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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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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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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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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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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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집 청소

DUMMY

약속은 집 근처 고깃집으로 잡았다. 이미 주소도 공유했으니 대충 약속은 확정된 듯싶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땅이 무너지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아마 이행될 듯했다.


대충 차려입고 창문을 열어 보니 선선한 봄바람이 코를 간지럽혔다. 먼지 때문에 콜록거리지만 않았어도 벌써 봄이구나라는 망상에 빠질뻔했다.


대충 옷장에서 그나마 깨끗한 옷 몇 벌 차려입으니 한 시가 지나 있었다. 약속 시각은 두 시니까 곧 나가면 될 터였다.


집은 뭐. 이 꼴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충 쓰레기만 내놓으면 그만이겠지. 집에 쌓아 놓은 쓰레기봉투 중에서 가장 크기가 큰 녀석으로다가 대충 두 개만 들었다. 아직 3개가 구석에 놓여 있었지만 아무래도 저거까지 들고 나가기엔 귀찮았다.


대충 치우고 대충 입고 대충 살고. 사람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음식물 같은 경우는 그때그때 치우니까 그나마 나은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음식물 쓰레기는 치워야 한다는 게 내 신념 아닌 신념이었다.


물론 귀찮기는 엄청 귀찮았다.


몇 달을 묵혔는지 구린내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봉투에 묻은 음식물이 약간 상했나보다. 대체 집 꼴이 이리 됐는지도 모르겠다. 뭐 이것도 나의 업보겠지. 바닥에 쌓인 쓰레기들을 차며 터덜터덜 현관으로 걸어갔다.


띵동.


그 순간 울리는 벨 소리. 화들짝 놀라 쓰레기봉투를 놓쳐 버렸다.


“계세요?”


문 너머에서 들리는 건 맑고 청아한 목소리. 익숙했다. 몇 날 며칠을 들은 목소리.


“편집자~”


이건 빼박이었다. 린네. 그녀가 지금 내 집 앞에 와 있었다.


“문 좀 열어 줘.”


계속해서 울리는 벨 소리. 그녀가 왜? 집에 온다는 약속은 없었는데. 아니, 애초에 못 올 이유는 없었는데 갑자기 쳐들어오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린네님?”

“아 편집자 맞다.”


문 하나를 사이로 두고 오고 가는 덕담들. 정말 이건 열어 주기에도 안 열어 주기에도 뭐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왜 오셨어요?”

“깜짝 이벤트.”


깜짝 이벤트는 얼어 죽을 깜짝 이벤트. 당하는 상대는 죽을 기분인 거 모르는 건가.


“같이 가려고 그래. 빨리 문 열어 줘.”


아, 망했다.


그런 생각이 일었다. 대체 무슨 행동력인가. 무슨 불도저로 밀고 가는 수준이네.


“알···알았어요. 열어드릴게요.”


안 열어 주면 이거만한 개썅놈이 없다. 손님을 내친다는 건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대신 아주 살짝만 얼굴을 내밀었다.


아주 살짝만. 얼굴 내밀 정도로만. 조심, 조심.


“오셨어요?”


순간 문이 강제로 활짝 열렸다. 린네쪽에서 문을 연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힘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딸려갔다.


“요! 편집자.”


그렇게 나타난 린네씨의 모습. 뭐랄까, 아름다웠다.


붉은 머리에 활달해 보이는 눈매 약간 큰 키. 뒤로 땋은 머리에 운동 잘할 거 같은 모습. 한마디로 인싸의 판형이었다,


“린네님?”


어쨌든 망했다. 내 인생 쏘아 올려서 터져 버렸네. 무슨 불꽃놀이도 아니고.


“으흠, 좀 치워야겠네.”


그거 일부러 안 말해줘도 되거든요. 아픈 상처에 소금 좀 팍팍 치지 말라고 이 사람아.


“요시, 두 시 약속이니까 그때까지 치우자.”

“네?”


그렇게 말한 린네는 성큼성큼 내 집 안으로 들어왔다.


“편집자 너는 쓰레기좀 치우고 있어. 나는 방 정리좀 할게.”

“네?”


만난 지 3초 만에 갑자기 이벤트가 발생했다? 어안이 벙벙하다못해 이상할 지경이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뭘 그리 멀뚱멀뚱 봐? 이 쓰레기좀 버리고 와줘.”


그런 내게 쓰레기봉투 뭉텅이가 날아왔다. 나는 멀뚱히 쓰레기만 든 채 린네를 바라만봤다.


“저기, 린네님.”

“응? 내 이름? 아현, 이아현이야.”

“그거 말고. 갑자기 청소 안 하셔도 돼요.”

“응? 싫은데?”


활짝 웃는 린네씨의 얼굴을 보자니 진짜 어질어질한 기분이었다. 진짜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쓰레기장까지 오면서 오만가지 생각에 빠졌다. 갑자기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는 쓱 한 번 들러보고는 바로 청소. 이거는 진짜 어지러운 수준이었다. 차마 싫다고는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받아들이기도 뭐한 애매한 상황.


“진짜 왜 이렇게 일이 풀려가냐.”


쓰레기 모아두는 곳에 종량제 봉투를 버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 인생.


**


집으로 돌아가 보니 대충 쓰레기들이 봉투별로 묶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다 빵빵하게 차 있었다. 아무래도 생활력은 좋은 여자인 듯했다. 금방이라도 넘칠 거 같았던 쓰레기통과 바닥에 널브러진 큰 쓰레기들은 다 비워져 있었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니 이미 집도 어느 정도는 치워져 있었다. 뭐 아직 치울 건 많이 남았지만. 한 시간 청소해가지고는 다 치울 수 없는 정도였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더럽긴 하네.’


확실히 두세 번 오르락내리락하고도 아직 쓰레기봉투가 남아 있다니 반성할 만한 상황이었다. 치우지 치우지 말만 하다가 오늘 겨우 치운 건데도 이 모양이라니. 진짜 평소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나머지는 점심 먹고 치우자.”

“엥 또요?”

“왜? 싫어?”


아니, 당연히 치워주면 나야 편하지. 편한데. 아무래도 오늘 만난 여자한테 내 방 청소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오랜 친구라도 이건 진짜 창피한 일인 것은 틀림이 없었지만.


“걱정하지 마. 팬티가지고 왜 그래 남자답지 못하게.”

“아니, 다 봤어요?”


창피하다. 창피해서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남자 사는 집인데 야한 잡지 하나 없는 건 놀랍네.”

“그런 거 안 보거든요!”

“뭐 컴퓨터 뒤져 보면 답 나오겠죠.”


쑥 들어가는 말.


차마 부정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입 꾹 닫는 게 내 생명을 살릴 길일 거다.


“가자, 점심 먹으러.”


린네 씨는 앞장섰다. 뭐라 하지도 못하고 난 죄인처럼 질질 끌려나갔다.


뭐랄까. 몹시 나쁜 일이 일어났는데 뭐라 나쁘다고는 할 수 없고 또 좋다고도 할 수 없고. 정말 싱숭생숭한 기분이었다.


“이야 근데 우리 편집자님 용모가 깔끔하시네. 그런 집에 사는 거 치곤 말이지.”

“언제까지 놀릴 건데요?”

“흐음, 오늘 데이트 끝날 때까지?”


진짜 이 여자 각오는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장난인지 무엇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두 손을 불끈 쥔 채 분노의 표시를 보냈지만 상대는 마냥 웃기만 했다. 키도 나보다 약간 작아 가지고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편집자는 이름이 뭐야?”


으레 할 수 있는 질문. 하지만 지금은 왠지 나를 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피해망상이라고 애써 치부하는 게 그나마 정신 건강에는 좋을 터.


“권우요.”

“음, 권우?”


린네씨는 뒤돌아 나를 쓰윽 한 번 훑어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멋진 이름이 아깝네.”

“갑자기 쳐들어와놓고 백날 놀릴 거예요?”

“그래도 편집자는 좀 멋진 남자일 줄 알고 기대했는데 말야.”


기대?


그런 건 받은 적 없는 인생인데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이 여자의 언동조차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연약한 들꽃이 불도저앞에서 자기 존망을 저울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랄까.


“흐음 편집자.”

“네?”

“이렇게 나와서 회식하는 거 처음이야?”

“그야 뭐.”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하고 일부분으로 회식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묻는다면 당연 처음이다. 물론 현실 회식도 한 적은 없지만. 혹여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세지도 않았고 기억하지도 않았다.


“오호.”


뭔가 대단한 비밀 하나 알아갔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린네씨의 말투. 아무튼 이상한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워낙 무뚝뚝하고 말도 짧아서 회식 권유하기 그랬는데 하기 잘했네.”


여기서 까발려지는 나의 평소 이미지.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긴 하나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마치 내가 찌질이라는 점을 다 까발려진 느낌이랄까. 아니 애초에 찌질이고 인생 패배자는 맞긴한데 그걸 직접적으로 들어야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근데 진짜 우연이네. 바로 옆집이었다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찬성하는 바이다. 어떻게 이렇게 가까운데에 내 3년 지기 고용주가 있었다니 말이다. 한 번쯤 오가다 봤을 법한데 진짜 린네씨 얼굴 보는 건 처음이었다. 뭐 바로 옆 호 사는 사람도 잘 보지 않는 인생에게는 옆 집 사는 사람을 알 리가 있을 리가.


“뭐, 앞으로도 자주 놀러 갈게. 편집자님.”

“그건 좀 사양할게요.”

“사양은 사양할게요.”


이게 무슨 컴퓨터 사양 논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처음 보는데 처음 본 거 같지 않는 이 이상한 대화에 넌절머리가 났다.


“아 그러고 보니 편집자는 술 잘 마셔?”

“네? 마시긴 하는데 엄청 못 마셔서···.”

“잘됐네. 오늘 마시고 취하자.”

“네?”


잠시만. 내 운명이 이렇게 간단하게 정해진다고? 진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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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의 첫사랑 22.06.24 3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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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듀얼 - 2 22.06.21 30 1 10쪽
12 듀얼 - 1 22.06.20 37 1 10쪽
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2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4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1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4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59 1 10쪽
4 규칙 +1 22.06.15 57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0 1 11쪽
» 집 청소 22.06.13 69 1 10쪽
1 옆집인데요? +1 22.06.12 13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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