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주는 상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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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황
작품등록일 :
2022.06.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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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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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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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힘을 누르다(2)

DUMMY

“세자는 어찌하여 학문의 매진보다 무예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냐?”

이태민은 순간 당황했다.

이혁의 말속에 가시가 돋아나있었기에



“아바마마, 소자는 시강원에 단 한 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태민은 이혁의 말에 빠르게 대응했다.



“무예도 필요하지만, 학문의 매진에 더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는 것이다.”

이혁의 말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소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옵니다.”

“생각이 다르다? 그것이 무엇이냐?”

“문약한 왕은 원하는 것을 이루어낼 수가 없습니다!”

이태민은 강하게 말했다.




“그 이루어낸다는 것이 무엇이냐?”

“전하의 개혁도 이루어내고자 함이지 않습니까?”

이태민은 전하라고 호칭을 바꾸었다.

동안의 생각들을 억누르지 않았다.

그대로 끄집어냈다.




“개혁을 어찌 힘만으로 이루어낼 수가 있겠느냐?”

“힘의 모습들도 여러 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이태민은 가감 없이 평소의 생각들을 드러냈다.




“힘의 모습들이 여러 가지라 함은?”

“학문을 연마하면서 내면을 다지는 것도 힘입니다.”




“그러하다. 또 다른 힘은?”

이혁은 더 듣고 싶었다.

세자의 생각의 깊이를 제대로 마주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내면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육신이 허약하면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몸의 힘을 기르는 것은 오직 본인이 연마를 하는 것뿐입니다.

어느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또 다른 힘이 있는 것이냐?”

이혁은 든든했다.

이혁은 기뻤다.

이혁은 한없이 행복했다.


11살의 세자에 급속한 성장에 모습들이 보였기에.




“소자는 학문으로만 무장한 채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것을 멀리하고자 하옵니다!”

아무리 세자라고는 하지만 왕 앞에서 감히 나불거린다는 표현은 위험수위였다.




“나불거린다고??”

물어보는 이혁의 얼굴 표정이 모호했다.

싫다는 것도, 좋다는 것도 아닌 중간 어느 지점에서 아들을 보고 있는 그런 표정이었다.

더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것처럼.



“고상함은 결국 자신만의 껍데기 속에서 머물러 있겠다는 아집인 것입니다.”

이태민은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의견을 제시하고, 왕에게 검증을 받는 모습이 아니었다.



“학문을 고상함이라고 規定(규정)을 하는 것이냐?”

이혁은 세자의 생각들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 더 알고 싶었다.




“형식치레, 껍데기, 현재의 편안함에 빠져있는 것들이 학문에 모습인 것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 학문을 연마하지 않으면 짐승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인데?”

이혁은 세자의 다음 말을 기대하며 던졌다.



“아바마마, 그래서 그 학문을 소수의 자들만 독점을 하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태민은 대차게 되물었다.




“끄응~”

이혁의 한숨소리가 깊었다.



“전하가 말씀하시는 그 짐승들과 다수의 백성들에 모습이 무엇이 다른지요?”

다시금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이태민의 질문에 수위는 결코 낮지 않았다.



“시강원에서의 학문 연마가 빈말이 아니었구나!”

이혁은 놀랐다.

세자의 막힘없는 말들은 단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기에.

이혁의 평소에 생각과 같은 지점들이었다.



“아바마마께서 그리 말씀을 해주시니 소자는 힘이 납니다.”

“오늘부로 세자의 무예연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을 것이다!”

이혁은 세자에게 약속을 했다.

세자의 엄청난 속도의 성장을 일일이 챙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태민은 급성장 중이었다.

스스로를 빡세게 다그치면서 빈틈을 두지 않았다.

차기 왕으로써의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하기 위한 담금질이었다.



“아바마마, 쌍둥이 누나의 생사는 어찌 되는지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훅하고 들어오자 이혁은 당황했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이냐?”

이태민의 질문에 핵심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5살 때 궁에서 죽은 은궐누나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궁금한 것이냐?”




“쌍둥이들은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몸으로 전해지는 기운 같은 것들이 말입니다.”

“죽은 공주의 영혼이 와서 무슨 말이라도 한 것이냐?”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기에 소자는 의구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의구심이라니??”


“꿈에서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죽은 자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냐?!”

이혁은 세자의 집요한 질문을 피해가고자 했다.


“은궐누나가 죽은 이후로 소자의 몸이 죽을 만큼 아픈 적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어찌 공주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냐?”

다시금 세자의 물음을 별 것 아닌 방향으로 이끌었다.



“정말로 죽었다면 최소한 꿈에서든, 몸이 죽을 만큼 아팠던지 뭔가의 신호가 있었을 것인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쌍둥이들만이 느끼는 기운입니다.”




“세자의 말에도 나름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세자만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죽은 공주에 대한 말도, 생각도 하지를 말라!”


이혁의 말은 어명이었다.


이태민은 뭔가가 막혀있는 것처럼 답답함이 온몸을 눌렀다.


“아바마마의 명 따르겠습니다.”

입으로는 말은 했지만, 계속 올라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분명코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것인데 왜 아바마마는 시원하게 말씀을 해주시지 않는 것일까?

이태민은 쌍둥이 누나가 죽었다고 확신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살아있다고도 분명하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다섯 살 때 궁에서 분명하게 죽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


“전하, 세자의 유모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상선이 이혁에게 알렸다.

이혁의 서찰을 구조일에게 전하고, 답신을 받아온 세자 유모가 편전 문 앞에 서있었다.



“들라 해라!”


세자의 유모는 아주 조심스럽게 편전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조아렸다.



“생각보다 빨리 입궁을 하였구나!”



“전하의 서찰에 대한 답변이 급박하다고 생각을 하였사옵니다.”

“그래, 병판대감의 답신은 받아온 것이고?”

미리 유모로부터 서찰을 전해 받은 상선이 구조일의 서찰을 이혁에게 건넸다.




“유모가 큰일을 하고 왔기에 과인의 마음이 참으로 기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공주는 어찌 생활을 하고 있던가?”

이혁은 6년 전에 보았던 공주가 어떻게 변했는지 많이 궁금했다.



“아주 듬직하게 성장했습니다.”




“공주에게 듬직하다니··· 5살 때도 같은 나이의 남자 아이들보다 훨씬 몸이 좋았으니···”

이혁은 유모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궁에 대한 따른 말은 없었는가?”

이혁은 공주의 마음이 어떠한지 궁금했다.



“전하, 공주마마는 그리움을 애써 감추려했습니다.”

말을 하는 유모의 눈에 어느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움을 애써 감추려했다고?”

이혁은 울컥해졌다.



“어찌 그러하지 않겠는가! 그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서···”

이혁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공주가 한없이 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와락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전하, 이 그림은 남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것입니다.”

유모는 이혁의 목소리에서 진한 아버지의 그리움이 전해졌다.


유모는 곽집사가 그려준 그림을 상선에게 주었다.

받아든 그림을 종종 걸음으로 해서 이혁에게 전했다.



“곽집사라는 자의 그림 솜씨인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이혁은 급하게 두루마리의 그림을 펼쳤다.


그림속의 6명에 각기 다른 모습과 표정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이혁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막히게 그림을 그렸구나! 직접 그곳에 있는 느낌이다.”

이혁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아이가 우리 공주인가?”

이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세자의 유모가 보았다.


“그러하옵니다.”


“무엇이 이리도 신이 났다는 것인지···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것은···”

이혁은 그림속의 은궐이에서 시선을 쉽게 떼지 못했다.



“공주마마가 사내아이들보다 훨씬 힘이 넘치고, 총명함도 뛰어났습니다.”

그림에서 눈을 거두지 못하는 이혁에게 유모는 은궐이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이런 그림을 그려준 그자의 재주가 대단하네!”

“신에게는 제부가 되옵니다.”


“맞구나! 쌍둥이 유모를 병조판서를 통해서 간택을 했었으니.”

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자의 유모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쌍둥이 여동생의 남편에게 이런 재주가 있어서, 임금에게 직접 그림을 전했고, 그 그림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있으니.



“이 자가 병조판서구만! 시간이 많이 흘러간 것인가···그림 속에서도 시간의 흔적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혁은 그림 속의 구조일을 찬찬히 보면서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구대감은 여전히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유모는 이혁의 마음속을 훤히 꿰고 있었다.



“병판이 사람을 모으고 있다고?!”


감정에 흠뻑 빠져 있던 이혁이 유모의 말에 정신을 추슬렀다.



“전하의 개혁에 힘이 될 수 있는 자들이라고 했습니다.”

“구조일 대감의 앞서가는 생각은 여전하구나!”

구조일을 앞에서 대하는 것처럼 말에 온기가 묻어났다.



“이 그림을 보면서 가장 기뻐할 사람은 중전이 되겠구나. 살아있는 공주를 이리 그림으로밖에 볼 수 없다니···”

이혁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상선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이혁은 고개를 돌렸다.



“상선, 왕이라고 해도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가 없구나!!”

이혁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 하지 못했다.


“전하, 신은 자식을 두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그대로 와 닿습니다.”

상선은 이혁의 마음과 동병상련이었다.





“전하, 이만 물러가도 되겠는지요?”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 유모가 물었다.




“세자에게는 공주에 대한 어떠한 말도 꺼내지 말라!”

이혁은 물러나려는 유모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왕의 지엄한 명이었다.




“전하의 명 받들겠습니다.”

세자의 유모는 이혁의 명에 곧바로 답했다.


왜 그리해야 하는 것인가를 마음속에서는 수백 번 묻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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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3화 묘한 만남(1) 23.06.29 19 0 11쪽
122 122화 선택의 시간들(4) 23.06.28 19 0 12쪽
121 121화 선택의 시간들(3) 23.06.25 18 0 11쪽
120 120화 선택의 시간들(2) 23.06.24 20 0 11쪽
119 119화 선택의 시간들(1) 23.06.23 23 0 11쪽
118 118화 꿈이 아니었지 23.05.09 33 0 11쪽
117 117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5) 23.05.07 27 0 12쪽
116 116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4) 23.05.06 24 0 11쪽
115 115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3) 23.05.01 27 0 12쪽
114 114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2) 23.04.30 28 0 12쪽
113 113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1) 23.04.27 32 0 11쪽
112 112화 진짜, 바람몰이다(3) 23.04.25 29 0 10쪽
111 111화 진짜, 바람몰이다(2) 23.04.23 31 0 11쪽
110 110화 진짜, 바람몰이다(1) 23.04.21 29 0 11쪽
109 109화 전쟁을 벌이다(3) 23.04.20 32 0 11쪽
108 108화 전쟁을 벌이다(2) 23.04.19 27 0 10쪽
107 107화 전쟁을 벌이다(1) 23.04.18 28 0 12쪽
106 106화 바람몰이(6) 23.04.15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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