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템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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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안경
작품등록일 :
2022.06.13 21:03
최근연재일 :
2022.07.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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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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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의식 불명

DUMMY

#14 의식 불명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드디어 오늘. 당첨금을 찾는 날이다.


그 동안은 정말 평화로운 고딩 라이프를 즐겼다. 최재원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고 강건우도 조용했다.


덕분에 지영과 떡볶이 맛집도 다니고 같이 도서관에 남아 공부하며 여느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지낼 수 있었다.


지영과는 너무 친해져 곤란할 지경이다.


제 삼자가 본다면 영락없는 연인 사이겠지. 후.


그나저나.


“김 비서님 돈은······?”


김 비서는 상의 안 주머니에서 영롱한 통장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리곤 두 손에 고이 올려 재하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도련님.”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리는 손을 뻗어 간신히 통장을 건네받았다.


당장에 통장을 열어젖혀 137억이 수중에 들어왔음을 만끽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안 된다.


평생 처음 만지는 억. 그것도 137억.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려 마음을 진정시키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통장을 열었다.


“크흐······. 영롱하다.”


13,658,691,564원.


“김 비서님··· 저희 이제 부자예요.”


김 비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끓어오르는 벅참을 누군가 나누고 싶었다.


김 비서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정확히는 저희가 아니라 도련님이죠. 축하합니다.”


지난 생에 설움과 부모님께서 기뻐하실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와 동시에 떠오른 건 최재원 면상이었다.


“아 산통 다 깨네.”


그래.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솔직히 복수고 뭐고 잊고 이번 생은 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럼······ 한지영은?


자기 대신 불행을 뒤집어쓴 지영을 그냥 두고 볼 순 없다. 심지어 훗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 원인이 최재원이라면 더욱이.


‘뭐··· 이미 강건우에게 접촉한 시점에서 발을 빼긴 늦은 건가.’


돈도 들어왔겠다 내일 강건우가 재하 쪽에만 붙어주면 아주 훌륭한 시작이다.



다음날.


역시 예상대로 흘러가면 재미없지.


“이 새끼 왜 안 와.”


강건우는 약속한 시간이 한 참 지났는데도 모습을 모이지 않았다.


“협상 결렬인가.”


뭐 상관없다.


뚜··· 뚜··· 달칵.


“여보세요. 김 비서님?”


하루 중 대부분을 타지에서 업무를 보는 김 비서를 위해 핸드폰은 사줬다.


‘사실 내가 불편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네, 도련님.”


“뭐 하세요?”


“저번에 말씀하신 고승백 학생 어머니가 연락을 주셔서 미팅 일정 잡는 중이었습니다.”


“아, 네네. 일 보세요, 그럼.”


“오늘 강건우 학생을 본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일은 잘 풀리셨어요?”


“학생은 무슨. 그냥 강건우 양아치, 쓰레기 이런 거 붙여주세요. 욕 붙이면 더 좋고요.”


“허허. 일이 잘 안 풀리셨나 보네요.”


“네. 쉽게 갈려고 했는데 안 되네요. 그럼 수고해주세요, 김 비서님.”


“네. 나중에 뵙고 미팅 내용 전달 드리겠습니다.”


“넵.”


처음엔 포인트를 아끼려고 강건우를 포섭할 생각이었지만, 강건우보다 무력을 높게 찍은 시점에서 강건우는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더 잘근잘근 밟아 줄 방법을 선택한 건데··· 어쩔 수 없지, 뭐.



······.


이때 까지만 해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가로운 주말이 지나고 다시 하림고로 출근··· 아니 등교한 재하.


아침 일찍 지영이 등교하는 길에 서 있었지만, 지영은 보이지 않았다. 먼저 갔거니 하고 학교에 도착해 제일 먼저 지영의 자리를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늦잠 잘 애가 아닌데···.”


아··· 또 불길한 예감.


이번엔 제발 빗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늘은 그런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하의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탁, 탁, 탁.


“조용.”


선생은 교탁을 쳐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안 좋은 소식 있어. 지영이가 어제 밤 늦게 돌아다니다가 괴한을 만나 폭행 당했다는구나. 다들 밤 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병문안 갈 사람은 마치기 전까지 선생님한테 와라. 이상.”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교실을 뛰쳐나가 앞에 걸어가는 선생을 붙잡았다.


“꺄악. 얘 놀래라.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네.”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잠깐만요, 선생님. 지영이가 다쳤다고요···?”


“이게 선생님을 막 붙잡고··· 이거 안 놔?”


재하의 머리를 밀치려는 선생의 손목을 낚아챘다.


“학생이 다쳤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세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요!! 선생님이면 걱정하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지난 생에 재하에게도 이번 생에 지영에게도 손길 한 번, 관심 한 번 주지 않는 이딴 게 선생이라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당황해 아무 말도 못하는 선생을 뒤로 하고 곧장 한지후에게 달렸다.


쌍둥이 오빠인 지후라면 지영이 왜 학교에 안 왔는지 알고 있으리라.


다행히 지후는 자리에 있었다.


“지후야. 나 지영이 친구 재하, 이재하라고 하는데, 지영이··· 괜찮은거지?”


‘별거 아니라고 해··· 몇일 누워있으면 금방 나을 거라고 해···. 제발.’


지후의 몰골은 어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밤새 울었는지 퉁퉁 부어 있었다.


“네가 재하구나···.”


지후는 재하가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지영의 안부를 묻는 물음에 지후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별일 없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지후의 눈물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음을 뜻하고 있었다.


“지후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제발··· 부탁이야.”


떨리는 음성에서 진심으로 지영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는지 지후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지영이 지금 의식 불명으로 응급실에 있어···흐흑···.”


지후는 터져 나오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응급실···? 엊그제만 해도 그렇게 웃고 있던 애가··· 의식 불명이라고?’


“다시··· 깨어날 수는 있는 거지? 어?”


“의사도 장담할 수 없데···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더라···. 이런 일 없게 하려고 절대 나서지 말라고 한 건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후가 괴롭힘을 당할 때도 지영은 몇 번이나 나서려고 했고, 그때마다 지후가 극구 말렸다고 한다. 차라리 자신이 당하는 게 낫지 괜히 나섰다가 지영에게 불똥이라도 튈까 염려한 것이다.


쌍둥이인데 등교를 따로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분명 그놈들 짓이야···. 괜히 나 때문에 지영이가···.”


“잘못한 놈은 따로 있는데 왜 이게 네 탓이야.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내가··· 내가 꼭 알아야 해. 부탁할게. 힘들겠지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도움을 바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저 진심으로 지영을 걱정하는 재하에게 자초지종이라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했다.


지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 우리 식당에 도둑이 들었어.”


“도둑?”


“그래. 구석진 식당에 뭐 가져갈 게 있다고. 근데 그놈들 목적은 처음부터 돈이 아니었어.”


실제로 쌍둥이네 식당은 단골손님이 아니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골목 끝에 자리 잡고 있었고, 가게의 내부로 보나 간판으로 보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허름한 모습 있었다.


그런 가게에 도둑이 들 리가 만무했다.


“바로 뒤편이 집이라 식당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길래 가족들이 전부 뛰어나갔는데, 식당 문 유리는 다 깨져있었고 식탁이나 의자도 멀쩡한 게 없었어.”


“그놈들 얼굴은 봤어?”


“한 놈이 저 멀리서 허겁지겁 도망가고 있길래 내가 바로 쫓아가긴 했는데··· 결국 놓쳤어.”


“주변에 CCTV는?”


지후는 체념한 듯 고개를 가로 가로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작은 식당에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중에 경찰한테 물어보니까 골목 입구에 방범용 CCTV가 하나 있는데 고장 나서 범인을 찾기 힘들다고 하더라.”


하나뿐인 CCTV가 고장 나 있었다고? 그게 과연 우연일까?


“쑥대밭이 된 식당을 보자마자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 경찰에 전화했고, 다시 식당으로 왔을 때··· 그곳에 있어야 할 지영이가 보이질 않았다고 하더라.”


지후는 애써 참고 있던 울분이 다시금 올라왔다.


“동네 전체를 다 돌아다녔는데··· 흑.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문득 지영이가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라며 폐건물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줬던 게 생각나서 바로 그쪽으로 달렸는데··· 그곳에 만신창이가 된 지영이가 있었더라···.”


폐건물에서 재하가 지영을 한 번 구해줬다는 사실을 지후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폐건물··· 그놈들 짓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경찰들 말로는 놈들은 지영이에게 몹쓸 짓을 하려다 반항이 거세지자 집단 폭행으로 이어졌고, 갑자기 의식을 잃은 지영이가 잘못된 줄 알고 도망쳤다고 하더라. 내가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으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고···.”


사건의 전말을 들은 재하에게 그놈들은 이미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 짐승만도 못한 악마 그 자체였다.


피가 역류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얘기해줘서 고마워. 네 탓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고.”


‘탓을 따지자면 너보단 내가 더 크겠지.’



강건우··· 3년 동안 끌 것도 없이 넌 그냥 죽어 줘야겠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다. 이 개새끼야.





- 14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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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에버랜드 22.06.21 201 6 12쪽
17 #17 어색하지 않아! 22.06.20 222 10 13쪽
16 #16 본 운동 +1 22.06.19 231 10 12쪽
15 #15 준비 운동 22.06.18 232 12 10쪽
» #14 의식 불명 22.06.17 240 10 10쪽
13 #13 협상 22.06.17 270 12 11쪽
12 #12 나 35살인데. +2 22.06.16 258 10 14쪽
11 #11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2 22.06.16 271 9 11쪽
10 #10 2차전 가야지 22.06.15 277 9 12쪽
9 #9 드루와 +1 22.06.15 272 9 13쪽
8 #8 어디 갔니? 22.06.15 290 10 12쪽
7 #7 아, 이건 아니잖아 +1 22.06.14 304 10 13쪽
6 #6 인생 설계 +1 22.06.14 320 8 12쪽
5 #5 템빨 지리네 +1 22.06.14 345 10 12쪽
4 #4 인생 게임을 시작합니다 +3 22.06.13 353 12 13쪽
3 #3 메인 이벤트 +1 22.06.13 372 10 14쪽
2 #2 이게 왜 여기 있어? +2 22.06.13 422 17 13쪽
1 #1 쓰리, 투, 원 +3 22.06.13 537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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