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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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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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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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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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장. 잠수정을 찾아서(8)

DUMMY

신디케이트 본부와의 회의가 끝났어도 우리는 금방 자리를 파하지는 못했다. 김철수와 나만 아니라 켐젠이나 샘슨까지도 유로파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할시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이 뭔지를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유 회장이 직접 나왔을 줄을 몰랐는데···”


켐젠이 분위기를 바꾸려 듯이 침묵을 깼다. 항상 자신감으로 차있던 김철수는 생각에 빠져 켐젠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샘슨과 켐젠은 그런 김철수를 의식하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래도 우리가 요구한 건 다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그게 더 무섭죠. 모든 걸 지원했는데, 문제를 해결 못한다면.···”


“맞습니다. 받을 걸 다 받고서도 우르는 잡지 못하고 우르인간만이 유로파를 배회한다면 우린 끝장입니다.”


켐젠과 샘슨은 유 회장에게 부족한 물품 사정을 직접 보고했다. 유 회장은 유로파에서 요구하는 물품은 특별기를 편성해서라도 바로 보내주라는 명령을 내리는 데 일 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대상물을 아예 태워버릴 만큼의 강력한 전기 충격기, 화염방사기를 만들 액화 가스와 석유, 고용량 배터리, 잠수정 부품, 건축 자재, 우주선의 화학연료 등등 물건들이 준비되는 데로 바로 우주선에 실어 유로파로 향하도록 했다.


그리고 폭탄과 로켓탄으로 무장한 보안요원을 백 명 정도 충원해 유로파에 급파하는 것도 결정되었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되는 걸 본 샘슨과 켐젠이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물자들이 오는 대로 저 우르인간부터 없애버립시다.”


샘슨은 유벤타 공장이 조금이라도 파손 된데 대해 몹시 기분 나쁜 듯 했다. 문득 김철수가 입을 열었다.


“보급품을 준비하는 데 며칠. 그것을 선적하고 유로파까지 오는 시간 3주를 감안하면 우주선이 아무리 빨리 온다 해도 한 달입니다. 그동안에 우린 우르인간을 막아내야 해요. 우르를 잡을 방법을 찾으면서요.”


샘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 성공이죠.”


샘슨의 맞장구에 힘을 얻은 듯 김철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회장님이 말씀하신 캬티냐 기지 조사 말입니다, 그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켐젠이 동의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유 회장이 캬티냐 기지를 콕 찍어 말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유 회장만 아니라 본부의 임원 모두가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양입니다. 반드시 기지의 상태를 직접 봐야 될 것 같아요.”


“아직 잠수정이 한 대 남았으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잠수정 기지가 수리되는 대로 캬티냐 기지가 어떤 상태인지를 직접 가서 확인하도록 하죠.”


심해 얘기가 나오자 미찌코가 일어섰다.


“회장님이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건 김 이사님이 엄청난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죠. 그 대가를 이제 치러야 하는 거고요. 난 채집한 곰팡이에서 물질이나 계속 분리해봐야겠어요. 내게 희망은 그 뿐이네요.”


미찌코가 회의실을 떠나자 켐젠도 화면에서 나갔다. 샘슨이 남아있는 김철수와 나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아까 회의를 할 때, 가와무라 박사가 김 이사에게 모든 책임을 넘길까봐 조마조마했어요. 다행이도 평소와 다르게 얌전히 있어서 놀랐습니다.”


김철수는 비웃듯 입가를 찡그리고 웃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분출공의 얼음구멍으로 떨어지려는 미찌코를 잡고 있던 김철수가 생각났다. 샘슨의 말대로라면, 미찌코는 자신을 구해준 김철수에게 보답 하고 있는 것일 거다. 하지만 미찌코가 매어져 있던 의자가 울퉁불퉁한 얼음의 요철을 넘어 어떻게 구멍으로 미끄러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내게서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르는 어떻게 잡죠?”


내가 답답한 듯 말하자 김철수도, 샘슨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도 나처럼 아이디어가 없었고 유 회장이 말한 것처럼 그건 분명 내 일이었다. 답이 없는 내 질문에 샘슨과 김철수마저 일어섰다. 나는 힘이 빠져 회의실을 나왔다. 샘슨과 김철수는 통제실로 가고 나는 내 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제실을 나온 미찌코가 나를 불러 세웠다. 바로 연구실에 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은 모양이었다.


“잘 들어요. 유 회장 앞에서는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되지만, 진실을 말해도 안 돼요. 설사 우르가 광파발생기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김 박사 때문이라고 해도, 신 물질이나, 기계적 문제점의 가능성 등도 같이 말해 도망갈 길을 만들어야 한단 말입니다.”


미찌코는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연구실이 있는 쪽으로 가 버렸다. 미찌코의 말대로라면 아까 유 회장 앞에서 자신이 내 책임의 일부를 나눠 진 것이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미찌코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나는 마음이 뒤죽박죽인 채로 3층 숙소동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까지 왔다. 장영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장영은 나를 보자마자 방긋 웃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심해 탐사에서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에요. 탐사 얘기를 듣고 싶은데 시간 돼요?”


장영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 미찌코의 얼굴은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이죠. 나도 닥터 장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내 말에 장영이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곧장 식당 겸 휴게실로 가 커피를 한잔씩 뽑아 들었다. 장영이 따스하게 말했다.


“귀환할 시간이 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 정말 걱정했어요. 거기에 분출공은 터지고, 우르인간은 나타나고, 정말 혼란스러웠죠.”


나는 기분이 좋아지며 마음이 들떠 올랐다.


“정말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때 쓰나미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예요.”


나는 적을 무찌르고 돌아온 기사처럼 유로파의 바다 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늘어놓았다. 장영은 탐험가의 얘기를 듣는 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내 얘기를 들었다.


“그럼 이제 2호 잠수정은 영원히 찾지 못하게 된 거네요.”


“예.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아아, 정말 아쉽네요.”


장영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그러게요. 그곳에서 찾으려 했던 걸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


“쓰나미에 밀려 나온 그 분출공에서도 우르인간이 나타났다면서요?”


“예. 재단의 R5 4족 로봇 한 대를 박살내버렸습니다.”


“정말로요?”


장영이 깜짝 놀랐다. 나는 우르인간이 로봇을 습격해 파괴시켰던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장영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로봇을 애도했다.


“로봇까지 챙겨주고, 감성이 풍부하시군요.”


장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공격용도 아닌 연구용 로봇을 그렇게 파괴시키다니, 우르인간은 정말 위험한 존재에요. 막을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나는 걱정하는 장영을 안심시키고 싶었다.


“그것을 막을 보급품이 곧 온다고 합니다.”


“그건 어떻게 아셔요?”


나는 유 회장과 화상 회의를 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 유명한 유 회장과요? 신디케이트의 회장과 직접 회의를 할 정도라면, 김 박사님도 대단한 사람이 된 거예요.”


장영은 놀라며 부러워했다.


“천만에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정말 신디케이트의 생활도 쉽지않구나 하는 걸 느꼈죠. 갑자기 이름없는 시간 강사 생활이 그리워지기도 했고요.”


나는 웃으며 장영에게 물었다.


“바이러스의 근원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건 있나요?”


장영이 무거운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건 없어요. 하지만 뭔가 큰 고리가 빠졌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어요.”


“무슨 고리 말인가요?”


장영이 턱을 살짝 내밀며 말했다.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서 왔나 하는 문제, 또 그게 어떻게 기지 안으로 전파되었나 하는 문제죠. 우주복이나 기지의 외벽, 궤도차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우주 방사능에 맞아 변종이 생겨났다고, 그게 우연히 유로파를 탐사하던 사람에게 전파되었다고 설명 하면 되는데···, 논리의 사슬에서 뭔가 빠진 것 같아서요.”


장영이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러스의 자취를 따라 조사를 다 했는데, 빠진 곳이 한 곳 있어요.”


“그곳이 어딘데요?”


“캬티냐 기지요.”


“예? 캬티냐 기지?”


“예. 캬티냐 기지를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켐젠과 김 이사, 두 사람에게서 다 거부당했어요.”


나는 조금 놀랐다. 유로파에 온 첫날, 제임스 기지에서의 회의에서 김철수는 신디케이트의 모든 기지를 조사해도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들이 말을 바꾼 것이다.


“제임스 기지의 회의에서는 어떤 곳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랬죠. 하지만 이제 그곳만 남았기에 조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김철수 이사와 샘슨 모두 때가 아니라는 거예요.”


“으음···, 어쩌면 유 회장이 캬티냐 기지에 가보라고 직접 언급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얘기도 했었어요?”


“예. 유 회장이 그렇게 하자고 했죠. 당장 그것밖에 희망이 없어서라고 샘슨이 말하더군요. 그 때문에 다시 심해로 내려가야 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 김 박사님은 정말 두렵겠어요.”


장영의 공감에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왔다.


“캬티냐 기지가 물에 가득 차 탐사의 의미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가 수집한 정보로는 기지가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라고 해요.”


“그래요?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었는데요?”


장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WHO는 전 세계적인 기관이에요. 정보를 얻으려면 얻을 수 있답니다. 더구나 바이러스나 생명체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더 그렇죠.”


“그렇긴 하네요. WHO정도라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김철수와 켐젠, 샘슨 등과 대화중 캬티냐 기지에 대해 언급한 걸 기억하면, 그들도 상황을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영은 눈에 결의를 띄며 말했다.


“김 이사가 캬티냐 기지를 탐사하러 갈 때, 우리도 동반시켜달라고 해야겠어요.”


“허락할지 모르겠네요.”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내가 신디케이트의 내부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았다. 웃는 장영만 보면 왜 참을 수 없게 되는지 내 스스로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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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가 등의 사정으로 잠시 연재를 쉽니다. +1 22.07.30 880 0 -
170 에필로그 +12 23.05.21 225 27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0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2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5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5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4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6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0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0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1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69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1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4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3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6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47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4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3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57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47 14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58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79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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