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일반소설

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18
추천수 :
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20 06:00
조회
36
추천
1
글자
10쪽

듀얼 - 1

DUMMY

"야, 근데 편집자. 무언가 될 거 같지 않아?"

"네?"

"편집일 말이야 편집일."


뭐, 물론 그렇긴하다.


지원한 사람도 없어보였고 내 경력으로는 버튜버 편집계는 그냥 합격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바로 연락이 오진 않을 걸요?"


그야, 어떻게 사람이 올린지 몇 시간됐다고 바로 연락부터 때릴 리가 있겠는가. 일단은 사람을 더 모으다가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사람한테.


띠리링


연락이 온다.



울릴 리 없는 내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대부분은 보이스 피싱이거나 스팸전화인데.



핸드폰 번호로 시작한다?



아.



직원분이시구나.


근데 이 시간에 갑자기 왜?


"흐음 썸녀의 전화는 밤낮을 안 가리는 법."

"조용히 해주세요."


왜 또 전화지? 이번에는 제발 빵 얘기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하며 나는 수화기를 귀에 갖다댔다.


"아, 아. 여보세요."

"아 권우씨."

"무슨 일이세요?"


수화기 너머 직원분의 목소리는 한 껏 고양돼있었다. 무언가 기쁜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설마 편집일 하셨어요?"

"그걸 어떻게?"



한동안 말이 없는 직원분, 겨우 어르고 재촉해서야 입을 뗐다.



"지원...해주셨더라구요. 제 편집자."



순간 뒷통수를 씨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 너가? 너가 그 버튜버? 딱 그런 상태였다. 린네씨는 옆에서 웃음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그래서 그 혹시 지금은 하는 데 없죠?"

"네 일단은요."


서로 뻘쭘했는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미 저쪽에서도 합격인거 같았고


"아, 그 활동은 일주일 뒤니까 그때 연락드릴게요."


뚝.


끊긴 전화기 화면을 보고 온갖 생각이 들었다. 버튜버세계, 좁긴 좁구나.



"왜 그리 꿍해있어? 일자리도 얻고 썸녀랑도 가까워지고 이게 바로 일석삼조 아니겠어?"

"일석이조인거 같지만 어쨌든 당황스러운 제 입장도 생각해주시죠?"



무언가 이제부터는 그 카페에 갈 수 없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거절하지 그래?"


물론 그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정황상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yes/yes


그 두가지 선택지에서 난 놀아난 것이다.


"이야 우리 편집자 성공했네 신생 버튜버 편집도 하고."

"놀리지 마세요."


왠지 기뻐해야하는 상황인데도 이렇게 판을 깔아주니 더욱더 하기 싫어지는 그런 묘한 기분이었다.



"이참에 내가 이 집에 살고 너가 그 여자 집에 가봐."



이게 은근슬쩍 집을 독식하려고 한다? 아무튼 저 서글서글한 미소뒤에 무슨 악마같은 면이 있는지 소름돋았다.


"편집자."

"네?"

"취업 축하해."


이걸 취업이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아르바이트의 연장선일 뿐이고 별로 기뻐할 일도 아니고.


"네, 뭐 고마워요."

"너무 영혼없다."

"하하, 너무 고맙네요."

"말을 말자."


뭐, 어찌됐든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끈 셈이니까 앞으로 여기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문제다.


"좀 기뻐해라. 모처럼 이렇게 축하도 해주는데 말이야."

"글쎄. 기뻐하지 않은 건 아닌데 말이죠."

"근데 표정은 하나도 안 기뻐보이는데?"


뭐 그렇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이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하다보면 오래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흐음, 재미없네."

"그렇다고 몇 번 말합니까."


애초에 기대하지 않기에 실망도 없는거라고 사회생활을 살다보면 정말 주옥같은 명언들이 괜히 느껴지는 게 아니다.


"편집자, 그럼 이렇게 할래?"

"네?"

"우리 게임하자."

"네?"



진짜 그 말이 절로 나온다. 어이없음과 황당함이 겹쳐나오는 그 태도.


"오늘 방송만 끝나고 하자. "


이미 약속은 잡힌듯했다. 내 의견은 무시한 채로.


**


베란다 창을 열어둔 채 나는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우중충한 밤하늘엔 구름 몇점이 우울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린네씨라면 지금쯤 담배를 폈을까? 뭐 그 대답은 안 봐도 뻔하지만 말이다.



핸드폰을 키니 시간은 아직 8시언저리였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린네씨의 방송이 끝날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렇게 시간이나 떼우려고 했다. 물론 한 시간 풀로 채워서 여기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은 편집일을 한다곤 했지만 지금도 거절할까 고민중이다. 무언가 일이 꼬이고 꼬여서 안 좋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주변인에게 나의 은밀한 취향이 밝혀지는 거 같아 떨리기도 하고 말이다. 이미 들켰지만 여기서 더 이미지가 추락할 수도 있고.


요근래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 겹치다보니 나도 잘해낼수 있을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부양해야할 사람은 늘었지, 일자리는 없지, 미래는 어둡지.


4중 5중으로 악재가 겹치다보니 나도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한강물에 뛰어들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내일 일이나 걱정하며 발버둥칠 뿐이었다.


그저 이 음울한 밤 날씨에 기댄 채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싶었다.


무심코 돌아본 반대편 창가에는 재떨이 하나가 놓여있었다. 본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설마 사오셨나?'


잿빛의 탁한 색체는 평소 린네씨의 이미지와는 다소 대비되어보였다.


재떨이에 쌓인 재가 최근까지 쓰인 적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흐음 이제보니 또 신기하네.'


나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린네씨는 여기서 담배를 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뭐 담배를 물고 있는 린네씨의 모습은 나름 성숙해보이기도 했다. 무심코 쳐다볼 정도로 숨막히면서도 무언가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새빨간 입술에 물린 담배가 이리저리 움직일 떄마다 나는 그 장면을 제대로 응시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나를 볼 때마다 눈웃음을 지어주는 린네씨의 표정이 떠올랐다.


아직 만난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부터 이상한 망상질이다.


물론 전 메인편집자에 골수팬이긴했지만 린네씨를 보면서 뭐랄까 짜증나면서도 애틋한 감정도 들었다.


린네씨는 틈만나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돈은 돈대로 꺠질텐데 정말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


"제때 제때 좀 비우지 참."


나는 대충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 재떨이를 가져다댔다. 입구를 벌리고 안을 확인 했다.



별 건 없었다. 다만 바닥쪽에 무언가 작은 봉투하나가 있었다. 아직 별 게 들어가지 않은 새 봉투였다. 무언가 쭈글쭈글하고 이곳저곳이 접힌 모습이었다.


"이아현님"


으로 시작하는 글귀가 적힌 봉투였다. 분명 린네씨의 본명이 이아현이었지.


"뭐지?"


조심스럽게 꺼낸 봉투안에는 아직 껍질도 채 뜯지도 않은 약들이 들어있었다. 그 약 종류도 세어보니 8개.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막히는 숫자였다. 이걸 누가먹지?라는 생각이 선뜻 들었다.


근데 왜 버렸을까?


약값도 무지막지하게 들었을텐데 말이다.


조심스럽게 안에 든 약 설명서를 꺼내봤다. 보니까 정신쪽 약인듯했다.예전에 정신과를 다녀봐서 알지만 내가 먹었던 약과는 격을 달리할만큼 독한 약들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약들이란말인가.


아현씨, 그러니까 린네씨가 이런 약을 먹고 있으리라는 상상도 못했다. 조금 울적한 과거가 있다한들 겉보기에는 밝고 쾌활한 분이셨으니 말이다.


그냥 이대로 버릴 수도 있다. 나 몰라라 할 수도 있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고.


하지만 왠지 그런 감정이 들때마다 괜스레 숙연해졌다. 아마 모르고 실수로 여기 넣었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하지만 나중에 넌지시 물어봐서 치우든 말든 해야겠다 라고 일단은 생각하고 약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 정리하니까 깔끔하네.'



이참에 떨어진 물건 같은 것도 정리하니 그래도 사람 사는 집같이 보였다.



이렇게 쉬운걸 왜 안하고 있었는지 참.



그렇게 생각했지만 린네씨와 만나지 않았으면 절대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다. 오늘도 방에서 뒹글거리면서 '이정도면 깨끗해'하고 자기합리화중이겠지.



역시 사람은 급해야지 행동하는 법인가보다. 지 목이 날아가야지 그제서야 숙제를 하는 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나 아무튼 다 똑같다. 주위에서 닦달하는 사람도 있고 하니 역시 생각이란게 바꾸니는가 보다.



"편집자. 방송 끝났어 얼른 와."

"네, 네."


그렇게 멍때리고 있던 와중 방 안쪽에서 린네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임준비가 다 됐나봤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살며시 방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미 방 가운데에 이불까지 깔아놓았다.



뭔가 대단한건 없어보였다. 다만 가운데 놓인 카드뭉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본적이 있는 모양새. 4개의 신분으로 이루어진 그 카드, 여러매체에서도 다루는 그 카드.


"트럼프네요?"


만국 카드게임의 기초이자 기본.


트럼프 카드.


역사와 전통이 깊은만큼 여러가지 파생 장르의 게임들도 수두룩빽빽한 카드다.


"뭐 하시게요?"


참고로 나는 트럼프 카드 게임이라곤 도둑잡기나 원카드 밖에 한 적이 없다. 그것도 어렸을적 잠깐 한 건지라 룰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카드게임을 별로 즐기지도 않았고 돈만 날리는 장르라고 생각했기에 멀리하기도 했다.


"흐음 그건 바로."


린네씨는 또 그 특유의 반짝거리는 눈으로 두 손으로 브이자를 지어보였다.


"포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22.07.25 32 1 10쪽
15 나의 첫사랑 22.06.24 31 1 10쪽
14 듀얼 - 3 22.06.22 29 1 10쪽
13 듀얼 - 2 22.06.21 30 1 10쪽
» 듀얼 - 1 22.06.20 37 1 10쪽
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2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4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1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3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59 1 10쪽
4 규칙 +1 22.06.15 57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0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8 1 10쪽
1 옆집인데요? +1 22.06.12 130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