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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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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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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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두근두근 방송사고

DUMMY

-린네님 ㅎㅇ


-린하 (린네 하이)


-린네님 기다렸어요 ㅠㅠ


-린네 어서오고


방송이 시작되고 1초도 안돼서 수많은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역시 방송계 대기업은 대기업인 듯.


"안녕 애들아. 나도 보고 싶었어. 오늘 좀 늦은거 정말 미안해."


그 순간 싹 바뀐 린네씨의 태도. 뭐랄까 갑자기 애교스러운 말투를 섞어쓰며 목소리까지 높여댔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인터넷과 현실의 갭모에 이런건가? 아무튼 뒤에서 들어보니 평소 방송하는 톤인지라 그러려니하고 봤다.


신기하긴 했다. 어떻게 사람이 방송만 하면 이렇게 맞출 수 있는지 말이다. 나 같았으면 바로 현자타임이 쎄게 올거 같은데 말이다.


"오늘은 말이지. 조금 일이 있어가지고 늦었어."


-지각 해명해

-린네씨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어요.


아무튼 평소보다 두 시간 늦은 거에 대한 해명채팅이 몇몇 올라오곤 했다.


"아무튼 오늘 너희들을 뭐했어? 나는 말이야 오늘 맛있는 거 먹고 왔다!"


그 해명글에 휘둘리지 않고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어가는게 역시 전문방송인의 면모가 보였다.


뭐랄까 평소의 린네씨의 모습하고 별반 다르진 않았다. 약간 억지텐션을 섞는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그럼에도 대화가 작위적이지 않았다. 시청자 하나하나의 채팅의 흐름을 파악하고 읽을 건 읽고 쳐낼 건 쳐내고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느껴졌다.


문득 린네씨와 시선이 맞자 린네씨는 손으로 브이자를 지어보였다. 거봐 난 잘한다니까라는 뉘왕스가 풍겨나오는 제스쳐에 나는 잠자코있었다.


"앙 5만원 후원 고마워. 냠냠냠."


방금까지 무수한 천원 후원이 있었던 거 같은데 5만원 후원에 반응하는 것도 뭐랄까. 프로페셔널하다. 역시 방송에 대해서는 나보다 아득히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뭐 오늘 하루 꽤 벌었으려나. 그거면 됐다.


'난 그럼 아르바이트나 조사하고 있어야지.'


대충 린네씨가 할 만한 시간대의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스케줄표를 조정한다. 대충 린네씨가 저녁에 일하니까 아침 시간대의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스크롤을 내렸다. 이왕이면 벌이가 쏀 걸로다가 찾으면 될 터였다. 어차피 내가 일할 것도 아니고 린네씨가 한다면 하겠지.


핸드폰을 키고 대충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고보니 린네씨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듯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정말 억지로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웃으면 웃는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현실에서의 모습 그대로 방송에 비칠뿐이었다.


최근에 버튜버세계에서도 논란이 엄청났다. 시청자들을 하대하냐느니 방송을 돈으로 본다느니 그런 이슈들 있지 않은가. 몇몇은 그저 루머로 끝나지만 실제로 밝혀져 방송 접는 버튜버도 있다고 들었다.


'정말 순수한 인간이구나.'


약간 표현을 숨기기 서툴러서 그러지 절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린네씨의 골수팬으로서 자존심이 우뚝 서는 기분이었다.


나의 안목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그 생각이었다.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그 생각에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핸드폰 메모장에 대충 손가락으로 휙휙 글자를 적어낸 뒤 린네씨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언가 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 방송중이니까 제가 사올게요.


그 화면을 보여주자 린네씨는 내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챈 뒤 메모를 적었다.


-아 정말요? 고마워요. 저는 그 딸기라떼 마시고 싶은데 사주 실 수 있나요? ㅎㅎ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린네쨩 갑자기 말이 없어?

-손가락 꼼지락 대는거 ㄱㅇㅇ

-헤에에에에에엥.


아무래도 잠깐 한눈 판 거가지고도 시청자들은 다 알아차리는 듯했다. 정말이지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대충 고개를 꾸벅이며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옷을 파고들었다. 꽃샘추위가 아직은 강한 때였다. 대충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


보통 내가 다니는 카페는 한 군데 뿐이다. 집에서 나와 15분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개인 카페다.


목제 가구로 꾸민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웠고 자리도 널널했다. 커피도 맛있고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가 이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비 오는 날 창밖으로 내비치는 풍경이었다. 이 카페는 비오는 날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바꿔틀어주기에 나 같이 칙칙한 도시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만한 명소가 없었다.


한마디로 나만 아는 개꿀 가게,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이 카페에서 커피를 사곤 했다. 마침 이 카페에서는 여러가지 과일 음료도 팔고 있었기에 한달음에 이 가게로 온 것도 있었다.


시간은 8시 반. 폐점 시간이 9시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였다. 나는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 어? 안녕하세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아메리카노 드릴까요?"

"네."


이 가게의 직원분. 1년동안 내게 커피를 팔아온 여자였다. 나름 오래봐온 탓인지 늘 내게 먼저 인사를 해주었다.


"그렇게 마시고도 안 질리시나보네요."

"뭐 맛있으니까요."


늘 같은 레파토리.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눈길로 쳐다보는 직원에게 머쓱하게 웃어보이는 것도 일상중 하나였다.


"아 그리고 오늘은 딸기라뗴도 하나 주세요."

"네? 웬일이세요. 오늘 두잔이나 시키고."

"아, 집에 손님이 왔거든요."


뭐 정확히 말하자면 눌러앉아버렸지만 그런걸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매우 귀찮았다. 대충 설명하면 또 대충 넘어가주는게 사람 사는 도리아닌가.


직원분은 내 주문을 받자마자 음료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카운터 근처 의자에 앉아 멀찍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흐음, 혹시 그 손님, 여자분이세요?"

"응? 어떻게 아셨어요?"

"딸기라떼는 여성분들한테 인기가 있거든요."


그런가? 확실히 달콤한데다가 딸기로 장식된 귀여운 외모는 남자보다는 여자한테 더 인기가 많을 거 같긴했다.


"네, 뭐. 여차저차해서 마실 거라도 대접하려고 했거든요."

"헤에, 이 늦은 밤에 신기하군요."


탁탁탁.


커피 기계를 다루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먼저 아메리카노를 준비하고 그 다음에 딸기라떼를 만들 모양이었다.


"흐음, 그 여성분은 혹시 여자친구?"

"네? 아, 아뇨. 그냥 손님이에요."

"흐음 그렇구나."


순간 잠깐이나마 상상해버렸다.


린네씨가 여자친구. 물론 좋은 사람이고 골수팬이긴 하지만 그런 막무가내 여자가 여자친구라니 그건 이쪽에서도 사양이었다.


"어떤 손님이세요?"

"그냥 알던 친구에요."

"어? 친구 없다면서요."


아, 과거의 나. 대체 어디까지 까발린 것이냐.


진짜 과거의 언행조차 반영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이렇게 뒷통수를 칠 줄이야.


"아, 그...그그 그냥 고등학교떄 알기만 했던 사람이에요. 하하."

"아 그렇구나."


고등학교 동창 찬스를 썼으니 대충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직원분도 이 이상은 실례라고 생각하는지 더 묻지는 않았다.


"아 맞다. 저번에 주신 음료수 잘 마셨어요."

"네? 아 그 포도주스요?"

"네, 네."


그러고보니 간간이 1+1 상품을 살 때마다 이 직원분한테 드리곤 했다. 자주는 아닌데 마침 카페에 가는 날짜랑 음료수 산 날이 겹치는 대체로 그리했다.


"일단 아메리카노랑 딸기라떼 나왔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서비스."


직원분은 봉투에 빵 한개를 더 넣어주며 말했다.


"아 이런거 받아도 될지..."

"걱정마세요. 안 팔린 거에요."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냥 받으라 할 때 받으세요."

"네."


아무튼 이래서 내가 이 카페를 끊지 못한다. 한 번 단골이 되면 그 가게에서 특별한 위치에 서 있다는 우월감이 나쁘지 않았다.


"고마워요. 그 친구한테 줄게요."


그렇게 봉투를 가져가려던 순간 갑자기 직원분이 내 손에서 봉투를 낚아채갔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채 바닥만 내려다봤다.


"그거 혼자 드세요."

"네?"

"잔말말고 그리하세요."


깨갱.


이 분이 이렇게 완고한 면모를 보여주는 적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런 때엔 그저 네 하고 나오는 게 빨리 끝나는 일이었다.


"알았어요."

"진짜죠?"

"네, 네."


그제서야 직원분은 내게 봉투를 내밀었다.


"꼭 혼자 드세요."


이렇게 신신당부하니 뭐 어쩔 수 없을 거 같았다. 아껴뒀다가 배고플 떄 조금씩 꺼내먹어야겠다.


**


음료를 사가지고 집에 돌아와보니 시간은 9시를 향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니 린네씨는 아직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늘자 방송도 무난했다. 도네도 많이 터지고 아무래도 성공적인 모양이었다.


시청자들도 린네씨도 다들 웃으며 이 밤을 즐기고 있었다.


'이 문만 넘으면 린네씨가 있다.'


사실 혼잡해서 몰랐는데 여자랑 한 집에 산다는거 이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생 살면서 여자복이라곤 없는 삶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살게 되었으니 두근거리는 마음도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까라는 마음이 아직은 앞섰지만 지금이라도 둘이 화합해서 살면 괜찮은 콤비가 될 수도 있었다.


'린네씨가 집에서 나갈때까지만 힘내자.'


그 생각을 하며 나는 활짝 문을 열었다.


"린네씨 다녀왔아요. 부탁하신 딸기 라떼 사왔어요."


그 순간이었다. 린네씨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아 맞다. 방송중이었지. 데헷~☆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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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의 첫사랑 22.06.24 3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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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2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4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1 1 9쪽
»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4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59 1 10쪽
4 규칙 +1 22.06.15 57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0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8 1 10쪽
1 옆집인데요? +1 22.06.12 13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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