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뭐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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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댄스
작품등록일 :
2022.06.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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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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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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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고블린 로드(Goblin Lord)

DUMMY

일반적인 고블린이 어린아이 정도의 키인 것에 비해, 고블린 로드는 2미터가 넘는 덩치였다.


헬창 형님들 저리 가라할 정도의, 울끈 불끈,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들.


머리에 쓰고 있는 각종 보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화려한 왕관부터,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크기의 한손 창,


소머리 수인족이 들고 있던 방패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다랗고 단단해 보이는 방패.


뭘로 만들었는지, 몹시 고급스러운 재질의 털부츠까지.


몸에 걸친 것 하나하나가 전부 부티나 보였다.



한마디로,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9급 던전은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지 않는다.


실제 여기 던전에서도, 고블린 전사, 고블린 활병, 고블린 방패병, 고블린 창병 등 종류는 다양하게 출몰했지만, 더 상위의 개체가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8급 이상의 던전에서는, 고블린의 상위 개체인 홉 고블린, 고블린 장로, 심지어 고블린 킹까지도 등장한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어떤 던전에서도, ‘고블린 로드’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9급 던전 같은 최하급 던전에서는 더더욱.


시스템이 말 한 대로라면 고블린 로드는 고블린 킹보다도 상위의 개체.


‘고블린 킹이 D급 헌터들한테도 빡센 상대라고 했었지, 그럼 이 놈은 적어도 C급 헌터 수준은 된다고 봐야겠네.’


C급 헌터들의 평균적인 장비수준은 보통 레어 수준.


‘저게 다, 레어급이란 말이지?’


군침이 싹 돌았다.


개당 수 천 만원대에서,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레어 장비들.


탐욕어린 시선으로 고블린 로드를 쳐다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정신 차려!’


짝 짝


나는 내 뺨을 소리 나게 몇 대 때린 후, 고블린 로드를 쳐다보았다.


‘일단, 레어든 뭐든, 얻으려면 저놈을 이겨야 돼. 정확한 수준까진 알 수 없지만, 최소 D급 헌터보다는 쎈 상대라고 상정해야겠지. 내가 지금 쟤를 이길 수 있을까?’


예전 같았으면 아예 쳐다도 못 볼 상대겠지만, 지금 내 손에는 무려 에픽 등급 무기인 불빠따가 들려 있다.


거기다 ‘완전 회피’ 능력과 최상위 등급 권능인 ‘통찰안’까지.


나는 놈이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통찰안을 활성화시켰다.


몬스터라, 같은 헌터들을 바라볼 때처럼 자세한 정보들이 뜨지는 않았지만, 붉은 색으로 약점이 될 만한 부분들이 선명히 표시되는 것이 보였다.


‘이 놈은 특이하게 엉덩이 쪽에 약점이 몰려있네?’


게다가 이상하게, 분명 지금 내 능력보다 훨씬 상위의 몬스터를 만났음에도, 무섭거나 두렵지가 않았다.


처음 놈이 나타나자마자 던전이 떠나가라 내지른 함성은 아마, ‘피어(Fear)’일 확률이 높았다.



피어(Fear).


해당 생명체가 가진 기운, 소리 등을 발산하여 적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능력.


고양이 앞에 선 쥐가 고양이가 발산하는 기에 짓눌려 꼼짝도 못하듯이, 보스 몬스터 급이 발산하는 피어는 F급 헌터쯤은 두려움에 벌벌 떨게 만들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전혀 무섭지가 않았다.


‘확실히, 그때 옥상에서 뛰어내린 후부터, 뭔가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것 같긴 해.’


전생에 한번 죽고, 다시 환생한 후, 온갖 불운 속에서도 악으로 깡으로 살아온 나다.


예전에도 소심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겁이 없어지긴 했다.


‘이것도 행운 중첩의 효과이려나?’


언제나 행운의 여신과 함께하는 인물이 있다 치자. 걔가 두려워 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마 지금의 나도 그런 상태일지도.’


어쩐지 끊임없이 용기(?)와 자신감이 샘솟는 걸 느끼며,


나는 고블린 로드에게 말했다.


“뒤지게 처 맞고 싶어서 나타났냐?”


난데없는 내 폭언에 고블린 로드의 눈이 붉게 물들더니, 분노의 함성을 쏟아냈다.


“감히! 건방지구나! 본좌는 모든 고블린들을 다스리는 고블린의 제왕! 고블린 로오드!!”


“어쩌라고?”


“이놈! 예의를 지켜라!”


“됐고, 어차피 죽고 죽일 사이에 뭔 놈의 예의?, 안 들어오면 내가 먼저 간!”


다다다닥!


나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고블린 로드에게 달려들었다.


‘선빵 필승!’


부우웅!


나는 전력을 다해 불빠따를 내리쳤다.


고블린 로드가 다급히, 들고 있던 커다란 사각방패를 들어 올리는 게 보였다.


우저저적!



빠따질 한 번에, 방패의 상단 부분이 크게 우그러졌다.


고블린 로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역시도 내심 감탄했다. 한방에 끝나지 않는 고블린이라니!


‘헐, 확실히 보스라 다른데?’


전투를 오래 끌어봤자 좋을 게 없다.


극히 미미한 양이긴 하지만, 전투를 치룰 때마다 체내를 순환시키며, 신체 능력 향상에 쓰고 있던 마나를 모조리 끌어 모았다.


나는 고블린 로드에게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방금 건, 그냥 1% 힘이었어, 이번엔 10% 출력으로 간다!”


겉으로만 10%, 실제로는 100%다! 신체의 마나를 모조리 끌어 모아 다시 한 번 전력으로 내리쳤다.


고블린 로드는 이번엔 맞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며 들고 있던 거대 한손 창을 내게 찔러왔다!


“건방진 인간노옴!!”


워낙 스펙 차이가 나다보니, 내가 먼저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고블린 로드의 창이 훨씬 빠르게 날아오는 게 보였다.


슈우우우웅!


‘슈발, 저건 맞으면 진짜 ㅈ된다.’


실로 무시무시한 기세의 거대 창 찌르기!


나는 몸을 급히 비틀며 회피를 시도했다.


하지만 고블린 로드의 창이 너무 빨랐다!


결국 창이, 내 팔 쪽을 파고 드려는 순간!


[행운 중첩 효과로 인해 ‘완전 회피’가 발동하였습니다! 적 개체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완전 회피’ 발동에 실패하였습니다. ‘완전 회피’대신 ‘일반 회피’가 발동합니다. 적의 공격이 스치는데 그칩니다!]


창의 궤적이 바깥으로 휘어지며,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슈우우웅!


소름끼치는 파공성과 함께 스쳐지나가는 창!


도저히 빗나갈 수 없는 공격이 갑자기 휘어지자 고블린 로드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덕분에 생긴 반격의 기회!


고블린 로드의 창을 든 팔을 지나, 놈의 후방이 보이는 순간,


지체 없이 전력을 다해 불빠따를 풀스윙으로 휘둘렀다.


마나가 투입되면서 짧은 순간 불이 화르륵 피어오르는 불빠따!


통찰안을 통해 봤을 때, 새빨갛게 표시될 정도로, 약점이었던 고블린 로드의 엉덩이에 불빠따를 작렬시켰다.



짜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적의 약점 부분을 타격하였습니다! 통상 데미지의 3배인, 크리티컬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고블린 로드의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찰진 타격음과 함께, 단 한 방에 피 통을 반이나 깠다.


꼴사납게 엉덩이를 부여잡고는,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대는 고블린 로드.


나도 일시에 모든 마나를 때려 부어서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


게다가 순간적으로 마나 공백기 상태가 되어 공격을 하기 어려운 상황.


최소한의 마나라도 가지고 있어야 헌터 전용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F급 헌터가 헌터들 중에서 최약체라지만, 마나가 아예 없는 일반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후우-.”


나는 초차원 상점을 통해 즉석에서 구매한 금창약을, 빨갛게 부어오른 팔에 치덕치덕 바르며, 짐짓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내? 넌 이제 뒤졌다. 이제 봐주는 거 없이, 무조건 100% 풀 파워로 간다.”


부웅 부웅


나는 일부러 허공에 불빠따를 몇 번 휘두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 * *


모든 고블린의 정점이자,


고블린 킹들에게도 경외 받는, 고블린들의 살아 있는 전설인 고블린 로드, 샹.


그는 지금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들고 있던 방패와 창도 내려놓은 채, 두 손으로 엉덩이를 부여잡고 바닥을 엉금엉금 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신 나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크으흐으흐으흐.”


백성들이 단시간에 단일개체에게 너무 많이 죽어나가, 응징하고자 게이트까지 열고 넘어왔건만!


겉보기엔 아주 약해 보이는 인간이 휘두른 공격 한 방에,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분명히 상대의 심장을 꿰뚫을 줄 알았던 자신의 공격은, 이상한 힘에 의해 궤도가 꺾여버렸다.


더 무서운 것은, 방금 공격이 저 인간의 주장에 따르면 ‘10% 출력’이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공격에 화가 났는지, 이제부터는 봐주는 것 없이 100%로 공격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인간!


10%의 힘이 실린 공격에도 생명력이 절반이 넘게 깎여나갔는데, 100% 공격이라면?



즉사!


고블린 로드 샹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살면서 처음으로 겪는 절체절명의 위기!


샹의 머릿속에 왕성에 남겨두고 온, 수많은 금은보화와, 20명이 넘는 아리따운 부인들, 1000명이 넘는 귀여운 자식들이 떠올랐다.


도망이라도 쳐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이 될 때, 샹의 눈에 인간이 허공에서 약을 소환해 바르는 모습이 보였다.


약 뿐만이 아니라, 붕대, 물 등 갖가지 물건들이 아무런 시동어조차 없이 튀어나왔다.


‘저, 저건?’


아공간 주머니나 아공간 인벤토리 따위가 아니다.


아공간을 다루는 물건들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시동어를 외쳐야 하는 법.


그런데 저 인간은 그런 과정 없이 자유자재로 물건을 꺼내 쓰고 있다.


고블린 로드 샹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우연히 저와 같은 현상을 단 한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바로 초월적인 존재가 다루던 힘이, 저러했다!


샹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공포가 떠올랐다.



* * *


팔에 생긴 상처를 즉석에서 응급조치하고, 나는 괜히 협박까지 일삼으며 시간을 끄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마나를 회복해야 했다.


F급 헌터의 약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마나 물약.


그중 최하급 마나 물약조차도 F급 헌터의 마나통은 버텨내질 못한다.


E급 헌터만 해도 최하급 마나 물약을 감당 가능하지만, F급 헌터는 그조차 불가능.


때문에 F급 헌터는 마나가 고갈되면 무조건 자연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개 같은 마나통. 반드시 내가 8억 모아서 마나통부터 늘린다.’


다만 그것도 저 앞의 고블린 로드라는 놈한테서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


다행히 놈은 창과 방패까지 내던지고 땅을 발발 기어 다니는 중이다.


무방비한 상태였지만, 나도 마나가 전혀 없어서 섣불리 공격할 수는 없었다.


헌터 전용 무기를 다루려면 무조건 최소한의 마나라도 있어야 했으니까.


‘한 방에 보내버릴 줄 알고 올인 했는데, 쎄긴 쎈 놈이네.’


그렇게 내가 숨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놈이 매우 공손해진 말투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 선생님, ···저, 한번만 봐 주실 수 있을까요?”



“음?”


작가의말

좋아요, 선작, 추천은 쭈구리 작가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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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오늘의 운세. +1 22.07.01 1,563 43 12쪽
40 40화. 밥값. +3 22.06.28 1,621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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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몰살. +2 22.06.24 1,801 41 12쪽
35 35화. 숨은 속사정. +3 22.06.23 1,835 47 12쪽
34 34화. 모든 것을 잃은 자. +1 22.06.22 1,911 50 9쪽
33 33화. 만남. +2 22.06.21 1,969 46 14쪽
32 32화. 공정한 협상 2. +6 22.06.20 1,974 49 11쪽
31 31화. 성공의 맛. +2 22.06.19 2,043 52 10쪽
30 30화. 깨달음. +1 22.06.19 2,048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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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지름길. +2 22.06.19 2,161 47 11쪽
27 27화. 멸망한 세계의 무인도. +1 22.06.18 2,249 46 10쪽
26 26화. 날아올라! +1 22.06.18 2,337 53 10쪽
25 25화. 8급 던전. +1 22.06.18 2,451 53 12쪽
24 24화. 7777. +2 22.06.17 2,508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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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수지 타산. +1 22.06.14 3,314 75 12쪽
13 13화. 8대 무력집단. +1 22.06.14 3,427 72 11쪽
12 12화. 스위트홈. +1 22.06.13 3,498 74 10쪽
11 11화. 한국헌터협회. +2 22.06.12 3,597 86 10쪽
10 10화. 나만의 공간. +4 22.06.12 3,662 84 10쪽
9 9화. 공정한 협상. +2 22.06.11 3,780 85 10쪽
» 8화. 고블린 로드(Goblin Lord) +3 22.06.10 3,926 96 11쪽
7 7화. 뼛속까지 턴다. +3 22.06.10 4,043 96 11쪽
6 6화. 불청객. +1 22.06.10 4,219 96 13쪽
5 5화. 할인 이벤트? +2 22.06.10 4,477 106 9쪽
4 4화. 대박 행진! +2 22.06.09 5,180 124 12쪽
3 3화. 초차원 상점. +5 22.06.09 5,358 124 9쪽
2 2화. ㅆㅂ인생. +12 22.06.09 6,192 1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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