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기 없는 게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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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딱지
작품등록일 :
2022.06.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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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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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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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죽은 자와 산 자

DUMMY

방 안은 어느새 고요해졌다.


상처 입은 사람들과 거구의 전사가 잠들고 잡혀온 가렐리누 마저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밤이 되었는지, 하루가 지나 아침이 되었는지 몰랐다.


크로아는 가렐리누를 지켜보며 몇 시간이고 생각을 이어 나갔다. 몸은 피로를 호소 했지만 그는 잠들 수 없었다. 모두가 잠들은 지금, 자신 마저 눈을 감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옆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안델라와 레르가 있어서 더 그랬다. 잠들었다 일어났을 때 그녀들이 죽어 있을 것만 같았다.


크로아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복기 했다.


자신이 여기에 왜 오게 되었는지부터, 어째서 습격을 당했고 탑 안에 돌아다니는 검은 전사들이 무엇인지까지.


시간은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 잠이 들 것 같아서 더더욱 고민했다.


3층까지는 무난했다. 여기가 악명 높은 장소인지도 모를 만큼 순탄하게 탑을 올랐다. 4층에 도달해서야 모든 일이 벌어졌다. 죽은 자들은 빠르고 강했다. 그들이 죽은 상처를 입은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죽은 사람인지도 몰랐을 만큼 움직임이 날쌨다.


이후에 등장한 검은 전사. 레르와 벨라이언의 전 원정대 선봉. 자신은 그의 일격 조차 제대로 막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더욱 힘든 싸움이 됐을 것이다.


검은 전사는 얼굴도 보지 못 했다. 무기와 갑옷도 원래 본인이 착용하고 있던 것이다. 그걸 보고 두 사람이 그를 알아본 것 같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어서 알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결론을 내렸다. 분명히 죽은 자였다. 투구와 갑옷이 녹아내리고 그 안에 있어야 할 육체가 온데간데 없었으니까. 최소한 살아있진 않았다.


현대의 지식을 바탕으로 봐도 놈은 언데드가 확실했다. 만약 아니라면 오히려 더 무서울 거다. 일반적인 죽은 자는 아닌 게 분명 했다.


5층에서 본 검은 전사들. 총 4명이었다. 창을 들고 죽은 놈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장비가 완전히 동일 했다. 4층의 검은 전사 고룬은 생전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놈들은 같은 장비를 갖고 있다니?


검은 전사라고 다 같은 죽은 자는 아닐 수도 있었다. 검은 전사 고룬은 레르를 알아봤고 말도 했었다. 그 부분에서 착안해야 할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멈췄다. 정보도 너무 적었고 당장 탑을 빠져나가는 일이 급선무 였다.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지 않을까?


지금 있는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마법진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막무가내로 5층을 쏘다니며 찾아야 하나? 크로아는 골치가 너무 아팠다.


“으음···.”


신음 소리를 내며 레르가 눈을 떴다.


그녀는 몸을 뒤척이려다가 통증이 와서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만 돌렸다. 크로아와 눈이 마주치고 한쪽에서 자고 있는 벨라이언 까지 확인하고 안도 했다.


“여기가 어디야?”


“5층. 몸은 좀 어때?”


“아파···. 어떻게 된 거야?”


“일행에 배신자가 있었어. 뒤에서 찔린 거야.”


그 말에 레르는 눈쌀을 찌푸리며 방 안을 살펴봤다. 사람들의 면면을 보다가 가렐리누에게서 눈을 멈췄다.


“그래···. 내가 실수 한 거구나···.”


“퍼그니도 한편이었어. 이미 죽었지.”


“내가 정신을 잃고 오래 지났나보네.”


크로아는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게 두고 벨라이언을 깨웠다. 그는 마치 원래 깨어있었던 사람처럼 일어나서 레르 곁으로 다가갔다. 별 다른 말은 안 하고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레르는 그런 그가 고마웠다.


“미안해, 벨라이언. 네 말을 들었어야 했어.”


벨라이언이 고개를 젓고 조심스레 그녀를 일으켜 앉혔다. 치료술의 효과로 상처가 아물어 있어서 격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괜찮아 보였다. 레르도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아서 스스로 조심 했다.


크로아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지만 안도하고 있는 벨라이언을 보고, 저절로 안델라에게 시선이 갔다.


사람을 10초 안에 죽인다거나 하는 극독을 가렐리누가 썼을 리가 없었다. 그랬으면 안델라는 이미 죽었다. 해독제를 늦게 먹인 것 같았지만 보라색 피부는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해독이 됐을 거다.


서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두고 크로아는 안델라에게 갔다. 레르가 일어났고 시간도 많이 흘렀다. 곧 깨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레르의 말소리가 잦아들 만큼 시간이 흐를 무렵, 안델라가 깨어났다.


그녀는 멍하니 고개를 들고 크로아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었다.


“나 오래 잤어?”


목이 좀 잠기기는 했지만 기운이 실린 목소리에 크로아도 마주 웃어줬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기척도 없이 어느새 벨라이언이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툭 쳐줬다.


일행의 전사 두 명은, 다시 회복한 일행에 안도하다가 동시에 가렐리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미 눈을 뜨고 벽에 기댄 자세 그대로 쳐다보고 있었다.


“살려 둘 거냐?


벨라이언이 말했다.


“안델라가 살았으니, 놈도 산다. 애초에 저놈 혼자 이 탑 안에서 살아날 방법이 없을 걸.”


“흠···.”


벨라이언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크로아는 말을 덧붙여야 하나 생각 했다가 그만 뒀다. 어차피 이 방을 나가자마자 그도 눈치 챌 것이다.


크로아는 알레이의 상태도 살펴봤다. 감아 놓은 붕대는 이미 출혈이 멈춰서 피가 배어 나오지 않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긴 시간 정양 해야 회복할만한 상처였다. 안델라가 급히 치료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몸 상태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알레이도 어떤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일 싸움이 벌어지면 그녀는 죽을 것이다.


다만 그녀는 마치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코 앞까지 다가온 죽음이 다른 사람 일인 것처럼 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말을 하지 못하니 물어보기도 그랬다. 애초에 알레이 말고도 부상자는 더 있었고 앞으로 어찌 될지 몰랐다.


크로아가 물었다.


“5층으로 올라올 때 마법진으로 이동 했어. 올라오고 나선 흔적도 없었고. 무슨 상황인지 알아?”


그 말에 모두가 레르를 바라봤다. 그녀 말고 대답해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이동 시켜주는 마법···.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건 굉장히 어렵고 난해한 마법이야. 단지 추측하자면,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야만 유지되는 마법 일거야. 무슨 조건인지도 모르겠어.”


크로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마법에 대해서는 나도 몰라. 하지만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지. 4층의 마법진은 처음부터 일정한 장소에 올려주는 게 아닐 수도 있고. 이동 시켜주기만 하고 도착하는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


“조건은 다양해. 어떻게 지금까지 구동되는 마법인지 조차 모르니까···. 그런데 그게 왜?”


레르는 이 대화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 했다.


“내가 궁금한 건···. 무작위로 이동 시켜주는 마법이라면, 우리가 5층에서 이동 마법진을 발견하더라도 그게 4층으로 보내준다고 확신 할 수가 없는 거 아냐?”


“어?”


그녀가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레르가 이전에 5층에서 탈출 했었을 때는 이동 마법진을 통해 4층으로 내려와서 탑을 빠져 나갔었다.


만일 그게 그저 우연이라면? 위로 올려 보낼지 아래로 내려보낼지,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는 마법에서 우연히 4층으로 내려오게 됐던 거라면?


“그···럴리가? 운이 좋아서 내가 탈출 했었던 거라고? ······아니, 잠깐. 네 말이 맞는다고 치면···.”


“우리가 이동 마법진을 찾아도 그게 4층으로 가는 출구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야.”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하지 못한 벨라이언과 안델라는,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은 얼굴로 멍하니 크로아와 레르를 번갈아 봤다.


가렐리누와 알레이만 심각해진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5층이 아니라 6층으로 올라가게 될 수도 있어.”


“마법진이 뭐 어떻게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6층으로 가면 다시 내려오면 되잖아.”


벨라이언이 불퉁하게 내뱉었다. 그는 가끔 예리하고 진중 했지만 평소의 상태는 항상 대충대충 이었다. 좋게 말하면 여유 있었다.


“6층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7층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멍청아.”


“······?”


레르가 그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눈총을 줬다. 벨라이언은 그래도 그게 뭔 소린고 했다.


“그러니까 내려가야지! 마법 쓰면 갈 수 있다며!”


레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크로아를 흘끗 보니, 네가 설명하라는 듯 손바닥을 내밀었다.”


“더 쉽게···. 음···. 마법진이 이동을 시켜주긴 하는데, 그게 위로 올라가는 마법진인지 내려가는 마법진인지 구별이 안된다고.”


벨라이언이 그제야 깨달은 얼굴을 했다.


“그럼 어떻게 알아?”


“못 해. 아니, 못 알아봐. 나는 이동 마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몰라.”


“? 그럼 어떻게 나가?”


벨라이언의 마지막 물음을 끝으로 일행은 침묵 했다. 검은 전사들도 문제였지만 진짜 문제는 확실하게 탈출하는 방법이 없다는 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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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죽은 자와 산 자 +19 22.06.24 11,133 481 9쪽
24 24. 죽은 자와 산 자 +16 22.06.22 11,097 494 11쪽
» 23. 죽은 자와 산 자 +23 22.06.21 11,128 482 10쪽
22 22. 죽은 자와 산 자 +8 22.06.17 11,011 441 9쪽
21 21. 죽은 자와 산 자 +6 22.06.17 11,062 421 9쪽
20 20. 죽은 자와 산 자 +23 22.06.17 11,097 433 10쪽
19 19. 죽은 자와 산 자 +4 22.06.16 11,203 43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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