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우주 속 전능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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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우스루
작품등록일 :
2022.06.1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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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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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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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9)

Dariusz Roux 소설




DUMMY

그날 밤. 예언자와 12명의 트라이브 리더들은 피렌체 대성당의 회의실로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예언자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후의 날이 다가온거요.”

개미 형상이 새겨진 황금색 커다란 스카프를 어깨에 두른 반민 트라이브의 지노는 역시나 황금색 안경테를 위로 슬긋 올렸다. 젊은 리더이기도 했고 금번 바사드와 아룬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중립을 지킨 트라이브의 리더이기도 했다. 그는 슬쩍 손을 올린 후 입을 열었다.

“예언자님. 구원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국 이 세계의 두번째 막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죠? 그리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예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신전건설길드에서 추진 중인 바벨프로젝트 역시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지.”

르위트 트라이브의 하시모토는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다람쥐가 새겨진 민트색 목도리의 깜찍함과 달리 꽤나 중후한 모습의 하시모토는 미간을 검지로 긁적이며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이 만든 신이라니···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안가는군. 게다가 요즘 파수꾼 녀석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 들었소만···”

세즈번락 트라이브의 엘런은 사슴이 수놓인 검은색 모자를 쓰고 금발 머리를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는 하시모토를 비웃듯 두 눈을 감고 양팔을 뒤로한 채 말했다.

“신전건설길드는 몰라도 파수꾼은 말 그대로 파수꾼일 뿐이에요. 역사 이래로 이 지구를 움직인건 바오밥나무와 신전건설길드이지 그 근본도 없는 파수꾼은 일개 히피 집단일 뿐이라구요.”

고우드 트라이브의 오벨레브라운슨은 낙타가 그려진 커다란 남색 벨트를 어깨 위로 걸치고 있었다. 승려와 같은 복장을 한 그는 까만 피부만큼이나 강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엘런과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대다수의 인간을 대변하는 건 파수꾼이에요. 비밀이 지켜지던 과거는 우리 바오밥나무와 신전건설길드가 모두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파수꾼이 등장한 것 자체가 이 세상의 끝이 다가왔다는 뜻이지요. 결국 이 세개의 집단은 맞붙을 수 밖에 없어요. 예언에도 최후의 전쟁이 그려져 있잖아요. 부디 그 끝이 끔찍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주다비르 트라이브의 라울은 고래 모양이 그려진 하늘색과 하얀색 휘장을 두른채 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릿빛 피부의 근육질의 그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툭 의견을 뱉었다.

“맞아요. 최후의 전쟁. 영광스럽게도 그 최후의 전쟁을 함께하게 되었군요. 앞으로의 세계가 꽤 다이나믹하게 흘러가겠네요. 당장 구원자님은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요? 예언자님. 우리 중 가장 어리고 또 그··· 여자··· 아이잖아요. 우리가 그 아이의 명령 따위를 따라야 하는 걸까요?”

예언자는 한참 생각에 빠진 듯 금방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트라이브 리더 모두를 존중하오. 이챨라 트라이브의 바사드 사제까지도 말이오. 그러니 여러분 모두 날 믿고 구원자를 존중해 주어야만 하오. 그게 룰이고 바뀌어진 세상의 또 다른 법칙이니깐··· 구원자는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존재는 아니지만 언젠가 이 바오밥나무를 이끌 수장이 될 것이오. 최후의 전쟁을 앞두고는 말이지. 그리고··· 그 이전까지. 그러니까 그녀가 각성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하오. 아룬. 말해 보시오. 그녀가 원하는 길이 무엇이오?”

아룬은 보라색 딱정벌레 깃발 옆에 서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해요. 바오밥나무에 소속되는 것 자체를··· 꺼려 하죠. 아버지를 만난다면, 아마도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처럼 사랑받고 살고 싶어 할겁니다. 최후의 전쟁 따위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지요. 예언자님.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건가요?”

예언자는 심각한 모습으로 답을 하지 않았다. 한켠에서 묵묵히 말을 듣고 있던 제피로스는 한 마리 은빛 늑대와 같은 모습으로 팔짱을 낀 채 말을 거들었다.

“어린 아이에게 과한 자리를 맡겨 버렸어요. 그 아이는 확실히 구원자 감이 아니야...”

“맞아요. 확실히 구원자 감이 아니죠.”

제피로스에 동조한 사내는 코끼리가 그려진 주황색 두건 밑으로 곱슬머리가 길게 늘어진 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르 트라이브의 발락이었다.

“성질 같아서는 솔직히 바사드 녀석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 아직도 아빠 아빠 거리는 어린 여자 아이를 꼭 구원자로 두셔야겠습니까? 상대는 신전건설길드입니다.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탁 탁

초록색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한 사내가 일어섰다. 짙은 녹색 정장을 입은 다이안 트라이브의 유진이었다. 그는 염소가 새겨진 초록 지팡이를 다시 한 번 바닥으로 강하게 내려 찍으며 성질을 내는 듯 했다.

“예언자님. 그리고 아룬.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네. 수천년간 이 세계의 질서를 잡고자 모두가 같이 노력을 해 왔네. 그리고 구원자? 예언자님. 물론 당신의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의 엉망징창의 구원자 탄생이 말이 됩니까? 최후의 전쟁이라고요? 도대체 우리는 뭘 준비합니까? 아빠 찾는 어린 여자아이의 응석을 받아 주면 되는 겁니까? 저 아이가 커서 남자친구 만나 데이트를 한다면 어디 그 녀석의 지갑 속에 콘돔이라도 미리 챙겨주면 되는 거냐구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하세르반 크라이브의 앤트워홀도 노란 망토를 휘날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 다 비슷한 생각인 것 같군. 리더 대리인으로 들어온 후세인이 아니었다면 바사드가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이야기 했을 겁니다. 그 친구가 오늘 예배당에서 저지른 행동을 감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친구의 행동에도 일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예언자님 부디 신중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이건 우리 바오밥나무의 큰 도전입니다.”

예언자는 다수의 리더가 반발하자 말을 아꼈다. 시종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문채 말이다. 무나이센 크라이브의 두다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위엄있는 표정으로 자신의 곰 표식이 그려진 검정색 깃발 곁으로 섰다. 회색의 차분한 복장을 입은 그는 꽤 신사 같았다.

“신전건설길드에서 내세우고 있는 그 바벨이 바로 저 아이와 동일한 유전자로 만들어진 소녀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신가? 이거··· 우연치고는 너무 소름 돋는 일 아니오?”

두다의 말에 크라이브 리더들은 처음 알았다는 듯 모두 말이 없이 눈만 꿈뻑 댈 뿐이었다. 두다는 그런 그들을 향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이거··· 쯧쯧쯧 이렇게들 모르시나? 흠··· 1차, 2차 바벨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건 모두가 알테고... 하지만 그들은 실패를 자양분 삼아 드디어 성공에 가까워 졌지. 이제 완성체에 가까운 그 디온리라 불리는 소녀의 존재. 그녀야 말로 우리 모두가 경계하는 바 아니오? 그런데 그 소녀의 클론이자 바이오닉 안드로이드가 바로 저 소녀요. 저 소녀가 구원자가 아닐 이유가 없고 최후의 전쟁이 다가 오지 않을 이유가 없소. 예언에 따르면 악마는 신과 같은 모습으로 구원자는 도둑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 않았소? 난 오히려 정말 소름돋게 잘 맞아 떨어진 예언이라 생각하오. 안그런가요? 예언자님?”

두다의 말을 듣던 예언자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예언의 진위를 불신하지 마시오. 언제든 신의 의지를 의심하지 마시오. 최후의 전쟁이 다가 온 사실이 나로서도 두렵고 또 두렵소. 하지만 이 역시 신의 뜻이라니 담대히 맞서야 하지 않겠소? 우리는 이제 준비를 해야만 하오. 거대한 전쟁은 이제 우리 눈 앞에 다가 와 있소.”

예언자는 지팡이를 크게 내려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룬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룬. 소녀가 원하는 것이 제 아비를 찾는 일이라면··· 그 일 자체가 신의 뜻이오. 모두 그 뜻을 거르지 말고 그대로 행하시오. 다만 신이 이곳으로 소녀를 이끌었다면 당연 그 이유가 있다고 보오. 난 그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소. 아룬. 자네가 소녀와 동행해 주시오. 그리고 한 명의 사제를 더 동행하도록 하시오. 아룬 자네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생각보다 험난한 여정일 수가 있어서요. 소녀의 아비를 만나게 되면 또 한 번의 커다란 파장이 있을 거요. 내 예언은 거기까지. 당장 여정의 시작은 내일로 하고 내일 원정을 떠나기 전까지 동행자를 선정해 알려주시오.”

아룬은 예언자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트라이브 내 동행을 할 만한 사제로 먼저 떠오른 것은 벤티나 톰그린이었다.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의 문제였다. 18세의 벤티는 루마니아 출신의 건장한 사내였다. 그는 장난기가 많은 붉은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갖고 있는 쾌남이었다. 부여 받은 능력으로는 물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는데 그 능력으로 단순한 물을 민물로 만들기도 바닷물로 만들기도 혹은 산성도나 염도를 조절할 수도 있었다. 17세의 톰그린은 벤티와 같은 루마니아 출신으로 벤티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하얀 미남이었다. 말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벤티와는 형제처럼 친한 사이였다. 톰그린은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일부 동물들은 그의 부탁을 들어 간단한 심부름을 해 주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는 벤티가 더 강할 것으로 보였지만 i를 친오빠처럼 보다 더 잘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은 톰그린으로 보였다. 아룬은 고민을 해 보았지만 당장 결정을 내리긴 힘들겠다 느꼈다.

“그러죠. 알겠습니다. 내일 원정대가 출발하기 전 예언자님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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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Dariusz Roux입니다. 22.06.20 24 0 -
50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6) 22.08.21 11 0 10쪽
49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5) 22.08.18 13 0 14쪽
48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4) 22.08.10 11 0 12쪽
47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3) 22.08.08 12 0 13쪽
46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2) 22.08.02 21 0 12쪽
45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1) 22.07.26 12 0 15쪽
44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쿠키) 22.07.24 23 0 14쪽
43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10) 22.07.22 10 0 17쪽
»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9) 22.07.18 17 0 10쪽
41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8) 22.07.15 12 0 12쪽
40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7) 22.07.11 20 0 10쪽
39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6) 22.07.10 17 0 10쪽
38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5) 22.07.08 14 0 10쪽
37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4) 22.07.05 25 0 10쪽
36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3) 22.07.03 11 0 9쪽
35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2) 22.06.30 13 0 11쪽
34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1) 22.06.27 24 0 11쪽
33 Chapter 3. 피와 눈 (쿠키) 22.06.26 14 0 13쪽
32 Chapter 3. 피와 눈 (9) 22.06.23 13 0 10쪽
31 Chapter 3. 피와 눈 (8) +2 22.06.20 23 1 10쪽
30 Chapter 3. 피와 눈 (7) +2 22.06.19 17 1 14쪽
29 Chapter 3. 피와 눈 (6) +2 22.06.19 18 1 12쪽
28 Chapter 3. 피와 눈 (5) 22.06.19 20 1 12쪽
27 Chapter 3. 피와 눈 (4) 22.06.18 16 1 14쪽
26 Chapter 3. 피와 눈 (3) 22.06.18 16 1 15쪽
25 Chapter 3. 피와 눈 (2) 22.06.18 16 1 13쪽
24 Chapter 3. 피와 눈 (1) 22.06.17 17 1 15쪽
23 Chapter 2. 불멸의 버서커 (쿠키) 22.06.17 20 1 10쪽
22 Chapter 2. 불멸의 버서커 (9) +2 22.06.17 2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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