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느님을 찬양하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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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22.06.08 16:04
최근연재일 :
2022.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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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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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슬레이어(02)

DUMMY

내가 입고 있는 유니크 방어구의 이름이 블랙 드래곤이었다.


검은색에 용의 비늘처럼 단단하고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그런 이름이 주어진 것인데, 실제 눈 앞에 나타난 블랙 드래곤은 멋있고 강한 느낌이 아니라 더럽게 흉하고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입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산성용액은 광견병의 걸린 개처럼 침을 줄줄 흘리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이미 아래쪽은 산성용액에 녹아들어가는 자동차와 헌터들의 장비가 내는 악취로 인해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유니크 방어구 블랙 드래곤을 입은 채 죽음의 천사를 불러낸 나로써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는데 저 끓어오르는 산성용액의 증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몸이 녹아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삐이이익...!"


실제로 뒤늦게 도망가던 하피들이 증발하는 산성용액의 증기를 맡는 순간 공중에서 힘이 빠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는데 처음에 블랙 드래곤을 느끼자마자 도망간 하피들을 제외하면 저 증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몬스터 하나 죽이기에는 충분하다는 증거였다.


나야 현재는 언데드 모드였기 때문에 호흡을 하지 않아도 되니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폐를 멈추고 얼굴을 가리면서 블랙 드래곤의 보호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화학적인 공격에서도 보호해준다고 했으니 적어도 튀는 몇 방울의 산성용액은 보호받을 것이라 믿고 싸워야만 했다.


끼기긱...


죽음의 천사는 자신의 여섯 개의 뼈 날개를 들어올리면서 나보고 눈짓으로 피하라고 신호를 보냈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인 몬스터라면 소환수를 던져주고 내가 숨어있으면 찾아내기 힘들지만 이 녀석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흰자가 보이지 않는 탁한 검은 눈동자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내가 도주하면 저 놈은 소환수들을 전부 무시한 채 나를 죽이러 달려들 것이다.


괜히 기동성과 스펙이 앞서는 몬스터를 상대로 도주하면서 전략적인 헛점을 보 이느니, 차라리 내가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해서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탁!


터스크와 부대장이 건물 벽을 타고 올라와서 다시 자리에 복귀했는데, 아까 전에 블랙 드래곤이 사용한 브레스를 피하기 위해서 알아서 회피하고는 어떻게 여기까지 복구한 모양이었다.


부글부글부글......


얼마나 강력한 산성용액인지 아스팔트가 끓어오르고 있었으며 지형이 무너지고 있었는데, 언데드의 시야로 보았을 때 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아까 운이 없이 휘말린 헌터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잘 도망친 모양이었다.


'막아내야 한다'


저런 산성용액을 민간인 대피소에 흩뿌리기만 해도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게다가 저 증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헌터에게도 위험하고 일반인은 말 그대로 독가스처럼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피된 장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때처럼......


"......"


생각해보면 헌터 협회가 만들어질 정도로 사회가 던전과 몬스터에 익숙해졌는데 아무리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졌다고 해도, 민간인 피해와 헌터 피해가 심각해지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거의 S급 헌터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 것은 어려웠다.


지금처럼 말도 안 되게 강력한 몬스터가 수도 없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당시에... 드래곤이 등장했던가?'


나도 그 당시에는 생존하기에 급급해서 등장한 몬스터들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도 지금 있는 이곳... 아산시가 몬스터의 공격으로 아예 녹아내렸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것 같다.


그 당시로부터 15년이 지난 뒤로도 건물이 엉겨붙어서 쉽게 철거조차 하지 못했다고 하니 지금 이곳에 등장한 블랙 드래곤이 그 당시에도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그렇다면 누가 잡았지?'


한국에 소재하고 있는 대부분의 S급 헌터는 이런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만한 힘이 없다.


자신들의 길드원들을 동원해서 레이드를 뛰면 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각자 자신들의 본거지를 방어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인데 특별한 대형 길드가 연고지로 삼은 것도 아닌 아산에서, 누가 이런 보스를 잡았단 말인가?


'그 때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숨겨진 뛰어난 헌터들이 동귀어진을 했다? 아니면 이런 몬스터를 통제할만한 특별한 방법이 있다거나?'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는 동안 블랙 드래곤은 나를 보면서 입을 벌려 웃기 시작했다.


아니, 웃는 것이 아니라 산성용액을 목에서 끓어올리면서 나에게 뿜어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지금 나는 이 강대한 보스 몬스터를 홀로 상대해야 했다.


일반적인 소환사라면 소환수들이 이 드래곤을 보고 겁을 먹어서 싸우는데 지장이 생기겠지만.


언데드라면 그런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프랙쳐!"


피유우우웅-!


미리 시위를 당겨놓고 있던 프랙쳐의 화살이 블랙 드래곤의 눈을 향해 날아간다.


티잉!


대전차 병기에 가까운 위력을 지니고 있던 프랙쳐의 각궁사격이 눈꺼풀에 튕겨나가고 블랙 드래곤은 나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입에서 줄줄 산성용액을 흘리며 숨을 들이켜고 있었다.


"터스크와 부대장은 내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최적의 전투를 벌여!"


철컥!


이 둘은 뼈 자체에 타고난 투쟁본능과 전투센스가 있다.


수천에 달하는 스켈레톤 오크들 중에서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두 마리였으니 이들에게는 내가 함부로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알아서 싸우도록 맡겨두는 편이 편리했다.


"프랙쳐도 기동사격으로 전환!"


나이트메어를 손목에 착용해서 시가전용 장비로 변경하고 나는 내 옆에서 뼈 날개를 펼친 채 전력으로 싸울 준비를 하는 삐약이의 손을 잡았다.


눈 앞에 보이는 드래곤의 아가리는 내가 올라타고 있는 빌딩을 한 입에 삼킬 정도로 거대해서 지금부터 죽어라 달려도 피할 방법이 없어보였지만-


"던져!"


후우우웅-!


삐약이가 내 몸을 잡아서 던진다.


죽음의 천사인 그녀는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자의 목숨을 거둬가는 힘이 있었지만 이미 언데드 모드로 들어간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기에 손을 잡고 던져줄 수 있는 것이다.


촤락-!


그리고 공중에서 뼛조각을 심어둔 나이트메어를 뻗어서 건물에 박아넣고 그것을 당겨서 이동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몸이라면 혈관에 무리를 줄 정도로 위험한 기동이었지만 언데드가 되었기에 별 문제 없이 의식을 또렷하게 유지한 채로 옆 빌딩으로 옮겨탈 수 있었다.


쿠와아아아아악--!!


마치 폭포가 옆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걸쭉한 액체가 내가 있던 빌딩의 옥상을 강타하는 순간, 삐약이는 뼈 날개에 죽음의 기운을 둘러 하늘로 날아올랐고 터스크와 부대장은 바로 옆으로 뛰어 건물 외벽에 붙었으며 프랙쳐는 아예 건물의 안전망을 부수고 옆 건물의 중간지점으로 일직선으로 뛰어갔다.


내 소환수들이 알아서 회피한 이후 블랙 드래곤의 산성용액 브레스는 빌딩 자체를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용해시키고 그 궤적에 있는 모든 건물을 줄줄이 녹여버리고 있었다.


'미친!'


만약 이곳이 마천루로 가득찬 서울이었다면 빌딩이 수십개는 무너졌을 정도로 위력적인 브레스였다.


게다가 단발성도 아니고 계속해서 산성용액을 토해내면서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벽에 붙어있던 나는 다시 한번 몸을 날려야만 했다.


펄럭-!


은신의 망토를 펼쳐서 약간 감속을 하면서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데, 감각이 극도로 둔해진 언데드 모드 상태인데도 피부가 따끔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산성용액의 증기가 수십m떨어진 이곳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탁.


하지만 그 이상 떨어지기 전에 삐약이가 내 손을 낚아채서 다시 공중으로 던져주었고 나는 그녀에게 내 손에 들려있던 물건을 넘겨주었다.


'끄응... 조금 힘이 빠지지만...!'


나이트메어로 브레스를 뿜는 블랙 드래곤의 날개에 접착시킨 뒤 그것을 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키며 블랙 드래곤의 등짝 위로 솟아올랐다.


저 산성용액은 자기 자신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인지 블랙 드래곤은 바로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 입을 닫으면서 산성용액의 분출을 줄이고 있었는데, 바로 줄이지는 못하고 입을 꾸역꾸역 닫으면서 용액의 분출을 약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저 브레스 강력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브레스', 즉 숨쉬듯이 쓰고 끌 수 있는 숨결은 아닌지 꽤나 제어하는데 고생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망토를 펼치면서 가방을 완전히 개방했다.


촤라라락!


마치 비타민 알약통을 쏟아버린 것처럼 공중에 누리끼리한 색을 가진 비비탄만한 크기의 구슬들이 쏟아져 내린다.


공장에서 기계를 들여놓을 수 있기에 만들 수 있었던 작은 크기의 뼛조각들.


이것 하나하나가 뼛가루를 내고 그것을 빻아서 응축해둔 물건으로써, 이것의 용도는 나이트메어에 박아가지고 내가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환! 스켈레톤 오크!"


각각이 스켈레톤 오크를 소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촉매단위였다.


"덤벼들어!"


공중에서 400마리의 스켈레톤 오크들이 쏟아지면서 블랙 드래곤에게 날아들었다.


후두두두두둑!! 쿵! 쿵쿵!


넓찍한 블랙 드래곤의 등짝에 떨어진 스켈레톤 오크들은 상당히 많은 숫자가 매끈매끈한 비늘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절반 이상의 숫자가 블랙 드래곤의 등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끝, 스켈레톤 오크들은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뒤로 날아가거나 블랙 드래곤이 등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우수수 떨어지면서 첫 번째 브레스로 바닥에 펼쳐진 산성지대에 떨어져 녹아내렸지만 적어도 블랙 드래곤이 방향을 틀고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바로, 죽음의 천사가 머리 위에서 강림하는데 신경쓰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쐐에에에엑-!


내 몸에서 죽음의 기운을 있는대로 끌어간 죽음의 천사는 자신의 손에 들린 공포의 증거로 다시 한번 무기를 만들었다.


곡선형에 안쪽으로 베어넘기는 도, 즉 쇼텔인데 날이 역으로 박혀있는 무기를 만들어 쥐었다.


핏 로드를 일격에 베어넘긴 일격이 블랙 드래곤에게 펼쳐지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오오--!!"


뒤늦게 숨겨진 일격을 감지한 블랙 드래곤은 자신의 입에서 뿜어지는 산성용액에 스스로 화상을 입는 것까지 감수하고 자신의 머리 위로 산성용액을 뿜었지만 삐약이는 그 특유의 스피드로 블랙 드래곤이 고개를 트는 것보다 빠르게 비행궤도를 바꾸며 블랙 드래곤의 목을 노렸다.


죽음의 천사가 든 무기는 인간이 사용하는 무기와 사이즈가 비슷해서 한 대 맞아줘도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지만 블랙 드래곤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녀가 가진 권능은 물리적으로 목을 자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죽음의 천사로써 참수라는,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죽음의 형태를 상대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마침내 공룡의 진정한 후예와 이세계의 공룡이라 할 수 있는 블랙 드래곤의 몸이 서로 교차한다.


스걱-!!


마치 단검으로 자동차를 베어넘기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블랙 드래곤의 지하철 객차보다 거대한 머리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죽음의 천사는 그대로 바닥에 닿기 직전에 선회하여 공중에서 떨어지는 나를 받아내었다.


쿠우우웅-!!


머리를 잃은 용의 몸뚱이는 자신이 만든 산성지대에 그대로 추락해버렸고 나는 안전하게, 바닥이 녹아내려 반쯤 기울어진 빌딩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공포의 증거가 뽑혀나가 무지개의 선도 효과로 심장이 재생되면서 피부에 소름이 돋고 드디어 현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드래곤을 사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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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평일 18시 연재 작품입니다(22.07.01 수정) 22.06.09 595 0 -
86 에필로그 +1 22.09.12 304 11 4쪽
85 죽음의 화신 +1 22.09.09 272 13 12쪽
84 악마 헌터(03) 22.09.08 258 12 12쪽
83 악마 헌터(02) 22.09.07 260 12 12쪽
82 악마 헌터(01) 22.09.06 286 10 12쪽
81 언다잉 길드의 부활(02) 22.09.05 331 10 13쪽
80 언다잉 길드의 부활(01) 22.09.02 283 11 12쪽
79 싸움은 머릿수로 한다(02) +2 22.09.01 305 11 12쪽
78 싸움은 머릿수로 한다(01) 22.08.31 306 11 12쪽
77 불사의 화신(02) +1 22.08.30 305 14 11쪽
76 불사의 화신(01) 22.08.29 312 15 12쪽
75 언데드 왕(02) +3 22.08.26 336 16 12쪽
74 언데드 왕(01) 22.08.25 324 15 11쪽
73 전면전이다(03) 22.08.23 317 16 12쪽
72 전면전이다(02) 22.08.22 378 15 11쪽
71 전면전이다(01) 22.08.18 334 16 11쪽
70 S랭크를 위한 순례(03) +2 22.08.17 345 17 12쪽
69 S랭크를 위한 순례(02) 22.08.16 341 16 12쪽
68 S랭크를 위한 순례(01) +1 22.08.11 369 16 11쪽
67 습격자들(03) +2 22.08.10 345 17 12쪽
66 습격자들(02) +2 22.08.09 358 16 12쪽
65 습격자들(01) 22.08.08 358 15 11쪽
64 드래곤 슬레이어(03) 22.08.05 359 17 11쪽
» 드래곤 슬레이어(02) +1 22.08.04 365 16 12쪽
62 드래곤 슬레이어(01) 22.08.03 379 17 11쪽
61 격변하는 역사(03) 22.08.02 399 16 12쪽
60 격변하는 역사(02) 22.08.01 402 14 11쪽
59 격변하는 역사(01) 22.07.27 402 18 12쪽
58 S급 헌터 신고식(04) 22.07.26 424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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