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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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은 독에 죽을뻔한 기억 때문에 엄청나게 흥분했다.
그래서 음식에 수면제를 탄 식당 주인에게 고함을 지르며 따졌던 것이다.
한참을 식당 주인을 다그치던 대운은 문득 옆에 서 있던 검은 로브의 사내를 발견했다.
“넌 또 누구냐? 딱 봐도 악당처럼 생겼는데, 니가 그런거냐?”
“이런. 수면제를 먹지 않은 것인가?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슬립!”
검은 로브의 사내는 수면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대운은 당황하지 않고 웃었다.
“리플렉션. 그리고, 슬립!”
검은 로브의 마법을 반사한 대운은 곧장 검은 로브의 사내에게 슬립을 시전했다.
- 쿵! 쿵!
검은 로브의 사내와 식당 주인은 통나무처럼 쓰러지며 잠들어버렸다.
대운은 두 사람에게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을 사용하여 2층으로 데려갔다.
“여기 이 두 사람이 수상해서 잡아왔어요. 절 보자마자 슬립 마법으로 재우려던거 있죠.”
검은 로브의 사내를 보자 리리스가 말했다.
“저 녀석에게서 검은 기운이 느껴지느니라. 일단 깨워서 물어봐야겠구나.”
대운은 리리스의 말을 듣고 검은 로브 사내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 찰싹! 찰싹! 찰싹!
대운은 몇 대 때리면 일어날 줄 알고 사내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검은 로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대운아. 너 그 녀석에게 화나서 그러는 것이냐? 이제 그만 때리고 얼른 웨이크업 마법을 시전하거라.”
“어? 그냥 이러면 깨어나는거 아니었어?”
대운은 볼이 퉁퉁 부어버린 사내를 내동댕이치고 웨이크업 마법을 시전했다.
잠시 후 사내가 정신을 차렸다.
“이봐. 아까 마법을 써봐서 알겠지만, 딴 짓은 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지금부터 묻는 말에 답을 잘해.”
검은 로브의 사내는 왠지 모를 뺨의 아픔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넌 누구길래 수면제를 탄 거지? 왜 그런거야?”
“전 여기계신 분들이 돈이 많아 보여서 욕심에 눈이 멀어 그랬습니다.”
“흠······. 여기 식당주인을 다른 방에서 깨운 다음 똑같은 질문을 할 거야. 만일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 다를 때마다 너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를 생각이거든.”
대운은 가장 사악한 얼굴을 하며 검은 로브를 협박했다.
하지만 검은 로브는 동요하지 않았다.
“뭐라고 물어보셔도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을 겁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답답했던 리리스가 대운에게 말했다.
“대운아. 그냥 매혹을 걸어라. 뭘 그리 고민이냐? 어차피 이 녀석은 악당이 아니더냐.”
“하긴. 그렇네. 인스롤 하트!”
대운이 매혹의 술을 시전하자 검은 로브는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게리, 인사드립니다.”
“응. 진작 이럴걸. 아무튼 넌 왜 수면제를 음식에 넣었지?”
“그건 제가 모시는 분이 피를 모아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납치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수면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뭐? 피를? 네 주인이 누군데?”
“크윽······. 그······ 분은 어둠에서 올라온 자. 위대하신 분입니다.”
“음······. 일단 네 주인이란 녀석에게 같이 가보자. 대체 어떤 놈이기에 피를 모으라고 하는 거야?” 어서 안내해!
대운은 피가 필요하다는 말에 조금 찔렸다.
그래서 더 크게 화를 내었다.
‘난 그래도 요즘은 피를 안마시니까······.’
잠시 후 게리는 대운 일행을 이끌고 숲의 입구에 섰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주문을 외우자 공간이 열리며 문이 드러났다.
“여깁니다.”
게리는 집 앞으로 안내하며 검은 로브를 벗었다.
그때 2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게리 왔냐? 이번엔 사람들 많이 데려왔네? 크크크. 수고했어!”
게리가 데려온 사람이 많다고 느끼자 금발의 울파는 게리를 칭찬하며 내려왔다.
그때 리리스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헉!”
- 쿠당탕탕탕!!! 데굴데굴.
울파는 너무 놀라 계단을 헛디뎠다.
1층까지 굴러 내려온 울파.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리리스에게 절을 했다.
“위대하신 마왕님! 미천한 종, 울파가 인사드립니다.”
울파는 30년 전 마왕과 함께 인간계로 왔던 하급 마족이었다.
리리스 역시 울파가 하급 마족임을 알아채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네놈은 어찌하여 아직도 살아있단 말이냐? 30년 전 당시 살아남은 녀석은 너 혼자인 것이냐?”
“예. 제가 알기로는 저 혼자만 살아남았습니다. 30년간 마족은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하거라.”
울파는 지난 30년 전 마왕 강림 이후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30년 전이죠. 마왕님이 인간계로 가신다고 마족들을 모았던 게 말입니다. 당시 수많은 마족들이 지원했었죠. 인간들의 피를 원 없이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거든요.”
엎드렸던 울파는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도 그 대열에 합류했었습니다. 그렇게 인간계로 가는 공간이 열리고 저희들은 모두 신났었죠. 인간들의 피를 먼저 흡수하기 위해 서로 인간 마을을 찾아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점이 있었습니다. 인간들의 피를 아무리 흡수해도 마력이 전혀 강해지지 않았던 겁니다.”
“너희들에게 까지 인과율의 이자가 부과 되었단 말이냐?”
“이자라고요? 그런 건 몰랐습니다. 저희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마력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피를 흡수해야 겨우 마력이 줄지 않고 유지되는 정도에서 끝났습니다. 마치 누군가 끊임없이 저희의 마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듯한 기분. 꼭 그런 기분입니다. 그런 저주가 지금까지도 제게 남아있던 겁니다. 아마 여기 있는 게리가 아니었다면 저는 진작 마력이 소진되어 소멸했을지도 모릅니다.”
울파는 게리의 등을 토닥이며 소개했다.
“그러던 중 여기 게리라는 자를 만났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흑마법사죠. 그래서 제가 이런 저런 흑마법 지식을 조금 알려주었고, 그 대가로 사람들을 이곳으로 유인했던 겁니다.”
대운은 난감함을 느꼈다.
분명 울파와 게리가 한 행동은 나쁜 짓이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마력이 모두 고갈되면 소멸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을 악(惡)으로 보고 처단할 것인지, 아니면 봐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생겼다.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인과율의 이자가 대단했나보구나. 용사 나부랭이들에게 소멸당할 녀석이 아닐 텐데. 그 이자를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약해졌었던 것이구나. 그러면 과연 그 이자는 누가 가져간 것인가?’
리리스는 울파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네놈은 왜 하필 이곳 신성제국에서 살고 있던 것이냐? 여긴 성기사들도 있고 한데 말이다. 제국 전체가 신성력으로 덮여있어서 살기 힘들지 않았느냐?”
“저도 그게 신기했습니다. 일단 여기서는 마력의 소멸량이 확실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성제국에서 오히려 네놈의 마력 소멸이 줄어들었단 말이냐?”
“예. 신기하지 않습니까? 예전에 마왕님이 소멸하고 난 뒤 저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끊임없이 빠져나가던 마력을 어떻게든 붙들어 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죠. 그때 제 마력에 집중을 하다 보니 마력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멸이 아니라 제게서 빠져나간 후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제게 빠져나간 마력의 이동방향을 추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 신성제국까지 오게 된 거고요. 또 신기하게 여기서 살다보니 빠져나가는 마력의 양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에서 게리의 도움으로 눌러 살게 된 것입니다.”
“신성제국으로 네 놈의 마력이 흘러갔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저도 그게 이상했지만, 아직까지 그 비밀은 풀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알겠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느니라. 너는 다시 마계로 돌려보내주겠느니라.”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흑.”
그동안의 인간세상 삶이 힘들었는지 하급마족 울파는 울먹였다.
“대운아. 여기 이 녀석에게 마족 소환 마법인 서먼데빌을 역으로 시전 해주겠느냐?”
“역으로? 으음······. 이렇게인가? 리버스 서먼데빌!”
대운이 마법을 시전하자 울파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졌다.
“마왕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울파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하여 감사인사를 했다.
울파가 사라지자 흑마법사 게리만이 남게 되었다.
게리는 여전히 대운의 매혹에 걸려있는 상태였다.
“울파님은 고향으로 가셨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대운님만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대운은 굳이 일행을 한 명 더 늘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대운은 매혹의 술을 풀어주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언 인스롤 하트! 아저씨는 이제 갈길 가봐!”
하지만 게리는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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