후가 아공간에서 마정석이 든 원목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상자를 열고 안의 마정석을 보여주자 놀라는 협회장.


“호, 상당히 큰 마정석이군요.”

“네, 금번 공략에 공헌을 인정하신다면서 스탯리그 길드에서 선물이라고 주셨는데, 제가 이런 걸 어찌 처분해야하는지 잘 몰라서요.”

“아하, 어떻게, 현금화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네, 그게 제일 좋을 거 같아요.”

“그런 거야 맡겨주시지요. 담당 부서가 있으니 금방 처리해드릴 겁니다. 이정도 마정석들이면 도합 100억은 가뿐히 넘을 것 같은데.., 여하간 떼먹는 것 없이 잘 처분하여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런 걱정은 안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뭡니까?”

“그... 제가 던전 동행하는 길드를 선정하는 방식 문제인데요.”


지후는 승호와 이야기했던 길드 선정용 경매 방식에 관해 상의했다.

하지만 협회장은 의외로 부정적이었다.


“흠..., 일단 그런 방식을 사용하시면, 볼 것도 없이 재력이 막강한 5대 길드에서만 지후헌터님과의 동행권을 독점하게 되겠군요. 게다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무의미한 경쟁이 붙어 기존의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 음 그런 문제가...”

“그렇더라도 지후 헌터님이 꼭 하시길 원하시면, 저희가 무대는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아니에요. 조금 더 고민해보고 말씀드릴게요.”


협회장실을 떠나 로비로 내려가던 지후에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지금 다시 측정을 하면 결과가 다르려나?’


호기심에 승호가 기다리는 카페로 바로 가지 않고 마력 검사실을 찾았다.


재검사를 신청하고 대기석에 앉자, 직원 한명이 뛰어왔다.


“유지후님.”

“네.”

“여기서 기다리실 필요 없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지후는 안내를 따라 별도의 검사실로 이동했다.

소소하지만 알파 등급의 특혜인 듯.


“이미 측정이 불가한 알파 등급이신데, 다시 재측정을 하시려고 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검사실에서 담당 직원이 물었다.


“아, 그것과 별개로 마력에도 변화가 생기는 거 같아서요.”

“마력에 변화가요...? 그런 경우는 일반적인 재각성 때만 단 한번 발생하는 일인데, 지후 헌터님께선 이미 알파 등급으로 재각성을 이루신 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절주절 떠들던 직원이 지후의 검사 결과를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력량 1,752..., B+등급입니다. 세상에...”


1,752라...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아하, 마정석들 처분을 맡기려고 가져오느라 아공간에 넣었을 때... 레벨업이 될 정도는 아니었나보네.’


무럭무럭 자라나는 마력량이 사랑스러웠다.


혹시나 싶어서 검사해봤는데, 역시 유의미한 확인이 되었다.


이미 알파 등급의 헌터증이 있었기에 라이센스 재발급과에 갈 필요는 없었다.

바로 승호를 데리러 카페로 향했다.


‘아공간에 마력이 담긴 물건을 넣으면, 초공간조작의 레벨이 올라갈 뿐 아니라, 마력도 늘어난다. 그리고 늘어난 마력은 고스란히 내 기본 스킬인 블링크에 영향을 주게 되고.’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 * *



협회장을 만난 이후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이제 태풍 앞의 갈대처럼 사정없이 휘날리고 있었다.


위험을 피하려고 했는데, 마땅히 그 위험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무를 몇 배로 지고 온 것만 같았다.

혹을 떼러 갔다가 도리어 더 큰 혹을 붙이고 온 격.


너무 위험한 던전 공략,

그만 둘 생각만 계속했는데 정신없이 2연타를 맞았다.


첫 번째는 스탯리그 공대의 선물들과 그들의 감사들.


마치 계속해서 던전에 뛰어들기를 손짓하는듯한 고등급 방어구와 어떻게 봐도 전투용으로 활용해야 할 것 같은 흑갑룡의 껍질,

그리고 지후가 살려낸 사람들의 다시 찾은 삶이 지후의 마음을 괴롭혔다.


두 번째는 협회장의 심란한 이야기들...


‘난 그냥 평범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었다고...’


전 세계의 아포칼립스를 막아야 하는 사명 따위를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인류를 위해, 아니 그 전에 나 자신과 주변인들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해야한다는 의무감, 책임감, 사명감.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고 이제 좀 편하게 여유롭게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욕망.


머리와 가슴이 결별하고, 각기 제 갈 길로 가버렸다.


지후는 다시 꿀꿀 모드로 들어갔고, 유진과 승호는 눈치를 봤다.


그러기를 이틀째,


‘그래 맞아. 심란하고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었지. 즐거운 일을 찾아가자.’


지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 때로 반질반질한 유라의 명함을 집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맛점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9

  • 작성자
    Lv.74 프리먼
    작성일
    22.06.28 20:35
    No. 31

    걔중x 개중o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울웃
    작성일
    22.06.29 00:33
    No. 32

    작가 세계괸 ㄹㅇ 특이

    협회장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정부 및 다수 국민은 죽어나가는 헌터한테 돈 적당허게 주며 꿀빠는 중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56 ICanDoAl..
    작성일
    22.06.30 23:40
    No. 33

    중상자 복귀 제외 사망자만 1년 28% 사망율이면 너무 과하게 잡았네요... 가면갈수록 설정을 대충 잡은게 아닌가 느껴지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빛여운
    작성일
    22.06.30 23:48
    No. 34

    협회장이 헌터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애기 한게 쥔공을 방치 한것에 대한 설명인것 같은데
    그래도 말이 안되는거 같네요
    현실이 그렇다면 더더욱 처음부터 팀을 만들어 케어하며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어야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미리 말했으면 아예 헌터일을 안할지도 모르니 말안하고 그냥 너
    혼자서 알아서 잘 성장해나가라 이런 의미로 이해가 되는데요
    방치해놓고 말로만 세계 유일이니 굉장히 중요하니 하면서 협회는 하는게 하나도 없는것 아닌가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36 mikaruci
    작성일
    22.07.01 04:16
    No. 35

    공유마력 증가는 무슨 게임에 명함이나 칭호따기인가요
    한번 입수하면 계속 효과가 적용되는...
    원리야 판타지니 작가님 설정 마음대로라지만 넣기만 하면 소유를 하고있던 말던 늘어난게 유지되는경우 길드, 협회 등에 협조를 구해 테넣다 빼면 마나 뻥튀기 가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큼크미
    작성일
    22.07.02 04:52
    No. 36

    게이트 생긴지 10년이랬는데 은퇴한지 오래된 협회장은 얼마나 헌터생활을 한걸까요ㅎㅎ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1 시골하수
    작성일
    22.07.02 22:02
    No. 37

    한국인구가 한 10억쯤 되남유?? 세계인구는 한오천억쯤 되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n8691pns..
    작성일
    22.07.03 16:03
    No. 38

    27퍼는 수정해야 할것같아요.그정도면 우리나라가 중국인구여도 유지않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월충전설
    작성일
    22.07.03 19:38
    No. 39

    설정 잘잡긴 했는데 작은 부분에서 구멍이 좀 많긴합니다. 아깝네요. 조금만 더 신경쓰셨으면 지금보다 많이 나아질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공간조작 VVIP 짐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공지입니다 +13 22.06.20 2,196 0 -
공지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업데이트) +1 22.06.18 15,984 0 -
31 알파식 훈련 (3) +49 22.07.02 12,426 522 16쪽
30 알파식 훈련 (2) +42 22.07.01 15,561 525 15쪽
29 알파식 훈련 (1) +32 22.06.30 17,233 518 21쪽
28 올바른 이해 (4) +50 22.06.28 20,508 561 22쪽
27 올바른 이해 (3) - 작가의말 수정 +95 22.06.25 23,436 603 18쪽
» 올바른 이해 (2) +39 22.06.23 23,706 609 21쪽
25 올바른 이해 (1) +33 22.06.21 23,883 664 22쪽
24 스무 배 던전 (8) +41 22.06.18 24,173 700 16쪽
23 스무 배 던전 (7) +23 22.06.17 22,705 616 14쪽
22 스무 배 던전 (6) +12 22.06.16 22,418 609 13쪽
21 스무 배 던전 (5) +19 22.06.15 21,869 601 13쪽
20 스무 배 던전 (4) +18 22.06.14 22,178 564 16쪽
19 스무 배 던전 (3) +9 22.06.13 21,864 558 15쪽
18 스무 배 던전 (2) +28 22.06.12 22,172 540 16쪽
17 스무 배 던전 (1) +30 22.06.11 22,579 543 14쪽
16 정비와 준비 (2) +20 22.06.10 22,305 592 14쪽
15 정비와 준비 (1) +25 22.06.09 22,579 597 16쪽
14 미리내길드 (7) +9 22.06.08 22,576 567 12쪽
13 미리내길드 (6) +12 22.06.07 22,646 566 15쪽
12 미리내길드 (5) +15 22.06.07 22,535 554 13쪽
11 미리내길드 (4) +17 22.06.06 22,626 551 15쪽
10 미리내길드 (3) +8 22.06.04 22,736 568 13쪽
9 미리내길드 (2) +25 22.06.03 23,047 571 14쪽
8 미리내길드 (1) +30 22.06.03 24,231 561 17쪽
7 새로운 출발 (3) +37 22.06.02 25,261 572 14쪽
6 새로운 출발 (2) +23 22.06.02 26,358 619 18쪽
5 새로운 출발 (1) +19 22.06.01 26,541 630 12쪽
4 F급 수거팀 (4) +63 22.06.01 26,991 65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