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기 없는 게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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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딱지
작품등록일 :
2022.06.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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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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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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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원정도시

DUMMY

길을 못 찾을까 걱정했던 거랑은 달리, 일행은 금새 숲에서 벗어났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숲에서 벗어나게 됐는데 애초에 벌레곰 구덩이가 숲 안쪽 깊이 퍼져있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숲에서 나오자마자 탁 트인 시야에 넓은 초지가 펼쳐졌고 멀리 손바닥 만하게 도시가 보였다.


도시가 보이자마자 벨라이언이 레르를 어깨에 올린 상태로 거의 뛰다시피 움직였고 크로아와 안델라는 그를 쫒아서 달리다가 안되겠는지 뒤따라 가겠다 얘기하고 걸음을 늦췄다.


“와··· 저 괴물자식. 지치지도 않는 건가.”


“그럴만도 해. 팔뚝 굵기가 내 허리만 하잖아.”


“그건 그렇지.”


탁 트인 초원이라 딱히 위험할 것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못 보기가 힘든 지형이어서 두 사람은 마음 편히 그를 보내줬다. 레르의 상태도 걱정됐고. 빠르게 도시에 도착하는 게 그녀에게도 좋았다. 사람 하나 업고 가는 걸로 보기에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벨라이언을 보며 크로아는 한숨 돌렸다.


“그런데 가시독사가 숲에서 자주 보이나? 그렇게 까지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나온 걸 보면 그런 것 같은데?”


“으응. 자주는 아니어도 파라멜라 숲에 가면 종종 보게 된 대. 아까는 아무래도 구덩이에서 나오는 벌레곰을 잡아 먹으려고 기다리던 거겠지?”


“또 재수가 없었던거로군.”


“아니야. 토룸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살아서 도시에 복귀 했었어도 멀쩡하진 않았을 걸? 그 난쟁이, 아마 1위계 였을 거야.”


“1위계? 그럼 위계를 두 단계나 속이고 원정대에 들어왔다고? 그게 가능해?”


“음··· 당연히! 가능하지 않지. 보통은 그래. 하지만 토룸은 난쟁이잖아? 출발 전에 벨라이언을 속이려면 얼마든지 해냈을 거야.”


“아, 난쟁이···”


크로아는 난쟁이니까 속일 수 있었다는 말을 알아듣지 못 했지만 알아들은 척 했다. 종족에 관한 얘기 같은데 대충은 알고 있어도 자세히는 몰랐다. 종족 특성 관련한 내용은 이 세계에서 상식에 속했다. 모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으니까 일단 아는 척은 해야했다.


안델라는 그런 기색을 못 느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벨라이언은 딱 봐도 투박한 전사고, 보는 것과 똑같은 사람이니까 쉬웠겠지. 난쟁이 답게 들키고 난 뒤는 생각 안 했을 거고. 우리야 출발 전 날 토룸을 봤으니까 알 방법이 없었어. 레르도 눈치 못 챘었으니 꼭 벨라이언 탓 만은 아니지만.”


“여기는 꼭 죽지 못해 안달난 사람만 모이는 것 같아.”


크로아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이야 하고 웅얼댔다. 안델라가 그를 듣고 꺄르르 웃었다.


“죽지 못해 안달난 사람··· 재밌는 표현이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는 또 살아 남았잖아?”


“음···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래야지.”


제 생각에는 별 재미도 없는 말이었는데 그녀가 또 꺄르륵 대며 웃어 댔다. 크로아는 이 순한 인상을 가진 여사제의 성격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개그와는 담을 쌓은 처지라 그녀가 웃는 웃음 포인트도 모르겠다.


처음 대륙에서 섬으로 옮겨져 왔을 때, 무슨 뭐 기초 교육이라던가 하는 거라도 받는 줄 알았다. 막상 도시 밖으로 내던져지 듯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고 칼질하게 되고 나서야, 아 이 미친놈들 가득한 세상에서 상식을 바라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초짜들을 모아서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갖춘다는 생각은 꽤 괜찮았다. 학교 다니면서 기초 교육도 받고 모자란 상식도 갖추고 그렇게 유년기를 보냈던 크로아의 생각에는 여기도 학교 같은 무언가가 있는 줄로만 알았다. 도착해서 하루도 지나기 전에 허허 벌판으로 나와서 칼질을 하게 되고 나서야 그 생각이 깨졌을 뿐이다.


이 미친놈들은 교육이란 게 없었다. 아니 있었는데 없었다. 단지 그가 생각 했던 교육 방식이 아니었을 뿐이다. 죽고 죽이는 세계에서 칼을 든 용병에게 실전 경험이 곧 초보자 교육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좀비인 줄 알았어. 그 왜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칠갑 하고 흙이 잔뜩 묻어서 도시에 들어왔으니까. 눈도 퀭 해서 괴물로 보였었어.”


“그땐 그랬지.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서 한참 헤매고 다녔었다.”


이 원정도시가 있는 섬이 아니라 안드로스 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섬에 도착하고 첫날에 바깥에서 칼질하고 밤이 어둑어둑 해지고 나서야 도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도시 입구에서 경비병들에게 분류 되어 어떤 건물로 끌려갔는데 거기에는 살아남은 초짜들이 한가득 모여있었다. 내부에는 바삐 돌아다니는 흰옷 입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안델라 였다.


“딱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겠네.”


대화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시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는 원정도시로, 이름은 따로 없었다. 모두가 원정도시라고 불렀으니 그게 이름이나 마찬가지겠지.


성문을 지키고 있는 수비병 겸 경비병에게 목례하고 열려 있는 문을 지나쳤다. 매번 보던 얼굴이라 경비병도 흘끔 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애초에 여기는 도시가 이곳 뿐이라 다른 도시에서 오는 사람도 없었다. 죄다 아는 얼굴이라 경비병들 대응도 다 똑같았다.


“그럼, 나는 신전으로 갈게. 벨라이언이랑 레르도 거기 있을 거야. 아마 이미 치료가 끝났을 걸? 이따가 저녁 같이 먹을까?”


도시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안델라는 안심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독이 강하긴 했는데 퍼지는 걸 막았고 도착도 굉장히 빨리 해서 그녀 말대로 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일단 원정대장이 신전에 있을테니까. 나는 길드로 가서 복귀 보고를 해야지. 내일 쯤 신전에 들릴께.”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작게 손을 흔들고 안델라는 신전으로 향했다. 크로아는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숨을 깊게 내뱉었다. 여섯명이 나가서 둘이 죽고 넷이 돌아왔다. 이만하면 성공적인 원정이었다. 하루에도 몇 명이 죽는지 모를 이 미친 세상에서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크로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 원정길드로 향했다. 복귀 보고는 간단했다. 백팩에 꾸겨넣어둔 뱀머리를 넘기고 원정대장이 치료를 위해 신전에 있으니 전체적인 복귀 보고는 내일 그가 할 것이라고 하니 더 할 게 없었다.


빨리 씻고 쉬고 싶었던 크로아는 길드를 나오자마자 항상 머물던 여관으로 향했다. 밤나무 카락 여관. 바닷가에 붙어있는 항구도시에 어울리는 여관 이름이다. 여관에 들어가자 원정을 위해 이 섬으로 들어온 용병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갈색 단발머리 여급이 다가왔다.


“어서오세요! 와··· 먼저 씻으셔야겠네?”


“바로 좀 부탁할게. 저녁도 먹을 거야.”


“그럼 식사 할 때 한번에 받을게요. 십분 후에 내려와요.”


여급은 대기하던 아이에게 뭐라 얘기 했고 아이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호다닥 사라졌다. 아마 물을 뜨라고 시켰겠지. 크로아는 이층 계단을 통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최대한 털어내기는 했는데도 몸 전체가 흙투성이였다. 장구류를 벗어서 한쪽에 놔두고 씻고 나서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


잠시 뒤에 십분쯤 지났나 싶어서 일층으로 내려가자 아까 사라졌던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따라나가자 매번 쓰던 뒤뜰의 욕탕실 중 하나로 향했다. 아이에게 1 페니 동전 하나 건네주자 자연스레 받아 들고는 꾸벅 인사 하고 돌아갔다.


옷을 벗고 욕탕에 들어가자 차가운 물이 온 몸을 반겨줬다. 찬물이긴 했는데 몸이 시릴정도는 아니었다. 뜨거운 물로 하는 목욕은 가격이 좀 나가서 매번 찬물로 씻게 됐다. 익숙해져서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목욕 후에 나와서 목욕했던 물을 이용해 옷을 최대한 빨래했다. 이것도 비용을 지불하면 세탁 서비스도 해줬었지만 비용이 비용인지라 그냥 이렇게 처리했다.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돌아온 크로아는 푹신푹신한 침대에 바로 누웠다. 저녁은 조금 뒤에 먹을 요량이다. 이 섬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것 하나가 침대였다. 목화가 엄청나게 쏟아지는지 침대에는 솜을 이용한 매트리스가 달려있다. 딱딱한 바닥에서 쉬다가 침대에 누우면 차이가 심하게 와 닿았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누워서 쉬고 있자니 이번 원정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안델라, 벨라이언, 레르, 난쟁이 토룸, 대화도 얼마 못해본 궁수 벤테르.


그러고보니 벤테르의 활과 화살은 챙기지도 못했다. 토굴에서 잃어버린 나무방패 처럼 그의 시체를 두고 자리를 떠야했으니까. 이것 저것 챙겨오지 못한 것들이 많았는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 수 있는 짐은 한정적이었고 가져가야 하는 건 많았다. 전부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다가 온갖 잡생각이 날 것 같아 크로아는 침대에서 벗어났다. 전사신의 신전으로 갈 생각이었다. 매일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 망할 세상이 더 마음에 안드는 이유 중 하나를 또 다시 확인하러 가야 했다.


전사신의 신전에 가서 레벨업까지 쌓인 경험치를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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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죽은 자와 산 자 +23 22.06.17 11,097 4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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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죽은 자와 산 자 +12 22.06.15 11,533 450 9쪽
14 14. 죽은 자와 산 자 +9 22.06.15 11,749 444 10쪽
13 13. 죽은 자와 산 자 +6 22.06.14 11,984 435 10쪽
12 12. 비밀스런 회동 +15 22.06.13 12,459 4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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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비밀스런 회동 +9 22.06.10 12,622 4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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