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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성좌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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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서서
작품등록일 :
2022.06.20 21:26
최근연재일 :
2022.06.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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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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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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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DUMMY

어렸을 적, 나는 몸이 유약했다.


“성한아, 너는 귀신이 들어오기 너무 좋은 몸이야.”


언젠가 내 병문안을 오셨던 할머니가 남기신 말이다.

할머니는 무당이셨다.

신을 모시는 할머니는 그 시절의 나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정신건강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단다. 운동도 좀 해서 귀신이 들어올 수 없는 몸을 만들어야 해. 안 그러면 정말로 못된 귀신이 빙의하려고 할 수도 있어.”


그렇기에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은 전부 무시무시한 종말의 예언으로 느껴졌고, 할머니의 말을 어길 시 퇴마 영화에 나오는 환자가 되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어렸던 나는 그런 엑소시즘이 너무 무서웠고, 할머니의 말을 똑똑히 머릿속에 새기며 과할 정도로 운동을 했다.


***


시간이 흘러 나는 건강한 어른이 됐고, 내가 할머니의 병문안을 다니게 되었다.


“성한아, 인제 와서 말하는 건데 너는 신을 받기 너무 좋은 몸이야.”

“이번에는 신이요?”

“그래. 몸은 딴딴한데 머리는 띨띨해서 신내림 받기 너무 좋아.”


할머니는 대놓고 디스를 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것보다 이 몸에 입주할 놈이 신이라니.

귀신이면 십자가 들고 때려잡으면 되는데, 신?

어디 가서 굿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

설마 그렇게 안 하면 악신이 나 찾으러 오나?


“얼굴 좀 펴라. 들어와도 좋으신 분만 들어올 거야.”


할머니는 그렇게 중얼거리시며 나를 달랬다.

나는 황급히 얼굴에 미소를 올렸고, 할머니의 손을 잡아드렸다.


“......그런데 하나만 들어와야 할 텐데 말이다.”


뒤에 덧붙인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뿐인 손자로서 입원 중이신 할머니를 걱정시킬 수는 없었다.


“걱정 마세요. 신 말고 이상한 귀신 들어오려고 하면 제가 때려서 쫓아내죠 뭐. 저 곧 있으면 해병대 들어가잖아요. 제가 귀신 이겨요.”

“프흡. 그래. 잡귀신 정도는 네가 이길 거 같기는 하다.”


못난 손자는 그렇게 되도 않는 위로를 했고.

할머니는 먼저 극락 가버린 아들놈과 며느리의 귓방망이를 때리러 직접 찾아가셨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여러 종류의 유산을 남겼는데, 그중 가장 특이했던 건 역시.


[반갑다. 나는 신이다. 네가 혜순이 손자니?]


“......세상에.”


바로 할머니가 모시던 신이었다.


***


내 머릿속에 살림을 차린 신의 이름은 ‘성좌 신.’

딱히 그분이 내게 시련을 주거나 뭔 짓거리를 한 건 없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꿈에서 나와 별 시답지 않은 수다를 떠는 게 끝.


눈부신 후광 때문에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신을 만날 때면 뭔가 묘하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 신을 ‘나작신’이라 불렀다.

문자 그대로 나만의 작은 신이라는 뜻이었는데,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작신은 자신의 유일한 신도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간단한 미래를 예지해줬다.


세상을 바꿀 만한 수준의 예언은 아니었다.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일만 넌지시 말해주는 일종의 예지몽.

그게 전부였다.


오늘 갑작스럽게 비가 올 거라든지.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저녁을 먹으며 이별을 통보한다든지.

면접에서 나올 질문은 이러이러하다 라든지.

딱 이 정도의 수준.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나는 그 소소한 예언들을 잘 활용해 훌륭한 대학생활을 보냈고, 귀신이 무서워서 지원했던 해병대 장교로 무사히 임관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렇게 나작신과 알고 지낸 지 5년.


나작신은 ‘지구멸망’을 예언했다.


***


꿈속에서 만난 나작신은 덜덜 떨며 내게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새해가 밝는 날에 멸망이 찾아올 거야......!]

[서, 성한아. 너희 부대에 총 있지? 그거 챙기고 사람 아무도 없을 법한 숲속으로 들어가라.]

[아니다. 어디 무인도 없나? 그런 곳으로 가야 해. 총, 칼, 폭탄 뭐 챙길 수 있는 건 전부 챙겨서! 해가 바뀌기 전까지!]


후광이 꺼졌다 켜졌다 할 정도로 녀석은 벌벌 떨었다.

처음에는 드디어 개꿈도 꾸는 건가 생각했는데, 일주일 동안 만날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하니 신경이 안 쓰일 래야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아니. 뭐 좀비라도 나와요? 아니면 외계인 급습? 게이트 열려요? 천천히 말해보세요.’

[시끄럽다! 나도 자세히 말해주고 싶은데, 불가능해! 어쨌든 멸망이 올 거야! 너는 띨띨하니까 사람이 최대한 없는 곳으로 가야 해!]

‘갑자기 디스할 필요는 없잖아요.’


멸망이라니.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반신반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좀비 사태 발생 시 주의사항 다 확인했고, 게이트 열릴 시 취해야 하는 행동도 훑어봤으니 이제는......”


아포칼립스 상황 발생 시 주의사항, 행동강령을 전부 읽고 메모해뒀다. 그리고 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콜라와 담배, 라이터와 휴지, 기름 등등도 꽉꽉 실었다.


“출발하면 되겠네.”


올해 12월 31일은 목요일.

부대에 반가를 낸 나는 곧바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의 소백산맥 깊은 곳.

강원도가 더 험준하고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이런 겨울에 강원도로 차 끌고 가면 눈 때문에 어차피 깊게 들어가지도 못할 거라 이곳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도 험준하기는 똑같다.


아무 일도 없으면 그냥 한겨울 캠핑 갔다 생각하지 뭐.

라면에 삼겹살도 챙겼으니까.

산속에서 취식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안 걸리면 그만이다

이런 첩첩산중에 사람이 어딨겠어.


***


내 작고 귀여운 붕붕이(대형 SUV다.)가 소백산의 겨울을 뚫고 깊게 깊게 올라갔다.

찻길이 사라지고, 자갈이 더럽게 많이 섞인 흙길을 지나치며 드드드득 흔들렸다.


“더 들어갈 수 있나?”


잠시 차를 멈추고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벌써 23시가 넘었다.

날짜는 12월 31일. 이제 새해가 찾아오기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당연한 거지만 총은 못 챙겼다. 아무리 군대라고는 해도 그걸 어떻게 챙기겠어.

만약에 챙기려고 했다가 걸리면 휴가고 뭐고 바로 군사법원행이지.

그 결과 내가 소지한 무기는 톱날 달린 예초기 한 대와 녹슨 톱, 대검(이건 어떻게 잘 들고 왔다.)과 여러 둔기류들. 그리고 사제로 구한 못총과 새총, 불꽃놀이용 화약 정도.


30분 정도 더 들어가니 길이 더욱 험해졌다. 더 이상 차로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낮에만 해도 오랜만의 숲속이라 힐링 되는 기분이고 좋았는데, 지금은 곧바로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라 살짝 떨렸다.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지. 이런 한밤중에 사람 보이면 그게 더 무서운 일이지.

이런 한밤중에 산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면 대체 정체가 뭘까. 산적이 아닐까?


“지금 시간이......”


PM 11 : 54.

나는 으슥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산골짜기에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

손에 장도리와 못총도 들고 있으니, 가히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로는 완벽하다 할 수 있다.


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날씨는 맑았고, 눈도 그쳐서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나와 귀여운 붕붕이만이 보름달의 달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세상이 뒤집히기엔 너무 평화로운데.’


혹시 귀신이라도 쏟아져 나오나? 그럼 내가 걔네를 잡아서 순수를 증명하게라도 해줘야 하나?

아니면 진짜로 사회에서 좀비가 튀어나오고 있나?

진짜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다.

별 뉴스도 없이 평화로웠다.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를 켜려고 하던 그때.


-후우우우!


“아이 씨발!”


갑작스럽게 불어온 칼바람이 창문을 때렸다.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생각해보니까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무리 예언을 받았다 하더라도, 첩첩산중 속에서 손에 못총 들고 멸망을 대비하고 있다니.


“에휴, 그냥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유튜브를 켜서 제야의 종소리 라이브를 틀었다.

혼자 있기에는 조금 무서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종로의 보신각 주변에는 벌써 새해를 기원하기 위해 나온 인파로 문전성시를......


보통의 날들보다 상기된 아나운서의 목소리. 언제나처럼 모여 있는 사람들, 타종을 준비하는 유명인들까지.

일 년에 한 번 있는 일이지만, 정말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사실 나도 남들이 보면 평범하게 새해의 좋은 기운을 얻으려고 산속에 온 걸로 보이지 않을까.


후우우웅!

쿠구구구......


바람이 거세지고, 창문이 덜컹덜컹 흔들린다.

새해까지 1분 남았다.

직, 지지직...... 유튜브에 잡음이 섞여 들었다.


“......?”


불길한 예감이 느껴져 주변을 둘러봤다.

평소라면 그저 라이브 송출에 문제가 있겠거니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멸망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불길한 현상이 내 시선에 잡혔다.


구름이 회오리 모양으로 회전하며 하나로 모이고, 찬란하게 비추던 보름달이 사라졌다.

뭔가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긴장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온다.


유튜브에서 새해 카운트 소리가 울렸다.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찼다.


-3!


뭔가가 일어난다.

진짜로.


-2!


스마트폰 화면 속의 사람들은 환한 목소리로 카운트 다운을 합창했다.

식은땀 한방울이 화면으로 톡 떨어졌다.


-1!


여기로 온 게 맞을까? 아니면 최소한, 친했던 사람들한테 언질이라도 줘야 했을까?


-0!


데엥!! 하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차창 바깥의 세상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마치 낮처럼.


“......?”

-이, 이게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하늘이 밝아진!!


비단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유튜브로 보이는 서울 종로 또한 새하얗게 밝아졌다.

지상파 라이브 방송 카메라는 갑작스럽게 변한 하늘로 앵글을 돌렸다.


일순간의 혼란.


곧바로 서울 하늘의 구름들이 갈라지며, 마치 천벌 같은 빛의 기둥이 서울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콰아앙!!!


소름 끼치는 거대한 파괴음이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고, 서울의 한 지역구가 통째로 빛의 기둥에 관통당했다.


-꺄아아악!

-아아아악!

-카메라 빨리 저쪽 비춰...! 아니, 사람 죽잖아! 돌려!


갑작스럽게 잡힌 빛의 파동 때문에 비명이 일어난다.

빛이 천천히 걷히고, 카메라가 다시 세상을 담았다.


“이, 이게 뭐야?”


영상 속의 세상은 재난영화를, 아니 소설 속의 장면을 방불케 했다.

도망치는 사람들, 그 사이에 균형을 잃고 쓰러져 밟혀죽는 아이.

들리는 소리는 비명과 절규뿐이었다.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영상이 조작이 아닌가 싶은 수준.


“그런데 여기는......”


주위를 둘러봤다.

낮처럼 환해진 숲에는 나밖에 없었다.

하늘의 구름들이 확 걷혀져있기는 한데, 그게 전부였다.


급변하는 상황을 뇌가 따라가지 못하던 그때.

허공에, 아니 눈앞에 글자가 새겨졌다.


[지금부터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예비 플레이어’의 현재 장소, 주변의 인간에 따라 튜토리얼은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 당신의 장소에는 다른 ‘예비 플레이어’가 없습니다. ‘예비 플레이어’ 지성한의 튜토리얼이 싱글 퀘스트로 변경됩니다!]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동시에.


[지구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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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22.06.27 5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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