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템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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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안경
작품등록일 :
2022.06.13 21:03
최근연재일 :
2022.07.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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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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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준비 운동

DUMMY

#15 준비 운동






지영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괴롭힘을 받을 당시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강건우와 너무 급하게 접촉한 탓에 그 부작용이 지영에게 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강건우와의 협상은 결렬이다. 나아가 협상을 시도했다는 사실까지 최재원의 귀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후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다시 4반으로 돌아왔다.


반에는 강건우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옆에 있는 놈들과 떠들며 처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입을 당장에 달려가 찢고 싶었다.


놈은 반으로 들어온 재하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어깨를 으쓱하더니 눈을 까뒤집으며 죽은 척 연기를 해댔다.


의식 불명이 된 지영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애써 추스르고 있던 감정이 폭발해 이대로라면 정말 강건우를 죽여버릴 수도 있을 듯했다.


강건우 주변에 있던 놈들도 죽은 척하는 연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듯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녀석들의 도가 넘는 행동에 재하는 속으로 독기를 품었다.


‘후회하게 해줄게.’


강건우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최재원과 김주희도 옆에 있었지만 상관없다.


‘악마랑 싸우려면 악마가 돼야지.’


평범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아이템들이 재하의 손에 가득하다. 무엇이 무서우랴.


강건우 앞에 서자 반에 있는 모든 학생의 시선은 재하를 향하고 있었다.


전학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웬 미친놈이 감히 강건우 앞에 서서 금방이라도 죽일 듯한 눈을 뜨고 있다. 반 학생들은 이 기괴한 광경이 신기하고 또 불안했다.


콰앙!!


재하가 강건우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긴장감에 조용하던 교실에 큰 울림이 일었다.


“학교 마치고··· 네가 어제 있었던 곳에서 보자.”


강건우는 비아냥대며 말했다.


“어디? 아, 아 그년이 병신 된 곳 말하는 거지?”


“···.”


용건을 마친 재하는 놈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지영이 있어야 할 빈 책상을 보고 있자니, 어제 지영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줘야겠다고 다짐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무능하게 느껴졌다.



하교 시간.


먼저 나가던 강건우 패거리들은 재하를 툭툭 건들며 지나갔다.


“나중에 보자.”

“너도 그년 옆에 눕혀줄게.”

“안 죽은 줄 알았으면 먹을 걸 그랬는데. 크크.”


일일이 대꾸하지 않았다. 나중에 죽여 놓으면 되니까.


안일한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력을 95까지 찍었는데 ’95’라는 숫자가 무색한 만큼 자신이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이미 강함으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넘은 재하였지만 역시 힘만으로 해결되는 건 없다.


모든 싹을 자르려면 무력이 아닌 권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지.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놈들을 죄다 죽여 놓는다. 조금의 위험 요소도 없도록.


“능력 강화는 이 정도면 됐고, 이 아이템도 필요하겠지.”


<50p를 사용해 ‘히프노스의 종’을 구매합니다. 현재 보유 스탯은 281p입니다. >


모든 준비가 끝났다.



&



폐건물에 3층.


최재원은 완벽주의자다.


아무리 강건우가 있다지만 앞서 재하의 싸움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고 있을 터.


이미 선수급인 강건우가 질거라곤 상상도 못하겠지만 만에하나를 대비해 어중간한 녀석들을 불렀을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저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숫자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고등학생밖에 안 된 놈들이 연장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쇠 파이프, 나무 막대, 심지어 몇몇은 나이프까지 들고 있었다.


“어이~ 왔냐?”


강건우가 대장 노릇을 하는 걸 보니 이곳에 최재원은 없는 듯하다.


무리들 사이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떡대가 세 명 끼어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섭외한 놈들이겠지.


떡대 세 명과 강건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딱히 위협적이진 않았다.


“내일 네 여친 병문안 갈까 했는데, 너도 갈래? 아, 너도 옆에 누워 있을려ㄴㅏ··· 어?”


슈 - 욱.


연장을 챙길 수 있는 건 놈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대장이랍시고 앞에서 몸을 훤히 내놓고 있길래 가지고 왔던 단도를 놈에게 날렸다.


강건우도 보통은 아니지만, 무력 95의 완력으로 던진 단도는 재하의 손을 떠나자 보이지도 않았다.


단도는 직선으로 날아가 놈의 대퇴근에 꽂혔다.


“으악!!! 저 개새끼가! 말하고 있는데 비겁하게···!”


다대일에서 일인 재하에게 비겁하다고 말하는 건 좀 우습지 않나?


“아, 조금 빗나갔네. 중앙을 노렸는데.”


중앙? 강건우는 허벅지 중앙에 뭐가 있는지 뒤늦게 깨달았고, 중앙에 있는 그것이 쪼그라드는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았다.


“씨발!! 뭐해! 저 새끼 죽여!”


명령이 떨어지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중 가장 발 빠른 한 놈이 제일 먼저 재하에게 도착했다.


‘당첨.’


한 놈만 팬다는 마인드로 먼저 도착한 놈이 내지른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뒤로 돌아 빽 초크로 스타트를 끊었다.


“켁··· 케, 켁.”


재하에게 잡힌 놈이 침을 토하다가 점차 의식을 잃어갔다.


기절했더라도 재하는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의식을 잃어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 놈의 팔을 잡고 관절이 접히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어 버렸다.


빠각.


“저··· 미친 새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양 팔꿈치를 반대 방향으로 접어버린 재하의 광기에 눌려 욕질만 해댈 뿐 누구 하나 먼저 달려들지 못했다.


재하는 당장이라도 병원에 실려 가지 않으면 평생 두 팔을 못 쓸 것 같은 놈의 머리를 밟으며 뒷일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걸 명백히 보여줬다.


다수랑 싸울 때는 한 명만 조지면 된다고 했던가.


한 놈을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으니까 압도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이미 재하의 기세에 짓눌려 있었다.


“너희도 곧 이렇게 될 테니까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볼 필요 없어.”


놈들이 오지 않자 재하가 먼저 적진 속으로 돌진했다.


퍽! 콰직! 으악!!


한 걸음 떨어져 있던 강건우의 시선에는 무리 속에 둘러싸여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재하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 듣고도 누가 유리한 상황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뼈가 꺾이는 소리, 제발 살려 달라는 애원, 사방에 뿌려지는 선혈··· 계속해서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곤 있었지만, 그 속에 재하의 것은 없었다.


싸움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력의 절반 이상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 중간엔 피범벅이 된 재하가 서 있었다. 다치긴커녕 호흡조차 안정된 모습을 보면, 뒤집어쓴 피는 전부 상대방 몸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번엔 급소를 노려 한방에 기절시키는 짓 따위 하지 않았다. 쓰러진 양아치들은 모두 팔이든, 다리든 어디 한 군데가 뒤틀려 있었고, 그렇지 않은 놈도 피를 토하는 등 출혈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한 마디로 쓰러진 놈 중 고장 안 난 놈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잔 바리들을 전부 처리하니까 남은 놈은 떡대 세 명과 허벅지에서 붉은 액체가 줄줄 새고 있는 강건우뿐이었다.


역시 강건우는 마지막까지 나설 생각이 없는지 떡대 세 명이 앞을 막아섰다.


“너희는 저 악마 새끼가 섭외한 것 같은데··· 괜히 나서서 병신 되지 말고 그냥 비키지?”


근육 돼지들이라 대화가 안 통하는지 주먹부터 날아왔다. 몸을 틀어 주먹을 흘리긴 했지만, 확실히 잔 바리들이랑은 달랐다.


‘저 덩치에 이런 속도가 가능하긴 하네.’


이전 잔 바리들과의 싸움이 성인과 유치원생 정도라면 이놈은 초등학생 고학년쯤 되는 듯하다. 잔 바리들과 달라봤자 재하 입장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한 놈은 유도가 주특기인지 눈치를 살살 보더니 재하의 옷깃을 잡고 바닥에 메칠 심산으로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체급을 생각하면 떡대가 당기는 힘에 끌려와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재하는 바위라도 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 무슨 힘이···!”


“내가 치트키를 좀 썼거든.”


옷깃을 잡고 있던 놈의 팔을 재하 쪽에서 잡아당기자 덩치도 산만 한 놈이 힘없이 끌려왔다.


“너희들한테 딱히 원한은 없지만, 또 기어오르면 피곤하니까···.”


재하는 덩치가 하려던 메치기를 그대로 돌려줬다.


쿵!


육중한 몸집이 재하를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바닥에 곤두박질치자 폐건물 전체에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 커억···!”


숨넘어갈 듯 고통스러워하는 놈이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안면을 걷어차 버렸다.


기절해버리면 아픈 것도 잊을 테니까.


‘아닌가? 일어나면 더 아프려나?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나머지 두 떡대들도 체급을 내세워 재하에게 달려들었지만 관절기로 팔 하나, 다리 하나 박살 내고 나니까 금세 조용해졌다.


퍽, 퍽, 퍽, 퍽.


마지막에 달려든 덩치 놈은 이미 기절해버렸지만 다른 놈들에 비해 유독 튼튼해 보이길래 안면을 여러 차례 더 가격했다.


그 많던 무리가 팔이 꺾이고 다리가 돌아갔으며 피를 토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강건우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아니, 전의를 상실한 정도가 아니라 오줌이나 지리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 따위 추호도 없다.


재하는 이제야 준비 운동이 끝난 것처럼 어깨를 잡고 팔을 휘휘 저으며 강건우에게 걸어갔다.



“이제 네 차례.”





- 15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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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에버랜드 22.06.21 201 6 12쪽
17 #17 어색하지 않아! 22.06.20 222 10 13쪽
16 #16 본 운동 +1 22.06.19 231 10 12쪽
» #15 준비 운동 22.06.18 233 12 10쪽
14 #14 의식 불명 22.06.17 240 10 10쪽
13 #13 협상 22.06.17 270 12 11쪽
12 #12 나 35살인데. +2 22.06.16 258 10 14쪽
11 #11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2 22.06.16 271 9 11쪽
10 #10 2차전 가야지 22.06.15 277 9 12쪽
9 #9 드루와 +1 22.06.15 272 9 13쪽
8 #8 어디 갔니? 22.06.15 290 10 12쪽
7 #7 아, 이건 아니잖아 +1 22.06.14 304 10 13쪽
6 #6 인생 설계 +1 22.06.14 320 8 12쪽
5 #5 템빨 지리네 +1 22.06.14 345 10 12쪽
4 #4 인생 게임을 시작합니다 +3 22.06.13 353 12 13쪽
3 #3 메인 이벤트 +1 22.06.13 372 10 14쪽
2 #2 이게 왜 여기 있어? +2 22.06.13 422 17 13쪽
1 #1 쓰리, 투, 원 +3 22.06.13 537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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